헝가리의 체호프 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든다.

"동생, 당신은 잘못 이해하고 있군요! 함께 놀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아가씨란 예쁜 아가씨가 있으면 착한 아가씨도 있거든요." - P31

미하이가 구유를 자르려고 중간에다 톱을 댔다. 그러자 페리가 형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이 구유가 형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걸로 새끼 돼지를 먹여서 그 돼지를 팔아 송아지를 사고 암송아지를 팔아서 집을 사면 농부가 될 것이다. 반면에 그는 도로변의 거지가 되겠지...그가 톱을 잡았다. 그리고 톱을 구유 위에 세로로 갖다 댔다. 어느 한 사람도 그 구유를 사용할 수 없도록 구유를 세로로 반을 잘랐다. - P44

도대체 그들은 왜 죽어가야 했을까? 사람들은 선하다는 데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들은 선하다. 그러나 그들이 건강하고 삶이 잘나갈때면 그들의 힘은 이 사실을 인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 P72

"원인은 마님 때문이에요. 마님은 양심의 가책도 없으시지요! 3일 동안 피라미 새끼처럼 활기찼단 말이에요! 그렇게 생기가 넘쳤는데 이렇게 죽다니! 마님께서 신의 뜻을 거슬렀단 말이에요!"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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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1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체호프 라고 하기에는,,,
작품의 구성, 응축美가 부족합니다

헝가리 작품 중에
산도르 마라이 작품들이 새파랑님 취향일 것 같아서 사알짝 추천을 ^ㅅ^

새파랑 2022-02-01 23:22   좋아요 2 | URL
체호프가 좀 대단하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 역시 단편은 체호프~!! 산도르 마라이 작품 찾아봐야 겠어요 ^^
 
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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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18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 뿐이다."


이제 백살이 되어버린, 아니 아흔살일지도 모르는 나는 애인 "프란츠"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는 언제 나를 떠났던 걸까? 왜 나를 떠났던 걸까? 이제 그때의 기억은 아련하기만 하다. 나에게 남은 가족은 없고, 나는 더이상 누구와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프란츠"만은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왜 나는 좀 더 젊었을 때 죽지 못했던 걸까?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P.9



돌아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다림은 익숙하고, 그래서 기다리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결코 괴롭지 않다. 어쩌면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깨어나야 하는 꿈. 현실이었다면 그렇게 행복할 수는 없었겠지.

[나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어. 어쨌든 행복한 사랑은 없었어.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도 내가 좋아하지 않았지. 결함이거나 아니면 오만이었겠지. 행복은 닿을 수 없는 것이었어. 닿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거짓 행복이었을 거야.]  P.47




독일 여성작가인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도 무작정 죽을때 까지 옛 연인을 기다리는 내용이다보니, 책의 전반에 펼쳐져 있는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고, 책을 읽으면서 안개 속을 것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특히 이 책의 화자인 "나"는 동독 출신으로 "프란츠" 때문에 가정을 버린 여인이고, 그녀가 사랑했던 "프란츠"는 서독 출신의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며, 그 둘이 만난 시대적 배경은 통일 직후의 베를린인데, 가정 환경과 사회적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묘한 이질감을 준다. 그래서 책을 읽어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예감하게 된다.

[프란츠의 손가락 끝 사이에서 포도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프란츠가 우리를, 자기와 나를, 꿈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현실로서 참아내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꿈이라면 조만간에 어쩔 수 없이 깨어나야 하는 것이고, 그에게 우리가 현실이 라면 우리가 너무도 아름다운 존재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P.96



마지막 반전과 그녀의 최후가 나름 인상적이었던 작품. 페이지는 많지 않지만 결코 빨리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했을 때 결말은 언제나 비참하기만 하다. 이 책의 제목인 '슬픈 짐승'은 화자인 '나'에게 딱 맞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이 모든걸 말해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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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01 1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도 슬픈 사랑이군요. 게다가 제목이 <슬픈 짐승>이라니!! 요즘 독일에 관심이 많은데 동,서독인 간의 이야기니 찜입니다.ㅋㅋㅋ😁

새파랑 2022-02-01 19:40   좋아요 4 | URL
이 책 문장들은 참 좋은데, 잘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ㅋ 전 좀 어려웠어요. 마지막 반전(?)도 충격이었구요~! 미미님 읽으실거 같아서 스포 주의 😅

그레이스 2022-02-01 2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을 명절에?! 읽으셨다니...
오히려 잘 읽히시나요?
집안분위기가 들떠있어서 소설 읽기가 힘들던데요^^

새파랑 2022-02-01 20:46   좋아요 4 | URL
생각해보니 이 책은 두군데의 카페에서 읽었네요. 커피 쏟을뻔 했네요 😅

mini74 2022-02-01 2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읽고 우울했던 기억이 납니다. ~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는 작품 ~ 이란 새파랑님 말 완전 공감 ㅎㅎ 👍합니다 ~

새파랑 2022-02-01 20:48   좋아요 4 | URL
미니님 리뷰 보고 구매한 책입니다 ㅋ 얇아서 편하게 선택했다가 무겁게 읽었어요 ㅎㅎ 우울할때 읽으면 안되는 책인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2-01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첨에 표지 보고 <인간 짐승>인 줄 알았어요^^; 굉장히 우울해보이는 책이네요. 마지막 반전이 충격이라니 궁금해집니다. 새파랑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2-02-01 23:59   좋아요 3 | URL
<인간짐승>은 짐승같은 놈이라고 욕이라도 할텐데, <슬픈짐승>은 욕할수가 없어요 ㅜㅜ 독서괭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바람돌이 2022-02-02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세 어쩜 90세까지 떠난 사랑을 기다린다는건 역시 집착일듯요. 아 그렇게 인생을 산다는건 정말 나에 대한 배신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슬픈 짐승이 모든걸 말해준다니 뭔가 이 할머니에게 비밀이 있는거겠죠. ^^

새파랑 2022-02-02 08:53   좋아요 2 | URL
비밀이 있습니다~!! 저는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ㅋ 영화 장화, 홍련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3-10-30 0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기본 설정 자체가 비극적인 결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사랑은 계획적인것보다는 운명적인거라 통제되는것은 아닌것 같아요.
저도 그녀의 감정에 공감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2-02-02 08:54   좋아요 3 | URL
약간 지나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삶에 연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ㅜㅜ 페넬로페님과는 정반대인 인물인거 같아요 ^^
 

N22017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페르미나 다사가 길고 지난했던 사랑이 지나간 후 가차 없이 자신을 버린 51년 9개월하고도 4일 전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는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매일 벽에 작대기를 그으며 망각의 계산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단 하루도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50년 넘게 생각한다는게, 기다린다는게 가능할까? 너무나 사랑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은 무뎌져야 하는게 정상이겠지만, 항상 그렇다고 말할수는 없다. 가끔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랑은 특히 더 그렇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그리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랑 때문에 미쳐서 죽는 사람이 계속 있으니 자네는 며칠 내로 그런 기회를 갖게 될 걸세.˝]  1권 P.13



이 책의 주인공 ˝플로렌티노˝는 어린시절 자신의 첫 사랑인 ˝페르미나˝를 열렬히 사랑하였고, 그녀 역시 그에게 호감을 느껴서 한때 그와의 결혼을 약속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와 이후 ˝플로렌티노˝와의 재화시에 그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음을 깨달은 ˝페르미나˝는 그와의 결혼을 취소하고, 그와 헤어진다.

[그녀는 그것이 돌아올 수 없는 여행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옷을 입기 전에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뜯어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 보내는 간단한 작별의 편지를 썼다. 그런 다음 화장용 가위로 목 부분 아래의 땋은 머리를 싹둑 잘라 금실로 수놓인 벨벳 상자 안에 말아서 넣고는 편지와 함께 보냈다.]  1권 P.147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은 ˝플로렌티노˝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그녀를 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한번 마음에 들어온 그녀를 잊을 수 없었고, 그녀를 사로잡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책망하기만 한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질투나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대신 자신에 대한 경멸감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불쌍하고 추악하며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그 어떤 여자에게도 부족한 남자라고 느꼈다.]  1권 P.268



이후 ˝페르미나˝는 자신을 진료하러 온 의사인 ˝우르비노˝를 만나게 되고, ˝우르비노˝는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상류층에 진입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던 그녀의 아버지는 딸과 ˝우르비노˝가 결혼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페르미나˝는 ˝우리비노˝에게 애정은 없었으나,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사랑이 없었던 그들의 결혼은 과연 행복할까?

[그녀는 항상 남편이 빌려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만을 위해 건설한 거대한 행복의 제국을 다스리는 절대 군주였던 것이다. 그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자기를 위한 것이었으니, 그녀는 남편의 신성한 하녀에 불과했다.]  2권 P.107



이제 ˝페르미나˝는 어엿한 상류층 부인으로, 자식도 생기고 겉으로 봤을때는 남편과 함께 안정적이고 다정한 삶을 살아간다. ˝플로렌티노˝가 이제는 그녀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단지 그림자처럼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러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고 믿었을 때, 옛 사랑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과거의 향수의 환영이 되어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  2권  P.111



그리고 언젠가 그녀의 남편인 ˝우르비노˝가 죽게 된다면 그녀가 자신에게 올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희망을 품는다. 그때를 대비해서 그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고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양한 여인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성적 관계를 가지지만, 혹시나 그녀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히 숨긴다.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고, 마치 그녀의 ‘영원한 남편‘처럼 지낸다. 무려 50년 동안 말이다.

[그녀 때문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와 재산을 손에 넣었고, 그녀 때문에 건강을 유지했으며, 당시의 다른 남자들에게는 별로 남성적으로 보이지 않던 자기의 외모를 엄격히 관리했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사람이나 그 어느 것도 그토록 기다리지 못했을 정도로 한시도 절망하지 않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이다.]  2권 P.206



결국 ˝플로렌티노˝가 바라던 상황이 50년 만에 찾아왔다. 그녀의 남편이자 의사인 ˝우르비노˝가 낙상사고로 죽게 된 것이다. 의사의 장례를 치르고 있던 ˝페르미나˝에게 그는 사랑고백을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의 고백에 놀라고, 남편의 장례식에 이러한 이야기를 꺼낸 그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낀 ˝페르미나˝는 처음에는 그를 멀리하지만, ˝플로렌티노˝는 이에 물러나지 않고 젊은시절에 그가 그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편지를 계속 보낸다.

[마침내 죽음의 신이 개입하여 자기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것은 페르미나 다사가 과부로서 첫날을 맞이하는 밤에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그에게 갖게 해주었다.]  2권 P.206



오랜 시간동안 사랑 없이 살았던 ˝페르미나˝의 마음은 첫사랑이자 낭만적인 ˝플로렌티노˝에게 조금씩 열리게 되고, 두 사람의 마음은 어느새 젊은시절로 돌아간다. 어린시절 실패했던 사랑의 설렘이 노년이 되어서 다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함을 넘어선 의심과 역겨움을 느낀다. ˝페르미나˝ 역시 ˝플로렌티노˝의 접근과 그녀의 마음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녀 사이의 순수한 우정이란 다섯 살 때에도 불가능한데 심지어 팔십 대에 그런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들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짓이에요.˝]  2권 P.286



그럼에도 두 사람의 마음은 결코 숨길 수 없었고, 오히려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둘은 함께 배를 타고 짧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이 여행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2권 P.331




평소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항상 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해 하는데,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책의 제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콜레라‘와 같은 질병은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이 책에서는 ‘콜레라‘가 꼭 나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콜레라‘ 덕분에 그들의 사랑은 목숨이 다할 때 까지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질병과 같은 재난마저 활용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랑, 그래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간절하게 읽혔다. 50년도 넘게 기다렸는데 그까짓 질병이 무슨 문제가 될까? 어쩌면 세월과 죽음을 초월한 그들의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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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01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조만간 꼭 읽고 싶어서 앞 절반,끝 문단만 읽었어요ㅎㅎ 그리고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영화로도 나와 있네요. 무려 주연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소설부터 읽고 찾아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2-01 19:43   좋아요 3 | URL
해설 보니까 이 책과 관련된 영화도 네편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해설은 집중해서 안읽어서 부정확합니다 ㅎㅎ)

이 책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ㅋ 미미님 읽으시면 무조건 좋아하일 작품입니다~!!

그레이스 2022-02-01 2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먼저 읽어야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갈듯요^^ ~제생각~!

새파랑 2022-02-01 20:43   좋아요 3 | URL
주요 인물들이 다 입체적이어서 아주 흥미롭습니다~!! 저는 여주인공인 ˝페르미나˝의 행동과 감정변화가 좀 이해가 안되었어요. 그래서 좀 배울 수 있었습니다 ^^

mini74 2022-02-01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나오는 ~글씨 써 준 유부녀~ 에 대한 내용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강렬하고 오래 기억되는 책같아요. 새파랑님 정성스런 서평에 다시 읽고싶어집니디 *^^*

새파랑 2022-02-01 21:22   좋아요 4 | URL
편지 대필 말씀하시는 거죠? ㅋ 그거랑 비슷한 소재의 다른 책들도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 정성스럽게 쓰려다가 다른 책을 읽고 싶어져서 중간에 포기했는데 좀 찔리네요 😅

지금 필립로스의 네메시스 읽고 있는데 완전 재미있네요 ㅋ

mini74 2022-02-01 21:39   좋아요 4 | URL
앗 제가 너무 성의없이 썼지요 ㅠㅠ 왜 불륜녀 아랫배 부분에 이 ~~~ 은 내것이다 라고 쓴 거. 그 부분으로 단편영화사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가 넘 충격이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2-02-01 21:43   좋아요 4 | URL
아 ㅋ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었군요~ 저도 좀 충격이었습니다. 어찌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놀래기도 했어요 ^^ 무서운 사람 마르케스 ㅋㅋㅋ

바람돌이 2022-02-02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만난다 마르께스!!! 불끈!!! ^^;;

새파랑 2022-02-02 08:55   좋아요 1 | URL
마르케스의 첫 책으로 이 책이 좋을거 같아요. 완전 재미도 읽고 잘 읽힙니다 ^^
 

절대 쉬운 작품은 아닌데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공감이 된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 P9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가 오기를 바라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 일을 했던 것이고 사실 오늘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이 내게는 본성이 되었고,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도 이미 오래전부터 괴롭지 않다. - P12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 그것이 대답이었고, 그 문장을 마침내 말로 꺼내 얘기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 P20

나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어. 어쨌든 행복한 사랑은 없었어.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도 내가 좋아하지 않았지. 결함이거나 아니면 오만이었겠지. 행복은 닿을 수 없는 것이었어. 닿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거짓 행복이었을 거야. - P47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용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P59

프란츠의 손가락 끝 사이에서 포도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프란츠가 우리를, 자기와 나를, 꿈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현실로서 참아내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꿈이라면 조만간에 어쩔 수 없이 깨어나야 하는 것이고, 그에게 우리가 현실이 라면 우리가 너무도 아름다운 존재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 P96

내게 오기 위해 거짓말이 필요했다는 것, 그리고 거짓말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나는 힘들지만 견뎌냈다. 그러나 그의 거짓말 솜씨에 감탄하면서 프란츠가 그 작은 금발 여자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내게요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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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1월의 책이고, 2022년의 책이 될 거 같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분별없는 사랑에 전적으로 희생했던 젊은 시절부터 그 순간의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상상했었다. 그녀 때문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와 재산을 손에 넣었고, 그녀 때문에 건강을 유지했으며, 당시의 다른 남자들에게는 별로 남성적으로 보이지 않던 자기의 외모를 엄격히 관리했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사람이나 그 어느 것도 그토록 기다리지 못했을 정도로 한시도 절망하지 않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이다. - P206

마침내 죽음의 신이 개입하여 자기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것은 페르미나 다사가 과부로서 첫날을 맞이하는 밤에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그에게 갖게 해주었다. - P206

그는 다음 이 주일 동안 한번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우르비노 박사가 없는 페르미나 다사는 어디에 있을 것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며, 나머지 인생 동안 그녀의 손에 남겨진 당황스러운 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문해 보곤 했다. - P207

그리고 가슴속에 간직한 수많은 상처에서 진실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다시 이를 악물었다. - P207

비를 맞고 있던 나약하고 과묵한 소년이 이제 자신의 모습과 그녀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 앞에 꿋꿋이 서 있던 늙고 좀먹은 노인이 되었으며, 자기의 영혼을 뜨거운 모욕의 불길로 그을려 아직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더 믿기 어려웠다. - P215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 우르비노 가족은 대성당에서 열릴 기념 미사에 초대한다는 초청장을 보냈다. 그때까지 132번째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한 통도 받지 못했던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초대받지 못하더라도 그 미사에 참석하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 P241

서로가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앉은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또한 평온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반세기 만에 처음이었다 - P256

"내 말은 이 편지들이 과거의 것들과는 아주 다르다는 의미지요."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잖아요."

그는 다시 말했다.

"난 그렇지 않소. 당신은?"

"이제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얼마 전에 일흔두 살이 된 늙은인데." - P261

그는 동백꽃잎에 바늘 끝으로 그녀의 이름을 새긴 뒤 그 꽃잎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그리고 이틀 후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적히지 않은 편지에 그 꽃잎을 되돌려 받았다. 페르미나 다사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모든 행동이 어릴 적의 유치한 짓거리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273

남녀 사이의 순수한 우정이란 다섯 살 때에도 불가능한데 심지어 팔십 대에 그런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들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짓이에요." - P286

"빌어먹을, 모두 지옥이나 가라고 해, 우리 과부들이 좋은 게 있다면, 우리에게 명령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야." - P288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쓸데없이 싸우면서도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돼요. 제기랄, 그게 정말로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 P297

즉 화물이나 승객, 우편물을 비롯한 그 외의 수많은 것들을 수송해야만 했으며, 그 대부분은 어길 수 없는 계약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 의무를 무시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콜레라 환자가 배에 타고 있을 때였다. 그러면 배는 격리되었음을 선포한 다음, 노란 깃발을 게양하고 응급 상태로 항해할 수 있었다 - P321

사랑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사랑이지만,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그 사랑의 농도는 진해진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 P326

"계속 갑시다. 계속해서 앞으로 갑시다. 다시 라 도라다까지 갑시다." - P330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대답했다.

"태어난 이래, 나는 진심으로 하지 않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소."

선장은 페르미나 다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속눈썹에서
겨울의 서리가 처음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런 다음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그의 꺾을 수 없는 힘, 그리고 용감 무쌍한 사랑을 보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는 때늦은 의구심에 압도되었다.

선장이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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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31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2022년의 책이 되었다니 궁금해요. 문장들도 거의 다 솔깃솔깃하고요^^

새파랑 2022-01-31 14:11   좋아요 3 | URL
이 책 완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어요~!! 내일이나 리뷰 남길려고 생각중이에요 ^^ 리뷰를 잘써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미미님 연휴 잘 보내세요^^

scott 2022-01-31 1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천상의 이야기꾼!
드디어 새파랑님의 2022년 완소 작가로 등극!!

마르케스옹 전작 완전 정복! 응원합니다 ^ㅅ^

새파랑 2022-01-31 19:18   좋아요 3 | URL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 전작 도전은 계속하겠습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희선 2022-02-01 0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월에 2022년 책을 만나다니... 다음에 그런 책 또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책이 가장 좋군요 새파랑 님 이월 첫날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02-01 19:24   좋아요 0 | URL
이제 2022년이 한달 지났지만 이 책이 가장 좋았네요 ㅋ 2월 첫날 즐겁게 보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