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0
뮤리얼 스파크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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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26 자신을 깨어있다고 자평하는 "브로디" 선생의 가치관과 사랑을 중심으로, 그녀에게 강한 영향을 받은 여러 제자들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브로디"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이한 형식에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희곡 같은 느낌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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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15 14: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예전에 잠자냥님이랑 골드문트님이 재밌다고 하신 글 본 것 같아요~ 희곡 느낌이군요?

새파랑 2022-02-15 16:37   좋아요 2 | URL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뭘 이야기 하는지는 답지(해설)보고 약간은 이해했습니다 ㅋ 독서괭님은 이 책 좋아하실거 같아요 ^^

mini74 2022-02-15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고의 크림 ~ 이 기억나요 ㅎㅎ*^^*

새파랑 2022-02-15 16:44   좋아요 2 | URL
미니님은 크림 중의 크림 이시죠~!! 독서천재 ^^

청아 2022-02-15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를 본 기억이 있어서 꼭 읽고싶던 작품이예요!🤭 얇지만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군요. 좌우지간 두껍지 않아 다행입니다ㅎㅎ

새파랑 2022-02-15 16:45   좋아요 1 | URL
두껍지 않아서 그냥 집어들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좀 시간이 걸렸어요 ㅎㅎ 밑줄칠 문장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 독서기계 미미님~!!

페넬로페 2022-02-15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무척 신선해요~~
브로디 선생의 영향이 궁금하고 제가 배워야 할 것 같아 꼭 읽어보겠습니다^^

새파랑 2022-02-15 16:46   좋아요 3 | URL
저도 제목과 표지 보고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페넬로페님의 전성기는 지금인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2-15 16:49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싸해용^^
 

음 짧고 아리송한 작품이었다.






""팀 정신‘ 같은 표현은 언제나 개성, 사랑, 개인적 헌신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에요." 브로디 선생은 말했다. "팀 정신‘ 같은 개념을 여성에게 적용해서는 결코 안 될뿐더러 뭔가에 자신을 헌신하는 여성에게는 더더욱 안 되지. - P103

샌디와 제니는 미술 선생이 무리를 함께 초대했다는 사실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브로디 무리를 대하는 로이드 선생의 태도에는 분명 뭔가 특별한 데가 있었다. 생각해볼 만한 미스터리였고, 이들을 만날 때 그가 브로디 선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 P128

"진 브로디 선생은 전성기에 있는 여성이지." - P137

"배신이란 충성의 의무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법이지." - P168

브로디 선생의 갈색 눈은 여전히 구름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때 그녀는 무척 아름답고 연약해 보였다. 샌디는 어쩌면 브로디 선생이 그 아름다움을 계속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기에 테디 로이드 선생을 단념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는 아름다움이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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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15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주)
선의를 내게 베푼 이는 수첩에 적어 놓아야 돼. 그가 섭섭하게 할 때 그 수첩을 꺼내 보면
그 섭섭함이 상쇄되거든.

새파랑 2022-02-15 13:11   좋아요 1 | URL
우선 수첩을 마련해야 겠군요 ^^ 주변에 섭섭한게 없도록 신경써야겠어요~!!
 

이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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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14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의 노란 장갑이 볼 때마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새파랑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2-15 06:58   좋아요 2 | URL
어제 급약속이 생겨서 책도 못봤네요ㅜㅜ 좋은 하루가 아니었나봅니다 ㅋ서니데이님 하루 지난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2-15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변주)
모양은 달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뜨는 한결같은 달 님 앞에서의 맹세라면 믿겠습니다. ^^

새파랑 2022-02-15 13:32   좋아요 2 | URL
페크님의 문장이 전 더 좋은거 같아요~ 한결같지 않더라도 항상 일정한 거리에 있다면 믿을수 있을거 같아요 ^^
 
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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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25

개인적으로 시를 즐겨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시인이 있는데, 박준 시인님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분이고, 시인님의 작품도 네권 소장하고 있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계절 산문>  네 작품이다.


83년생 시인이어서 그럴까? 나랑 거의 비슷한 나이여서 그런지 다른 시인의 작품에 비해 공감이 잘 되고, 잘 읽혔다. 그리고 시인의 성격(?) 같은 것이 왠지 나와 비슷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한 술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이 책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번 읽을 책이 아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살다보면 시인의 감성이 필요할 테니까.


시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보다는, 즉각적인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계절은 끝나지 않고 계속 돌아온다. 인생의 어떤 것도 가끔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기쁨이든지 슬픔이든지 간에 말이다.


[시작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시간과 공간을 얼마쯤 비우고 내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P.15


[온갖 무렵을 헤매면서도
멀리만 가면 될 것이라는 믿음
그 끝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니더라도]  P.21


[몇 해가 지난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아직 그 길 어딘가를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탓에 과거는 가깝고 미래는 멀게 느껴집니다.]  P.38


[과거를 생각하는 일에는 모종의 슬픔이 따릅니다. 마음이 많이 상했던 일이나 아직까지도 화해되지 않는 기억들이 슬픔을 몰고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은 장면을 떠올리는 것에도 늘 얼마간의 슬픔이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은 켜켜이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일이라 생각합니다.]  P.38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것이지, 너처럼 후회하고 괴로워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P.91


[어쩌면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장소에 반쯤 머물러 있고, 나머지 반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P.97


[지상의 모든 사랑이 그러한 것처럼, 애초부터 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날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180


[누가 먼 곳에서 부르면 가야지. 당장은 못 가더라도 길이 아무리 고단해도 가야지. 멀리 있는 이를 이유 없이 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누가 멀리서 부르면 가야지.]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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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2-13 1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별 다섯 개요?
음...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시집이. 와우!!!!!
기대하겠습니닷! 아직 안 읽어본 시인이거든요. ㅎㅎㅎㅎㅎ

새파랑 2022-02-13 19:54   좋아요 3 | URL
골드문트님은 워낙 시를 많이 읽으셔서 잘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 저는 정말 좋았는데 ㅋ 저는 별점이 좀 퍼주다보니 ㅎㅎ 혹시 읽어보시고 좋으시면 좋겠습니다~!!

Falstaff 2022-02-13 20:08   좋아요 4 | URL
앗, 제 실숩니다. 이게 시집이 아니라 수필집이군요. 에휴. 시집에 별 닷 개인 줄 알고 급 흥분했다가..... 죄송합니다. 흑흑.....

새파랑 2022-02-13 20:33   좋아요 3 | URL
제가 에세이라고 말했어야했는데 시라고 했군요 ㅜㅜ 시집은 아니고 에세이(산문?) 이 맞습니다~!!

청아 2022-02-13 2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거를 생각하는 일에는 모종의 슬픔이 따른다...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은 일에도‘ 그리움 탓일까요. 되돌릴 수 없는 탓일까요. 저도 박준 시인의 시집은 두 권정도 읽었는데 새파랑님 별5개니 이 책도 읽어볼래요^^*

새파랑 2022-02-13 20:47   좋아요 4 | URL
이 책도 미미님은 좋아하실거라 확신합니다 ㅋ 뭔가 쉬고 싶을때 읽으시면 좋을거 같아요. 편안해집니다 ^^

제 별 다섯은 너무 흔해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

페넬로페 2022-02-13 2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시와 산책‘도 좋아하시니 이 책의 느낌을 조금은 알겠습니다. 빨리가 아닌 천천히 음미하기에 좋은 책 인것 같네요^^
박준 시인의 시는 누구나 좋아할 것 같아요~~

새파랑 2022-02-13 20:48   좋아요 6 | URL
<시와 산책>만큼 이 책도 좋더라구요 ㅋ 간만에 읽은 신작이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2-13 2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비슷한것 같기도 하시다니, 박준시인의 시집도 좋아하실것 같네요~~

새파랑 2022-02-13 21:25   좋아요 3 | URL
제가 시는 잘 모르지만 박준 시인의 시는 좋더라구요 ^^ 앞으로 시도 잘 읽어보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22-02-15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정하시는 작가시군요.
박준 시집은 좋던데 산문도 그런가요?
산문을 잘 쓰는 시인도 있지만 시가 훨씬 나은 경우가 있어서요.

새파랑 2022-02-15 13:40   좋아요 3 | URL
제가 박준시인의 산문집은 두편 가지고 있는데(아마 두편이 다일거에요 ㅋ) 둘다 완전 좋더라구요 ^^

mini74 2022-02-1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의 느낌 분위기가 뭔가 새파랑님과 닮은 듯 합니다.~~이 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 좋았어요 *^^*

새파랑 2022-02-15 17:54   좋아요 2 | URL
제가 좀 감성적입니다 ^^ 하지만 시인처럼 글은 절대 못쓰겠어요 ㅎㅎ

희선 2022-02-16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만날 책이네요 먼저 나온 시집이랑 산문 다 봤어요 새파랑 님은 좋아하는 시인이군요


희선

새파랑 2022-02-16 07:12   좋아요 0 | URL
희선님의 감성에 딱 맞는 책 같아요 ㅋ 희선님 책 내시면 제가 다섯부 사겠습니다 ^^
 


N22024

˝나는 바다에 대하여 말할 줄 모른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것이 일시에 나를 내 모든 의무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것이다.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하나의 행복한 익사자가 된다.˝



우리의 인생 자체는 어쩌면 한편의 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나의 삶이고, 누구도 똑같은 삶을 살 수는 없기에,  나의 삶은 타인에게는 멋진 소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하고 웅장하게 살았던 한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로맹 가리˝ 이고, 그가 경험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새벽의 약속>은 아마 그의 작품중 가장 멋진 소설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진실이니까.



˝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로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새벽의 약속>에서  40대 중반의 화자인 나(로맹 가리)는 해안가에서 어린시절과 나의 동반자인 어머니를 추억한다. 어머니는 유태인 출신인 미혼모였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러시아에서 폴란드를 거쳐서 프랑스로 망명하게 된다. 아버지도 모른 채, 아무 도움도 없이 그렇게 프랑스로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어머니의 엄청난 열정이 있었다. 어머니의 프랑스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은 곧 나의 애정이 된다.



어려서 부터 나의 미래는 어머니에 의해 정해졌다. 나는 프랑스 문학의 거인이 될 것이고, 장교가 될 것이며, 외교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엄청난 투자와 뒷바라지를 한다. 언제나 내가 최고라고 주변에 나를 추켜 세우고, 학교에도 마구 찾아간다. 어머니가 가끔 부끄럽지도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의지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가 정한 나의 미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어머니는 나에게 절대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어머니가 아들을 치맛폭에만 감싸고 키운건 아니었고, ˝로맹 가리˝ 역시 그저 마마보이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식이 자신감이 없어하는걸 절대 허락하지 않았고, 특히 폴란드 친구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모욕을 들은 어린 아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며 돌아섰다는 고백을 듣자 어머니는 아들을 위로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아들의 뺨을 때리고, 나에게 강해지라고 말한다. 이 후 모자는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로맹가리는 절대로 타인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한 남자가 된다.

[˝내가 한 말을 명심해두어라. 지금부터 너는 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저들이 주먹으로 너를 어떻게 하건 나한텐 상관없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게 아니야. 필요하다면 넌 죽기라도 해야해˝]  P.149



프랑스로 망명한 두 모자는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돈을 벌게 되고, 아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든 이어간다. 아들은 문학가가 되고, 장교가 되고, 외교관이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이제 오십대 중반에 접어든 어머니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나는 어떻게든 빨리 어머니의 꿈을 이뤄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꿈의 실현이 어머니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틈틈이 글을 써나간다. 그리고 법과 대학에도 입학한다.

[서둘러야겠다는 것을, 어서 빨리 불후의 명작을 써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전무후무한 최연소 톨스토이로 만들어, 즉시 어머니의 고생을 보상해주고, 어머니 일생에 왕관을 가져다줄 수 있게 할 걸작을.]  P.180

[나에겐 도망칠 권리가, 어머니의 도움을 마다할 권리가 없었다. 나의 자존심, 나의 남성다움, 나의 존엄성, 이 모든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내 미래에 대한 전설이 어머니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었다.]  P.213



법학 공부의 마지막 학년이 되었을 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나는 드디어 어머니의 한가지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공군 장교에 지원을 하고, 어머니는 이를 너무 기뻐한다. 하지만 나는 장교로 임관하지 못하고, 하사로 임관한다. 그 이유는 내가 최근에 귀화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휴가를 받은 나는 집으로 가지만,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결심이 서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충격이 걱정된 나는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난 소위로 임관되지 못했어요. 삼백명중에 나 혼자만 임관되지 못한거에요. 항공 학교 중대장 부인을 홀려놓았거든요. 부관이 우리 이야기를 폭로했어요... ˝

다음에 이어진 어머니의 반응은 ˝예쁘니? 사진 있니? 남편에게 죽을 뻔 했구나!˝ 였다. 역시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었다. ˝로맹 가리˝의 위트는 유전이 확실하다.



이후 나는 전장에 나가야 했지만 왠지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도 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마치 나는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는 운명과 협약이라도 맺은 것처럼 말이다.

[˝네겐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고 어머니가 고요히 말했다. 어머니의 얼굴은 완벽한 확신과 자신감의 표정을 담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는 아는 것 같았고, 운명과 협약이라도 맺은 것 같았으며, 망쳐버린 자신의 운명 대신 어떤 대가를 제공 받았고 어떤 약속을 얻어낸 것 같았다. 나 역시 그것을 확신케 되었다. ]  P.270



전장의 포화 속에서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중병에 걸려서 종부성사까지 하기도 했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지만 나는 결코 사라질 수 없었다. 아직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결국 나는 장교로 진급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 중에 틈틈히 써내려간 <유럽의 교육>을 발표하고, 유럽에 나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결국 어머니와의 세가지 약속 중 두가지를 이룬 것이다.

[이십 년 전의 나의 무엇인가가 내게 그대로 남아 있다고, 나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그러면 나는 약간 원기를 회복하고, 내 검을 쥐고서 힘 있는 걸음으로 정원으로 나아가 하늘을 바라보고 칼을 쳐드는 것이다.]  P.364



전쟁 중에도 어머니는 나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스위스를 통해 비밀리에 온 편지들이었다. 그 편지는 내가 전장의 어디로 가든 나를 계속 쫓아왔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탯줄이 어머니와 나를 이어주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나는 한권의 소설과 많은 훈장을 매달고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편지는 누가 보냈던 걸까?

[그러나 어머니는 자신이 나를 받쳐주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내가 서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준비를 했던 것이었다. 죽기 앞선 몇 달 동안 어머니는 거의 이백오십 통의 편지를 썼고, 그것을 스위스에 있는 한 친구에게 보냈던 것이다. 내 아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편지들은 규칙적으로 발송될 테니까. 바로 그거였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죽은 지 삼 년이 넘도록 나는 계속 내가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힘과 용기를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것이다. 탯줄은 계속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P.409



결국 어머니는 나와의 약속이 실현된 것을 보지 못한채, 내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채 그렇게 저세상으로 가버리셨다. 하지만 어머니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의지와 약속은 내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리고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연결된 내가 이렇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슬픔은 슬픔이었고, 지울수는 없었다.

[나이는 상관없지요, 가슴이란 결코 늙지 않으니까요. 거기다 가슴에 자국을 남긴 공허나 부재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어서 더욱 커지기만 할 따름이니까요.]  P.196



<새벽의 약속>은 ˝로맹 가리˝가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받은 이후 1960년에 출간한 그의 자전적 소설로, 그의 성장기와 군생활, 그리고 그의 데뷔작인 <유럽의 교육>이 출간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음을 알 수 있었고, 이 책 이후 출판된 ˝로맹 가리˝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위트 있으면서도 쓸쓸했는지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실제로 그가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어쩌면 어머니의 부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이뤄야 했던 약속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뭐든 이유는 있는 거니까.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로맹 가리˝의 작품을 아직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새벽의 약속>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결코 인간 ˝로맹 가리˝를 싫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사랑하게 될 것이다.



Ps.  오늘부터 나의 최애 ˝로맹가리˝ 작품은 <새벽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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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13 18: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역시 첫 문장부터 압도적이네요!! 가장 읽고 싶은 책인데 새파랑님 먼저 완독하셔서 너무 부럽습니다. ^^*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이 작품의 모든 문장이 완벽하다고요. 읽기도 전에 마음에 들어와 있는 책들까지 생각하면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새파랑 2022-02-13 18:55   좋아요 4 | URL
하루가 72시간이면 더 좋겠죠? 이 책 완전 강추 입니다~! 미미님이 딱 좋아할만 한 책인거 같아요. 이야기도 완벽, 문장들도 완벽~!! 로맹가리 너무 좋네요 ㅜㅜ

Yeagene 2022-02-13 1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로맹가리 엄청 좋아했었는데,이 책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네요.이번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02-13 20:35   좋아요 5 | URL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로맹 가리의 최고작이라 생각합니다 ㅋ 혹시 제가 <하늘의 뿌리>를 읽고나서 바뀔수도 있겠지만요 😅 감동에 감동 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3 20: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의 자전적 내용의 소설이라 더 좋을 것 같아요. 인용한 문장들이 다 아름다워요. 아이고, 읽어야 할 책들이 넘치네요~~

새파랑 2022-02-13 20:49   좋아요 6 | URL
로맹 가리는 정말 대단한 인생을 산거 같아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인생 ㅋ 꼭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22-02-14 0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인데 새벽의 약속을 읽은 후 결과를 다시 알려드립지요. ㅎㅎ

새파랑 2022-02-14 07:11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유머와 감동과 반전이 있어서 좋아요.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배경인 작품 같아요~ 비슷한 바다의 우울함이 나옵니다 ^^

유부만두 2022-02-14 0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이들은 새벽의 약속이 신파라고 폄하도 하지만, 제겐 읽는 재미와 감동을 준 작품이에요. 마지막엔 울기까지 .... 책 읽다 울면 좋은 책;;;

새파랑 2022-02-14 07:12   좋아요 3 | URL
신파라고 하기에는 엄마가 너무 쎄셔서 전 완전 좋더라구요. 사랑중에서는 그래도 엄마의 사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 멋졌습니다 ^^

유부만두 2022-02-14 07:14   좋아요 4 | URL
어머니는 스테키가 싫다고 하셨죠. ㅠ ㅠ

새파랑 2022-02-14 09:21   좋아요 3 | URL
한국은 짜장면, 프랑스는 스테키 인거군요 ㅜㅜ 둘 다 맛나는데~~

잠자냥 2022-02-14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의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더 생생하게 느끼시고 싶다면 <내 삶의 의미>도 추천합니다. 소설은 아니고, 에세이라 로맹 가리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더 생생히 드러나기도 하고, 얇은 책이라 금방 읽어요.

새파랑 2022-02-14 10:24   좋아요 5 | URL
오호 그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엄마에게 효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ㅜㅜ 이 책 읽고 로맹가리에 대한 애정이 100퍼센트 상승했습니다 ^^ 수술 잘쉬고 있으세요~!!

mini74 2022-02-15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로맹가리 최애책이나린 ~ 어머님 뭔가 여장부스타일 멋져 보여요 ~

새파랑 2022-02-15 17:56   좋아요 3 | URL
여장부 맞습니다 ㅋ 완전 멋짐이 폭발합니다. 어디서든 당당한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맹목적인 아들에 대한 믿음도 좋았구요 ^^

그레이스 2022-02-15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숨결 ㅠ

새파랑 2022-02-15 18:29   좋아요 3 | URL
제목처럼 그의 마지막 이었어요 ㅜㅜ

mini74 2022-03-08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은 놓치기 아깝죠 ㅎㅎ 놓치지 않을거예요 ~ 이거 김희애 버젼입니다 ㅎㅎㅎ 페이퍼 당선도 축하드려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2-03-08 18:26   좋아요 2 | URL
김희애 버젼 그 광고 맞나요? 😅 미니님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03-08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새파랑님
언제쯤 저는 새파랑님처럼 부지런해질까요?

새파랑 2022-03-08 19:42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은 저보다 책도 훨씬 잘 읽으셔서 안부지런하셔도 될거 같아요 ^^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2-03-08 19:4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청아 2022-03-08 1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3관왕 자제하시는 듯한 새파랑님ㅋㅋㅋ

새파랑 2022-03-08 19:51   좋아요 3 | URL
3관왕은 미니님만 가능하신거 아닌가요? 😆 감사합니다~!! 로맹 가리 덕분인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3-08 1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오래전에 읽었던 로맹 가리 작가를 소환해 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3-08 20:11   좋아요 3 | URL
저도 예전부터 로맹가리를 읽었더라면 인생이 바꼈을텐데 😅 감사합니다~!! 제가 로맹가리의 다른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bookholic 2022-03-08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번달도 이관왕이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3-08 23:56   좋아요 1 | URL
저번달하고 이번달은 다 유명한 책을 읽어서 잘 된거 같아요 ㅋ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3-09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약속>이 그렇게 좋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로맹가리 어머니가 죽기 전에 많은 편지를 미리 써놓고 부치게 했다는 이야기, 저 어디선가 읽었는데..?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3-09 09:32   좋아요 2 | URL
앗 그 이야기 맞습니다 ㅋ 전 모르고 읽었는데 완전 감동이었어요 ㅜㅜ 그런 어머니 였기 때문에 더욱 그리움을 느꼈을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2-03-09 0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편지를 써두고 그 편지를 전해준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로맹 가리는 어머니가 있어서 작가가 되고 외교관도 됐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2-03-09 09:33   좋아요 2 | URL
아마 어머니가 있었더라도 됐겠지만 덜 절박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희선님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2-03-09 0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3-09 09:33   좋아요 1 | URL
thkang님 항상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초란공 2022-03-09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겸손하신 새파랑님. 2관왕으로 자제하시다니요^^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3-09 11:33   좋아요 2 | URL
초란공님 감사합니다 ㅋ 저도 언젠가는 초란공님처럼 분석적인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thkang1001 2022-03-09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새파랑님께서도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