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28
˝한 달 후, 일 년 후, 우리는 어떤 고통을 느끼게 될까요?˝
사강의 세번째 작품인 <한달 후, 일년 후>에는 사강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과연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일까? 한달? 일년? 왜 그렇게 마음은 변하는 걸까, 왜 그렇게 시간을 이기지 못하는 걸까.
이 책에는 두 여인을 둘러싼 사랑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그려진다.
하나는 ˝조제˝를 둘러싼 ˝베르나르˝와 ˝자크˝의 이야기다. 분명히 사강 본인의 분신이라 생각되는 ˝조제˝, 그녀는 돈도 많고 자유분방하다. 이런 ˝조제˝의 과거 연인이었던 ˝베르나르˝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사랑을 받을 수 없지만 그녀를 잊지 못한다.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 그리워한다. 그의 마음은 일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제˝의 새로운 연인인 젊은 대학생 ˝자크˝에 대한 질투심은 커져갈 뿐이다.
[조제, 대체 그는 언제 이 이름에서, 이 질투심에서 놓여날 것인가?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폭력적인 것. 그것은 질투심이었다. 그는 자신을 책망했다.] P.69
반면 ˝자크˝는 ˝조제˝를 사랑하긴 하지만 ˝베르나르˝ 만큼 그녀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성격도 쿨하다. 이런 태도 때문인지 ˝조제˝와 ˝자크˝의 연인관계는 일년이 지나도 유지된다. 하지만 또 일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조제˝에 대한 ˝베르나르˝의 그리움 역시 언제까지 계속되진 않을거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P.186
또다른 하나는 젊은 여배우 ˝베아트리스˝를 둘러싼 ˝에두아르˝와 ˝알랭˝의 이야기이다. ˝에두아르˝는 젊은 직업인이고, ˝알랭˝은 나이든 편집장이며, ˝에두아르˝는 ˝알랭˝의 조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베아트리스˝를 사랑하게 된다. 먼저 젊은 ˝에두아르˝가 그녀의 연인이 된다. 하지만 배우로서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녀는 연출가인 ˝졸리오˝에게로 마음이 바뀌게 되고, 이렇게 변해가는 ˝베아트리스˝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던 ˝에두아르˝는 큰 고통을 느낀다.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잊을 수 없다.
[여자에게 시간은 아주 중요해요. 지나가버린 시간도 때로는 아직 의미가 있죠.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전혀 의미가 없답니다.] P.144
˝알랭˝은 좀 안타깝다. 그는 자신의 조카뻘인 ˝베아트리스˝를 마음속으로 사모한다. 그는 그의 조카가 그녀에게 빠져있다는 핑계를 들어 ˝베아트리스˝와 단 둘이 만난다. 그리고 자신 역시 ˝베아트리스˝를 사모하고 있다는 마음을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이미 늙은 자신의 나이 때문에 고백하지 못한다. 그녀를 잊기 위해 일에 매달려보지만, 자신의 무력함에 불행함을 느끼고, 이후 알콜중독에 빠지면서 매일 매일을 괴로워 한다.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이 있는 그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스스로 괴로운 길을 선택했던 걸까?
[열정이란 삶의 소금이며, 열정의 지배 아래에서 사람은 소금없이 살 수 없다는 것- 열정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너무나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P.113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의 방향은 대부분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이다. 잠시 양방향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결국 한쪽이 돌아선다. 이후 누군가는 계속 그리워하고 누군가는 다른 사랑을 만난다.
사랑은 지속되지 않고, 더 좋아할수록 더 비참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랑이란게 의미없는걸까? 이 책의 마지막에 있는 ˝조제˝와 ˝베르나르˝의 대화가 이에 대한 사강의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P.187
Ps 1.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있고, 절판 도서에다 중고책도 비싸다 보니(삼만원 이더라) 추천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사강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Ps 2. 세어보니 지금까지 사강의 책을 아홉권 읽었고, 이제 내가 읽어야할 사강의 책은 세권 남았다.(절판 제외, 번역본 기준) 사강 전작도 5월에는 끝낼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