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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N22038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서른살때 ‘군조 신인상‘을 타고 등단한 이후 소설가의 길을 걸어온 하루키의 회고록? 비슷한 에세이다. 제목만 봤을때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방법론? 같은게 실려있을거 같지만 그런건 별로 없다. 그냥 주제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일뿐 여타 하루키의 에세이처럼 따뜻하고 위트가 넘친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게 어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소설가라는 직업으로 글을 계속 쓰는게 힘들다고 했다. 벌써 하루키 옹의 나이가 70세가 넘으셨는데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하루키 본인은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소설을 쓰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거라는 걸 알았을까?
[소설 한 편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소설 한편을 써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못할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P.28
이 책에서 하루키는 소설을 쓰기 위한 몇가지 팁을 설명해주었는데 그 팁은,
1. 책을 많이 읽어라.
2. 사물이나 사상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키워라.
3. 재빠른 결론 보다는 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척해라
였다. 언뜻 봤을떄는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막상 잘하기는 쉽지 않은 팁들이다. 이번 생에에 나는 그냥 좋은 작품을 읽는 독자로 살아야 겠다.
또한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에세이 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하루키 본인도 자신의 본업은 소설이라고 하는 걸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잘못된게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키에게 에세이는 우롱차 같은것이었다 는ㅎㅎ 실제로 하루키는 장편을 쓰는 도중이나 소설이 끝난 후 잠시 쉬어가는 목적으로 에세이를 썼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루키 에세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에게 에세이란 굳이 말하자면 맥주 회사가 출시한 캔 우롱차 같은 것, 이른바 부업입니다. 정말로 좋은 소재는 다음 소설(본업)을 위해 챙겨둡니다. 그런 소재가 그득하게 모이면 ‘아, 소설 쓰고 싶네‘라는 기분도 저절로 솟아납니다.] P.128
그 밖에도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 역시 흥미로웠다. 공교롭게도 위 세 작가는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인데, 하루키도 좋아한다니 감동이다. 갑자기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 <위대한 개츠비>를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에는 대부분 흥미로운 조역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소설은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입니다.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에는 아무튼 괴팍한 조역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긴 소설인데도 읽으면서 싫증이 나지 않아요. 저절로 ‘어떻게 이런 놈이‘라는 생각이 드는 컬러풀한 인물들, 괴상망측한 인간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사람은 분명 엄청나게 거대한 뇌 내 캐비닛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지요.] P.239
하루키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직업은 소설가라고 한다. 그런 멋진 직업으로 40여년을 넘게 살아온 하루키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멋진 작품을 계속 많이 발표해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싶다면 입 꾹 다물고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혼자 내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해야만 할 혼돈은, 정면으로 마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참된 혼돈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야말로 당신의 발밑에 깊숙이 잠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P.195
ps. 책장에 있는 하루키의 책들~! 요거 말고 에세이랑 단편집이 몇권 더 있는데 어디있는지 못찾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