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어야 했다.




"나더러 돌아가라고 말하지 말아줘요." 그녀가 속삭였다. 너무 힘없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라 무슨 말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 P183

"라하단을 떠나면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허영의 시장‘을 다 읽기 전에는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다 읽으면 우린 그 이야기를 해야 돼요. 그것도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 P187

그가 길을 잃지 않았다면 그들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루시는 그 사실을, 그들이 만나지도 않았고 레이프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려 했다. 그녀에게는 그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 같았기에 그가 라하단을 떠나면 난데없는 곳으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녀는 절대 그를 잊지 못할 터였다. 평생 그간의 수요일 오후들, 그리고 지금 흐르고 있는 시간을 기억할 터였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 레이프가 꾸며낸 존재였고 이 여름도 마찬가지 였다고 믿게 되는 날이 온다 해도 상관없었다. 시간은 어차피 기억을 꾸며낸 일로 바꾸어놓기 때문이었다. - P187

"떠나면 보고 싶을 거예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P188

"사랑해, 루시." 그때 레이프가 말했다.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을 돌렸다가 잠시 후에 말했다. "응, 나도 알아." 그녀는 다시 말을 끊었다.

"하지만 소용없어, 서로 사랑하는 건"

"왜 소용이 없어?"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못 돼."

"오, 루시, 되고말고! 네가 정말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란걸 스스로 알면 얼마나 좋을까!" - P189

"너는 나를 잊게 될 거야, 올여름도 잊을 거야. 나는 희미해지다 그림자가 되고 목소리는 웅얼거리는 소리가 되어 들리지도 않게 될 거야. 지금은 우리가 여기 앉아 있는 이 현재는 하나의 현실이지만 이건 지속되지 않을 거고, 지속될 수도 없는 현실이야." - P196

이틀 뒤 레이프는 떠났다. 헨리가 에니실라 역까지 2륜마차로 데려다주었다. 루시는 그들과 함께 갈 수도 있었고, 기차가 레이프를 싣고 떠나는 동안 역 플랫폼에서 손을 흔들고 서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대신 현관문에서, 이어 진입로에서 손만 흔들었다. - P205

그들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이 입고 있는 드레스만큼이나 하얘졌고, 그 순간 그는 딸이 자신을 알아보았음을 알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 P256

그러나 회한과 후회와 관련하여 그가 한 모든 말에도 불구하고 대위는 뭔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딸의 음울한 세월은 그 나름의 뭔가를 만들어내 오래전에 딸아이를 사로잡고, 한기를 느끼게 하는 안개처럼 딸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 P260

지금 이 순간 루시는 무슨 생각을 할까? 매일 아침 또 하루가 밝아오는 어스름에 눈을 뜰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그가 소식을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 그가 무엇을 할지 알고 어떤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 - P274

베개에 머리를 받친 채 대위는 딸의 발걸음을 찾아 귀를 기울이다가 그 소리가 자신의 방문 앞을 지나가는 것을 들었다. 밤에 잠시 그는 무덤들을 깔끔하게 손본 것이 기뻤다. 얼마뒤에 그는 통증을 의식했다. 그러나 통증이 그를 깨우지는 않았다. - P333

숲에서 신비를 벗겨내면 서 있는 목재만 남는다. 바다에서 신비를 벗겨내면 짠물만 남는다. - P374

그녀는 어렸을 때 죽었어야 했다. 그녀는 그것을 알지만 수녀들에게 말한 적이 없었고, 몇 년처럼 느껴지던 며칠 동안 무너진 돌 사이에 누워 있던 자신의 이야기에도 포함한 적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했다면 그들의 기분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녀의 기분은 고양되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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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09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윌리엄 트래버 책이군요. 전에 사진을 보니까, 이번에 나온 책까지 모두 전집처럼 비슷한 디자인이었던 것 생각납니다.
새파랑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09 17:41   좋아요 1 | URL
트레버 책을 미리 사놓고 한달에 한권씩 읽고 있어요 ㅋ 서니데이님도 저녁 시간 잘 보내세요~!!
 

역시 윌리엄 트레버다. 실종소녀 이야기에서 사랑 이야기로 바뀌는 중이다. 완전 좋음.




헨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런 때는 늘 최악을 가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 불행이 닥쳤을 때 엉뚱한 길로 가는 결과만 얻는다고 말했다. - P19

아일랜드에서 과거는 적이다, 아빠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 P21

아내는 늘 에버라드 골트에게 힘을 주었다. 그녀의 위로는 작은 패배들로 인한 피곤한 고통을 지워버리는 진통제였다. 이제 이런 더 큰 곤경에서도 그들은 버틸 것이었다. - P25

이 마지막 밤에 그는 너무 경솔하게 과거를 팔아넘겼고, 이어서 손쉬운 위안으로 딸과 아내를 배신했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P50

지금 자신의 감정들을 뒤져보았을 때 거기에는 그를 안내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혼란과 모순뿐이었다. - P51

환경과 사건들을 먹이로 독자적인 힘을 얻은 것인지 대위, 그리고 그의 아내와 하인들을 현혹하고 있는 거짓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고 거부되지도 않았다. - P57

변호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해한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버라드 골트가 직접 해준 이야기는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가 아내와 함께 바닷가에 수없이 내려갔다는 것, 낮이나 밤이나 지옥 같은 괴로움으로 고통을 겪었다는 것, 아마도 당분간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듯하다는 것. 그러는 동안 그들의 고집 센 아이는 설탕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 P86

한 아이가 자초한 비극, 그리고 그 이후 아이의 삶은 좋은 이야깃 거리가 되었고 낯선 사람들에게는 전설의 소재로 보였다. - P121

실제 벌어진 일의 빈약한 현실은 채색되고 풍요로워졌으며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 괴로움에 시달리는 부모가 떠난 여행은 순례, 말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다르게 죄의 사면을 위한 순례가 되었다. - P122

그렇게 단호하게 부상에 대한 보상도, 상대가 먼저 하는 사과도 받지 않으려 하던 아버지는 한 달 전에 죽었다. 생전에 아버지는 그날 벌어진 일에 늘 자부심을 느꼈다. 그 일로 인해 전직 영국군 장교와 그의 잉글랜드인 부인이 곧 그곳을 영원히 떠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P128

"이건 우리 아일랜드의 비극이야." 그는 여러 번 그렇게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것을 계속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건." - P135

모든 것이 달라진 이 몇 시간 동안 짧은 몇 문장과 이름을 적은 필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영원히 떠나기 전에 와서 작별 인사를 해주세요. 다시 와서 차를 드세요. 원하신다면, 루시 골트.

다른 것은 없었다. 주소와 그 밑의 날짜뿐. 1936년 8월 5일. - P135

그런 이야기 중 어느 것이라도 그녀의 흥미를 끌까, 그녀의 모든 것이 그의 흥미를 끌듯이? - P168

"또 골짝에 내려갈까요?" 차를 다 마신 뒤에 그녀가 물었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그럼 지루할까요?"

"당연히 지루하지 않죠." 그런 다음 그가 말했다.

"다리 저는 건 그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음 수요일에 또 오실래요?"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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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주의자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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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39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다르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남들과 똑같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순응해서 살아가는 것과 순응해서 살아가는 척만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꼭 순응해서 살아가는게 맞는걸까?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순응주의자>를 통해 정상적인 삶의 기준은 어떤건지, 과연 기준이라는 게 있는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르첼로˝는 어린시절에 무언가를 죽이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진짜 권총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졌으며 과대망상적인 생각을 하는 다소 특이한 아이였다. ˝마르첼로˝는 본인이 잔인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부모님에게도 말하려고 하였으나 부모님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엄마를 죽일 거야.‘ 마르첼로는 문가에 가만히 선 채 확신했다. 그때 이상하게 잔인하고 공격적인 흥분이 엄습해왔다. 동시에 그 싸움에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버지를 도와야 할지 어머니를 보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또한 훨씬 더 심각한 죄로 인해 자신의 죄가 무마되는 것을 보고 싶은 희망이 고개를 들면서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사실, 한 여자를 죽이는일에 비하면 고양이를 죽인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P.36



예쁘장하게 생긴 ˝마르첼로˝는 학교에서 여자애 같다는 놀림을 받았고, 친구들이 강제로 치마를 입게 하는 등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때 ˝마르첼로˝를 구해준 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리노˝ 였다. ˝리노˝는 ˝마르첼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 하고, ˝마르첼로˝는 자신에게 권총을 준다면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해서 ˝마르첼로˝는 ˝리노˝를 따라가는데....˝리노˝는 그냥 호의를 배푼 게 아니었다. ˝리노˝는 소아 동성애자 였고, ˝마르첼로˝를 덥치기 위해 그를 유인한 거였다.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마르첼로˝는 그를 따라갔고, 결국 ˝마르첼로˝는 자신을 덥치려 하는  ˝리노˝를  총으로 쏜다. 그리고 도망친다. 과연 ˝리노˝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이후 시간이 흘로 30살이 된 ˝마르첼로˝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비밀요원으로 성장한다. 어린시절 남들과 달랐던 성격과 총격사건의 충격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과 유사해 보이는, 그리고 사회의 체제에 따르는 순응주의자로 살아간다.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고, 집도 대출받아 사고, 국가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삶.

[결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결혼을 통해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평소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P.204



하지만 ˝마르첼로˝는 이러한 삶을 진심으로 원한게 아니었다. 그는 단지 진심으로 보이게 행동할 뿐이었다. 마음속에는 항상 다른 생각, 다른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마르첼로˝의 특성때문에 그가 ‘비밀요원‘ 이라는 직업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마리아˝와 결혼한 ˝마르첼로˝는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 신혼여행에는 다른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목적은 자신의 대학시절 교수였던 그리고 반파시즘 운동가인 ˝콰드리˝의 암살을 돕는 것이었다. ˝마르첼로˝ 부부는 파리에서 ˝콰드리˝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콰드리˝와 그의 부인인 ˝리나˝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또한번 이상하게 전개된다.

(참고로, 어린시절 ˝마르첼로˝를 범하려 했던 동성애자의 이름이 ˝리노˝였는데,  ˝콰드리˝의 부인의 이름이˝리나˝이다. 그렇다. ˝리나˝도 동성애자 이다. 이름이 비슷해서 동성애자가 아니라, 일부러 작가가 그렇게 의도한거다.)


˝마르첼로˝는 처음보는 ˝리나˝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의 부인인 ˝마리아˝에게서는 진심으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나˝는 동성애자였고, ˝마르첼로˝의 부인인 ˝줄리아˝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을 느낀다. 반면 ˝줄리아˝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감싸안아준 ˝마르첼로˝을 여전히 사랑한다. 이게 다 첫 만남에서 이뤄진 것들이다.(역시 열정의 나라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마르첼로˝는 ˝리나˝와 함께할 수 있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순응해온 모든 것, 심지어 방금 결혼한 ˝줄리아˝ 까지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참고로 ˝마르첼로˝는 신혼여행중이다...) 그리고 ˝리나˝가 자신을 싫어하고, 자신의 부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리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면서,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왔으면서 갑자기 감정의 변화가 생긴 원인은 무엇이었일까? 무언가가 그의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을 건드렸기 때문일까?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제 자신의 전 생애를 망치고, 막 아내가 된 여자를 버리고,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불륜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가?]  P.305





이후 우여곡절 끝에 ˝마르첼로˝는 임무 달성에 기여한다. 하지만 결국 ˝리나˝와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마르첼로˝와 ˝줄리아˝는 처음처럼, 다시 시대에 순응하며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그리게 10년이 지나고,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부는 붕괴된다. 그리고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독재의 상징물들을 모두 부서버린다. 과거 사람까지 죽이며 비밀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에 순응하며 살았던 ˝마르첼로˝와 그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하느님, 저들이 폭격을 맞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들은 죄가 없습니다.‘ 그런 다음 체념한 그는 풀밭에 입을 댄 채 비행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차는 문이 열린 채 조용했다. 그는 아무도 나오 지 않을 것을 알고 통렬한 슬픔을 느꼈다. 마침내 폭격기가 그의 위에 왔다가 불타는 하늘과 침묵과 밤 속에서 질질 끌듯이 다시 멀어져갔다.]  P.443





<순응주의자>는 강압적인 정치체제 안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게 어떤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진실성이 없는, 겉으로만 정상적으로 보여지는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은 사회가 만든 허상을 아무 비판 없이 순응하면 살아가는 삶 역시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모라비아˝는 ˝마르첼로˝처럼 어떠한 진실성 없이, 잘못된 사회 관습과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갔던 사람의 미래는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독자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Ps 1. 내가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것들 중에 어쩌면 비정상적인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겠다.

Ps 2. 책이 막 흥미롭고 그런 건 아닌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정말 몰입감 있게 읽었다. (안쉬고 다이렉트로 다 읽음) 이게 작가의 필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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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시절의 마르첼로덕에 성장 후의 마르첼로를 조금 따뜻하게 볼 수 있었어요 ㅎㅎ

새파랑 2022-03-08 17:10   좋아요 2 | URL
역시 따뜻한 심장을 가지신 미니님~!! 그렇게 볼 수도 있을거 같네요. 전 뭐 이런 놈이 있지? 이런 생각하고 읽었는데 😅

수이 2022-03-08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추신 보니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다가옵니다 새파랑님! 대산세계문학총서 언제 저렇게 예뻐졌어요? 깜놀!

새파랑 2022-03-08 17:12   좋아요 2 | URL
최근에 나온 대산세계문학은 표지가 좀 다르더라구요 ㅋ 제가 쉬지않고 읽었다고 해서 막 좋았다는건 아닙니다 ㅎㅎ다른 분들의 리뷰를 꼭 보시고 결정하세요 😅

청아 2022-03-08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쉬고 다이렉트로 읽음‘재밌네요ㅎㅎㅎ 주인공 캐릭터 무섭지만 흥미롭고요.
(왜 이런 캐릭터가 끌리는지ㅠ) 음..비밀요원에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이 캐릭터가 특별한 케이스일뿐 누구나 어느정도씩 순응하며 살아가는듯 합니다.
친구랑 오늘 얘기한거랑 겹쳐 놀랐습니다. 😳

새파랑 2022-03-08 17:17   좋아요 2 | URL
친구랑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셨나 보네요~!! 다 읽고나니 어느새 밤이었습니다 ㅋ 미미님도 이책 사셨을텐데 한번 읽어보세요 ^^

페넬로페 2022-03-08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다가 멈추고 말았는데 어릴때의 마르첼로가 정상적인 아이는 아니더라고요. 혹시 소시오패스 기질을 지녔는가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조금밖에 읽지 않았지만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책 같았어요^^
모라비아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정상과 비정상은 정말 모호한 것 같아요**

mini74 2022-03-08 18:47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부모의 모습이 ㅠㅠ 그래서 마르첼로가 짠해보이기도 했던 거 같아요. ~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정상과 비정상은 정말 모호한 듯 합니다 ㅎ

새파랑 2022-03-08 19:38   좋아요 2 | URL
소시오패스가 사라지고 대신에 순응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잡긴 쉽지 않은거 같아요~!!

2022-03-08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3-09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응이라 해도 그게 정말 옳은지 그른지 생각은 해봐야 할 듯한데, 마르첼로는 그런 건 하지 않고 순응하고 살았네요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게 사랑이었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이었군요 정상 비정상이 따로 있을까 싶기도 해요 많은 사람이 그렇다 하면 이상한 것도 정상이 되기도 하니... 언제나 생각하고 살아야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3-09 09:43   좋아요 1 | URL
순응도 어떤 사회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지는거 같아요~! 정상이라는 것도 기준에 따라 다르고~~ 바른 생각이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
 

<경멸> 보다는 별로였다.






‘엄마를 죽일 거야.‘
마르첼로는 문가에 가만히 선 채 확신했다. 그때 이상하게 잔인하고 공격적인 흥분이 엄습해왔다. 동시에 그 싸움에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버지를 도와야 할지 어머니를 보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또한 훨씬 더 심각한 죄로 인해 자신의 죄가 무마되는 것을 보고 싶은 희망이 고개를 들면서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사실, 한 여자를 죽이는일에 비하면 고양이를 죽인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 P36

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살인할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즉 그가 아무리 자각을 하고 있더라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특별한 종류의 무지여서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그 자신이 그럴 것 같았다. - P76

그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이 아직 옛날같이 치명적인 비정상성에 사로잡힌 소년인지, 아니면 그토록 원했고 현재의 모습 이라고 확신하는 완전히 정상적인 남자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96

오랫동안 깊은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다가 마침내 풀어보니 최소한 흉터가 있을 거라고 예상한 자리에 아무런 흔적도 없고 그저 매끄러운 피부임을 발견하고 놀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97

그는 한때 자신이 매우 이해할 수 없고 격앙되어 있었던 사실도 기억하지만, 이제는 약간 흐릿해졌고 몇 가지 개념과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때로는 긍정적 활기가 넘치는 친밀함을 보였지만 이제는폐쇄적이고 꾸준한 열정이 부족했으며 슬픈 듯 말을 아꼈다. - P99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속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였다. 그는 비정상적이고 미친 외톨이가 아니었다. 그들 중 한 명, 즉 형제이자 시민이고 동료인 것이다. 리노를 죽임으로써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이 오랫동안 두려웠던 그에게 이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 P103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다르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남들과 똑같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 P129

결혼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결혼을 통해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평소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 P204

정상성은 어떤경험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을 평가하는 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운명은 그와 줄리아에게 모두 뭔가를 숨기게 했고 그로인해 살면서 고백하게 만들었다. - P221

사랑이 무엇이기에 이제 자신의 전 생애를 망치고, 막 아내가 된 여자를 버리고,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불륜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가? - P305

사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동물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일, 즉 줄리아와 가족을 이루겠다는 의도를 관철시킬 것이다. 이것이 정상성이었다. 즉 이 임시변통의 해결책과 공허한 형태가 정상성이었다. 그 밖에는 모든 것이 혼란이자 무법 상태였다. - P323

"운명이라는 건 모든 걸 말하는 거야. 사랑과 나머지 것들 모두. 당신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그녀가 남편과 함께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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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3-0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새파랑님을
애독자로 순응 시키지 못함 😁

새파랑 2022-03-08 07:13   좋아요 2 | URL
겨우 읽었어요 ㅋ 몸상태가 안좋아서 그런것도 있는거 같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3-0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덕분에 <인생의 베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새파랑 2022-03-08 10:57   좋아요 2 | URL
고양이라디오님도 <인생의 베일>이 재미있으셨다니 뿌듯하네요 ^^

고양이라디오 2022-03-08 12:51   좋아요 1 | URL
너무 재밌게 다 읽었습니다^^

이제 <인생의 굴레에서> 읽어야겠어요ㅎ

2022-03-08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8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8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바리 부인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주의 소설의 선구자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대표작으로, '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보바리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문학사적 의의와는 별개로 일단 대단히 재미읽고 가독성이 좋다. 프랑스 문학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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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07 1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화영 님 번역으로 읽었는데 다른 분 번역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요. 저는 이 소설이 어찌나 잔인하게 웃기던지요. ㅠㅠ

새파랑 2022-03-07 11:00   좋아요 4 | URL
저는 이 팽귄에디션 클래식이 가격도 착하고 마음에 들더라구요 ㅋ 100자평 챌린지인데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2-03-07 1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에디션 좋네요~ 뭔가 문제작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ㅎㅎ

새파랑 2022-03-07 11:15   좋아요 4 | URL
뭔가 자극(?)적인 작품만 모아놓은거 같은? ^^ 저 마카롱 에디션중 모빠쌍하고 모피를 입은 비너스도 있는데 그것도 둘다 좋았어요 ^^

청아 2022-03-07 1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펭귄 클래식으로 읽으셨네요? 저는 을유출판사로 준비해두었어요.😁 두꺼워서 시작을 미루는 중인데 마지막 문장에 흔들립니다.ㅎㅎ

새파랑 2022-03-07 13:44   좋아요 4 | URL
요 책은 정말 두께와 무관하게 술술 읽힙니다~!! 미미님 이 책 읽으시면 별 9개 주실거라 확신합니다 ㅋ

바람돌이 2022-03-07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왠지 가독성이 안좋을거 같은데 음 좋단 말이지요. ㅎㅎ 기억해두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채털리부인은 진짜 가독성 꽝이었습니다. (뭐 오래전 읽은거라 지금은 어떨지 장담 못하겠지만.... ㅎㅎ) 어쨌든 그래서 부인류는 안 읽고 싶다는...... ㅎㅎ

새파랑 2022-03-07 14:35   좋아요 3 | URL
부인류 중에 제가 읽은게 보바리 부인과 델러웨이 부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인데 ㅋ 전 모두 좋았습니다 ^^ 채털리 부인 저도 읽으려고 책꽂이에서 빼놨어요 ㅋ

페넬로페 2022-03-07 14: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봐리 부인은 필독서인데 저는 아직이예요. 읽어야 하는데도 왠지 좀 식상할 것도 같고~~
그래도 읽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03-07 14:36   좋아요 5 | URL
그렇게 식상하시지 않을거 같아요. 막상 읽으면 좀 세련되게 느껴졌어요 ㅋ 아 저런 심리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어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2-03-07 18:38   좋아요 4 | URL
저도 필독서라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ㅎ

새파랑 2022-03-07 19:09   좋아요 3 | URL
일단 유명한 책은 유명한 이유가 있더라구요 ^^ 언제 시간되시면 꼭 읽어보세요~!!

mini74 2022-03-07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바리도 좋았지만 체털티부인이 좀 더 좋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두 부인의 작가 모두 음란물? 로 곤혹을 치뤘네요 ㅎㅎ

새파랑 2022-03-07 19:11   좋아요 2 | URL
보바리 부인은 전혀 음란(?) 하지 않은데, 채털리 부인은 살짝 봤는데 약갸 음란(?)한게 있는거 같더라구요 ^^ 더 좋았다고 하시니 저 다음번 읽을 책은 채털리 부인 입니다~!!

서니데이 2022-03-07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펭귄 클래식은 단색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 표지는 색상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가독성이 좋다고 하시니, 번역도 좋은 것 같아요.
새파랑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07 22:32   좋아요 2 | URL
기존 팽귄 클래식 중 무슨무슨 에디션 으로 나온 기획판? 같은거에요. 싸고 좋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