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독서 휴식이었다.
역시 카프카. 분위기가 다르다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 P11
"이봐, 빌렘, 저자는 법을 모른다면서도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군." "자네 말이 맞아. 이 친구는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다른 감시인이 말했다. - P16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K씨."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고, 악수하는 것은 당연히 잊고 말았다.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갑자기 피곤함을 느낀 K는 이 여자의 동의 같은 것이 얼마나 무가치한가를 깨달았다. - P34
N22044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소년과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들의 감정의 변화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인 ˝원들린 밴 드라닌˝의 <플립>을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런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졌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그 시절 그 소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함께였다.<플립>은 소년 브라이스의 시점과 소녀 줄리의 시점을 장별로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행동이 너에게 어떻게 비췄을지, 그런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땠을지가 장별로 이어서 나오다보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 나무의 영혼이 늘 너와 함께하길 바란다. 네가 그 나무에 올라갔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P.59<플립>은 줄리의 집 근처로 브라이스가 이사를 오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생긴 브라이스를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린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수줍기만 한 브라이스는 줄리를 불편해하고 피한다. 하지만 줄리는 이런 브라이스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로 보내는 눈길을 결코 접지 않는다. [브라이스 : 내 간절한 소원은 줄리 베이커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한테서 떨어졌으면, 숨 돌릴 틈이라도 좀 줬으면 바랄 게 없겠다!] P.7 [줄리 : 심장이 쿵 멈추고 말았다.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난생 처음 느낌이 왔다. 그러니까 세상이 내 주변에서, 내 밑에서, 내 마음속에서 빙빙 돌고 몸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P.23브라이스는 처음에는 줄리를 피하지만, 가끔 그녀가 보이지 않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궁금증을 가진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을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특히 그녀가 많이 아꼈지만 베어질수 밖에 없었던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건 어떤 감정인걸까? [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바구니에 넣었다. 맨발로 집을 향해 뛰어가자 어깨 뒤로 넥타이 자락이 나부꼈다. 개럿이 한 말 중에서 한가지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완벽하게.] P.245오랜 세월을 이웃으로 지내다보니 그 둘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생겼다. 줄리는 가끔 그의 행동을 오해하고 더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고 싶어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브라이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멀이지지 못한다. 한번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걸까?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브라이스 로스키에게 내가 모르는 더 많은 모습이 있는지도 몰랐다. 적절한 조명 속에서 브라이스를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P.282책이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브라이스와 줄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지금까지 함께일수도 있고 헤어졌을수도 있겠지만, 첫눈에 반했던 줄리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호감을 키워간 브라이스가 더 많이 좋아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약 헤어졌다면 브라이스가 차이지 않았을까? 쓰고 보니 별 쓸데없는 상상이었던 것 같다 ㅎㅎ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작품이 ˝에밀 졸라˝의 아주 잔혹한 <대지> 여서 그런지, 완전히 대비되는 작품인 <플립>을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울수 밖에 없다. 줄리가 올라가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의 모습은 브라이스의 기억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스가 줄리를 위해 심어준 플라타너스 나무는 그들의 마음처럼 커다랗게 자랄 것이다.
어린시절로 돌아가고픈 이야기였다.
"내가 한 말을 잘 생각해 봐라.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그래야 결국에는 모두에게 상처를 덜 입힐 수 있단다." - P114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는 산책이 꽤 도움이 되지." - P127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 P128
"오, 줄리, 정말 미안해, 브라이스가 너한테 반했다고 고백하려는 줄 알았어.""뭐? 달라, 브라이스는 나한테 반하지 않았어.""몰랐니? 브라이스가 어떤 얼굴로 너를 바라보는지 몰랐어? 저 앤 지금 사랑의 바다에 빠졌다고." - P190
그러나 예전의 브라이스는 사라져 버렸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돌아갈 수 없었다. 개럿에게도 그렇고 셀리나 미란다나 날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줄리는 별난 아이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게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 P244
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바구니에 넣었다. 맨발로 집을 향해 뛰어가자 어깨 뒤로 넥타이 자락이 나부꼈다. 개럿이 한 말 중에서 한가지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완벽하게. - P245
"줄리가…… 줄리가 달라진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나와 나란히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아니, 브라이스." 할아버지는 부드럽게 말했다. "줄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단다. 달라진 사람은 너야." - P247
"그리고 아가, 이제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다." - P248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브라이스 로스키에게 내가 모르는 더 많은 모습이 있는지도 몰랐다. 적절한 조명 속에서 브라이스를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 P282
알림이 떠서 보니까 그래도 저때 구매했던 책들은 다 읽었다 ㅋ 1년이 지나니까 이런 알림도 오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