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어나더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N22048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2011년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이런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인 "줄리언 반스"는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뭔가 재미 이상의 감동을 찾기에는 다소 어려웠지만, 과거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주인공인 "토니"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그리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토니"는 "앨릭스", "콜린", 그리고 문제의 전학생 "에이드리언"과 4인방으로 지냈다. "에이드리언"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다소 허세가 있고, 여자에게 관심은 많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수업시간에는 수업에 집중 못하는 일반적인 남학생의 모습.


하지만 전핵생인 "에이드리언"은 그들과는 약간 차원이 달랐다. 철학적이고 사상이 심오하며, 매사가 농담인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매사가 진지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에이드리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소 평범하게 대학을 가거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았지만, "에이드리언"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고등학생때처럼 계속 함께 있지믄 못하지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우정을 이어간다.


'브리스톨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토니"에게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가 생긴다. 하지만 여자친구 경험이 별로 없는 그는 여자친구에게 미숙하기만 하다. 귀한 집안에서 자라고 다소 고급 취향을 가진 그녀는 왠지 모르게 "토니"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토니"가 막 "베로니카"에게 매달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그녀와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학의 어느 주말에 "베로니카"는 "토니"를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고, "토니"는 그녀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들은 그를 소외시킨다. 그녀의 어머니는 "토니"에게 "베로니카 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마"라고 까지 한다.


이후 "토니"는 자신의 고향 친구들에게 "베로니카"를 소개시켜 준다. 이때 ""베로니카"는 자신의 오빠인 "잭"과 같은 '케임브릿지 대학'에 다니는 "에이드리언"에게 관심을 보인다.


결국 젊은 연인이 대부분 그렇듯 그들은 나쁜 감정을 남긴 채 헤어진다. 헤어지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토니"는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베로니카"와 데이트를 해도 되냐는 내용이었다. 몇주가 지나고 나서 그는 "에이드리언"에게 답장을 보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신중히 결정할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내 인생에서 영원히 내칠 거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썼던 것 같다. 다소 추억 보정이 들어간 편지 내용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토니"는 미국으로 넘어가 반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는 고향친구인 "앨릭스"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욕을 내맽는다. 그렇게 똑똑하고 고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의 자살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에이드리언"은 도대체  왜 자살한걸까? "토니"는 "에이들언"의 자살이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베로니카" 때문이라고 강한 추측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40여년이 지난 "토니"의 삶을 그리고 있다. "토니"는 친구의 자살과 첫번째 여자친구를 기억의 한편에 묻어둔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나이를 먹어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고, 부인이 바람을 피워 이혼을 하지만 그래도 친구처럼 지낸다. 그리고 그렇게 노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토니"는 한통의 편지를 받고, 적은 금액이지만 유산상속도 받게 된다. "토니"에게 일부 상속을 남기고 죽은 사람은 놀랍게도 그의 첫 여자친구인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포드 여사"였다. 도대체 왜 그녀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상속을 한걸까?


"포드여사"가 상속한 물품중에는 놀랍게도 "에이드리언"의 일기장도 있었다. 왜 그녀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토니"는 그 일기장을 받을 수 없었다. "베로니카"가 일기장의 양도를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일기장의 내용이 궁금해선 "토니"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베로니카"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과연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일기장을 보면 "에이드리언"이 자살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만난 "베로니카"는 여전히 "토니"를 조롱한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토니"가 정확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엄연하게 증거로 남아있는,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두 사람에 대한 저주가 가득한 답장을 보여준다. "토니"가 보낸 편지 내용에 충격을 받고 "에이드리언"은 자살한 걸까?


이후 책은 결말부로 가면서 충격적인 사실과 반전을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얼마나 부정확한 건지, 내가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가 어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편견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해서 보게 되는지를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그래.']  P.233





"줄리언 반스"는 백오십 페이지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두고 이 작품은 삼백 페이지 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을 두번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가의 말에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책의 곳곳에 암시와 풍자가 들어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 부분을 읽다보면 책의 앞부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가능해? 이런 의도였어?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개연성이 없지도 않았다.나름 반전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글을 잘쓰는 사람의 글쓰기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일의 결과에는 원인이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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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8 1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보고 새파랑님 원서로 읽으셨나?했습니다.ㅋㅋ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다 읽고 난뒤 저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까?‘했던거 같아요ㅋ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해요^^*

새파랑 2022-03-28 12:03   좋아요 4 | URL
저는 원서 읽을 능력이 안된다는 😅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ㅋ 전혀 예상치 못한 비밀이어서 놀랐어요 ㅋ 막장드라마? 😆

페넬로페 2022-03-28 17: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번 책 들면 거의 포기하지 않고 읽어내는데 이 책은 첫부분에서 넘기지를 못했어요.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읽기에 재미있고 비밀이 있다시니 끌리네요.
두 번을 읽어야하는 책이니 어려운게 당연할 수도 있겠어요^^

새파랑 2022-03-28 17:27   좋아요 4 | URL
역시 포기를 모르는 멋진 페넬로페님이군요~!! 제가 이 책을 여행가서 읽었는데 저도 아마 집이였다면 이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 ‘마지막에 비밀이 있어요 ^^

그레이스 2022-03-28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다르네요
반쯤 가려져있어서..
줄리언 반스의 이책은 특별한 절정이 없는듯
끝까지 읽어야 반전을 만나죠
사실 반전이라기에도 예측가능해서,,, 그럼에도 저는 이 책 좋았어요^^
제발 추측은 집어넣고 말좀하고 살자!는
메시지! ㅎㅎ

새파랑 2022-03-28 17:34   좋아요 4 | URL
저는 예측 못했던 반전이었어요 ㅋ 제가 좀 유교적인거 같아요 ^^ 그러게요. 말만했음 알았을텐데. 저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랬을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

mini74 2022-03-28 2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찌찌뽕 ㅎㅎ 저도 읽다가 잠시 손 놓은 책 ㅎㅎㅎ 근데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어!!! 재미있겠는데 하는 맘이 듭니다 ㅎㅎ

새파랑 2022-03-29 07:45   좋아요 3 | URL
저는 주인공처럼 둔해서 결말을 예측못했는데 날카로운 미니님은 충분히 하실거같아요 ^^

희선 2022-03-29 0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일이 일어난 곳에 있는 사람 기억도 저마다 조금 다르기도 하죠 자기한테 좋게 바꾸거나 안 좋게 바꾸는지... 자기 기억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거 생각해야겠네요 그것보다 정말 알고 싶은 건 말해야 한다는 거... 아니면 안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 듯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3-29 07:47   좋아요 3 | URL
기억이란 자기 편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한번의 편지가 저런 결말로 이어질거라 상상도 못했을거 같아요 ^^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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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7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 사람이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진짜 모습을 본다고 해도 떠나지 않을 사람.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 없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어쩌면 운명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집트 출신의 유대인 ˝나˝와 튀니지 출신의 아랍인 ˝칼라지˝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꿈과 좌절이 혼재된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명문 대학 ‘하버드‘ 인근 상점인 ‘카페 알제‘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당시 ˝나˝는 하버드 대학원 생으로, 1차 종합시험에서 떨어져서, 이제 1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은 학생일 뿐이었다. 만약 다음 종합시험에서도 떨어져야 한다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 좌절감과 외로움 속에서 ˝나˝는 ‘카페 알제‘에서 ˝칼라지˝를 만났다. 하버드 대학원생이자 미국의 영주권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칼라지˝는 택시 운전사에 영주권은 없는, 불법체류자의 신세였다. 여러모로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나˝는 그에게 끌렸다. 그리고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다. 왜 ˝나˝는 ˝칼라지˝에게 끌렸던 걸까?





1. ˝칼라지˝는 ˝나˝의 숨겨진 모습을 대변해주는 사람이었다.

‘하버드 대학원생‘이라는 신분, 그리고 반드시 졸업을 해야 했던 ˝나˝는 언제나 ˝나˝의 본래 모습을 숨겨야 했다. 교수들 앞에서, 학생들 앞에서 ˝나˝는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나˝의 전공인 영문학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가 좋아서 하는 측면도 있었고, ˝나˝에게는 졸업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낯선 타지에서 혼자서만 지내야 했던 ˝나˝에게, ˝칼리지˝는 나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평소 감정을 억누르고 답답하게 살던 ˝나˝와는 달리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칼리지˝의 모습은 숨겨놓았던 ˝나˝의 본래 모습을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칼라지˝에게 끌리게 되었다.

[나는 모두를 포용했지만 단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했지만 내 사랑은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그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케임브리지에 사는 거의 모든 주민과 말을 튼 반면, 나는 하버드 대학원에서 사 년째 공부했지만 그해 여름에는 거의 모든 날을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은 채 보냈다. 그는 기분이 상하거나 지루할 땐 발끈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폭발했지만 나는 그야말로 평정심의 화신이었다. 그는 모든 일에 대해 확고한 자기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나는 타협이란 이름과 평정심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일을 시작하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지만 나는 누가 조금만 얼굴을 붉혀도 아무것도 못 했다. 그는 누군가를 버리고 깨끗이 잊을 수 있었지만 나는 누군가를 버리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영원히 그에게 앙심을 품곤 했다. ]  P.72





2. ˝칼라지˝는 ˝나˝의 실패한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 ˝칼라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이 존재했다. 단순히 유대인과 아랍인의 관계 이상으로, ˝나˝는 미국 영주권이 있었지만, ˝칼라지˝는 불법 체류자였다. ˝칼라지˝는 언제 추방되더라도 이상할게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보면서 ˝나˝를 다잡을 수 있었다. 만약 종합시험에서 한번 더 떨어진다면 ˝나˝의 미래는 ˝칼라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는 날마다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나는 벼랑 밑을 내려다봐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게는 그 심연을 가릴 담장이나 생울타리가 항상 있었던 반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차이도 있었다. 그는 그 벼랑에서 물러서서 살아나올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벼랑과 나 사이에 그를 세워놓았다. 그는 내 가림막, 내 스승, 내 목소리였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삶이 그의 삶이 었는지도 모르겠다.]  P.96



그래서였는지 ˝나˝는 하버드 대학 관계자 앞에서 ˝칼라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꼭 그가 부끄러웠기 떄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그와의 만남이 ˝나˝의 신분상의 문제로 이어질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부끄러웠던 건 ˝나˝의이기적인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를 부끄러워했고, 그를 부끄러워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속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우리의 공통점이 열악한 경제 형편 말고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게,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저급한 카페에서 어울리기 좋아하는 극빈자 정체성뿐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P.303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라지˝는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칼라지˝는 아마 ˝나˝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든 부끄러움과 잘못까지도 이해해주는 사람이었다. ˝나˝가 말하지 않더라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알아서 자리를 피했고, ˝나˝가 한동안 연락이 없더라도, ˝나˝가 필요에 의해서만 갑자기 연락하더라도 ˝칼라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칼라지의 그 멍한 표정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나를 못 본 척하지 않았다. 그를 못 본 척하는 내 모습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있었다.]  P.319



하지만 ˝나˝는 정작 ˝칼라지˝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나의 안위를 위해서 그를 진심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자주 ˝칼라지˝를 피했다. 2차 종합시험을 통과하고 이제 창창한 미래가 막 열리려고 할 때는 오히려 ˝칼라지˝가 내일이라도 당장 추방되기를 마음속으로 바란적도 있었다. 하지만 ˝칼라지˝는 그런 못난 ˝나˝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것은 눈물의 작별이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울고 싶지도 않았다. 포옹도 싫었고, 야단스러운 약속도 싫었고, 슬픔을 과장하는 피상적인 말도, 비참한 기분도 싫었다. 깨끗하고 태연하게 작별하고 싶었다. 나는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가식적인 인간이었다.]  P.372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매몰차게 ˝칼라지˝를 외롭게 떠나보낸 걸까?

[그가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옥신각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발견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끝까지 그를 찾고 싶어했다. 매사추세츠 대로를 달리고 있거나 브래틀 거리에 주차된 그의 택시를 보면 더 이상 대면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의문들이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  P.381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나의 아들이 하버드 대학생이 되고, 나는 아들게 함께 모교인 하버드를 방문한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시절의 흔적은 나를 추억속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칼라지˝는 잘 살고 있을까? ˝칼라지˝에게 있어서 ‘카페 알제‘, ‘하바드‘ 그리고 ˝나˝는 어떻게 추억될까?

[자네가 날 찾아내서 정말 다행이야. 난 잘 지내, 딸이 둘 있지. 좋은 추억을 갖고 있고, 사랑해..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P.390





<하바드 스퀘어>는 1인칭 주인공인 ˝나˝의 시각으로 글이 진행되어 독자에게는 오로지 ˝나˝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간접적으로 드러난 ˝칼라지˝의 감정에 더 이입하여 책을 읽었다.


주인공인 ˝나˝가 바라본 ˝칼라지˝는 세 발자국 앞서 나가는 운명이었지만, ˝칼라지˝가 바라본 ˝나˝는 아마 닿을 수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절대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칼라지˝는 아마 닮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될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동경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항상 ˝나˝의 부탁을 들어주고 옆에 있고 싶어했던, ˝나˝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려고 했던 ˝칼라지˝의 모습에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다. 눈치가 빠른 ˝칼라지˝는 ˝나˝가 함께 있길 꺼려하는 상황을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다. ˝나˝의 마음이 변했음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칼라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원망하는 말 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게 진짜 동경이고,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버드‘를 떠난 ˝칼라지˝가 다른 곳에서는 행복하길, 그리고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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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칼라지가 주인공에게 가진 동경과 사랑, 주인공이 그에게 가지는 미안한 불편함 … 넘 좋네요 새파랑님 ~ 새파랑님 리뷰 👍015B 노래 어울리고 넘 좋습니다. *^^*

새파랑 2022-03-27 22:47   좋아요 3 | URL
제가 올해 1분기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ㅋ 갠적으로는 <콜미바이유어네임> 보다는 이 책입니다 ㅋ 너무 쿨한 ˝칼라지˝의 마지막이 인상적이었어요~!!

singri 2022-03-27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 일단 리뷰만으로 천천히 읽고 싶을 책이네요.

새파랑 2022-03-27 23:03   좋아요 2 | URL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브로맨스? 😅 아마 읽으시면 좋아하실거라 확신합니다 ^^

레삭매냐 2022-03-27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드레 애시먼 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화자가 칼라지에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
럼을 소설에서 아주 잘 잡아냈
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소설이 <콜 미~>보다
더 좋았습니다.

역시 책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새파랑 2022-03-27 23:06   좋아요 4 | URL
레삭매냐님이 왜 천천히 아껴 읽으셨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ㅋ 이건 소설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안드레 애시먼 다른 책들을 더 찾아 읽어야할거 같아요 ^^

청아 2022-03-27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15B 노래가 소설과도 잘 어울리네요!ㅋㅋㅋ칼라지 너무 매력있었죠~♡ 칼라지가 눈물까지 보였는데ㅠ 다 읽고나서 마치 내 추억인듯한 착각에 빠지더라구요ㅋ^^*

새파랑 2022-03-27 23:08   좋아요 2 | URL
칼라지가 지원만 받았더라면 하버드 수석 입학 졸업 했을거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ㅋ <하버드 스퀘어>랑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으실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 요새 이작가님 덕분에 015B 음악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ㅋ

얄라알라 2022-03-27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플친님들께서 진작부터 리뷰 올려주시었던지라 줄거리를 대강 안다 생각했는데, 새파랑님의 ˝본격적˝ 분석 리뷰 접하니 작품이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새파랑님 말씀처럼 <하버드 스퀘어>랑 비슷한 경험, 소설 읽으면 더 확실히 ˝네. 있어요.˝할 수 있겠습니다

새파랑 2022-03-27 23:21   좋아요 3 | URL
제가 줄거리 요약이 좀 약해서(?) 나름 제 맘대로 써봤습니다 ㅋ 이 책은 다읽고 나서 24시간동안 다른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 사랑이야기는 아니고 친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너무 좋아요 ㅋ

페넬로페 2022-03-27 23: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칼라지가 느꼈을 외로움,, 섭섭함같은 감정들이 다시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읽은 책은 어떤 리뷰를 읽어도 좋습니다.
소설을 다시 읽는 느낌도 들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네요.
칼라지가 쿨한 만큼 그의 아픔이 더 컸으리라 생각되니 좀 쓸쓸하네요^^

새파랑 2022-03-28 08:5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리뷰가 너무 와닿았습니다~!! 저도 읽은 책 리뷰를 보면 너무 좋더라구요 ^^ 칼라지가 보여주는 밝은 모습이 그의 불안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ㅜㅜ

coolcat329 2022-03-28 0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리뷰는 꽤 읽어서 이젠 줄거리 거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파랑님 글 읽으니 칼라지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 생각도 드네요.
1분기 이 책이 가장 좋으셨다니 오 그정도이군요!

새파랑 2022-03-28 10:00   좋아요 4 | URL
1인칭 주인공 시점 책이어서 실제 칼라지의 마음이 저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ㅋ의외로 단순한 사람일지도? 😅 여러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쿨캣님께 강력 추천 합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윤종신 목소리가 들리지? 했더니 피처링했네요^^
015b는 유명한 노래밖에 모르긴 하는데 좋아해요. 분위기~♡

새파랑 2022-03-28 15:51   좋아요 2 | URL
요 노래는 21세기에 나와서 잘 모르실수도 있어요 ㅋ 저도 6집 이전까지만 즐겨듣는데 이 노래는 좋더라구요 ^^

희선 2022-03-29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칼라지처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군요 자신이 못하는 걸 다른 사람이 하면 부럽죠 칼라지는 ‘나’가 어떤 마음인지 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다니... 좋은 사람이네요 그러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저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는 원망할 것 같아요 ‘나’뿐 아니라 칼라지가 제 마음속에 다 있는 듯하네요 칼라지하고는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희선

새파랑 2022-03-29 12:19   좋아요 2 | URL
원망이 조금은 있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겉으로 티는 안낸 거겠죠? 저도 원망 반 체념 반 일거 같아요 😅
 

역시 하루키의 작품은 다시 읽어도 좋다.




일상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익이든 좌익이든 위선이든 위악이든 별 대단한 차이는 없었다. - P11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소망이 있구나, 나는 생각했다. 그때까지 나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동기로 지도를 만드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라는 말을 할때마다 더듬는 인간이 국토지리원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 말을 더듬기도 하고 안 더듬기도 했지만, ‘지도‘라는 말이 나올 때만큼은 백 퍼센트 확실히 더듬었다. - P15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을 말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투명했다. 그녀의 눈이 이렇게 투명하다는 것을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조금 신비한 느낌이 드는 독특한 투명감이었다. 마치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 P21

"요즘 계속 그래. 정말말을 잘 못하겠어. 무슨 얘길 하려고 하면 항상 엉뚱한 말만 떠올라. 엉뚱하거나, 완전히 반대거나.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하면 이상하게 더 혼란스러워져서 엉뚱한 말이 나오는 거야. 그러다 보면 처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려. 마치 내 몸이 두 개로 나뉘어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한가운데 아주 굵은 전봇대가 서있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 제대로 된 말은 언제나 또하나의 내가 갖고 있고, 나는 절대로 쫓아가질 못해. - P25

"누구에게나 많건 적건 그런 느낌은 있어." 나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종종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초조해해." - P25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내 안에 무언지 모를 부연 공기 같은 것이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공기는 또렷하고 단순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나는 그 형태를 말로 바꿀 수 있다. 이런 말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 P29

여자와 자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어째서 그와 자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묻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몸에서 손을 떼고 등을 돌린 채 창밖의 비를 바라보았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 P39

나는 그녀의 이 편지를 몇백 번이나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한없이 슬퍼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내 눈을 말끄러미 바라볼 때 드는 느낌과도 같은, 어찌할 바 모르는 슬픔이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어디로 가져갈수도, 어디에다 넣어둘 수도 없었다. 그것은 바람처럼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 걸칠 수조차 없었다. 풍경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내 귀까지 닿지 않았다. - P42

그녀는 처음부터 나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기혼이었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이니 가정이니 수입이니 하는 것은 발 크기며 목소리 톤이며 손톱 모양과 같이 순수하게 선천적인 것이라고 믿는듯했다. 요컨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 P51

"가끔씩 헛간을 태운답니다."

그가 말했다.

"뭐라고?" 내가 물었다. 잠깐 멍하니 있었던 탓에 잘못 들은 것 같아서였다.

"가끔씩 헛간을 태운답니다." 그가 반복했다. - P64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다섯 개의 헛간 앞을 달린다. 우리집 근처의 헛간은 여전히 한 곳도 불타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헛간이 탔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또 12월이 오고, 겨울새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 밤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나는 불에 타 허물어지는 헛간을 생각한다. - P80

"그러나 이걸로 끝난 건 아냐." 난쟁이는 말을 이었다. "넌 몇번이고 이길 수가 있어. 그러나 지는 건 단 한 번이야. 네가 한 번지면 모든 것은 끝난다. 그리고 넌 언젠가 반드시 진다. 그걸로 끝이야. 알겠어? 나는 그걸 계속 기다릴 거야."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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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27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딧불이는 이 책 이전의 책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때 읽었던 책 제목은 잘 모르겠네요.
이 책도 나온지 조금 된 것 같아서 보니까 2014년... 시간이 너무 빨라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3-27 22:4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아주 예전에 읽고 가볍게 읽으려고 다시 꺼냈는데 너무 좋네요 ㅋ 이런 단편 더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scott 2022-03-28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단편들(초 중기 작)
일본 중딩 교과서 수록 될 정도로 명작!^^

새파랑 2022-03-29 06:19   좋아요 0 | URL
역시 국민작가 하루키! 초기작들 좋은거 같아요 ^^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 P11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 P12

쉽게 얻은 건 쉽게 잃게 마련이야. 애니는 그렇게 말했고, 그건 진담이었다. 훗날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마음 한구석으로 관계가 그렇게 쉬울 수 있다는 데, 굳이 더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데 나의 일부는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던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 P80

"하지만 사람이 너무 똑똑하면, 스스로를 미치게 만들어버리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 P83

마거릿은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 P109

"난 당신이 미스터리한 여자가 되길 바라진 않아. 그건 별로일 것 같아, 그래봤자 허세나 게임이고, 남자를 꼬드기는 기술일 뿐이야. 혹은 그 미스터리라는 게 여자 자신에게도 미스터리일 텐데, 그건 최악이지." - P110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그래.‘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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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26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전에 나온 표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 책의 표지도 예쁘네요.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27 08:38   좋아요 1 | URL
표지랑 내용이 약간 매치기 안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서니데이님 일요일도 즐겁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3-27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를 갖고 있는데 읽지 못했어요.
어제인가 오디오북으로도 나왔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만원쯤? 비싸더라고요. 시간은 겨우 6시간이 넘을 뿐인데 말이죠. 10시간 넘는 오디오북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거든요.

오만과 편견은 두 번 읽었어요. 오래된 책이라 누런 채로 책장에 꽂아 있을 것 같네요.^^

새파랑 2022-03-27 13:08   좋아요 0 | URL
책이 별로 안두껍고 안어려워서 그냥 읽으셔도 될거 같아요 ㅋ 그런데 호불호가 있을거 같아요 😅

좋은 작품은 두번 이상 읽어야나 봅니다 ^^
 

다 읽고 이렇게 여운이 남는 책을 오랜만에 읽은것 같다. 정말 좋다.

나는 칼라지의 그 멍한 표정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나를 못 본 척하지 않았다. 그를 못 본 척하는 내 모습을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있었다. - P319

나는 심지어 내 환상 속의 파리에 넌덜머리가 났고, 내가 쌓은 장벽에,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내 진짜 얼굴에 대한 갈망에, 내가 불화하는 것은 가면이 아니라 내 진짜 얼굴이라는 생각에 넌덜머리가 났으며, 사실은 내 진짜 얼굴이란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넌덜머리가 났다. 내가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넌덜머리가 났다. - P332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것은 눈물의 작 별이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울고 싶지도 않았다. 포옹도 싫었고, 야단스러운 약속도 싫었고, 슬픔을 과장하는 피상적인 말도, 비참한 기분도 싫었다. 깨끗하고 태연하게 작별하고 싶었다. 나는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가식적인 인간이었다. - P372

그가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옥신각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발견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면서도 끝까지 그를 찾고 싶어했다. 매사추세츠 대로를 달리고 있거나 브래틀 거리에 주차된 그의 택시를 보면 더 이상 대면하고 싶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의문들이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났다 - P381

우리가 차에 올랐을 때, 그가 나를 집까지 태워다주었을 때, 혹은 어느 날 밤늦게 브루클린에 사는 여자와 자고 싶어 안달이 난 나를 브루클린까지 태워 주었을 때, 나는 항상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언젠가는, 어쩌면 케임브리지를 떠나기 몇 주 전에라도 그의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걸 잊었다. 그리고 그 택시는 사라졌다. 그리고 나도 사라졌다. - P382

자네가 날 찾아내서 정말 다행이야. 난 잘 지내, 딸이 둘 있지. 좋은 추억을 갖고 있고, 사랑해..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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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파이 2022-03-25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 정말 좋네요. 홀린 듯이 읽을책 리스트에 올렸어요!!

새파랑 2022-03-26 08:42   좋아요 2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 2022년 제가 읽은 책 중 가장 좋은 책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

청아 2022-03-26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올해의 책‘이예요!! ^^*

새파랑 2022-03-26 13:00   좋아요 1 | URL
이책 너무 감동이었어요~!! 리뷰도 아껴쓰고 싶어서 아직 안쓰고 있어요 ^^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책입니다 😄

페크pek0501 2022-03-27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으신 책 중에서 한 권만 뽑는다면 어떤 책인가요?
워낙 많이 읽으시니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새파랑 2022-03-27 13:06   좋아요 2 | URL
제가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좋았어요 ㅋ 게다가 올해 출판된 신작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