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몰입하면서 감명깊게 읽은 시집은 처음이었다. 평생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시집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몸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홀로 즐겼을 생각
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은밀한 성욕과 슬픔
어느 한때 분명 쓸모가 있었을 저 어깨의 근육

아무도 모른다, 저 홀로 없어진 구름은
처음부터 창문의 것이 아니었으니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그 넓고 큰 방에서 서기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나를 끌고 다녔던 몇 개의 길을 나는 영원히 추방한다. 내 생의 주도권은 이제 마음에서 육체로 넘어갔으니 지금부터 나는 길고도 오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내가 지나치는 거리마다 낯선 기쁨과 전율은 가득 차리니 어떠한 권태도 더 이상 내 혀를 지배하면 안 된다.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법칙들을 숨기고 있는가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언제나 뒤늦게 온다,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이미 늦은 것이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깨지 못하는 꿈은 꿈이 아니다. 미리 깨어 있는 꿈은 비극이다.
포도 위에 고딕으로 반사되는 발자국마다
살아 있다. 살아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희미한 음향을
듣는가 자네 아직도 꿈꾸며,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걸어갔다.

희망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들 청춘이란 말없음표 몇 개로 묶어둔 모포처럼 개어둔 몇 장 슬픔 아니던가
많은 기다림의 직립과 살아 있지 않음들 또한 땅에 묻히리라 잊혀지리라
가끔씩 낯선 시간 속에서 뒤늦게 폭발하는 불발탄의 기억에 매운 눈물 흘리며
언젠가는 생을 낙오하는 조준선 위로 떠오르는 몇 소절 누군가의 후렴에 눈살 찌푸리며 따라 일어설 추억들이란 간직할 것이 못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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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30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다 하셔서 누구지? 했는데, 기형도 시집이었네요.
새파랑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31 06:49   좋아요 1 | URL
전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정말 좋네요 ㅋ 시가 이렇게 좋다는데 대해 깜짝 놀랐습니다 ^^

모나리자 2022-04-01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들이 가득하네요.
너무 빨리 떠나 시인.. 지금도 엄청나게 사랑받고 있는데 살아 생전에 이렇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좋은 시는 독자들이 알아보나 봅니다.
저도 기형도 시인의 시집 읽어봐야겠네요.^^

새파랑 2022-04-01 16:30   좋아요 1 | URL
제가 시집을 잘 못읽는데 이 시집은 정말 좋더라구요 ㅋ 간만에 성공한 시집이었어요~!@
 
운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0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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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50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그런데 만약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 그 말은 우리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 문장을 만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젊은 시절의 작가가 독일에 대한 원망 보다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쓴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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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30 1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문장 가볍게 넘겼었는데 지금 읽어보고 이해했네요. 이 책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문장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100자평의 힘ㅎㅎ ^^*

새파랑 2022-03-30 10:07   좋아요 4 | URL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백자평으로 썼어요. 책을 읽자마자 리뷰를 써야된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전 이 문장을 미니님 리뷰 보고 너무 인상깊어서 이 책을 읽었어요 ^^

그레이스 2022-03-31 07:4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문장 좋네요
저는 읽자마자 바로 리뷰 못써요 😢

새파랑 2022-03-31 10:22   좋아요 1 | URL
읽은책은 다 리뷰를 쓰려고 하다 보니까 시간이 쫌만 지나면 리뷰쓸께 쌓이더라구요 😅

mini74 2022-03-30 10: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00자평이 이렇게 완벽할수가 ㅎㅎ 어떤 문장을 만나고 싶어 책을 읽는다는거 왜 이리 낭만적으로 느껴지는지 ㅎㅎ 새파랑님 👍

새파랑 2022-03-30 11:00   좋아요 4 | URL
이게 다 미니님의 리뷰 때문입니다~! 저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

페넬로페 2022-03-30 1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유가 있다면 운명은 없다!
좋은 말이고 새겨야 할 문장 입니다^^

새파랑 2022-03-30 12:24   좋아요 5 | URL
저 문장 너무 좋았어요 ㅋ 앞으로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거 같아요 ^^

coolcat329 2022-03-31 10: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문장 캘리그라피 책갈피로 만들어 코팅했어요. 언제 기회되면 보여드릴게요😉

새파랑 2022-03-31 10:23   좋아요 4 | URL
와우 ㅋ 쿨캣님 캘리그라피도 하시는군요. 너무 멋지십니다 ^^ 구경하고 싶어요~!!

coolcat329 2022-03-31 10:32   좋아요 3 | URL
아니 제가 한 건 아니구요. 동네 도서관에서 해줬습니다. ㅋㅋ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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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9

하루키 좋아하나요?

(봄날의 곰을 좋아하나요를 변형해 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두명의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난 "무라카미 하루키"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를 꼽겠다. 만약 한명의 작가를 꼭 꼽아야 한다면? 그건 불가능 하다. 그때는 차라리 "필립 로스"라고 해야겠다.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일단 가장 부담없이 아무 책이나 꼽아서 읽을 수 있는 작가는 "하루키"가 확실하다. 이번주에 멀리 갈 일이 있어서 가방속에 넣고 나갈 세권의 책을 골랐는데, 그 중 하나가 "하루키"의 <반딧불이>였다. 특별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루키"의 작품이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전까지 이 책을 두번은 읽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그럼 이번이 삼독인 작품이다.





<반딧불이>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역시 가장 좋은 단편은  표제작인 <반딧불이>이다. 이 단편은 "하루키"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노르웨이 숲>의 초창기 단편 버젼이다. <노르웨이 숲>과 아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단편만의 임팩트가 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을 말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투명했다. 그녀의 눈이 이렇게 투명하다는 것을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조금 신비한 느낌이 드는 독특한 투명감이었다. 마치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P.21



<반딧불이>에서 '반딧불이'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하루키"는 왜 갑자기 '반딧불이'를 등장시킨 걸까? 아마 결코 닿을 수 없는,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그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반딧불이'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의 이 편지를 몇백 번이나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한없이 슬퍼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내 눈을 말끄러미 바라볼 때 드는 느낌과도 같은, 어찌할 바 모르는 슬픔이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어디로 가져갈수도, 어디에다 넣어둘 수도 없었다. 그것은 바람처럼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 걸칠 수조차 없었다. 풍경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내 귀까지 닿지 않았다.]  P.42





그 다음으로 좋은 단편은 <헛간을 태우다> 이다. <헛간을 태우다>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과 동일한 제목인데, 내용은 다르다고 한다. 내가 아직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을 태우다>를 안읽어봐서 어떤면에서 다른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미국식 헛간과 일본식 헛간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아직 한편밖에 안읽어 봤는데(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이번 기회에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을 태우다>를 읽어봐야 겠다.

[그녀는 처음부터 나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나는 기혼이었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이니 가정이니 수입이니 하는 것은 발 크기며 목소리 톤이며 손톱 모양과 같이 순수하게 선천적인 것이라고 믿는듯 했다. 요컨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P.51



<헛간을 태우다>를 다 읽고 나서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그녀의 남자친구)가 마지막으로 태운 헛간은 어느곳에 위치한 헛간이었을까? 그가 태운건 헛간이 아니라 여자친구인 그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위기가 왠지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아직도 매일 아침 다섯 개의 헛간 앞을 달린다. 우리집 근처의 헛간은 여전히 한 곳도 불타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헛간이 탔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또 12월이 오고, 겨울새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 밤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나는 불에 타 허물어지는 헛간을 생각한다.]  P.80





나머지 네편의 단편은 나에겐 재미있었지만, 위에 소개한 두 작품에 비해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하루키"의 필력과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작가가 '장님 버드나무'나 '코끼리 공장' 같은 것을 소재로 글을 쓸수 있을까? 이래서 "하루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호불호가 극명히 나눠지긴 하겠지만.


하루키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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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3-30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가 참 작품을 많이 썼네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하루키옹이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헛간을 태우다~~
두 작품 비교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3-30 06:17   좋아요 4 | URL
하루키 작품을 다 모으고 싶은데 너무 많아서 못모으겠어요. 출판사도 다양하고 ㅋ <헛간을 태우다> 요건 <버닝> 이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도 하던데 전 아직 못봤어요 😅

희선 2022-03-30 0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작가가 많으니 한사람만 말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두사람도... 작가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건 작가도 좋아하는 걸지... 다른 단편은 봤는데 여기 실린 단편은 못 봤네요 하루키 상상력을 생각하고 보면 괜찮을 듯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3-30 06:19   좋아요 4 | URL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에요. 희선님은 일본문학 좋아하시니까 이 책도 분명 좋아하실거 같아요 ^^ 좋아하는 한가지만을 꼽는건 어렵습니다~!!

독서괭 2022-03-30 07: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군요. 하루키와 도스토예프스키는 제 느낌으로는 결이 많이 달라 보이는데, 이 둘을 꼽으시니 흥미롭습니다!
전 하루키는 소설 두 권 읽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이네요.

새파랑 2022-03-30 08:01   좋아요 5 | URL
갠적으로는 에세이 보다는 장편 소설을 추천합니다 ^^ 전 소설이 더 좋더라구요 ㅋ

거리의화가 2022-03-30 0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삼독한다는 건 역시 새파랑님께 의미있는 책이여서겠죠. 저는 하루키 책이 어렵더라구요. 오히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더 저에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주 날씨가 참 좋습니다^^ 좋은 날 책과 함께 하시는 길이 즐거울 듯해요. 저도 떠납니다^^ㅎㅎ

새파랑 2022-03-30 09:37   좋아요 4 | URL
도스토엡스키가 전 더 어렵던데 ㅋ 드디어 여행을 떠나시는군요 ^^ 책과 함께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3-30 0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저랑 취향이 같으시군요!
저도 하루키 도스토옙스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새파랑 2022-03-30 10:08   좋아요 4 | URL
역시 같은 취향이시군요 ^^ 일단 믿고 읽는 두 작가입니다~! 전 자매품 체호프, 필립 로스, 소세키도 있어요 😆

청아 2022-03-30 0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에서 두 작품이 가장 좋았는데 반갑네요ㅋㅋㅋ게다가 삼독이시라니 역시 새파랑님은 진정한 하루키 마니아!!👍 발췌문 읽어보니 저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영화를 먼저 봤는데 역시 소설이 더 재밌어서 놀랐던거 같아요.^^*

새파랑 2022-03-30 10:11   좋아요 4 | URL
역시 미미님도 저랑 같은 취향 이시군요~!! 영화를 벌써 보셨군요 ㅋ 그때 유명했던거 같은데 전 볼 생각을 못했어요 😅

전 영화보단 소설파~!!

mini74 2022-03-30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네! 네 ! 하루키 무진장 좋아합니다 ㅎㅎㅎ 저도 헛간을 태우다 좋아해요. 근데 저는 하루키 에세이에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은근히 웃긴거 같아요 작가님 ㅋㅋ

새파랑 2022-03-30 11:05   좋아요 5 | URL
미니님은 역시 유머가 풍부하셔서 재미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군요 ㅋ 전 좀 비극적인걸 좋아해서 에세이보다는 소설? 😅

stella.K 2022-03-30 1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독자는 작가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둘을 서로 부딪혀 놓고 최후엔 다른 한 사람을 선택하는
간신배 같은 전략!
무덤에서 도 슨상님이 다시 일어나시지 않을까요?ㅋㅋㅋ
하루키는 저에겐 참 묘한 작가죠. 가까이 하기엔 넘 멀고
멀다고 하기엔 애매한. 한마디로 확 좋아할 수 없는 작가랍니다.ㅠ

새파랑 2022-03-30 12:01   좋아요 5 | URL
하루키도 호불호가 크더라구요 ㅋ 그래도 최근에 가장 많이 읽은게 필립 로스여서 차선책으로 선택했습니다 ^^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 큰일이에요 ㅎㅎ

라로 2022-03-30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을 쓰는 하루키를 제외하면 다 좋아해요. 하루키 소설은 제게 잘 안 맞더라구요. 매번 실패. 하지만 수필이나 음악 등등은 매우 좋습니다.^^

새파랑 2022-03-30 17:38   좋아요 3 | URL
저랑 반대시군요 ㅋ 전 하루키 소설파 입니다~!! 이번 LP책 읽는데 전 읽기 힘든거 같아요 ㅋ 팬심으로 꾸역꾸역 읽는 중입니다 😅

레삭매냐 2022-03-30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춘수쌤 팬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읽고
있답니다.

그래도 역시나 팬은 아니
라고 말하고 싶습니닷!!! ㅋㅋ

새파랑 2022-03-30 17:39   좋아요 3 | URL
책은 다 좋아하시는 레삭매냐님은 진정 책쟁이가 맞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3-31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라색 병, 노란색 뚜껑과 반딧불이 뭔가 색이 전하는 의미가 있을듯요^^

새파랑 2022-03-31 10:24   좋아요 2 | URL
뭔가 복분자(?) 병 같은 느낌이 드는데 ㅋ 하루키가 보라색을 좋아해서 그럴까요? 제가 한번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동안의 홀로코스트와는 다른 느낌이 작품이다.


"입맛이 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의 손이 닿자 처음으로 뭔가가 내 목구멍을 확 막아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슬퍼서 울 때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구토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아빠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나쁜 생각이었지만 다른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을 정도로 그 느낌이 분명했다. 그 순간 나는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잠시 후 거의 울 뻔했지만 손님들이 와서 그럴 수도 없었다. - P21

예컨대 아저씨가 근심 걱정 없는 행복한 유년 시절이라고 명명한 내 인생의 특정한 시기가 오늘 이 슬픈 날로써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26

아침에 가장 먼저 새엄마가 내게 한 요청 때문에 내가 어느 순간엔가는 무조건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유야 어떻든 눈물을 흘린 것은 결국 잘한 일이었다. 아빠가 눈물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흡족해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아빠가 가서 자라며 나를 들여보냈다. 나는 무척 피곤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최소한 그날 하루만큼은 불쌍한 아빠가 좋은 기억을 가진 채 노동 수용소로 떠나게 한 듯싶다. - P33

몇몇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여정의 종착지에 ‘숲 속 호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이 마르거나 더울 때 이 이름의 뜻이 그 자체로 하나의 약속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견뎌 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붙인 이름일 것이다 - P82

혹시 지역 이름이 쓰인 간판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첫 햇살이 들자 기차 진행 방향에 있는 건물의 좁은 측면 지붕 아래에 붙어 있는 간판 위 두 단어가 보였다. 나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라고 소리 내어 읽었다. - P86

각자 다 일을 해야 하고, 지친 것처럼 보여도 안 되고 병들어 보여도 안 돼. - P89

나는 그들이 전혀 위험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은 편하게 종대 앞쪽과 뒤쪽을 걸어 다니고 기둥을 따라 순찰했으며 질문에 답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우리 중 몇몇 사람의 등이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려 주기도 했다. - P94

"군인에게 있어 첫 번째 법칙은 오늘 주는 것을 다 먹으라 는 거야. 내일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지." - P116

아무리 촘촘한 감옥 벽도 상상의 날개를 제한하지는 못한다는 말을 나는 들은 적이 있고 실제로도 체험했다. 유일한 문제라면 상상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현실에서 멀리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신속하고 적절하고 확실하게 내가 처해 있는 현실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 P171

아무리 강제 수용소에 있어도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람을 깨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71

"우선 그 끔찍했던 일들을 다 잊어야 한다."

내가 좀 놀라며 물었다.

"왜 그래야 하죠?"

그가 대답했다.
"그래야 네가 살아갈 수 있거든."

플레이슈먼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이번에는 슈테이네르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역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 짐을 지고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단다." - P277

그래서 과거에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인데 내 기억에 대고 명령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새로운 삶이란 내가 다시 태어나거나 정신이 손상을 입거나 병에 걸리거나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 P278

나는 항상 이전의 삶을 이어 갈 뿐 결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는 없다. 나는 다른 길이 아닌 주어진 나의 운명 속에서 끝까지 정직하게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 P281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그런데 만약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 그 말은 우리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 P282

나는 틀림없이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극복하지 못할 불가능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아갈 길 저만치에 행복이 피해 갈 수 없는 덫처럼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 P284

사람들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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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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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분기 때 읽은 가장 좋았던 책.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지만, 다시 꺼내보고 싶은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과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아름다움과 아쉬움이 가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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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28 11: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아쉬움에 더 방점을 찍고
싶더라구요.

새파랑 2022-03-28 11:36   좋아요 4 | URL
주인공이 칼리지와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던게 정말 아쉽더라구요. 그렇게 하고 나서 하는 후회와 안도의 모습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어요 ~!

singri 2022-03-28 1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콜미~작가였군요 아아

새파랑 2022-03-28 15:46   좋아요 2 | URL
콜미랑 방향(?)이 좀 많이 달라요 ㅋ 콜미가 좋으셨다면 이 작품도 좋으실거고, 싫으셨다면 반대이기 때문에 좋으실 수도 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3-28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으셨다니 살짝 기대가 됩니다

새파랑 2022-03-28 15:46   좋아요 3 | URL
다른분들도 많이 좋아하셔서 기대하셔도 좋을거 같아요 ^^

라로 2022-03-28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사 놓고,,,, 읽어야 하는데 글자가 너무 작아서리,,ㅠㅠ

새파랑 2022-03-28 15:53   좋아요 3 | URL
라로님은 원서로 읽으셔도 되실거 같은데 ^^ 너무 좋아서 계속 읽게 되는 책입니다~ 감동이었어요 😆 전 오늘부터 하루키 LP 에세이를 읽어보겠습니다 ^^

라로 2022-03-28 17:34   좋아요 4 | URL
그렇잖아도 원서로 샀는데 글자가 넘 작아요. ㅠㅠ

새파랑 2022-03-28 18:08   좋아요 3 | URL
앗 ㅜㅜ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던데 글자좀 크게 출판하지 ㅜㅜ

바람돌이 2022-03-28 16: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가장 좋은 책이라는게 결론이죠? 이 작가의 에세이 아웃 오브 이집트가 저는 좀 안맞아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2-03-28 16:33   좋아요 5 | URL
요 작품은 정말 좋았습니다 ㅋ 베스트셀러가 안된게 신기한 작품입니다 ^^

mini74 2022-03-28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좋았던 책, 저도 이 책 좋아서 아웃오브이집트 읽었는데 ㅠㅠ 이 책만큼 좋지는 않았어요. ㅎㅎ

새파랑 2022-03-29 06:21   좋아요 3 | URL
이집트는 별로군요 ㅎ 작가의 모든 작품이 다 좋기는 힘든가 봐요 😅

서니데이 2022-03-28 2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좋아하는 분들 많으신 것 같아요. 알라딘 서재에서도 인기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29 06:22   좋아요 4 | URL
서재에서는 인기가 많은데 그만큼은 안팔린 느낌이 듭니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