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and Fear :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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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56 예술이 왜 힘든지, 그럼에도 왜 계속 창조의 노력을 계속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 "두려움은 뒤를 돌아볼 때나 앞을 내다볼 때 생긴다.", "머릿속의 시는 언제나 완벽하다. 문제는 그것을 글로 옮기고자 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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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6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려울 것 같아 고민중인데 새파랑님 글 보니 읽고싶고 갈등 중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2-04-16 09:36   좋아요 1 | URL
제가 이런 예술 에세이(?) 쪽을 잘 안읽어봤지만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ㅋ 읽는데 두시간 걸렸어요 ㅋ

다만 제 취향이 아니다보니 리뷰 쓰긴 힘들어서 그냥 백자평으로 ^^

미니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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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55

"당신은 언제까지나 침묵을 지키셨지만, 당신은 언제까지나 침묵하실 수는 없으실 것이다.


너무나 믿었었기에 실망과 절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왜 신은 자신을 믿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고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걸까?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포루투갈의 사제 "로드리고"가 포교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서 겪게되는 내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교이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카톨릭에 대한 내용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로드리고"의 고통을 함께했다. 마치 내가 낯선 땅에 홀로 서있는 "로드리고"가 된 느낌이었다.



어느날 로마 교황청에 포루투갈 예수회의에서 일본에 파견한 신앙이 깊었던 "페레이라" 신부가 고문에 굴하여 배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의 성품을 알고 있었던 세명의 젋은 사제는 이 소식을 믿을 수 없었고, 일본의 꺼져가는 신앙의 빛을 다시 밝히기 위해 일본으로 도항을 결심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의 밀항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성공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는 지금 사제를 잃고 길을 잃은 신도들이 한 무리의 어린 양들처럼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그 신앙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서라도 누군가가 가야만 합니다."]  P.22



우연히 그들은 카톨릭을 믿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도모기 마을'로 처음 잠입하게 되고, "로드리고"와 "가르페" 사제는 마을사람들의 믿음을 계속 이어나가게 해준다. 하지만 카톨릭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숨겨야만 했고, 사제들에 대한 색출 역시 극에 달했기에 두명의 사제는  산 속에서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두명의 사제는 자신들의 존재가 마을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는 점을 뿌듯해 했고, 자신들은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마저 갖는다.

[인간이란 묘한 것이어서, 타인은 어쨌든 간에 자기만은 어떤 위험에서도 모면될 수 있다고 마음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먼 곳을 바라보며 그곳에만은 희미한 태양이 비치고 있을 언덕을 상상할 때처럼.]  P.56



하지만 '도모기 마을'에 사제가 잔입을 했고, 마을 사람들이 카톨릭을 믿는다는 사실이 세어나가게 되어 마을 사람들은 조사를 받게 된다. 그렇게 색출된 사람은  고문을 받고, 고통스럽게 죽는다. 이른바 순교한다.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 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P.85

[순교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순교일까요? 저는 오랫동안 성인전에 쓰인 그런 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이렇게 보고하고 있는 일본 신도의 순교는 그와 같은 혁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P.93



결국 두 명의 사제는 자신들의 존재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도모기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교라는 목표를 버릴 수 없었고, 함께 있기보단느 서로 헤어져서 각자 포교의 임무를 하기로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것들을 참아야 했던가. 이 낯설고 황폐한 동양의 땅까지 우리는 어떻게 도착했던가."]   P.31



카톨릭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리고 사제라는 자신의 존재 때문에 많은 신도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 "로드리고" 사제는 이러한 비극에 침묵하는 하나님에 대한 존재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것은 무서운 상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무기둥에 묶여 파도에 씻긴 모키치나 이치소우의 인생은 얼마나 익살스러운 연극인가. 많은 바다를 건너 2년의 세월을 보내며 이 나라에 다다른 선교사들은 또 얼마나 우스운 환영을 계속 뒤쫓은 것인가.]  P.106



하지만 "로드리고" 사제는 얼마 안되어 잡히게 된다. 하지만 "로드리고" 사제는 바로 처형받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일본 서민들이 암암리에 카톨릭을 믿고 있었고, 이러한 믿음을  근절시키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제의 죽음이 아닌 사제의 배교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사제의 배교를 위해 일본의 관리들은 "로드리고" 가 보는 앞에서 카톨릭을 믿는 일본인 신자들을 하나 둘씩 죽인다. 일본의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배교를 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그들은 배교를 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죽는다. 순교한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나님이 없다면 수없이 바다를 횡단하여 이 작은 불모의 땅에 한 알의 씨를 가져온 자신의 반생은 얼마나 우스꽝스럽단 말인가. 그건 정녕 희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매미가 울고 있는 한 낮, 목이 잘린 애꾸눈 사나이의 인생은 우스꽝스럽다. 헤엄치며 신도들의 작은 배를 쫓은 가르페의 일생도 우스꽝스럽다. 신부는 벽을 향하고 앉아 소리를 내어 웃었다.]  P.215



하지만 많은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로드리고" 사제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일본인 신도들이 배교 대신 순교를 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절대 배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거짓 믿음으로 자신을 희생할 수 없다. 자신이 두 눈으로 본 농민들, 비참한 순교자들, 저 사람들이 만약 구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 어째서 안개비 내리는 바다속으로 돌덩이마냥 가라앉아 갈 수 있었을까?]  P.239



하지만 자신의 스승이었지만 현재는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고, 그러한 스승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 선교사들을 배교하게 만들었던 일본인 "이노우에"를 만나고 나서부터 신에 대한 믿음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신부, 당신 때문에 말이오, 당신이 이 나라에 당신 멋대로 자기 꿈을 억지로 실현시키려 해서, 그 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괴로움에 빠졌는지 생각해 봤소? 보시오, 피가 또 흘렀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사람들의 피가 또 흘렀단 말이오."]  P.210

["너는 그들을 위해 죽으려고 이 나라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너 때문에 저 사람들이 죽어 간단 말이야."] P.212



결국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던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 처한 "로드리고" 사제 역시 자신 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신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배교할 수 밖에 없었고, 배교의 증거로 성화를 밟는다. 신도가 죽어감에도, 나의 고통과 기도에도 언제나 응답하지 않는, 침묵하는 하나님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배교한 것은 말야, 듣고 있나? 들어 주게나. 그 뒤, 여기 구덩이에 넣어진 뒤 들렸던 저 소리에, 하나님이 무엇 하나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P.261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한 사람의 믿음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느껴야 했던 외로움, 갈등, 절망, 체념의 내적 갈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고통과 침묵 속에서도 결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는 로드리고의 마지막 모습에서, 한번 믿기 시작하면 이를 버지리 못하는 인간의 숭고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다.

Ps. 이 책이 주는 메세지와 무게감은 엄청나다. 또 하나의 인생책을 발견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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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6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구를 위한 순교이며 믿음인지 사제들의 고뇌 등 많은 물음들을 던져준 책같아요. 새파랑님 글 읽으니 다시 감동이 밀려옵니다 *^^*

새파랑 2022-04-16 09:30   좋아요 3 | URL
저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ㅜㅜ 읽고 충격받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코고는(?) 소리 부분은 소름끼치더라구요~!

미니님의 리뷰도 다시 보니 좋더라구요 ^^

<깊은 강>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4-16 1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의 작품은 종교적인 내용이지만 그것을 떠나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있는것 같아요. 새파랑님의 인생책으로 등극할 정도로 좋으니 저도 꼭 읽어 보겠습니다.
올려주신 인용문을 보니 이 번역자는 가톨릭의 기본을 잘 모르는 분 같아요.
저는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2-04-16 10:10   좋아요 4 | URL
제가 종교를 잘 몰라서 이렇게 리뷰를 써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

저는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에 집중해서 읽었어요~ 페넬로페님은 이 책 완전 좋아하실거 같아요. 꼭 읽어보세요 ^^

페넬로페 2022-04-16 10:27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절대 리뷰에 대해서 제가 말씀 드린게 아니예요.
그냥 번역자가 좀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바램이었어요
네, 저도 꼭 침묵 읽겠습니다^^

새파랑 2022-04-16 10:35   좋아요 4 | URL
저도 알고 있습니다 ^^ 책의 주제가 좀 무거워서 리뷰 쓰는데 부담이 있더라구요 ㅎㅎ

coolcat329 2022-04-16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으셨군요. 다시 읽어도 또 다른 깨달음과 감동을 줄 작품같아요.
이 책은 특히 크리스천분들이 읽으시면 더 좋을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2-04-16 10:37   좋아요 3 | URL
완전 감동이었습니다 ㅋ 뭔가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많은걸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

독서괭 2022-04-16 14: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쓸쓸하군요? 얼마전 타타르인의 사막도 쓸쓸하다고 하신 것 같은데 새파랑님은 확실히 어두운 내면을 직시하는 소설에 끌리시나 봅니다!

새파랑 2022-04-16 15:22   좋아요 4 | URL
제가 외향적인(?) 편인데 책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겉과 속이 좀 다른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4-16 1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앙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 소설은 충격이죠! 과연 이 신부의 선택이 순교인가? 배교인가?에서부터 신도들의 희생이 과연 가치있는 것이었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이릅니다. 나 혼자만의 신앙고백으로 그치지 않고 관계된 사람들까지의 문제이니....
그런데 우리 인생을 돌아봐도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때를 어떻게 지날까?를 묻게 됩니다.
저는 쓸쓸하다기보다 두렵고 치열했습니다.

그레이스 2022-04-16 19:39   좋아요 3 | URL
김은국의 순교자도 함께 읽고 비교해 보시면 알게 되실겁니다.

새파랑 2022-04-16 21:22   좋아요 3 | URL
엔도 슈사쿠가 카톨릭 신자이고, 종교적인 책을 많이 썼더라구요. 엔도 슈사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썼다면 논란이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 신앙이 없는 저도 이 책이 충격이었어요 ㅎㅎ 김은국의 순교자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청아 2022-04-16 2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흥미진진해서 도중에 멈췄습니다.ㅎㅎ 저도 꼭 읽어볼래요!! ‘마치 내가 낯선 땅에 홀로 서 있는 로드리고가 된 느낌이었다‘ 이 부분 최곱니다 🤗

새파랑 2022-04-16 23:40   좋아요 3 | URL
미미님은 이책 좋아하실거라 확신합니다 ㅋ 더 찾아보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더라구요~!

하버드 스퀘어만큼 이책도 좋았어요. 보니까 두권다 노랑색 표지더라구요 ㅋ 제 아이디를 샛노랑으로 바꿔야 겠어요 ^^

청아 2022-04-16 23:45   좋아요 3 | URL
리암니슨 나온 그 영화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영화도 봐야겠네요. 인생영화,책이 될것같은 느낌ㅎㅎ

샛노랑보다 새파랑이 나을듯합니다^^;

새파랑 2022-04-16 23:55   좋아요 3 | URL
영화 리뷰 찾아봤는데 책 내용이랑 거의 똑같은거 같아요 ㅋ 소설이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 미미님 덕분에 아이디는 안바꾸는걸로 ^^
 

읽은 책들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좋았다. 그런데 최근에 침묵을 읽어서 인지 다소 가볍게 느껴졌다 ㅎㅎ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 좋은 책입니다. 그걸 당신에게 권합니다. - P24

누군가가 나에게 그 책을 권했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 P27

내가 룰렛에 걸고 있는 이 희망이 우스광스럽다지만,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 즉 도박에서 뭔가를 기대하는게 어리석다고 여기는 견해가 내가 보기에는 더 우스꽝스럽다. - P39

「정말, 문학을 공부하시니까 작가들에 대해서는 훤하 시겠어요. 사실은요,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요. 아 자르예요. 가리 말이에요. 『새벽의 약속을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그 책에 홀딱 반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분 책을 다 읽어 치우고 싶지 않아요. 달리 먹을 게 없다는 핑계로 아끼는 고기를 다 구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아자르, 아니 가리를 아세요?」 - P113

츠바이크 책 읽어 보셨어요? 좋은 작갑니다. - P114

그는 질책하는 뜻을 나타내려는 듯, 자기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었다 놓고, 말없이 자리를 뜨더니 다른 책을 한 권 가져왔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였다.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뒤에 붙어 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정말로 읽겠다고 약속했다. 도스토옙스키라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노름꾼을 읽었고, 그 책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던 터이다. 특히 밑줄이 쳐져 있던 구절들을 말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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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4-14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어떤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책을 만나게 되는 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격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새파랑 2022-04-14 19:19   좋아요 2 | URL
ㅋ 침묵이 너무 무겁고 고통스러워서 이 책은 딴세상 이야가 같았어요 ^^

청아 2022-04-14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묵>을 꼭 읽어야겠네요. 이 책을 먼저 읽던지요^^* 고기가 된 로맹가리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4-14 19:19   좋아요 2 | URL
이 책의 주인공이 로맹가리 찐팬이더라구요 ^^ 애정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scott 2022-04-15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 줄 남! 이거슨 새파랑님의 자전적인 스토뤼!^ㅅ^

새파랑 2022-04-16 05:09   좋아요 1 | URL
하지만 전 도서관 책에는 밑줄을 긋지 않습니다 ^^
 

충격적인 책이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다 타버린 그의 믿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누구도 범할 수 없고 누구도 모욕할 수 없는 그 얼굴 모습을 생각하면, 바닷가의 물결이 모래에 조용히 젖어들 듯이 불안도 두려움도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P162

"신부, 당신 때문에 말이오, 당신이 이 나라에 당신 멋대로 자기 꿈을 억지로 실현시키려 해서, 그 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괴로움에 빠졌는지 생각해 봤소? 보시오, 피가 또 흘렀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사람들의 피가 또 흘렀단 말이오." - P210

"너는 그들을 위해 죽으려고 이 나라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너 때문에 저 사람들이 죽어 간단 말이야." - P212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나님이 없다면 수없이 바다를 횡단하여 이 작은 불모의 땅에 한 알의 씨를 가져온 자신의 반생은 얼마나 우스꽝스럽단 말인가. 그건 정녕 희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매미가 울고 있는 한 낮, 목이 잘린 애꾸눈 사나이의 인생은 우스꽝스럽다. 헤엄치며 신도들의 작은 배를 쫓은 가르페의 일생도 우스꽝스럽다. 신부는 벽을 향하고 앉아 소리를 내어 웃었다. - P215

"행복하십니까?"
신부가 중얼거렸다.
"누가 …?"
"당신."
"행복 같은 것은 사람들 각자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다르겠지." - P225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거짓 믿음으로 자신을 희생할 수 없다. 자신이 두 눈으로 본 농민들, 비참한 순교자들, 저 사람들이 만약 구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 어째서 안개비 내리는 바다속으로 돌덩이마냥 가라앉아 갈 수 있었을까? - P239

"내가 배교한 것은 말야, 듣고 있나? 들어 주게나. 그 뒤, 여기 구덩이에 넣어진 뒤 들렸던 저 소리에, 하나님이 무엇 하나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 P261

"교회의 성직자들은 자네를 재판하겠지. 나를 재판한 것처럼 자네도 그들에게서 추방되겠지. 그러나 교회보다도 선교보다도 더 크고 위대한 것이 있어. 자네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 - P266

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형식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긴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 P267

나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최후의 가톨릭 신부이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오늘까지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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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54

˝불안에 쫓겨, 불안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움직여서는 아무리 걸어도, 아무리 걸어도 해결될 리 없다. 평생 해결되지 않는 불안 속을 걸어가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는 열아홉살의 화자인 ‘나‘가 가출을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정확하게 원인이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삼각관계로 인해 혼란을 겪은 부잣집 아들인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선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길을 헤매다가 ˝조조˝라 불리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조조˝는 나에게 ‘갱부‘가 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본다.

[그 흐릿한 세계가 흐릿한 채 널리 퍼져 정해진 운명이 다할 때까지 앞길을 막는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채 멈춘 한쪽 발을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면 그 불안 속에 한 발짝 발을 들여놓는 셈이다. 불안에 쫓겨, 불안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움직여서는 아무리 걸어도, 아무리 걸어도 해결될 리 없다. 평생 해결되지 않는 불안 속을 걸어가는 것이다]  P.20



죽을까도 생각했던 나였기에, 차라리 갱부가 되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가서, 운좋으면 죽을수도 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조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조조˝와 함께 기차를 타고 광산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자신이 거울 앞에 서 있으면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신경 써본들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세상의 규칙 이라는 거울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면 자신이 거울 앞을 떠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P.44



그리고 광산을 가는 도중에 두 사람을 만나는데, ˝조조˝는 두 사람에게도 ˝갱부˝가 되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그 두사람 역시 아무 망설임 없이 ˝조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도 나처럼 삶에 대한 의욕이 없이 죽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혼자가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가니 마음이 편해진다.

[혼자 전락하는 것은 둘이서 전락하는 것보다 쓸쓸한 법이다. 이렇게 분명하게 말하면 실례되겠지만 나는 이 사내를 한 구석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저 함께 전락해준다는 점만이 고마워서 아주 유쾌했다.]  P.92

[만약 죽고나서 지옥에라도 가는 일이 생긴다면 사람이 없는 지옥보다는 반드시 요괴가 있는 지옥을 택할 것이다.]  P.92



그렇게 나는 광산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도쿄에서 내가 보던 사람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삶의 마지막 벼랑끝까지 몰려서 이곳으로 온 사람들. 그들이 바라보는 나는 아직 어리고 순진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내가 결코 갱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이다운 오기가 있었던 나는 그들의 태도에 위축되지 않는다.

[˝이봐˝ 하는 소리가 어떤 얼굴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얼굴에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떤 얼굴이나 다 사나웠고, 자세히 살펴볼 것도 없이 그 거친 얼굴에 경멸과 조롱과 호기심이 분명히 새겨져 있다는 것은 고개를 들자마자 발견한 사실이었다.]  P.169



그리고 갱부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로 안내자와 함께 갱도로 들어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속을 단지 등 하나만 가지고 들어가서, 세상의 끝과 마주하게 된다. 좁고 가파르고 위험천만한 갱도 안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걸 포기하고 절벽 끝에 서있던 나는 갱부가 되는걸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서도 도망간다면 더는 갈곳은 없다. 과연 나는 갱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쥔 사다리를 두어 번 흔들어댔다. 물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손을 놓아버릴까? 거꾸로 떨어져 머리부터 박살 나는 편이 빨리 결말이 나서 좋을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죽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  P.264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를 처음 읽었을때 갑자기 다자이 오사무가 쓴 <만년> 의 첫문장인 ˝죽을 생각이었다.˝ 가 떠올랐다. 그런데 소세키와 오사무중 누가 더 형일까?


책은 진작 읽었지만 밀려서 이제 리뷰를 쓴다. 벼랑끝에 몰려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나도 이런 심리상태를 경험해봐서 그런지 소세키가 써내려간 한 사람의 절망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인 ‘나‘의 갱부 체험이 그때는 힘들었겠지만 지나고나서 돌이켰을때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기를 바래본다. 언제까지 과거에 억눌려서는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Ps 1. 이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작에 <명암> 한편만 남았다. 갑자기 너무 아쉬워진다.

Ps 2. 갱도를 헤매는 장면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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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4-13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대단하세요. 소세키의 전작이라니요. 저 계속 소세키 <행인> 읽을까? 망설이는 중이에요.

새파랑 2022-04-13 20:43   좋아요 2 | URL
소세기 작품은 비슷한 분위기이인거 같으면서도 작품마다의 특색이 강한거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게 읽히더라구요 ㅋ 전 행인 아주아주 좋았습니다 ^^

청아 2022-04-13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의 자전적 경험일까요? 에밀졸라의 <제르미날>이 떠오르네요. 바쁘신 중에도 이런 멋진 리뷰를 쓰시다니요👍20 페이지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새파랑 2022-04-13 20:48   좋아요 3 | URL
저도 제르미날 읽어야 하는데 ㅜㅜ 자전적 이야기는 아닌거 같고 해설에는 제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본 기억이 어설프게 나네요 ㅋ (제가 해설은 주의깊게 안읽어서 😅)

제가 갱도에 가본적은 없지만 읽으면서 마치 제가 갱도 안에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

coolcat329 2022-04-13 2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새파랑님 짱짱짱!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첫문장에 눈이 번쩍하네요.
저도 전작해서 아쉬움느껴보고 싶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4-13 22:30   좋아요 2 | URL
쿨캣님이라면 소세키 전작 금방하실거라 생각됩니다. 완전 좋아요 ^^

페넬로페 2022-04-13 22: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삶의 마지막 벼랑끝까지 몰린 사람들이 온 곳이라는 말이 많이 슬퍼네요.
소세키작가가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탁월한 작가인지라 이 책도 좋을것 같아요.
저도 이제 한달에 한 권씩 소세키를 읽어 끝내야겠어요^^

새파랑 2022-04-14 06:07   좋아요 4 | URL
제가 전작을 해보니까 계속 읽는것 보다는 한달에 한권 정도가 적당한거 같더라구요 ㅋ 연속해서 읽으면 좀 질립니다 ㅎㅎ 현암사 소세키 책은 다 평균 이상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mini74 2022-04-14 00: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절망감이 낯설지 않다하시니 ㅠㅠ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새파랑님 !! 언제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새파랑님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ㅋㅋ 전 갱부하면 예전 일제강점기 끌려간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도 나더라고요. 비슷한 시대라서 그런가봐요. *^^*

새파랑 2022-04-14 06:11   좋아요 3 | URL
저런 방황(?)을 하기에는 이젠 나이가 많아서 😅 지금은 먹고 살기 바빠서요 ㅋ 요즘 시대는 갱부가 별로 없는거 같은데 저 시대에 갱부로 일하면 참 힘들었을거 같아요 ㅜㅜ 위험하가기도 하고~~

희선 2022-04-14 0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보다 소세키가 먼저 태어났죠 다자이 오사무가 소세키 소설 읽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권 남았군요 저는 《명암》 읽었어요 마지막 소설이지만 길고 끝내지 못한 거네요


희선

새파랑 2022-04-14 06:12   좋아요 3 | URL
소세키가 형이군요 ㅋ 희선님도 소세키 작품 많이 읽으셨을거 같아요. 명암 좀 두꼅던데 😅 담달에 읽어보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2-04-14 0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좋았던 작품입니다!
잘 읽고 가요~~

새파랑 2022-04-14 06:13   좋아요 4 | URL
그레이스님은 소세키 전작 선배님이시죠 ^^ 갱부 저도 상당히 괜찮더라구요~!!

모나리자 2022-04-14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제일 먼저 읽고 소세키의 팬이 되었지요~ㅎ
한 권 한 권 도장깨기 하시는 새파랑님의 아쉬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4-14 19:20   좋아요 1 | URL
아하 이 책을 먼저 읽으셨군요 ㅋ 소세키 작품은 시간순서대로 읽으면 더 좋을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