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61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꼭 성적인 요소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노년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주인공인 ‘나‘는 이제 아흔살이다. 그동안 방탕한 생활때문에, 사창가의 여인들과의 관계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자신의 아흔번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20여년전 자신이 알고 지내던 비밀의 집 여주인인 ˝로사 카바르카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밤 당장 처녀를 찾아달라는 요구를 한다.
[어느 순간 나는 그렇게 치른 돈들이 내 방탕한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훌륭한 끼니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러자 불쑥 하늘에서 선물이 떨어진 것처럼 하나의 제목이 떠올랐다. 그게 바로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었다.] P.22
˝로사˝는 그가 무리한 부탁을 한다고 나무라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들어준다. 결국 이제 열네살인 소녀 ˝델가다나˝를 찾아서 그녀의 집 구석에 있는 방에 데려다 놓는다. 밤 10시가 되고 주인공은 ˝로사˝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델가다나˝와의 첫 대면을 한다. 하지만 ˝델가다나˝는 곤히 자고 있었고, 주인공은 자고있는 소녀의 모습을 단지 바라만 본다. 잠든 여자의 몸을 응시하는 것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이라는 것을 아흔살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P.73
새벽 5시에 잠든 그녀를 놓아두고 ˝로사˝의 매음굴을 나선 주인공은 다음날 ˝로사˝에게 왜 그녀를 가만히 두었는지 핀잔을 듣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델가나다˝에게 사랑을 느끼며, 그녀에게서 육체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으로 부터 위안과 행복을 느낀다.
[이제 나는 그것이 환상이 아니라 아흔 해를 살아온 내 인 생의 첫사랑이 보여준 또 다른 기적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P.82
그러던 어느날 ˝로사˝의 매음굴에서 한 남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하는 와중에 미성년자인 ˝델가나다˝가 ˝로사˝의 집에서 일한다는게 경찰에게 걸리게 된다. ˝로사˝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매음굴을 잠시 폐쇄하고 ˝델가나다˝와 함께 잠시 피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주인공은 ˝델가나다˝와의 연락두절에 불안감을 느끼며 그녀를 계속 찾아다닌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걸까? 주인공은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P.112
최근에 읽은 ˝필립 로스˝의 <유령퇴장>도 노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주인공은 아흔이지만 아직은 신체가 건강하고 정신적인 사랑을 갈망하며 그 사랑이 결실을 맺지만,
<유령퇴장>의 주인공은 일흔으로 신체적으로 많이 망가졌지만 성적 욕구는 왕성하여 육체적인 사랑을 갈망하지만 망상으로 끝난다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 내 취향이었고,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제목처럼 자극(?)인 작품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늦은 나이에 깨닮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장대한 인생이야기다. 여기에 마르케스 특유의 마술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더해져서인지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역시 마르케스라는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본다.
Ps 1. 이 책을 읽고 나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품절이다...
Ps 2. 지금까지 ˝마르케스˝의 다섯편의 작품을 읽었는데, ˝마르케스˝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