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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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62

˝인생은 한갓 꿈일 뿐, 생각해보라. 그보다 더 잔인한 관념이 과연 있을수 있나?˝


미국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로부터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친구와 같이 지내면서 친구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보면 많이 슬픈 이야기 일거 같은데 그렇게 슬프지는 않다. 오히려 담담하다. 그래서 독자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많이 약하다. 오히려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 자체는 잘 읽히지만 그렇게 흥미롭지만은 않았다. 아직 내가 저 나이때가 아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죽음에 대한 간접경험이 없는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몇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자연스럽게 났다.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한지 한달만에 돌아가셨는데, 병원에 들어가서 다시는 바깥으로 나오시지 못했다.


암 말기에 걸을 수 없어서 어쩔수 없이 죽는 순간을 병원에서 기다릴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돌아가시기 전에 어디 여행이라도, 맛있는거라도 드시고 가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고, 가끔 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죽을 수 밖에 없는데, 죽는건 당연한건데 왜 그렇게 슬픈걸까? 책보다 리뷰를 쓰면서 더 슬퍼진다. (하지만 바로 회복했다 ㅎㅎ)


결말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결말에 가는 과정에서라도 최대한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원망보다는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나중에 누군가가 마지막을 지켜봐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수락해야겠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P.149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6



[할일을 하면서 어딜 보나 만족스러운 날을 보내다가 별 까닭도 없이 불현듯 그 기억이 찾아들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돼. 일에 파묻혀 지내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체득했지만, 그 때문에 며칠이고 우울에 빠져 있던 때도 있었어.]  P.206



[거기 당신은 없는 모든 시간이.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세상이 한없이,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다 괜찮을 거야.]  P.207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했다. 물론 내 잘못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게 오롯이 잘못이 있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을까?]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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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4-30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읽으신 분들 리뷰가 모두 마음을 울려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이들이라고 하니;;; 몇몇 얼굴들이 자연스레 떠올라서 얼른 삭제했어요.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관계는 그다지 많을 거 같지 않아요. 예전에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었는데 마지막 순간에는 요양병원에서 요양사가 자기의 마지막 순간을 보지 않을까 한다. 애써 담담하려고 하지만 그 순간을 떠올릴 적마다 암담해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다_ 그런 말. 리뷰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새파랑 2022-04-30 13:03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다 있어서인지 리뷰가 슬픈가 봅니다 ~! vita님 지인의 이야기도 슬프네요 ㅜㅜ
리뷰는 좀 슬폈지만 그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mini74 2022-04-30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망보단 기쁨을 주는 사람, 새파랑님 북플에 책탑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 ㅎㅎㅎ 바로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

새파랑 2022-04-30 15:54   좋아요 2 | URL
책탑을 쌓을수록 집이 좁아지고 있어요 😅 빨리 다른 책도 읽어야겠습니다~!!

coolcat329 2022-04-30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리뷰 몇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 슬프네요. 새파랑님도 슬프셨군요.ㅠㅠ
그래도 마지막 새파랑님 글은 역시 새파랑님답다~생각이 들어서 미소를 지었네요.ㅈ

새파랑 2022-04-30 16:40   좋아요 2 | URL
죽음이라는 소재가 좀 슬프긴 하죠~ 그런데 책이 그렇게 슬프지는 않습니다. 전 그냥 담담하게 읽었어요 ㅎㅎ 이 책에 인상적인 문장들이 아주 많습니다 ^^

그레이스 2022-04-30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고 사논 책이예요

새파랑 2022-04-30 16:41   좋아요 3 | URL
벌써 구매하셨군요 ㅋ 그레이스님의 멋진 리뷰가 기대됩니다~ 전 오늘 일이 있어서 급하게 리뷰를 쓰다보니 좀 많이 부실합니다 😅

2022-04-30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3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04-30 1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정해져 있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여야하는 결과는 다 다르니 두렵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해요.
그냥 현재를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요.
새파랑님께서 아버지를 생각하시면 항상 맘이 안좋고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글을 읽을때에야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매번 아버지께 죄송하네요^^

새파랑 2022-04-30 18:36   좋아요 4 | URL
어차피 끝은 똑같으니 그래도 좀 즐겁게 사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ㅋ 가끔 아버지가 꿈에서 나오기도 하고, 마지막 모습이 떠오를때도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괜찮은거 같아요 ^^

희선 2022-05-01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은 누구한테나 찾아오는데, 그걸 잊고 살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끝나는 날이 언제일지 몰라도 거기까지 즐겁게 가면 좋겠네요 저도 원망보다 좋은 말 듣고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2-05-01 07:14   좋아요 1 | URL
말로 상처주는건 안하려고 노력하는데, 혹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이 상처받았을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그래도 따뜻한 진심의 말이 좋겠죠? ㅋ
 

심리묘사의 대가 츠바이크~!!




아이의 마지막 말에는 상당한 자부심이 실려 있었다. 아이들은 항상 병을 앓는다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법이다.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 가족들이 자신을 곱절로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P18

사랑의 유희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도 잊고 있었다. 자정이 되어 홀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 P37

홀에서 빠져나와 계단을 오른 후 잠시 멈춰 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펄떡이는 심장을 눌렀다. 잠시 쉬어야 했다. 넋이 나간 그녀는 가슴 깊숙이에서 한숨을 토해 냈다. 절반은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절반은 아쉬움의 한숨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뒤엉킨 채로 핏속을 맴도는 탓에 조금 어지러웠다. - P42

에드거는 문득 알 수 없는 커다란 비밀이 이전과는 다르게, 손을 뻗치면 잡힐 만큼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비밀은 아직 닫혀 있었고 풀리지 않았지만 바로 앞에, 바짝 코앞에 있었다. 아이는 흥분한 나머지 갑자기 엄숙하고 진지해졌다. 자신이 유년기의 막바지에 와 있음을 저도 모르게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 P49

불안감은 벌보다 더 힘든 것이니까. 벌은 심하든 심하지 않든 분명한 것이기에, 잔인하리만치 끝없는 긴장 속에서 너무도 불분명한 상태를 견디는 것보다는 나아요. 죄인이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면 마 음이 편해지지. 아이가 운다고 해서 당황해하지 말아요. 좀 전까지속에 눌러 두었던 울음이 지금 터져 나온 것뿐이니까. 대놓고 우는 것보다는 속으로 우는 게 더 힘든 법이오. - P148

"당신은...그게 사람들이 말을 못하는 게, 늘 그저 불안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어쩌면 입 밖에 내는 게 수치스러워서…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은 모습을 보이는 게 수치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P149

그녀는 눈을 감고 누워서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삶과 행복을 깊이 음미했다. 마음은 아직 조금 통증을 느꼈지만, 그것은 치유를 약속하는 고통이었다. 찌릿찌릿 아팠지만, 상처가 영원히 아물기 전에 욱신대는 아픔이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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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는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 P165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 P166

왜 이 정도 감정뿐일까. 예전에 느낀 내 감정은 여전히 아주 생생한데, 사랑, 증오, 두 번 다시는 이라는 약속,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이어 붙이는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없을 거야. - P174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권리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 P183

할일을 하면서 어딜 보나 만족스러운 날을 보내다가 별 까닭도 없이 불현듯 그 기억이 찾아들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돼. 일에 파묻혀 지내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체득했지만, 그 때문에 며칠이고 우울에 빠져 있던 때도 있었어. - P206

거기 당신은 없는 모든 시간이.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세상이 한없이. (조이스)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다 괜찮을 거야. - P207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했다. 물론 내 잘못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게 오롯이 잘못이 있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을까? - P211

인생은 한갓 꿈일 뿐, 생각해보라. 그보다 더 잔인한 관념이 과연 있을수 있나? - P239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적어도 둘이 있지만, 떠날 때는 오로지 혼자라고 누군가 말한 적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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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2-04-30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I don‘t know who it was, but someone,
maybe or maybe not Henry James,
said that there are two kinds of people in the world:
those who upon seeing someone else suffering think,
That could happen to me, and those who think,
That will never happen to me.
The first kind of people help us to endure,
the second kind make life hell.”
― Sigrid Nunez, What Are You Going Through

>>>Humanity & Suffering 에 대한 단상.

새파랑 2022-04-30 07:49   좋아요 1 | URL
헨리 제임스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아직까지 안읽어봤어요😅

Jeremy 2022-04-30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omeone has said,
When you are born into this world there are at least two of you,
but going out you are on your own.
Death happens to every one of us,
yet it remains the most solitary of human experiences,
one that separates rather than unites us.”
― Sigrid Nunez, What Are You Going Through


새파랑 2022-04-30 07:48   좋아요 1 | URL
저도 딱 이 두 문장이 가장 좋던데 jeremy님도 그러신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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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8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차가운 칼날처럼 도려내버리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사람이 필사하면 더 좋은 문장이겠네요.
꾸준히 일력 써나가시는 새파랑님, 꾸준함(한 분들)은 항상 존경스럽고 넘사벽이십니다

새파랑 2022-04-28 05:06   좋아요 0 | URL
요새는 일력을 매일 쓰지는 않고 몰아서 쓰고 있습니다 😅 알라님이 부지런히 읽고 뛰시니 더 부지런하시죠~!!

페크pek0501 2022-04-28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형철 님의 추천이라면 읽고 싶은 특별한 책이네요.

새파랑 2022-04-29 06:19   좋아요 1 | URL
이 책 좀 읽다가 피곤해서 자버렸어요 ㅎㅎ 😅 오늘은 꼭 완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