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육체는 언제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 아니, 지금 바로 이 육체안에 어떤 변고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 P18
"정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정신세계도 전적으로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본 것이다." - P19
"그러니까 푸앵카레의 주장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이 우연, 우연, 하는 이른바 우연한 사건이라는 건 원인이 너무 복잡해서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 쓰는 말이네" - P19
하지만 사나흘 독서를 등한히 해온 탓에 앞뒤 맥락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해내려면 자연히 앞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그는 읽는 대신 그냥 페이지를 훌훌 넘기고 책의 두께만 괴로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생각이 절로 일었다. - P22
"러시아 소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을 거네. 사람이 아무리 미천해도, 또 아무리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때로는 그 사람의 입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만큼 고마운, 그리고 조금도 겉으로 꾸미지 않은 지고지순한 감정이 샘물처럼 흘러넘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거네. 자네는 그걸 허위라고 생각하나?" - P106
"요컨대 나 같은 사람은 평생 떠돌아다닐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일지도 모르지. 어떻게 해도 자리를 잡을 수가 없거든. 설사 자신이 정착할 마음이 있어도 세상이 정착하게 해주지 않으니까 잔혹한 거네. 도망자가 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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