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79
˝이봐요, 이 집이건 저 집이건 집구석들이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요즘은 이 집 것들이나 저 집 것들이나 매일반이라니까. 돼지같은 족속들이지 뭐.˝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열번째 작품인 <집구석들>은 읽는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막장이어서 그런지 뭔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목로주점>이 서민의 삶을, <대지>가 농민의 삶을, <나나>가 화류계의 삶을, <제르미날>이 광부의 삶을 그렸다면, <집구석들>은 ˝옥타브 무레˝를 중심으로 중산층의 탐욕적인 삶을 그린다.
[˝작가들은 과장이 심해요. 제대로 교육받은 계층에서는 불륜이란 아주 드문 일이거든요. 좋은 가문 출신의 여자는 마음이 고결하기 마련이죠.˝] P.149
집주인, 다양한 계층의 세입자, 하인들이 모여사는 슈아줼 거리의 이 아파트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인간들이 있지만 이중에 정상적인 사람은 한명도 없다. 모두 무언가에 미쳐 있다. 돈에 미쳐있고, 욕정에 미쳐있으며, 체면에 미쳐있다. 주인들은 하인들을 저급하다고 무시하지만, 하인들은 주인들의 위선적인 행동을 앞에서는 못본 척 하면서도 뒤에서는 마구 배설한다.
[한편 리자는 베르뜨와 옥 따브 얘기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그들이 간통의 불미스러운 진상을 숨기려고 써먹은 거짓말들을 들추어냈다. 그들 둘은 서로 손을 잡은 채 눈을 딴 데로 돌리지도 못하고 마주 보며 그대로 있었다. 그들의 손은 차갑게 식어갔고 하인들의 증오 속에 백일하에 드러난 그동안의 관계의 오욕을, 그 약점을 그들의 눈은 자인하고 있었다. 상한 고기와 시금털털한 채소가 비 오듯 쏟아지는 그 밑에서 이렇게 간통죄를 범하는 것, 그것이 자기네들의 연애라니!] P.418
서로 속고 속이며 돈으로 서로를 매수하고, 거짓말이 난무하는 집구석들 속에서 살게된다면 순수한 사람도 타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겉과 속이 너무나 다른 사람들, 과연 이걸 인간의 본성으로 봐야하는 걸까? 아니면 <집구석들>의 내용이 너무 극단적인걸까? <집구석들>은 자연주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막장드라마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Ps1. 이후 출판되는 루공마카르 총서 열한번째 작품인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는 <집구석들>의 주인공인 ˝옥타브 무레˝가 다시 등장하는데, <집구석들>에서 처럼 찌질하지는 않고 백화점 사장으로 변신해서 그나마(?) 낭만적인 사랑을 한다.
Ps2. 개인적인 감상으로 <집구석들>은 <인간 짐승>이나 <목로 주점>급은 아닌 것 같고, 내용이나 재미 측면에서는 <대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희곡을 읽는 기분? 역시 막장이 읽는 재미가 있다.
Ps3. 다음번에는 에밀졸라의 또다른 대표작 <제르미날>을 읽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