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좋다.






갈수록 흐려져 가는 기억을 상상으로 메워나가면서 사진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고귀한 여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 P14

"나는 단 한 번도 스승님의 얼굴을 보고 가엾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도리어 눈이 잘 보이는 우리가 스승님보다 더 비참하다. 스승님께서 그 기상과 기량으로 무엇이 아쉬워 다른 이의 동정을 구하겠는가? 오히려 ‘사스케가 불쌍해’라고 하시며 나를 가여워하셨다. 나나 너희는 눈, 코가 제대로 붙어 있는 것 말고는 무엇 하나 스승님께 미치지 못한다. 그런 우리들이야말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P24

이처럼 슌킨은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였지만 다른 고용인들에게는 심술궂게 행동하지 않았다. 유난히 사스케를 대할 때만 그녀의 심술이 심해졌는데 원래 그런 기질이 있는 데다 사스케만이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기에 그를 가장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났던 것이다. 사스케 또한 고달프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는데, 필시 그녀의 유난스러운 심술을 응석으로 여기며 일종의 은총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 P29

이때부터 사스케는 슌킨을 ‘스승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작은아씨‘라고 불러도 괜찮았지만 수업시간에는 반드시 ‘스승님‘이라고 부르게 하였다. 슌킨 역시 호칭을 붙이지 않고 ‘사스케‘라고 불렀는데, 이는 모두 검교 슌쇼가 제자를 대하는 모습을 흉내 낸 것으로 엄격하게 스승과 제자의 예를 갖추게 했다. - P39

오늘날 진정 그것이 사실인지 단정하기는 어렵겠으나 다만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소꿉놀이를 할 때 아이는 반드시 어른을 흉내 낸다는 점이다. 슌킨은 검교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여태껏 직접 매를 맞아 본 적은 없었지만 평소 스승 슌쇼의 독특한 방식을 보아 왔기에 어린 마음에 무릇 스승이란 그렇게 하는 거라고 수긍했을 것이다. 놀이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스승의 흉내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으니 그런 성향이 심해져 습관이 되었을 터다. - P44

"사스케, 너는 어찌 그리 기개가 없느냐. 사내자식이 참을성도 없어 툭하면 우는 주제에 그 소리가 너무 크니 도리어 내가 야단맞지 않느냐! 예술에 정진하고자 한다면 뼈와 살이 고통으로 아린다 한들 이를 악물고 참고 견뎌야 하느니라. 그게 불가능하다면 나는 스승을 그만둘 것이야!"

오히려 이리 쏘아붙이니 그 이후로 사스케는 괴로워도
절대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 P48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이라는 말인가! 그로부터 수십 일이 지나 사스케 역시 백내장을 앓았고, 순식간에 두 눈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점차 눈앞이 희미해져 물건의 형태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사스케는 손의 감각만으로 더듬거리며 슌킨 앞으로 가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스승님! 소인 사스케, 실명했사옵니다. 앞으로 평생 동안 스승님의 상처는 못 보게 되었사옵니다. 참으로 좋은시기에 실명하였나이다. 이는 필시 하늘의 뜻일 것이옵니다!"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슌킨은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 P92

"스승님! 저도 맹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평생 스승님의 얼굴을 뵐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P97

지금까지 육체적 관계는 있었지만 사제지간이라는 연유로 가로막혀 있던 서로의 마음이 이제야 비로소 하나로 어우러지며 함께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 P98

‘아아! 이것이 진정 스승님이 살고 계신 세상이구나! 이제 비로소 스승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 P98

사스케의 쇠약해진 시력으로는 방의 모양새는 물론이거니와 슌킨의 모습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붕대를 감은 그녀의 얼굴만은 희미하게 망막에 아로새겨졌다. 사스케에게는 그것이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 달 전 슌킨의 그 얼굴, 신비로운 하얀 살갗에 둥그스름한 그 형태가 마치 몽롱한 빛 속의 석가여래 모습처럼 떠올랐다. - P99

"기특하게도 그런 결심을 해 주다니 내 마음이 기쁘구나. 대체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 지경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야 내 진심을 털어놓자면 다른 사람에게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 줄지라도 네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용하게 잘 헤아려 주었구나." - P101

신께서 다시 앞을 보게 해 주신다고 해도 거절했을 게야. 스승님과 나는 맹인이었기에 앞이 보이는 사람이 모르는 행복을 맛볼 수가 있었단다. - P109

사람은 기억을 잃지않는 한 꿈을 통해 죽은 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를 꿈으로만 보았던 사스케는 어떠했을까?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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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6-14 1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년 6월에 원서로 읽었는데 엄청 좋았어요. 인용 문장 보니 새록새록합니다.
이런 사랑과 존경이 있을까 싶어요.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6-14 13:47   좋아요 3 | URL
예상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ㅋ 역시 일본어 천재 모나리자님~!!!
즐거운 하루보내시길 바랍니다 ^^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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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2 '사랑, 이라고 쓰고 나니 그 다음을 쓸 수가 없었다.' 는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책.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비에르에게 보내는 아이다의 편지로 이루어진 작품. 아이다가 겪는 모든 현실에는 사비에르가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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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6-14 1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서 리뷰쓰기가 힘드셨군요. 사랑이야기 좋아하시는 새파랑님의 마음을 울린 작품이라니 사랑에 둔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6-14 12:42   좋아요 4 | URL
사실은 너무 슬퍼서도 그렇지만 리뷰가 좀 밀려서 100자평으로 썼어요 😅 한번 더 읽고 나서 리뷰를 쓰겠습니다. 이 책 너무 좋네요 ㅜㅜ

청아 2022-06-14 1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쓸 수 없을 정도라니 더 궁금합니다ㅜㅜ

새파랑 2022-06-14 12:44   좋아요 3 | URL
이 책 완전 좋습니다. 제가 재독하고 리뷰를 다시 써보겠습니다~!! 저는 이런 편지 형식의 작품이 너무 좋더라구요. 다른 사람의 편지를 훔쳐보는 기분? 😅

거리의화가 2022-06-14 1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을 보니 진짜 내용이 궁금합니다. 이 책도 편지로 씌어진 소설이라 잘은 읽힐 것 같은데 아름다우면서 슬프다니~ 새파랑님의 심금을 울렸나봅니다ㅜㅜ

새파랑 2022-06-14 13:50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심금을 울렸습니다 ㅋ 제가 이런 감성적인 내용에 약하더라고요 ㅜㅜ 화가님도 좋으셨으면 합니다~!!

바람돌이 2022-06-14 2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ㅠㅠ 또 눈물이..... 새파랑님의 그 쓸 수없는 마음이 이해가 가요. 그들의 안타깝고도 절절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기는 참 쉽지 않죠.

새파랑 2022-06-15 08:29   좋아요 2 | URL
이 책 좋아서 리뷰를 잘써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잡히더라구요 ㅜㅜ 바람돌이님도 울게한 책이군요~!! 정말 좋습니다 ㅋ

mini74 2022-06-14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먹먹하네요 ㅠㅠ

새파랑 2022-06-15 08:29   좋아요 4 | URL
이건 100자평 ㅋ 미니님 꼭 읽어보세요~!!!!!!!

그레이스 2022-06-16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함 써보세요.
저 너무 가슴이 아팠던 소설!

새파랑 2022-06-17 08:33   좋아요 2 | URL
좀 한가해지면 다시 읽고 써봐야 할거 같아요~!!!
 
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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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 소세키의 후기 3부작은 모두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 이 책을 읽고 나서 알면 알수록 더욱 알수 없는게 사람이고,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게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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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3 1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가 떠올라요 ㅎㅎ

새파랑 2022-06-13 14:17   좋아요 4 | URL
저 말도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 아직까지 잃어버린 <행인>을 못찾고 있습니다 ㅋ

alummii 2022-06-13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새끼 이분은..부를때마다 죄송스러워지는 작가님이군요^^;; 암튼 작품은 최고인걸로! 꼭 조만간 소새끼님의 세계로 입문데쓰

새파랑 2022-06-13 14:18   좋아요 5 | URL
그래도 ‘소‘라서 그나마 다행인거 같아요 ㅋ 소세키는 어느작품이든 90점 이상 고퀄 작품이 가득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06-13 13: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 하면 소세끼죠~^^
이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셨군요! 마지막 문장 완전 공감합니다. 사람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몇 년을 살아도 옆사람 마음을 모르겠어요ㅋㅋ

새파랑 2022-06-13 14:21   좋아요 5 | URL
아 그런가요 😅 작년에는 도선생님, 올해는 소세키군요 ^^ 마음은 절대로 알수 없는거 같아요. 저도 마음 속 말을 완전히 까본적은 없는거 같고 😅

그레이스 2022-06-16 2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읽은 소세키!

새파랑 2022-06-17 08:41   좋아요 3 | URL
처음 읽은 책이 아주 좋은 책이었군요~!! 전 고양이로 읽어서인지 소세키의 다른 작품을 늦게 접했어요 ㅋ 고양이 제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ㅎㅎ

scott 2022-06-19 14: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알면 알수록 더욱 알수 없는게 사람이고,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게 마음]
요 문구는 노래 가사 같습니다!ㅎㅎ
백년전에 쓴 작품이
세기를 뛰어넘는다는 것!
불후의 명작 ^^

새파랑 2022-06-19 16:06   좋아요 2 | URL
어디서 들어본 말로 만든 표절(?) 문장이어서 그렇습니다 ㅋ 행인은 몇세기를 뛰어넘을 명작이 맞는거 같아요~!!
 

이책도 답이 없을만큼 좋다.


지금 사비에르와 아이다가 어디에 있든, 그들이 죽었든 살아 있든, 신께서 그들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며. - P13

그들이 당신을 잡아간 이후로 ‘최근에‘ 라는 단어의 뜻이 바뀌었어요. 오늘 밤은 그게 언제였는지 말하고 싶지 않네요. ‘최근에’ 라는 단어는 이제, 지나간 시간을 모두 포함해요. 그 말이 몇 주 전이나 그저께를 뜻할 때도 있었죠. 최근에 꿈을 하나 꿨어요. - P21

세상의 어떤 남자도 당신 같지는 않아요. 모든 것들이 같은 것에서 만들어지지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니까요. - P26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32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어요. 우리가 과거의 죄수들은 아니니까. 과거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할 수가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그 결과를 바꾸는 일이겠죠. 우리 함께 과거를 만들어 봐요. - P33

희망과 기대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저 지 속되는 시간에서만 차이가 있는 줄 알았죠. 희망이 좀더 멀리 있는 일을 기다리는 거라고 말이에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그게 차이점이랍니다. 그 둘은 서로 교류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달래주지만 각자 꾸는 꿈은 달라요. 내가 알게 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몸이 하는 기대도 그 어떤 희망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나의 기대처럼요. - P40

그들은 우리가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그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다. 그들이 우리를 몰아넣은 침묵의 지대를 그들은 건널 수 없다. 그들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는 그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잘못된 비난들이 내는 소음이 있고, 우리 쪽에서 보면 그 경계에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침묵의 마지막 기획이 있다. - P49

매일 밤 당신을 조각조각 맞춰 봅니다- 아주 작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 P27

자발적 용기는 젊은 시절에 시작되죠. 나이가 들며 생기는 건 인내예요. 세월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선물이죠. - P105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꽃 한 송이를 꺾어 주세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냥 무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 P152

왜 이렇게 고통이 많은 걸까요. 그녀가 물었어요. 온통 고통뿐이잖아요. 왜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서로를 갈기갈기 찢는 일을 멈추지 않잖아요. 말 좀 해주세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어쩌다가 우리는 단지 아파하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제가 배운 건 그거예요.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요. - P175

당신에게 보낼 글을 적고 있는 이 편지지를 가만히 바라보면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 목소리도 얼굴만큼이나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그 차이를 설명하기는 훨씬 더 어렵죠. 사람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당신의 목소리에는 기다림이 있어요. - P181

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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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6-12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존 버거의 책이네요. 존 버거의 책은 모조리 다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40쪽의 기대와 희망. 그런 거군요. 저는 어떤 미묘한 차이를 짚어낼 때 작가로서의 훌륭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새파랑 2022-06-13 06:35   좋아요 1 | URL
이 책 다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지? 고민입니다. 좋은 문장이 많고 너무 애절하더라구요 ㅜㅜ

청아 2022-06-1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네루다 오늘 새파랑님께 땡투구매했는데 쉼 없이 또 이렇게 ‘답이 없을만큼 좋은‘소설이라뇨😅 명품만 고르시는 새파랑님👍

새파랑 2022-06-13 14:23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ㅋ 저도 이책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리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슌킨 이야기>를 다읽어 버렸습니다 ㅋ 근데 요것도 좋네요 ^^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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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81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시인이라면 어디에도 없는 가장 아름다운 말로 내 마음을 보여줄텐데 라고 말이다. 위대한 문학은 언어가 다르더라도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게 문학의 진정한 힘이라 생각한다



칠레의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열일곱살의 "마리오", 아버지처럼 어부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어느날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우편배달부가 된다. 그런데 그의 임무는 다소 특이하다. '아슬라 네그라'라는 지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곳에 있는 단 한사람을 빼고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수신인은 단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편지 수신량이 엄청나게 많다. 그는 바로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

----------
"좋아. 이슬라 네그라를 담당할 우체부 직이야."
"우연이네요. 제가 이슬라 네그라 옆 포구에 살거든요."
"그것 참 잘됐군. 하지만 문제는 수신인이 단 한 사람뿐 이라는 거야."
"한 사람뿐이라고요?"
"그렇다니까. 포구 사람들은 모두 까막눈이야. 계산서조차 못 읽으니까."
"그 수신인이 누구죠?"
"파블로 네루다 씨."
---------- P.17



자의반 타의반 네루다의 전속 우편배달부가된 마리오는 점점 그와 친해지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가 지금까지 썼던 시들을 읽고 외우면서 감성을 키우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서 자라나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네루다의 시에 담는다.

----------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 P.28



그러던 어느날 한 주점에서 일하는 베아트리스라는 소녀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고백하고 그녀를 위한 시를 한편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네루다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의 시를 쓸 수 없다고 말하고, 대신 그와 함께 베아트리스가 일하는 주점으로 가기로 한다. 너무나 유명한 네루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베아트리스도 흔들릴거라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나는 소녀를 알지도 못하는걸. 시인은 영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만 돼. 아무것도 모르고 쓸 수는 없는 걸세."] P.45



마리오가 사랑에 빠진것과 동시에 네루다는 특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로 사회당의 대통령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당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네루다는 어쩔수 없이 시골 바다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많이 외우게 되고, 네루다로부터 배운 메타포를 이용하여 베아트리스를 유혹한다. 그리고 그녀 역시 마리오에게 빠진다.

["그도 저를 쳐다보았어요. 그러고는 제 눈을 응시하다 말고 마치 생각에 잠긴 듯 말없이 제 머릿결을 한참 쳐다보는 거예요. 그러고는 '그대 머리카락을 낱낱이 세어 하나하나 예찬하자면 시간이 모자라겠구려' 그러더라고요."] P.63



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있는 법~! 베아트리스의 엄마(과부임)는 마리오의 말은 감언이설이고, 단지 네루다의 시를 표절하는 나쁜놈이며, 그렇게 말로만 달콤함을 전하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는 놈팽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리고 베아트리스를 방에 가두게 된다. 그녀를 만날 수 없는 마리오는 먼발치에서 그녀를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흥! 스스로를 지킬 줄 아신다고요! 제가 보기엔 손끝만 스쳐도 무너질 것 같은데요. 이 몸이 그대보다 훨씬 먼저 네루다 시를 읽었다는 것을 기억하시죠. 남정네들이 달아 오르면 간덩이까지 시로 변하는 걸 모를 것 같으신가요?"] P.65



그와 비슷한 시기에 시인 네루다는 다시 시골마을로 돌아온다. 그는 대통령 입후보를 사퇴하고, 대신 칠례 죄파 정당들의 연합에서 선출한 "아옌데"가 단일후보가 된다. 다시 시골의 시인의 삶으로 돌아온 네루다는 마리오의 사랑을 돕기 위해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네루다는 그녀에게 완전 케이오 패를 당한다.

["천만에! 시집 두어권 선물했다고 내 시를 표절하라고 허락해 준 줄 알아. 게다가 자네는 내가 마틸데를 위해 쓴 시를 베아트리스에게 선사했어."] P.85



그래도 기회가 온다고, 좌파 단일 연합인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시골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쌓이게 된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엄마(로사 부인) 주점에서 잔치가 열리게 된다. 너무 많은 손님들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그녀는 딸에게 주점일을 도와라고 잠시 풀어주고, 이때 잠시 틈을 이용해 둘은 주점을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그동안 못본 걸 보상받기 위해 아주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두달 후에 결혼한다.


"아옌데"의 당선으로 인해 네루다는 파리 대사로 임명되어서 그곳을 떠났지만, 마리오와 베아트리스는 장모와 함께 티격태격 하지만 재미있는 삶을 이어간다. 네루다와 마리오의 관계는 이제 몸은 멀리 있어도 서로 마음으로 통하는 친구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날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녹음기를 하나 보내고, 자신이 머물렀고 너무나 행복했던 '이슬라 네그라' 의 소리를 녹음해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건강이 많이 안좋아진 네루다는 다시 시골 마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먼저 바람에 울리는 작은 종들의 가냘픈 소리를 녹음하게. 그리고 다음엔 큰 종 줄을 대여섯 번 잡아당기라고, 종, 나의 종! 바닷가 종루에 걸려 있는 종만큼 낭랑하게 들리는 말은 없지. 그다음에는 바윗가로 가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담아줘. 갈매기 소리가 들리면 녹음해 주고. 밤하늘의 침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까지도.] P.108



또 한번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네루다가 그토록 바라던 노벨문학상에 당선된 것이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마리오는 장모님의 주점에서 또한번 파티를 개최한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P.131



어느날 저녁 마리오는 네루다의 집에서만 나는 큰 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네루다가 다시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온 것이다. 프랑스 대사로 있어야 할 그가 돌아왔다는건 무슨 일이 생겨서일텐데...마리오는 반가움 보다는 걱정이 앞서서 바로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네루다의 부인으로부터 네루다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일 후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죄파연합에 반대한 쿠데타가 일어나서 국가가 전복되고, 핵심 요직에 있던 네루다는 강금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네루다를 만나고 싶던 마리오는 그에게 전달할 편지들을 가지고 그를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몰래 네루다를 만난 마리오는 네루다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짐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강금된 상태에 있는 네루다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몇일 뒤 산티아고로 옮겨져서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군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네루다의 장례행렬에 폭동이 일어날까봐 이를 감시한다. 게다가 네루다와 친했던 마리오를 연행까지 한다. 과연 네루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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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 P.158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하긴 했지만 너무 좋은 작품이다 보니 괜히 리뷰를 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직접 읽어봐야만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 당시 칠레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풍자, 그리고 피블로 네루다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까지 완벽한 작품이다.


Ps. 과연 메타포란 이런거군 이란 생각도 해봤다. 메타포로 이 작품을 표현해 보자면 (1분간 고민..) '칠레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잔연하게 그을린 종소리' ? ... 리뷰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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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2-07-10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책에 당선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7-10 10:19   좋아요 1 | URL
thkang님 매번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7-10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7-11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와 마리오의 이야기, 감동입니다.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용**

새파랑 2022-07-11 06:3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07-11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작품의 영화
화면 가득 새파랑임 ^ㅅ^

새파랑 2022-07-11 06:37   좋아요 0 | URL
파랑은 못참지요 ^^ 스콧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독서괭 2022-07-1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네루다로 되셨군요.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7-11 18:38   좋아요 1 | URL
저번달은 운이 좋았습니다 ㅋ 이번달은 좀 포기 입니다. 책을 못읽고 있네요 ㅜㅜ 독서(천재)괭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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