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의 2번째 읽은 작품. 이 책은 어제 읽은 ˝어제˝ 라는 제목의 작품이다...(농담임..)

일단 책을 2번 읽었다. 얇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2번 읽어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간결하게 쓰인 문장이 묘한 울림을 줄때면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지만, 내용은 이해가 더 잘 된다. 다만 읽으면서 쓸쓸한 기분이 계속 느껴진다.

줄거리는, 주인공인 ‘상도르‘는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칼로 찌르고, 국경을 넘어가 공장 노동자로 살아간다. 그리고 어린시절 좋아했던 ‘린(카롤린)‘을 그리위하며 산다. 여기서 그리워 한다는 건 일반적인 그리움이 아닌, 그의 인생을 구원해 줄 ‘희망, 존재의 이유‘ 이다.

그렇게 다른 나라에서 힘들게 희망없이 살던 그는 우연히 ‘린‘을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린‘은 남편과 아이가 있고, 현실을 버릴수 없었기 때문에 ‘상도르‘도 ‘남편‘도 모두 버리고(잃어버리고) 떠나게 되며, ‘상도르‘는 꿈을 포기하고 낯선 타지에서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단순히 줄거리를 정리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다ㅜㅜ)

‘상도르‘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2번 칼을 찌른다. 1번은 그의 부모를, 1번은 린의 남편을. 하지만 둘 다 죽이는 데는 실패하는데, 이는 그의 꿈이 깨어져 버린 것을 의미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꿈을 꾸는 수단이었던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된것 역시 그가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겠고,

죽은 새 역시 자기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룰 수 없는 꿈과 현실에 주저 앉아야 하는 그의 아픔이 담담한 문체로 잘 그려져 있다. 짧은 단편이지만 임팩트는 강렬하다. (˝죽은 새˝와 ˝항해자들˝은 따로 읽어도 될 만큼 좋다.)

이 책의 ˝어제˝라는 제목은 보는 순간 마음에 들었다. 표지도 그렇고. 왜 제목이 ‘어제‘인지 생각해 보니, 책 시작의 첫 단어가 ‘어제‘ 였다. 아니면 이미 지나간 ‘어제‘는 이제 돌아올 수 없고, 오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어제‘라는 제목을 선택한 건지도.

오늘은 좀 밝은 책을 읽어야 겠다.




나는 가끔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자문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 P47

다른 한편, 나는 위안을 받았다. 베라가 내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에.

(위안이었을까? 안타까움이었을까?) - P103

그건 그래. 난 널 좋아하지만 그것은 꿈일 뿐이야. 난 부끄러위, 상도르. 나는 이제 남편하고 있어도 기분이 안좋고, 너하고 있을때도 마친가지야. 두 사람을 다 속이고 있는 기분이야.

하지만 그게 바로 네가 하고 있는 짓이야. 넌 우리 두사람을 다 속이고 있어.

(결국 두사람을 다 놓치고 마는..근데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 - P110

나는 내가 그녀의 오빠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 했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 대해 말하자면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린이 왔다가 다시 떠났다라고.

(슬프다. 상도르의 슬픔이 느껴졌다...) - P134

그러니까 내가 어디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을 거야.

(새와 나의 대화...) - P137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3-30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죠! 단순한 필체인데도 오히려 더 감동적인데다 ‘시간‘에 관한 통찰!

새파랑 2021-03-30 1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시간‘~! 이 단어가 있었네요 ㅋ 표지를 벗기고 책을 봐서(표지 보호 차원) 이 단어를 못 떠올렸네요 ㅜㅜ 시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인데...미미님 추천 📚은 항상 대만족~! 감사합니다^^

scott 2021-03-30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표지 기가 막히게 잘 만든것 같아요 아고타가 스위스에 도착하자 마자 간곳이 시계 공장 이였는데,,,,

새파랑 2021-03-30 15:31   좋아요 2 | URL
정말 이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 (책 고를때 제목과 표지를 중요시 하는 1인)
생각해보니 주인공도 시계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던거 같아요 ㅎㅎ
(스콧님은 모르는게 없으신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3-30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아고파 크리스토퍼 <존재> 인생책인데. 이 책도 언능 읽어야겠네요. 저는요. 시간 개념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를 제 아들땜에 깨달아가는 중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책 제목이 아주 와 닿습니다. 새파랑님은요, 아무리 암울한 책도 파릇파릇하게 쓰는 재주가 있으심요.^^

새파랑 2021-03-30 18:15   좋아요 2 | URL
파릇파릇 한가요?(칭찬으로 이해) 감사합니다 ^^점심때 급하게 썼는데..(다음 책을 읽기위해 리뷰 쓰기 ㅎㅎ)

mini74 2021-03-30 1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부장님개그 ㅎㅎ 넘 좋습니다. 얇다니 ㅎㅎ 더 읽어보고 싶어요 *^^*

새파랑 2021-03-30 19:11   좋아요 1 | URL
저희 부장님(?) 이런거 많이 좋아 하시던데 ㅎㅎ얇아서 세번 읽을수도 있습니다^^
 

Never let me go. 일단 이 📚 정말 좋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작품으로, 이제서야 읽은게 안타까울 정도로 좋다.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책을 고를때 너무 현실적인 소설에는 손이 잘 안간다. 어차피 현실은 주변에서 많이 보니까. (그래서 외국소설을 더 선호하는지도. 경험해보지 못하지만 있을거 같은 세계...) 그렇다고 너무 픽션이 강한것도 잘 안본다. 너무 공감이 가지 않을것 같아서.

책의 깊이가 약한 나는 유명작가의 대표작 하나를 찾아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더 읽고. 가즈오 이시구로도 마찬가지 였다. 노벨상 수상작가이니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고르다가 ˝나를 보내지마˝가 복제인간? 같은 설명이 있길래, 이건 내 취향이 아니지 하고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다. 이 책도 좋았지만 뭔가 다른 작품을 찾아 보게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냥 넘어가다가...

최근  ˝클라라와 태양˝이 이슈?가 되면서 ˝나를 보내지마˝와 연결이 된다기에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읽고나서는...완전 좋았다. 왜 이책을 먼저 안읽었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SF적인 요소를 차용한 것 뿐, 기본적으로 삶에 관한 책이다. 삶의 끝은 정해져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이야기, 조금이라도 행복해 지려는 이야기, 과거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회상하는 이야기, 떠나간 사람을 담담이 추억하는 이야기를 담담한 서사와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린다.

책의 줄거리를 정말 단순하게 말하면 복제인간으로 치료가 가능한 미래 사회에서, ‘헤일셤‘이라는 장소(여기 말고 다른 장소도 있다. .)에 복제인간들을 모아 놓고 이들을 교육하고, 이들은 졸업하면 ˝간병사˝를 거쳐 ˝기증자˝가 되어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고 죽는 이야기다.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 할 게 아니긴 한데...)

어떻게 보면 SF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복제인간은 그냥 생물이 아닌,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며, 추억을 가지고 있고, 사랑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아니, 오히려 더 인간적인 인간이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복제인간인 캐시, 토미, 루스가 보여주는 이야기와 감정이 더 인간적이어서 실제 인간들인 우리들이 가진 냉철함과 이기심을 비판하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서 ‘왜 도망가서 살면 안되지? 왜 간병사와 기증자가 되는걸 당연하게 여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캐시˝ 와 ˝토미˝를 보면 안타까웠다. 교육과 세뇌의 무서움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처음에는 복제인간을 다룬 책이란 선입견 때문에 언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했다가 읽다보면 그런거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중간 중간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단어들(간병사, 기증자, 근원자 등)이 나오지만 이는 그저  장치일뿐, 그리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뭔가 구체적인 걸 좋아한다면 좀 답답할 수도 있다. 아이템 보다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에 집중하여 읽어야 하는 책.

˝나를 보내지마˝  이 책 정말 좋다. 🌟 8개.
˝클라라와 태양˝이 기대가 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옮겨 본다.
(책에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다.)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린 시절 이후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고, 이 앞에 이렇게 서서 가만히 기다리면 들판을 지나 저 멀리 지평선에서 하나의 얼굴이 조그맣게 떠올라 점점 커져서 이윽고 그것이 토미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리라고, 이윽고 토미가 손을 흔들고, 어쩌면 나를 소리쳐 부를지도 모른다고.」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3-29 0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시구로 작가를 처음으로 만난
책이 바로 <네버 렛 미 고>였습니다.

소설도 영화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의 비장한 결말이 다시 떠오르네요.

새파랑 2021-03-29 10:31   좋아요 3 | URL
영화 결말 부분만 찾아봤는데 좋았습니다^^ 영화로도 보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1-03-29 09: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는 <나를 보내지 마>가 최고!
영화 <네버 렛 미 고>도 추천드립니다. 정말 가슴 아픈.... 특히 꼬마 토미 완전 제 취향으로 잘생김 ㅠㅠ ㅋ

새파랑 2021-03-29 10:32   좋아요 3 | URL
저도 이책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도 모든 분이 좋다고 하니 꼭 봐야겠습니다~!

청아 2021-03-29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고 있는 중이라 새파랑님 리뷰 초반,마지막만 읽었네요.ㅋㅋ 다 보고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항상 흥미롭게 잘 쓰셔서 공감듬뿍 생기는 후기예요!👍

새파랑 2021-03-29 10:33   좋아요 4 | URL
칭찬 감사합니다~사실이 아니더라도 ㅎㅎ 미미님 리뷰 항상 기대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29 1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남아 있는 나날은 큰 감흥이 없었던지 작가 이름도 기억 안하고 넘겼던데. 새파랑님 리뷰와 댓글 보니 요 책은 읽고 싮은 걸요. 감정의 혼란 읽고 요거 대출하겠음요. 미미님 말대로 새파랑님은 글 맛나게 읽고 맛나게 쓰심. 나두 먹고 싶어 하는 마음 들게 말이죠. 하여 님을 요주의 친구로 등록해두겠음요. 사실 북플 친구들 다 위험 인물들 ㅋㅋ

새파랑 2021-03-29 13:11   좋아요 3 | URL
다른 분들에 비해 전 아직 초보라서 너무 과찬이십니다ㅎㅎ 리뷰 쓸때 잘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3-29 1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옹 민쉐!!

ଘ(੭ˊᵕˋ)੭* ੈ✩‧₊˚

새파랑님에 독서량 !!
엄청납니다
끼니 잊으시면서 읽으시는것 같음 ^ㅎ^

새파랑 2021-03-29 13:13   좋아요 3 | URL
끼니보다는 잠을 줄일려구 ㅎㅎ 여기 서재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에 독서량은 뭐...ㅋ 가즈오옹을 알려주신 스콧님께 감사합니다^^
 

정영수 작가님 작품은 평이 좋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도 좋고. (책의 표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함.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니까)

이 책은 일단 연인들에 관한 이야기이지, 연인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를 고르자면 ˝헤어짐˝ 그리고 ˝회복˝ 이 어울릴 듯 하다. (길을 잘 찾는 서울사람들은 제외하고...  이건 약간 이질적이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과거가 된 연인(우리들), 현재 그리고 미래에 헤어질 연인(내일의 연인들), 죽음을 준비하는 가족과(더 인간적인 말),  나의 실수로 평생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기적의 시대), 이유도 모른채 멀이진 사람(서로의 나라에서), 부부간의 갈등(두 사람의 세계) 과 같은 헤어짐, 슬픔에 관한 이야기가 그려 지지만,

그들은 결국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회복하면서 살아간다. (회복을 암시하기도 하고...)

내일의 연인들 단편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단편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깔끔한 문장과 여운을 남기는 결론이 그렇다. 일단 재미있고,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다만 주인공들이 막 쿨하지는 않다. 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들˝과 ˝기적의 시대˝ 두 작품이 가장 좋았다. ˝우리들˝은 문장들에 실린 느낌이 공감되었고, ˝기적의 시대˝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디스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지막 장이 생각났다. 안타깝게 돌아서는 장면. (제목이 비슷해서 그런건가..이래서 표지랑 제목이 중요하다^^)

짧지만 많은 강한 인상을 남긴 책...이런 단편집은 여러날 동안 1편씩 읽어야 하는데, 다 읽어버려서 아쉬움...앞으로 이분의 작품을 찾아 읽어야 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3-29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각각이 나름의 여운이 남아서 시간차를 더 두고 싶었어요.ㅋㅋ 기다리는 다른 책들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아쉬웠음요.🙄

새파랑 2021-03-29 10:20   좋아요 2 | URL
기다리는 책들이 문제입니다ㅜㅜ 북플 하니까 기다리는 책들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좋은 ㅎㅎ

blanca 2021-03-29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묘하게 좋았어요. 정영수 작가 따라 이북리더기도 샀다는 ㅋㅋ

새파랑 2021-03-29 10:20   좋아요 1 | URL
묘하게 좋다는 말씀이 뭔지 공감이 됩니다^^
 

내일의 연인들 읽기 시작과 끝. 공감가는 문장과 분위기가 있다. 담담하게 읽은 📚

"우리 매년 여름마다 여기 올까?"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아득하고 눈부신 말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종종 나누기도 했던 조금은 과장된 약속들과 달리 그건 우리 모두를 미몽에서 깨울 만큼 강력한 주문이었다.

(피상적인 미래보다는 구체적인 미래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더 생각나게 하더라.) - P35

읽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고독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다가 어쩌면 내가 영원히 혼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문득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일기 쓰는 기분이 이런건가?) - P41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정말 어쩌다 해어졌을까?"

그것은 내게 앞으로 다가오거나 다가오지 않을 무수히 많은 행복한 시간들과 외로운 시간들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반복되는 해어지는 연인들의 사랑을 예상하는 멋진 문장이다.) - P72

이런 감정들이 나만의 것이었을까? 나의 하루의 많은 시간을 그녀가 나에게 보인 행동들, 나에게 건넨 말들, 그리고 발화가 일어난 시간, 어조, 분위기, 내가 보인 반응에 대한 또다른 반응들을 되짚어보며 보냈다.

(사랑에 빠지면 하게되는 생각들...) - P140

사람들은 이유 없이 가까워졌던 것처럼 이유 없이 멀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장 궁금한건 사람의 마음. 그 중 왜? 라는 이유. 하지만 이유가 없다면 허무하겠다. 설마 이유가 없을까.)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장과 3장까지 해서 읽었다. 책은 잔잔하다. 일요일 오전 존재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으면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온갖 종류의 책들을 섭렵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바고들거나 따져서는 안된다는 합의가 있었다.

(전쟁과 평화 ㅋ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재미있다. 온갖 책들을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 P173

우리는 각자가 일반인에게서 복제된 개체인 만큼 바깥세상에는 우리의 근원자가 살고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의 근원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 P196

우리의 근원지는 우리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존재였을 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만드는 거다. 우리가 어떤 태생이었던 간에...) - P197

어쨌든 내가 줄곧 말했던 그중 극히 일부분이 사실이라 해도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 우리 근원자가 어떤 모습이든 우리랑 상관없어. 캐시, 이건 화낼 가치도 없는 일이야.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 P235

내가 그 테이프 그리고 그 노래를 되찾은 것에 진정으로 기뻐한 것은 코티지로 돌아와 내 방에 혼자 있게 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때도 주된 감정은 일종의 향수였다. 요즘 그 테이프를 꺼내 볼 때면 우리가 헤일셤에서 보낸 나날과 함께 그날 오후 노퍼크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떤 노래에는 추억이 담겨져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 P243

나는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루스가 그렇게 교묘하게 우리의 내밀한 이야기를 발설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당황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 P271

"이상해, 그 모든 게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그래, 정말 이상해. 그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정말 이상해, 이제와서 그런게 전혀 상관없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상관이 있는걸"

"무슨말인지 알아"

(지나간 일이 상관없을지라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기억이 남게 된다. 아무리 사소할 지라도..) - P291

그녀는 시선을 자기 내부로 돌리고 싶은듯 했다. 그럼으로써 자기 몸속에 별도로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영역을 더 잘 살펴보고 정돈하려는 것이었다. - P324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안지만 결국은 어쩔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어쩔수없이 해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은 비극적이다... ) - P386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린 시절 이후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고, 이 앞에 이렇게 서서 가만히 기다리면 들판을 지나 저 멀리 지평선에서 하나의 얼굴이 조그맣게 떠올라 점점 커져서 이윽고 그것이 토미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리라고, 이윽고 토미가 손을 흔들고, 어쩌면 나를 소리쳐 부를지도 모른다고.

(떨어져 버린 건 돌아오지 않아...) - P39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3-28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하시면 영상 ‘네버 렛미 고우 ‘~
추천 합니다.😊

새파랑 2021-03-28 16:49   좋아요 1 | URL
완독했습니다~ 영상 검색중^^ 리뷰를 써야할지 고민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