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에선가 현대 영국 3대 남성작가로 ‘이언 매큐언‘이 언급된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읽어보리라 생각했는데, 북플에서 그의 작품 ‘체실 비치에서‘ 리뷰를 보고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점갔다가 눈에 들어와 바로 구매했다. 일단 표지가 파랑색과 민트색 혼합으로 첫눈에 합격했다.

이 책이 고구마 백만개라는 말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읽고 나서 진짜 왜 고구마 백만개 라는건지 이해가 확 왔다. 정확한 표현이다. 근데 고구마 백만개여도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딱 그 책이다. 고구마 백만개 이지만 읽고나서 감탄을 하게되는 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스물두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안타까운 첫사랑, 첫날밤 이야기와 비극‘ 이라 할 수 있다.

한창 청춘인 시절 첫만남에서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다소 불우한 집안에서 자란 ˝에드워드˝는 자신의 현재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다소 다혈질 적인, 역사학을 전공하고 락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반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플로렌스˝는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와 어머니의 엄격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소 우유부단한, 클래식을 전공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처녀이다.

이렇게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둘은 스물두살이란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체실비치‘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둘은 그때까지 성경험이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연예 시절 이를 참고 기다리지만, ˝플로렌스˝는 성행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결국 첫날밤에 둘의 첫경험은 실패하게 되고, ˝플로렌스˝는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녀를 찾으러 나간다.

체실 비치에서 만난 둘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잡아 주기를 원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말과 행동을 못하고, 결국 마음에 없는 심한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결국 그녀는 떠나고, 그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그렇게 둘은 해어지게 된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40년이 지난 후 ˝에드워드˝는 40년 전 ˝플로렌스˝가 그를 찾아오던 그 길위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뭔가 서투른 나이에, 너무 빨리 결혼하게 된 것이 이 비극의 시작이었을까? 서로 마음을 터놓았었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을까?

사실 첫날밤의 실패는 조그마한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었지,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하기에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2.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3. 책에서만 배운 지식은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조차 믿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고 그녀를 지혜의 길로 인도할 길잡이는 수중의 문고판 안내서가 다였다.」

물론 첫날밤의 중요성(?)이 주된 이야기 이지만, 설마 이 책이 그것만을 말하고자 하는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200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2차세계대전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바탕으로, 22살의 ˝에드워드˝와 ˝플로렌스˝의 심리와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사실대로 묘사하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고 잘 읽혔다. 다만 두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 고구마였지만..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 겠다. (항상 결론은 똑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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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03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고구마도 고구마 나름인듯해요. 표지가 정말 느낌 있네요! 저도 찜^^*

새파랑 2021-05-03 20:16   좋아요 1 | URL
전 이런 심리묘사를 좋아하는데, 읽다보면 속터지는 부분이 있어서 미미님한테 맞을지 걱정이 되긴 하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03 2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백만개~~
읽기 너무 힘들것 같은데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요~~
새파랑님께서 정리해주신 1,2,3번 백퍼 동감입니다^^
체실 비치의 어감이 낭만적인데요~~

새파랑 2021-05-03 20:17   좋아요 1 | URL
그렇죠. 현실에서도 정말 그렇다는ㅎㅎ 저도 체실 비치가 어디인지는 모르나 어감이 좋았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5-03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이야기의 탄생?인가 하는 책에서 보고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 ㅎㅎ 이언매큐언 딱 두 권 읽었는데 더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ㅎ

새파랑 2021-05-03 21:10   좋아요 2 | URL
다행이 고구마는 아니셨군요 ^^ 책이 너무 잘 읽혀서 특히 좋았습니다. 전 ‘칠드런 액트‘를 읽어보려 생각중입니다 ㅎㅎ

scott 2021-05-03 2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체실 비치가 영국 도싯에 있는 해변이에요
해변에 모래가 아닌 조약돌 좌르륵 깔려 있는데 폭이 좁은 해안선인데 바로 옆은 파도가 넘실~

새파랑 2021-05-03 21:12   좋아요 3 | URL
스콧님 글 보고 체실 비치 사진으로 찾아보고 옴^^ 우리나라의 몽돌해수욕장(?) 이랑 비슷한 걸까요? ㅎㅎ 생각해보니 책에서도 바다로 갈수록 조약돌 크기가 달라진다는 문장을 본 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1-05-03 21:52   좋아요 3 | URL
저도 거제 몽돌 해수욕장 생각했어요 ㅎㅎ

율별엠제이 2021-05-03 22: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언매큐언 전작읽기 시도하려고 해요.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새파랑 2021-05-03 22:22   좋아요 2 | URL
저는 이번에 첨읽어 봤는데 좋았어요 ㅎㅎ 율별엠제이님 평이 좋은 책을 따라 읽어봐야 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5-03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불새> 생각나는 줄거리인 걸요. 저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는데요, 저 주인공들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했음 이혼을 열두 번도 했겠다 싶을 때 많았어요. 서로 다른 이들이 같이 사는 건 새파랑님 말대로 많은 인내와 이해가 필요하지요. 어찌 이리도 잘 아시나. ㅋ

새파랑 2021-05-04 06:30   좋아요 1 | URL
이책 주인공은 1박2일만에 이혼한다는 ㅎㅎ 그리고 제가 안다기 보다는 책에 비슷한 말이 나와있어요 ^^

서니데이 2021-05-03 2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억속의 표지와 다른 것 같아서 찾아보니까, 영화 한정판 양장본으로 나온 책 같아요.
이 디자인도 좋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5-04 06:32   좋아요 2 | URL
어제 몸이 안좋아서 빨리 잤다는 ㅜㅜ
예전에 보신 책이군요? 영화에서 이러한 심리묘사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네요. 양장본 마음에 듭니다^^

희선 2021-05-04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는 건 정말 아닌 듯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겠지만, 서로를 잘 모르기도 하고 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새파랑 2021-05-04 06:3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희선님 생각에 완전 공감합니다~!! 서로 더 알려고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실제 사는것도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mini74 2021-05-04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랑 어울리는 표지? ㅎㅎ 안타까운 이별은 있지만 억울한 이별은 없는 것 같아요. ( 전쟁 죽음 등 말고 ㅎㅎ)전 이 소설 읽으면서 나의 미카엘 생각도 났어요. 한 쪽의 인내로 이루어지는 사랑도 사랑은 아니더군요. 그냥 시대배경, 두 사람을 용기내지 못하게 하는 과거의 일들과 배경들이 안타까웠고 그 묘사들이 참 좋았어요 *^^*

새파랑 2021-05-04 10:00   좋아요 2 | URL
미니님 리뷰 보고 읽은 책~ 덕분에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책은 파랑색이 들어가야 좋다는 ^^

coolcat329 2021-05-04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갖고 있지만 역시나 읽지 않았습니다 😅 제가 갖고 있는 건 여자 혼자 넓은 길을 걸어가는 쓸쓸한 표지인데, 저렇게 남녀가 등 돌리고 있는 표지도 외로워 보입니다. 저도 조만간 읽어야 겠습니다.

새파랑 2021-05-04 12:21   좋아요 1 | URL
쿨캣님 책이 엄청 많으신거 같아요 ^^ 표지를 다시 보니 정말 외로워보이네요. 전 색깔만 봤는데 ㅎㅎ

레삭매냐 2021-05-0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턱턱, 절절하게 다가
오네요.

이제 영화도 볼 차례인데 책도
읽어야 하고 도통 시간이...

새파랑 2021-05-06 20:38   좋아요 0 | URL
ㅋ 이거 책 답답하지만 재미있었어요^^ 영화에서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네요
 

나에겐 고구마 백만개보다는, 완전 재미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위스키 더블을 마시며 노르망디 해전과 북아프리카 전투를 추억하고 세련된 군대 속어의 잔재나 나불대는 그들은 결코 미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제군들, 이제 퇴장하실 때가 됐소이다.

(지나간 영광에 언제까지 안주할 수는 없다.) - P36

자신이 성급했다고, 뭔가 중요한 것을 포기했다고, 사실은 자기 것이 아닌 뭔가를 줘버린 듯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섣부른 사랑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 P75

그는 여동생들과 부모님들에게 충분히 다정스럽게 굴면서 터빌 히스의 집에서 떠날 날을 계속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는 이미 떠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마음은 그곳을 향해...) - P95

몸에 감정을 숨길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유감스러운지,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 체면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의 감정이란 숨길 수 없지..) - P104

그는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늘 새롭게 굽이치는 파도나 물결과 같은 것임을 깨달아가고 있었고, 바로 지금 그런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 P150

그는 작년의 이런 기억들을, 시골집 엽서들을, 라임나무 아래에서의 산책을, 옥스퍼드에서 지낸 여름을 불러냈다. 자신의 슬픔을 배가시키려거나 그것에 탐닉하려는 감상적인 욕망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슬픔을 쫓아버리고 자신이 사랑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였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 P159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방식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녀 자신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그에게 숨겼다. 그녀는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 P162

사랑에 빠진 상태도, 사랑이 식은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단지 이 거대한 나무에 기댄 채, 어스름 속에서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진정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 P168

"난 당신을 사랑했어. 하지만 당신이 그 사랑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어"

그들은 그가 사용한 시제의 함의가 그들에게 전달될 때 까지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미심쩍어하며 말했다.

"날 사랑했다고?"

(절대 과거형으로 하면 안될 말) - P178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사랑과 인내 겨우 두가지였는데....) - P197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마지막 그 순간 사랑을 잡지 못하고 평생 그리워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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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고구마 100만개 체험해보기~~


그는 줄을 서거나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을 대비해 재킷 주머니 속에 늘 문고판 책, 주로 역사책을 넣고 다녔고 몽당연필로 읽은 부분을 표시해두는 사람이었다.

(나도 책이랑 연필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 P17

그녀는 자신조차 믿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는 문제를 홀로 감당하고 있었고 그녀를 지혜의 길로 인도할 길잡이는 수중의 문고판 안내서가 다였다.

(책에서만 배우는건 위험한데...)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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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2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책을 읽고 느끼는 취향도 백만개죠. 저는 고구마 백만개로 공감불능이었지만 이 책 좋아하시는 분 많더라구요. ^^ 아 혹시 이 책이 맘에 안 드셔도 이언 매큐언 소설이 다 그런건 아니어요. <칠드런 액트>같은 소설은 굉장히 좋았어요. 물론 제 입장이긴 합니다만.... ^^

새파랑 2021-05-02 22:41   좋아요 1 | URL
다 취향이죠 ㅎㅎ 이언 매큐언 이름만 들어보고 읽어보고 싶었는데 서점에 있어서 그냥 골랐어요. 이거 읽고 ‘칠드런 액트‘도 읽어 보겠습니다^^

scott 2021-05-03 00:34   좋아요 1 | URL
오! 역쉬 바람돌이님!!
‘칠드런 액트‘
맨부커상 후보작 까지 올라갈정도로
인정받았죠
전 영화도 좋았어요 ^ㅅ^

새파랑 2021-05-03 06:57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은 다 영화제작되는군요^^ 이것도 보고싶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3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칠드런 액트>는 저도 책 좋아하는 동생한테 강력 추천받았어요. 물론 새파랑님이 먼저 읽으시겠지만. ㅋ

새파랑 2021-05-04 06:20   좋아요 0 | URL
3명이 추천하는 책윽 무조건 읽어야죠 ^^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을 자주 들었던 시기와 장소가 떠오를 때가 있다. 가끔씩은 특정 시기와 장소를 떠올리기 위해 그 음악을 듣곤 한다. 나에게 그런 음악이란 언니네 이발관, 가을방학, 검정치마, 재주소년, 김동률, 윤상, 어떤날 등등등 쓸려니까 너무 많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이러한 음악과 회상이란 주제를 가진 다섯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내가 읽은 이시구로의 여섯번째 작품.(올해 부지런히 몰아서 읽었다.)

첫번째 단편 ‘크루너‘는 유명가수 였던 ˝토니 가드너˝가 사랑하지만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부인 ˝린디˝와의 마지막 이별여행을 하면서,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불러주는 이야기이다. 왜 사랑하면서 헤어져야 하는 걸까?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는 감정과 추억이 잘 그려져 있다. 이 단편에서 좋아하는 노래인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 easily‘가 나와서 반가웠다.

세번째 단편 ‘말번힐스‘는 기타를 치는 주인공인 ˝나˝가 런던 생활에 매력을 잃고 누나인 ˝매기˝가 있는 ‘말번힐스‘로 가게되고, 거기서 스위스 음악가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삶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부부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네번째 단편 ‘녹턴‘은 음악적 재능은 있지만 못생긴 외모로 성공하지 못하는 ˝스티브˝가 성형수술을 하는 이야기 이다.  그의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게 되고, 그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호텔에 머물게 되는데, 여기에서 유명인인 ˝린디˝를 만나게 된다. ˝린디˝는 첫번째 단편에 나오는 인물과 동일인물이다. 호텔에서 회복을 하면서 두사람이 펼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얼굴에 붕대를 감은 두 사람의 행동이 상당히 유쾌하다. 붕대를 풀게 되었을때 그들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기대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어쨋든 희망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섯번째 단편 ‘첼리스트‘는 재능있는 헝가리 첼리스트인 ˝티보르˝가 첼로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미국인 여성 ˝엘로이즈˝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티보르˝는 그녀에게 빠져들지만 결국 서로 떠나게 되고, 그의 재능은 결국 사라져 버리게 되어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재능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그도 그녀도 결국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나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어요. 아직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 같은 게 저 멀리 있었어요. 그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죠. 처음으로 안 거에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이 있다는 걸요.˝」

녹턴은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이러한 분위기의 음악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의 장편소설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게 중간중간에 많은 위트가 있다. 그의 가장 밝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시구로의 작품은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뭔가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다. 매력적인 작가임은 분명하다. 이제 그의 작품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과 ‘우리가 고아였을 때‘ 그리고 ‘파묻힌 거인‘을 읽어야 겠다.

지금까지 읽은 책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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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5-02 2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가지런한 모습이 너무 흐뭇합니다 ㅎㅎ 저는 유재하와 동물원입니다 ㅠㅠ 좀 연식이 오래됐죠 ㅎㅎ

새파랑 2021-05-02 21:58   좋아요 3 | URL
노래에 연식이 어디 있나요 ㅎㅎ 저도 유재하 1집 완전 옛날 음반 가지고 있어요. 특히 ‘가리워진 길‘ 정말 좋아한다는^^

청아 2021-05-02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새파랑님 이시구로 소설 6권을 클리어 하셨군여!! 쳇 베이커는
My Funny Valentine 하나 들어봤는데 너무 소름돋았던 기억납니다.^^ 여기 나온 곡도 얼른 들어봐야겠어요! 어떤 곡들은 정말 특정 향기가 그런것처럼 과거로 순식간에 보내주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5-02 22:19   좋아요 3 | URL
마이 퍼니 발렌타인도 정말 좋죠 ㅎㅎ 향기랑 음악이 잘 어울리는 단어 같아요. 잔향 같은?
특정 작가의 완독을 해보고 싶어서 이시구로 책 클리어 중입니다 ^^

scott 2021-05-03 00:37   좋아요 2 | URL
My Funny Valentine

영화 ‘리플리‘에서 흘러나오는걸로 들어보세요
느낌이 다름 (¬◡¬)✧

새파랑 2021-05-03 08:01   좋아요 2 | URL
스콧님은 영화도 전문가~!! 추천영화는 휴가때 꼭 봐야겠어요. 언제 휴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ㅜㅜ

페넬로페 2021-05-02 22: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결국 새파랑님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이슬만 먹고 사는 신기한 사람인걸로^^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나요
scott님이 올려주신 이시구로의 페이퍼로 작가가 밴드활동까지 하는 뮤지션임을
알았으니 이런 작품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가지런한 읽은 책 사진!
멋져요^^

새파랑 2021-05-02 22:44   좋아요 4 | URL
책이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어서 이번 기회에 정리좀 하려고요 ㅎㅎ 이슬은 참이슬 말씀하시는거죠? ^^

바람돌이 2021-05-02 22: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벌써 6권! 새파랑님 완전 멋져요. 게다가 책탑 사진은 언제나 아름답구요.
아 저는 올해 말에 꼭 버지니아 울프 전집으로 책 탑을 쌓겠습니다. ^^

새파랑 2021-05-02 22:48   좋아요 3 | URL
아~ 버지니아 울프 책탑 기대되네요~!! 저도 오늘 서점기서 등대로 살려고 했는데 열린책들에서 나온게 없어서 ㅜㅜ 바람돌이님 응원합니다^^

scott 2021-05-03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사진 인증 까지
가즈오옹 전작 완독 시작으로 도끼선생까지
책사진 병풍 숲이 될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1-05-03 06:58   좋아요 2 | URL
책이 맨날 사라져서 한번씩 정리하고 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3 0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가지런한 책들 이쁨이쁨.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배 부름요. 음악과 회상. 새파랑님 리뷰는, 아는 척하기 딱 좋게 요약을 넘 잘해주셔 좋아요. 이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감솨!!^^

새파랑 2021-05-03 06:59   좋아요 2 | URL
짧지만 그래도 리뷰쓰는데 1시간 걸려요 ㅎㅎ
 

음악에 대한 단편 모음집. 음악은 그때 기억을 떠올린다.


27년은 긴 시간이고 이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헤어지기 때문이오. 이번이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이라오.

(사랑하는데 해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 P40

지금 헤어져야 하오. 그녀는 아직 그렇게 늙지 않았소. 당신도 봐서 알겠지만, 아직 아름답소. 그녀에게 가능성이 남이 있을 때 출구를 찾아야 한다오.

(한쪽의 사랑이 식은게 헤어짐의 이유이겠지...) - P43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충고할 수 있는거야. 어떤 시점이 지나면 인간은 자기 삶에 책임을 져야 해.

(충고는 쉽다. 책임은 어렵다.) - P54

"아직 마흔일곱이라니! 바로 그 아직 이라는 말이 네 삶을 망치고 있는 거야. 레이먼드.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아직 마흔일곱이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예순일곱이 될 거고, 그 때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빌어먹을 방 한 칸을 구하기 위해 그 빌어먹을 사람들 속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거라고."

(아직이라는 말보다 벌써라는 말로 바꿔 생각해야 겠다.)
- P58

나는 주위에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넟선 소파에 깊숙이 파묻히는 것이 좋았다. 에밀리가 가고 나서 내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맨스필드 파크‘를 한두 장 읽은 후 20 여 분 동안 잠에 빠져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행동. 거기에 제인 오스틴~!!) - P65

"문제는 내가 그렇게도 누군가를 원했다는 거야. 이 다른 나를, 내 안에 갇혀 있는 그 사람을 끌어내 줄 누군가를 말이야...

(나도 나를 끌어내 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 P87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방의 다른 사람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야 마땅해.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지 않아. 방안에 있는 다른 남자들이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거야.

(사람은 한눈을 팔 수 밖에 없는 존재~~가벼운 존재) - P99

사실 젊었을 때 나는어떤 것에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많은 것들에 화가 난답니다.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좋은게 아니죠.

(나는 아직 화가 많진 않지만 아쉬움이 많다는...) - P141

당산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신에게서 특별한 재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 거에요.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언제나 선두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에겐 재능이 없다. 그래도 그런사람이 부럽지는 않았었지만, 가끔 부러운 적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 P190

"나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어요. 아직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 같은 게 저 멀리 있었어요. 그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죠. 처음으로 안 거에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이 있다는 걸요."

(너의 비밀의 화원. 들어갈 수는 없지.) - P228

그렇다 해도 티보르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그 젊은이다운 불안과 당시 지니고 있던 조심스러운 태도를 잃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젊은이디운 태도란~!!)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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