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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상 (문고판) - 7月-9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N22104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1Q84 2부 상권에서는 덴코와 아오마메가 드디어 서로를 표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고 왜 달이 두개가 떴는지, 왜 세계가 이렇게 어그러졌는지 인식하게 된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비밀조직인 선구의 리더가 등장하고, 리더를 죽여야만 하는 아오마메는 호텔에서 그를 만난다.
[이건 진짜 현실일까.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면, 다른 어디에서 현실을 찾아야 할지 그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우선은 이것을 유일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어떻게든 이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P.83
덴고는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오마메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손을 잡았다는 사소한 행위마져도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이런 기억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세계는 바뀌었다. 그녀는 그에게,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무엇을 남겼던 걸까?
[어째서 그 열 살짜리 말라깽이 소녀가 이토록 오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일까, 덴고는 생각했다. 그녀는 방과후에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사이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뿐이다. 하지만 아오마메는 그때 그의 일부를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마음이나 몸의 일부를 그리고 그 대신 그녀의 마음 혹은 몸의 일부를 덴고 안에 남기고 갔다. 아주 짧은 시간에 그런 중요한 주고받음이 이루어졌다.] P.96
아직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제 곧 만날거라는 암시가 곳곳에 뿌려져 있다. 과연 20년 끝의 기다림,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P.116
왜 그 전에 서로 찾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미 너무 마음 깊은곳에 서로를 담고 있어서 그랬던걸까? 상대방은 자신을 잊고 지낼거라고 너무 쉽게 포기해서 그랬던 걸까? 그래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20년 동안 못봤더라도 그건 단지 숫자일 뿐이다. 같은 세계에 살고만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그뒤 오랫동안 덴고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동의 결여를 후회했다. 그 소녀에게 했어야 할 말들을 이제는 얼마든지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것, 말해야 할 것들이 덴고 안에는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녀를 어딘가로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고 그저 약간의 용기를 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덴고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기회는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P.91
1Q84를 읽다보면 언제나 감탄하는게 이야기 곳곳에 있는 하루키의 평범하지 않은 문장들이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지 하면서 하루키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 한명한명을 모두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너무 좋다. 악인, 지나가는 행인 한명마져도 결코 평범하지않다.
˝돈은 필요 없어. 이 세상은 돈보다 오히려 서로 빚을 주고받는 걸로 돌아가거든. 나는 빚지는 건 싫으니까 가능한 한 빚 받을 데를 많이 만들어두지.˝
˝인간에게 죽을 때라는 건 아주 중요한 거야.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