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좋았던 문장은 지금봐도 좋다.
"그거면 돼요. 만일 가능다면 소프트볼용 금속 배트도 다마루는 몇 초 동안 침묵한다. "배트는 용도가 다양해요." 아오마메는 말한다. "그저 가까이에 놔두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나와 함께 커온 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니까."(태엽감는 새 연대기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 P42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다마루는 말한다."만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완독할 좋은 기회일지도.""당신은 읽었어요?""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교도소에 가야만 완독할 수 있는 잃시찾 ㅋㅋ) - P43
「공기 번데기」는 진즉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1위에 오른 건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살빼기』라는 다이어트 책이었다. 훌륭한 제목이다. 안이 완전한 백지여도 잘 팔릴지 모른다.(ㅋㅋㅋㅋㅋㅋ 역시 하루키) - P58
그녀는 다마루가 보내준 프루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에 이십 페이지 이상은 읽지 않도록 주의했다. 시간을 들여 그야말로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이십 페이지를 읽는다. 거기까지 다읽으면 다른 책을 손에 든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공기 번데기를 반드시 몇 페이지씩 읽는다. 그것은 덴고가 쓴 글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1Q84년을 살아가기 위한 매뉴얼이기도 하니까.(잃시찾은 하루에 이십페이지 까지만 ㅋ) - P93
그는 조금만 더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있었다. - P95
인간은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희망 없이 인간이 계속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 던지기와도 같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동전이 떨어질 때까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옥죄어온다. 온 몸의 뼈라는 뼈가 모두 삐걱거리며 비명을 울릴 만큼 강하게. - P96
아무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어도 누군가가 반드시 당신을 찾아냅니다. - P104
By the pricking of my thumbs.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Open, locks.Whoever knocks. - P130
그 자그마한 여자가 나간 뒤, 우시카와는 한참이나 석연찮은 기분으로 문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등뒤로 닫고 간 문을 사무실에는 아직 그녀의 기척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 여자는 자신의 기척을 남기는 대신 우시카와의 영혼을 일부 가져갔는지도 모른다. 그는 새로 생겨난 그 공백을 가슴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우시카와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덴코와 아오마에의 데쟈뷰?) - P144
"나는 좀더 일찍 너를 찾아나서야 했어.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아. 너는 나를 찾아낼 수 있어." 소녀는 말한다. - P189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덴고는 물었다. "재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이지." 자그마한 간호사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다.) - P191
이 여자는 덴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우시카와는 감탄했다. 거의 무조건적인 호의를 품고 있다. 타인에게서 그토록 깊은 호감을 사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역시 좋은 문장.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은 어떤 느낌인까?) - P213
벌써 1년전이라니 놀랍다. 북플한지 이제 만 2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안읽은 책이 많다. 이때 구매한 24권 중 18권은 읽었고 6권은 아직 못읽었다는...
좋다 좋다 좋다
"하지만 이제야 겨우 알겠어. 그녀는 개념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야. 따스한 육체와 살아 움직이는 영혼을 가진 현실의 존재야. 그리고 그 온기와 움직임은 내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었어. 그런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해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어. 나는 뭘 생각하는 데 항상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어. 어쩌면 이미 때늦은 일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찾고 싶어. 설혹 때늦은 일이라 해도." - P96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해. 말로는 잘 설명이 안되지만, 의미를 가진 그런 풍경, 우리는 그 뭔가에 제대로 설명을 달기 위해 살아가는 그런 면이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 P111
그때 아오마메가 달에게 무엇을 바쳤는지는 물론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달이 그녀에게 부여했던 것은 덴고도 대략 상상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순수한 고독과 고요함이었으리라. 그것은 달이 사람에게 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니까. - P132
그리고 덴고는 그 달에서 조금 떨어진 하늘 한귀퉁이에 또 하나의 달이 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그는 그것을 착시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광선이 만들어낸 어떤 일루전일 거라고. 하지만 몇 번을 봐도 그곳에는 뚜렷한 윤곽을 가진 두번째 달이 있었다. 그는 잠시 말을 잃고 입을 벌린 채 그저 멍하니 그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의식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윤곽과 실체가 제대로 하나가 되지 않았다. 마치 관념과 언어가 결속하지 않을 때처럼.또 하나의 달? - P135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일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에 멈춰 서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무슨 뜻일까" 하고 고찰하는 일은 없다.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적당한 보폭으로 계속 나아간다. 독자는 그 시선을 빌려, 소녀의 걸음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면 그들은 딴 세계에 들어와 있다. 이곳이 아닌 세계. 리틀 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고 있는 세계다. - P137
"너는 두 개로 나뉘지 않아.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래 그대로의 너야. 걱정할 거 없어. 도터는 어디까지나 마더의 마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그게 형태를 이룬 것이야." - P153
"덴고, 이렇게 생각해봐. 독자는 달이 하나 떠있는 하늘은 지금까지 수없이 봤어. 그렇지? 하지만 하늘에 달이 두개가 나란히 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은 없을 거라고.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을 소설에 끌어들일 때는 되도록 상세하고도 적확한 묘사가 필요해." - P167
두 개의 달의 모습은 덴고에게 현기증과도 같은 어지러움을 몰고왔다. 신경의 균형이 손상된 것 같다. 그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그것을 지그시 견뎠다. 주위의 인력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듯한 감촉이 있었다. 어디선가 바닷물이 차오르고 어디선가는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인간은 insane과 lunatic 사이를 무표정하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