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명작 삘이 든다.


비록 어둠과 그 무한한 방들과 모양이 바뀌는 그림자들이 두렵긴 하지만, 나는 무미건조한 낮이면 밤을 열망한다. 때로는 허물어지는 집의 잔해와 혼돈 속에 사는 게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 P12

내가 전하고 싶어 안달할 만큼 위대한 진실을 깨달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시대에 빛을 드리울 만큼 모범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다는 거다. 나는 살아왔지만, 살아버린 것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달라서, 마치 하나의 삶을 끝내고 이제 또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이 한때 다른 곳에서 또다른 삶을 살았지만 이제 그 삶은 끝나버렸다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P13

"난민." 나는 말했다. "망명."‘그가 고개를 들었고 나는 눈길을 떨구었다. 그는 화가 난 눈빛이었다. "아, 영어를 하시는군요." 그가 말했다. "샤반 씨, 그동안 저를 줄곧 놀린 거로군요." - P23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목숨이 아깝지 않게 되는 거지? 혹은 언제가 돼야 두려움 없이 살기를 바라지 않게 되는 거지? 내 목숨이 자신들이 들여보내주는 젊은이들의 목숨보다 덜 위협받는지는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의 어디가 부도덕하단 말인가? 왜 그게 탐욕이나 게임일 뿐이란 말인가? - P27

그녀는 오지 않았다. 가끔은 오겠다고 말하고서도 오지 않는다. 그녀는 마음 내킬 때 나에게 오는 것이거나, 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내가 늘 선호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다. 그럼 전화를 들이라고 그녀는 내게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한다. 나는 집에 전화를 들였던 적이 한 번도 없고, 이제 와서 번거롭게 전화를 들일 마음도 없다. - P72

반면에 나는, 나에게 티켓을 팔았던 사람이 왜 영어를 못하는 척하라고 조언한 것인지, 혹은 언제쯤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말하는 게 현명것인지 여전히 아리송했다. 그리고 나는 내 동료 캠프 거주자들이를 모르는 게 나와 마찬가지로 전략적인 것은 아닌지, 그들이 영어를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거나 혹은 그들 또한 다른 곳의 또다른 티켓 판매인에게서 들은 약삭빠른 조언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분간할 수 없었다. - P79

"저는 오랫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습니다." 내가 말했다. 지금에야 비로소 영국 여왕 폐하의 정부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제게 피난처를 제공했을 뿐이죠. 이제는 쓸모없는 목숨일 뿐이지만, 그래도 제게는 아직 소중하거든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소중했던 옛날에도 똑같이 쓸모없는 목숨이었을지 모르지만." - P115

나는 내가 또다른 존재의 계획 아래 내 뜻과는 무관하게 사용되는 도구, 다른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고 느낀다. ‘나‘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을 영웅적으로 만드는 일 없이, 자신을 포위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 없이, 논박할 수 없는 것을 논박하고 바꿀 수 없는 것에 앙심을 품는 존재로 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 P117

나는 내 고국에서 온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면 늘 느끼던 두려움을 억눌렀다. 그들은 내가 정말 영국인이 되었다고, 정말 다르다고 자신들과 정말 동떨어져 있다고 말하거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까? 마치 내가 변했건 변하지 않았건 세상에는 이곳과 그곳밖에 없다는 듯이, 마치 그것이 소외에 관한 무언가 단순한 사실을 입증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마치 내가 더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는 가식적인 존재, 가공된 꼭두각시라도 된다는 듯이. - P125

나는 앞을 바라보고 싶지만 늘 뒤를 바라보고 있고, 이후로 일어났던 다른 사건들, 내게 커다랗게 다가와서 모든 일상적 행동들을 지시하는 폭군 같은 사건들에 의해 아주 미미해진 아주 오래된 시간을 뒤적이고 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어떤 대상들은 여전히 눈부신 악의로 빛나고 모든 기억이 피를 흘리게 한다. - P145

하지만 후세인 삼촌이 떠난 일이 아버지에게 일종의 상실이었다면, 하산에게는 버려짐이고 사별이었다. 그는 거의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고, 집에 있을 때면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린 채 침대에 누워 있거나 앉아서 후세인 삼촌이 준 공책에 글을 쓰거나 항공우편으로 보낼 편지를 썼다. - P158

"너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너일 줄은 몰랐구나" 그녀가 말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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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4

˝인생은, 내 생각에, 실수와 수치뿐.˝ 그래..… 실수와 수치뿐이었다.


(마틴 에덴 1 리뷰에 이어서...)


사랑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쉬지않고 올라왔는데, 올라와보니 그 꿈이 사라진걸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좌절? 분노? 체념? 어쩌면 다시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이룰 수 없는 꿈이란 악몽일 뿐이니까...




계속 실패하더라도 마틴 에덴은 루스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몇날 몇일을 굶어가면서도 골방에 쳐박혀서 미친듯이 글을 쓴다. 나는 나를 믿기 때문에, 사랑의 힘을 믿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쓴다.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거라 의심하지 않는다.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P.76



하지만 옆에서 이를 바라보는 루스는 불안하기만 하다. 마틴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가 작가로서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의 일탈로 치부하며, 그가 곧 작가의 자질이 없다고 깨닫기를, 그냥 평범한 직업을 갖길 바란다. 하지만 마틴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가 작가로서의 성공을 너무 확신했기에,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기의 사랑을 믿기 때문에, 자기 부모님의 적개심이 두렵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P.78



하지만 오해 때문이었을까, 아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루스는 마틴의 손을 놓아버린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틴과 같은 하층민의 삶은 애초부터 어울릴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누가봐도 어울릴 수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어쩌면 현실적으로 헤어짐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점을 기억해 줘.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실수였어. 부모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맞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된 걸 둘 다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를 만나려고 해 봐야 소용없어.]  P.155



하지만 마틴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글을 쓰고 새롭게 태어난 이유는 오직 루스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떠나가 버린다면 마틴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가 믿었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던 걸까? 마틴은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았던 건지 방황하게 된다.


루스가 떠나간 이후 거짓말처럼 마틴이 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과거에 그가 쓴 작품들까지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되면서 마틴은 성공한 작가가 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가 된다. 하지만 성공한 작가가 되고 싶게 했던 유일한 이유인 루스가 떠난 뒤에 찾아 온 이러한 성공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그는 예전의 하층민 시절로도 돌아갈 수 없었고, 그렇다고 상류층의 삶도 즐길 수 없는 어중간한 위치에 서게 된다. 돈이 많지만, 명성이 높지만 위안이 될 수 없었다. 그렇게 고귀하다고 믿었던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에게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 수천 권의 책들이 그들과 그 사이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가 그자신을 추방했던 것이다. 지식의 광대한 영토로 너무 깊숙이 들어온 나머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그는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도 새로운 고향을 찾을 수 없었다.]  P.191



이후 루스는 가족들의 사주를 받고 성공한 마틴을 다시 찾아오지만, 마틴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마틴이 사랑했던건 루스가 아닌, 그가 관념적으로 창조해 낸 여성이었다는 것을. 그는 이제 사랑을 믿을 수 없었다.

[˝가장 나쁜 건, 사랑을, 성스러운 사랑을 내가 의심하게 되었다는 거야. 사랑이 출판과 대중의 주목을 먹여서 살려 내야 할 만큼 천한 것인가? 나는 앉아서 머리가 빙빙 돌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곤 했어.˝]  P.228



그라고 마틴은 갑자기 모든 부와 명성을 놓아둔 채 타이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가 찾으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희망도 공포도 놓고
우리는 짧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어떤 신이시든
어느 생명도 영원히 살지 않게 하심을,
죽은 자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심을,
아무리 느리게 흐르는 강도
구불구불 바다에 꼭 닿게 하심을.]  P.249






이 책은 분명 잭 런던의 자전적 요소가 담겨있는 작품이 맞다. 그가 생각했던 사랑, 성공, 그리고 당시 출판업계에 대한 시각까지 모두 담겨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히고 진심으로 읽혔다. 역시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단언하건대, 편집자들 중 99퍼센트의 주된 자격은 실패한 경력이야. 그들은 작가로서 실패한 사람들이야. 그들이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고역스럽게 사무를 보고 발행 부수와 사장에게 얽매여 살기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들은 글을 써 보려고 했으나 안 됐던 거야. 바로 거기에 저주받은 역설이 있지. 문학에 있어 성공으로 가는 길목을 문학에 실패한 그들 경비견이 지키고 있으니. 편집장, 편집 차장, 편집부원들 대부분, 그리고 잡지와 출판사들에 고용되어 원고를 사전 검토하는 독자들 대부분, 그들 거의 모두가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이야.˝]  P.68


(좀 싸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긴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





마틴 에덴이 그냥 성공을 즐겼더라면, 루스와의 재회를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잠깐 해봤다. 아마 현실이라면 그렇게 했을것 같다. 실제로 잭 런던 역시 <마틴 에덴>의 결말처럼 살지는 않았고 현실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보이는데... 뭐 현실은 현실이고, 소설은 소설이니까.


그래도 마지막 결말은 너무 소름돋으면서도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중 하나가 될거 같다.

(도대체 최고의 책은 몇권인건가...)




Ps 1.  <마틴 에덴> 완독 기념으로 그동안 모은 녹색광선 시리즈를 (일부만) 모아봤다. <패배의 신호>는 구매는 했었는데 친구 빌려주고 아직 못받았다... <마틴 에덴 1>은 분명 얼마전까지 책상에 있었는데 어디간건지...
나중에 완전한 모습으로 다시 찍어봐야 겠다.

Ps 2. 지금까지 녹색광선에서 나온 책들은 다 내 취향이었다. 안좋았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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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9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녹색 광선은 새파랑님 같은 애독자가 필요 합니다 출판사는 다음번 신간 새파랑님에게 가장 먼저 보내 다오!^^

새파랑 2022-09-20 06:19   좋아요 3 | URL
저보다는 스콧님이 더 애독자 이신거 같아요~!! 전 처음에 스콧님 글 봤을때 이 책이 녹색광선에서 나온건지도 몰랐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9-19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 녹색광선 알흠다워요^^ 바닥의 구김있는 초록천이 더 책들을 도드라지게하네요!

새파랑 2022-09-20 06:20   좋아요 2 | URL
바닥이 지저분해서 그냥 옆에 있는 보자기 대충 깔아서 찍어봤습니다 ㅋ 전 사진을 정말 못찍는거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2-09-20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런던은 마틴 에덴이 되기를 꿈꿨으나…?! ㅎㅎㅎㅎㅎ 그래도 그도 백 살까진 살지 못했군요~

새파랑 2022-09-20 06:23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잭런던은 그렇게 장수하진 못했더라구요 ㅜㅜ 어린시절을 힘들게 보냈던 거랑 다작했던거랑 벼락부자 된게 책이랑 비슷했던거 같아요 ㅋ

blanca 2022-09-20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다 읽었는데 너무 슬퍼서 저까지 다운돼요. 녹색광선 책 정말 너무 아름답죠. 가격에 수긍이 갑니다.^^

새파랑 2022-09-20 12:44   좋아요 0 | URL
다 읽으셨군요~! 읽고나서 좀 다운된다는데 공감합니다 ㅎㅎ 책만 좋다면야 가격이야 뭐 ^^ 저도 이 책 대만족입니다~!!

그레이스 2022-09-20 1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을 애정하시는 새파랑님 이 출판사에서 상 줘야된다고 봅니다. 나란히 꽂혀있는 책등이 멋있을듯요. 마틴에딘 너무 옛날책으로 갖고 있어서 막 사고 싶은 유혹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거 사면 강철군화나 다른 책들이 너무 초라해질 듯요^^

새파랑 2022-09-20 12:46   좋아요 2 | URL
제가 애정하는 출판사가 몇곳(?) 있습니다 ^^ 나란히 놓은거는 저번에 한번 찍었던거 같아서 이번에는 표지가 보이게 찍어봤습니다~!! 강철군화도 읽어봐야 하나요? 왠지 책 제목이 안끌린다는 ㅎㅎ

청아 2022-09-20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최고의 책은 몇권인걸까?‘ㅋㅋㅋㅋㅋ
이 말 너무 공감되면서 괴롭고도 기쁘게 들립니다ㅋ
편집자에 대한 ‘저주받은 역설‘신날하네요
새파랑님께 지금 땡투갔을거예요(>.<)V

새파랑 2022-09-20 12:47   좋아요 1 | URL
역시 땡투의 달인 미미님~!! 미미님의 평가도 기대 됩니다~!!
올해 읽은 책중에 좋은 책이 많았던거 같아요 ㅋ 내일 최고의 책이 또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09-20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출판사 애독자, 새파랑님!
마틴 에덴이라는 한 남자의 삶이 무척 궁긍 해집니다. 잭 런던의 문장도요.
최고의 책이 계속 쌓입니다^^

새파랑 2022-09-20 15:54   좋아요 2 | URL
제가 한번 애독하면 끝까지 애독합니다 ㅋ 완전 재미있어요~! 올해는 Best 30은 뽑아야 할거 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9-20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틴 에덴을 그저께 집에서 영화로 봤어요. 마지막 장면은 소설과 달리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자살하려는 듯이.
옛 여인과도, 사랑하는 여인과도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을 깨달은 것 같았어요. 영화로도 안타까움이 느껴진답니다.^^

새파랑 2022-09-20 15:55   좋아요 1 | URL
영화로 먼저 접하셨군요. 마틴 에덴 정말 근육질에 잘생겼나요? ㅋ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거 같습니다 ㅜㅜ

프레이야 2022-09-20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흠다운 녹색광선, 저는 6권요 ㅎㅎ
3권 마저 사야지 담아두곤 미루었네요.
마틴 에덴 좋지요. ^^ 잭 런던이 좋은건지...
자전적 소설이라 막 겹쳐져서 상상되고요.
긴 소설을 영화적으로 잘 연출한 작품, 영화도 강추에요.
<마틴 에덴> 2권의 표지 사진은 아쉬워요.
여주인공의 얼굴이 이쁘게 나오지 않았거든요. 각도를 잘 잡아야하는데ㅠ
미워서 일부러 저 사진을 골랐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ㅋ
페이퍼 써야되는데 이래저래 집중이 안 되네요. 가을탓인가.

새파랑 2022-09-20 18:21   좋아요 0 | URL
곧 9권이 되시겠네요. 영화도 좋고 책도 좋은 작품이군요~!! 2권 표지는 약간 낚시 아닌가요? ㅋ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날씨가 문제입니다~!!!

레삭매냐 2022-09-20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틴 에덴, 마저 빨랑 읽어야
하는데 다른 책에 빠져 정체
중이네요 ㅠㅠ 저도 속히 -

새파랑 2022-09-21 07:13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이라면 이 책 이틀이면 읽으실거 같아요~~!!

서니데이 2022-09-20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출판사의 일관성 있는 디자인, 실물로 보면 예쁘다고 하시니, 사진 한 번 더 봅니다.
양장본 책들은 표지 안쪽의 패브릭 느낌 나는 책들 있는데, 보관 잘 해야 해요.
잘 봤습니다. 새파랑님, 좋은하루되세요.^^

새파랑 2022-09-21 07:14   좋아요 1 | URL
역시 사람이든 출판사든 일관성이 최고인거 같아요~!! 실물이 더 멋집니다~!!

희선 2022-09-22 0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 슬픈 말이네요 그런 사람 많겠습니다 사랑은 떠나가면 가는 거고 앞으로도 글을 쓰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잭 런던은 그렇게 했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2-09-22 08:43   좋아요 0 | URL
마틴에덴은 그렇게 안했지만 잭런던은 그렇게 한거 같아요 ㅋ 가는건 가는대로 둬야합니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사바하틴 알리 지음, 이난아 옮김 / 학고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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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3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전할 만한 언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 찾아낸 모든 단어와 내가 뱉어내는 모든말이 감정을 빛바래게 만들고 이 행복을 앗아가지 않을까 두려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이야기는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인생을 한권의 책으로 표현하기도 하기도 하며,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을 결코 무시하거나 속단힌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모두 아름답다.


이름도 낯선 터키 작가 '사바하틴 알리'의 작품인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이런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항상 인생의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서 미약하게나마 살아가는 힘이 된다면 그것보다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액자식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정확하게 화자인 리심의 이야기가 1/4, 액자속 라이프 에펜디의 이야기가 3/4이지만 두 이야기 모두 대단히 흥미롭다.



1. 라심

화자인 라심은 은행에서 말단직원으로 일하다가 해고된다. 이전까지는 주변사람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지냈지만, 해고된 후에는 이전과 같이 지낼 수 없었다. 소심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점점 주변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 커져갔다. 모두가 나를 불편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그들이 물으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럭저럭... 가끔 여기저기서 임시직으로 일해"라고 답하고는 서둘러 도망쳤다. 주위에 사람이 절실했지만 그럴수록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P.10



어느날 저녁 길을 걷던 중 라심은 학교 동창인 함디를 만나고, 그의 초대로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라심의 해고를 알게된 함디는 그에게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직장에 일자리를 제안한다. 하지만 함디의 태도에서 라심은 그가 나를 진정한 친구로 대하는게 아니라 함부러 대하는 것처럼 느낀다. 나의 좁아진 마음이 문제인 걸까? 하지만 먹고 살아야하기에 다음날 어쩔수 없이 라심을 찾아가고 일과 사무실을 할당 받는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동안 함께 지내던 사람에게 재앙이 닥치고 그들이 난관에 빠진 걸 보면 마치 그런 재앙을 이미 물리친 것 같은 안도감이 들고, 어쩌면 나에게도 닥칠 뻔한 재앙을 그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련한 그들을 동정하고 싶어진다. 함디도 나에게 이런 느낌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P.14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라이프 에펜디를 만난다. 독일어 번역일을 하고 있었던 라이프 에펜디, 그러나 함디를 포함한 사무실 사람들은 그를 무시한다. 그는 다른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변의 불편한 시선들에 신경쓰지도 않는다. 화내지도 않고, 바라는 것도 없이 오직 자신만의 일을 한다. 흔들림 없는 침묵과 조심성만을 가진 라이프 에펜디.

[주변을 이렇게 잘 꿰뚫고, 상대방의 깊은 내면을 이렇게 예리하고 명료하게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에게 화를 내고 흥분할 턱이 있단 말인가? 이런 사람이 옹졸함으로 몸부림치는 누군가의 앞에서 돌처럼 서 있는 것 외에 달리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모든 슬픔, 실망, 분노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이해할 수 없고 예기치 않은 부분들에서 비롯된다.] P.30



라심 역시 처음에는 그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를 조금씩 관찰해 나가면서 그가 결코 뒤떨어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내면에는 대단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라이프 에펜디는 자주 아파서 결근을 하는데, 라심은 그와 좀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를 좀더 알고 싶어서 그의 집에 일감을 가지고 병문안을 간다. 라심은 라이프 에펜디가 집에서도 회사와 마찬가지로 핍박받고 무시당하면 살고 있는걸 알게된다. 가장임에도 전혀 없는 권위, 하지만 이 모든 걸 인내하며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면서 라심은 그가 집착이 없을 뿐이지 절대 텅빈 사람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런데 왜 저렇게 체념하며 사는걸까? 왜?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고 가장 단순해 보이는 사람도 경이로운 내면을 품고 있을 수 있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고뇌에 찬 영혼의 소유자일 수 있다. 왜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는 듯 사람이라는 피조물을 이해하고 판단 내리는 걸까?] P.57



라이프 에펜디의 병은 점점 심해지고 그는 자신이 오래 못살거라는 걸 알게된다. 그래서 라심에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짐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라심은 사무실에서 라이프 에펜디가 쓴 노트를 발견하고, 다음날 그에게 노트를 가져다 준다. 노트를 받은 라이프 에펜디는 라심에게 그 노트를 태워달라고 부탁한다.

[아무것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고, 죽음을 향해 외로움조차 함께 끌어안고 가는 이 남자를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끝없는 연민과 함께 그의 운명에 대해 한없이 관심이 일었다.] P.70



순간 라심은 그 노트에 흥미가 생겼고, 그에게 단 하루만 자신에게 그 노트를 맡겨달라고 말한다. 그의 인생이 궁금했기에, 그의 인생 소설이 궁금했기에.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 안남은 라이프 에펜디는 노트에 대한 관심도 져버렸던 걸까? 그는 라심에게 노트를 빌려준다. 그리고 이후 라이프 에펜디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2. 라이프 에펜디

그가 남긴 노트는 외롭기만했던 젊은 시절에 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별했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홀로 간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세상에 나처럼 철저하게 외로운 누군가가 또 있을까? 누가 내 얘길 끝까지 들어준단 말인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지난 10년 동안 누구에게 뭔가를 말한 기억이 없다. 부질없이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부질없이 사람들을 쫓아냈다.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돌아갈 수도 없고 그래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P.76



어린시절 라이프 에펜디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내보이길 꺼려했고, 다른 또래들과 달리 문학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수줍은 소년이었다. 당시 재력이 어느정도 있던 아버지는 라이프 에펜디를 독일로 유학을 보낸다. 아버지는 그가 독일에서 비누 제조업을 배워 오길 바랬다.

[조금이라도 나의 내면을 표현했거나 나의 어떤 특성을 드러내는 그림들은 꽁꽁 숨겼으며, 꺼내기가 부끄러웠다. 이런 그림들이 우연히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발가벗겨진 여인처럼 숨이 턱 막히고 새빨갛게 달아올라 도망쳤다.] P.83



하지만 예술적 호기심이 많던 라이프 에펜디는 아버지의 기대 보다는 베를린의 미술관에 그림을 관람하는 걸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그를 강렬하게 끄는 그림 한점을 발견한다. 그 그림은 모피 코트를 입은 어떤 여인의 초상화였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그는 그 초상화 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강렬함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이후 그는 매일 전시회를 가서 그림을 바라본다. 매일 가서 그런지 이제 전시회에 나오는 화가들은 라이프 에펜디를 알아본다. 도대체 어느정도 이길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걸까?

["그래요, 내가 찾으려는 걸 끝내 못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요?"] P.93



꿈인 걸까? 어느날 거리에서 마주오는 여성에게 눈길이 멈췄다. 그 여성은 그가 그토록 동경하던 그림속의 여인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였던 것이다. 그는 그 짧은 순간 그녀의 미소를 보게 된다. 그녀는 나를 아는걸까? 아니면 나의 착각인가? 그렇게 첫 만남은 찰나에 끝나버린다.

[어릴 때부터 내게 찾아든 행복을 낭비하는 게 두려웠고, 나중을 위해 행복을 아껴두고 싶어했다. 그래서 기회를 놓친적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걸 탐내고 욕심부리면 그나마 찾아온 행운도 겁먹고 도망치지 않을까 싶어 항상 망설이곤 했다.] P.127



하지만 그녀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마주쳤던 그 곳으로 간다. 그리고 또한번 거짓말처럼 그녀를 본다. 그리고 그녀가 술집으로 들어간걸 알게 된다. 술집? 그는 따라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본다. 노래가 끝난 후 그녀는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를 알고 있었던 거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난 이런 사람이에요! 이상한 여자예요. 나와 친구로 지낼 거라면 여러 가지에 익숙해져야 할 거예요. 변덕이 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도 있어요…. 미리 일러두는데, 친구들은 그래, 나 때문에 불안하고 짜증난다고요."] P.141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그런데 그녀는 그와 만나자마자 그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선을 긋고, 나에게 뭔가를 바라는 순간 모든게 끝날거라고, 어떤것도 요구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라이프 에펜디에겐 그녀의 요구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와 이렇게 가까워진 것 만으로도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갈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항상 이렇지 않은가? 사람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필요했다는 걸 알게된다. 나 역시 그때까지 내 삶이 공허하고 아무 쓸모없어 보이던 이유가 바로 그녀가 내 삶에 들어오지 않았었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P.151



두 사람은 이후 자주 만났고 점점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리아가 더 가까워 지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라이프 에펜디는 좋았다. 어떻게든 헤어지지 않는게, 그녀와 함께 있는게 그의 목표었으니까...그런데 이 울적한 기분은 왜그런걸까?

[현기증이 났다. 그녀에 대해 마지막 판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으면 좋겠고,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정확하지 않을 거라고 직감했다. 오직 한 가지 욕심뿐이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 가까이에 있는 것, 그녀와 헤어지지 않는 것…. 다른 건 상관없었다…. 난 어느 누구에게도 그가 주려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달라고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울적했다.] P.175



하지만 결국 마리아 역시 상처받기 싫어서, 사람을 믿을수 없어서 그랬던 것일 뿐, 결국 라이프 에펜디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밤을 보낸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라이프 에펜디는 혹시나 그 하룻밤이 지나면 이 사랑의 환상이 깨질까봐 두려워 했지만, 실제로 그럴 위기도 겪지만 두 사라의 사이는 깨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애뜻해진다.

["내가 기대하는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야. 모든 논리 밖에 있어서 설명할 수 없고 본질을 알 수 없는 것이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을 온 영혼과 몸으로, 모든 것을 바쳐 원하는 건 다른 거잖아? 사랑은 온 영혼과 온 몸으로 모든 걸 다 바쳐 강렬히 원하는 거야. 저항할수없는 욕망!"] P.191



그런데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라이프 에펜디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그는 어쩔수 없이터키로 떠나야만 했다. 두 사람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사랑을 유지하기로, 그리고 다시 재회하기로 약속한다. 처음에는 편지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서서히 그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순간 연락이 끊긴다. 그녀는 나를 잊은걸까? 멀리있는 사랑은 그렇게 유지되는게 어려웠던걸까?

[어떤 여자가 모든 것을 줬다고 여기는 순간 사실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음을 깨닫는 것,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까마득하게 멀리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P.219



모든걸 걸었던, 모든것 이었던 사랑이 끝난 후 그는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냥 그렇게 살면서 그냥 그렇게 결혼하고 평범하게 산다. 그러면서도 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후회와 후회를 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이 노트를 쓰게 된다. '모피를 입은 마돈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나의 시간은 마리아 푸데르와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때처럼 공허하고 무의미한 나날이 되풀이됐다. 하나 다른 점은 여기에 지독한 고통이 덧씌워졌다는 것뿐이다. 과거의 내가 삶이 별거 아니라는 무지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다르게 사는 길도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고통에 사로잡힌 것, 이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나는 더 이상 세상과 교감할 수 없었다. 이제 세상 어떤 기쁨도 나의 것이 될 수 없었다.] P.266







쓰다보니 줄거리가 너무 길어졌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흔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특별하게 읽혔다. 이는 아마 '사바하틴 알리'의 필력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느끼고 한걸음씩 다가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섬세하게 쓸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인간의 외로움과 오해, 그리고 체념을 이토록 공감있게 써내려간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세속적인 행복이든 물질적인 재산이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놓쳐버린 기회들은 뇌리에서 절대 떠나지 않고 불쑥불쑥 떠올라 쓰라리게 마음을 헤집는다. 어쩌면 우리가 놓지 못하는 건 떠나간 기회가 아니라 '이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라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미련일 것이다.] P.273




라심의 이야기는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연민에 대한 것이었다면, 라이프 에펜디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사랑과 그 후에 찾아오는 회한에 대한 것이었다. 분명 후자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이야기 모두 좋았다. 두 이야기 모두 내 경험담 처럼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시작은 순간에서 비롯되지만 사랑의 끝은 오해에서 끝나는게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모든 환경과 생각을 알 수 있다면 사랑이란 안끝날수도 있는걸까? 잘 모르겠다. 답은 없다. 그래서 시대가 아무리 흐르더라도 어떤 곳에서라도 이런 사랑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 답을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계속 쓸 필요는 없을 테니까.


Ps.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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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9-19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새파랑님 올해의 책이 될 거라니! 줄거리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잘 기억해둬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09-19 20:04   좋아요 4 | URL
책이 그냥 술술 읽힙니다. 독서괭님이 읽으시기에는 좀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이런 뻔하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책이 좋더라구요 ^^

mini74 2022-09-19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리뷰도 넘 멋지고 거기다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일거라니 ㅎㅎㅎ 읽으시오 하시는거 맞지요 ㅎㅎ 저 새파랑님따라 마틴책 사서 읽고있습니다 ㅎㅎ 새파랑님 필력도 👍특히 사랑의 시작은 ~ 이 문단 넘 좋습니다 *^^*

새파랑 2022-09-19 20:09   좋아요 2 | URL
저에겐 ‘최고‘가 꼭 하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어서...😅
요책도 좋은데 마틴 에덴도 만만치 않습니다 ㅋ 마틴 에덴도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사랑이야기를 좋아해서 ^^

건수하 2022-09-19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용을 자세히 쓰는 걸 좀 꺼리는 편인데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약간 있습니다 ㅎㅎ)
새파랑님의 리뷰를 보면 어떤 책에 관심을 갖게하고 싶다면 좀더 자세히 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네요 ^^

새파랑 2022-09-19 20:11   좋아요 3 | URL
저렇게 자세히(?) 썼지만 중요한 결말 부분은 안썼습니다 ㅋ 저도 줄거리보다는 감상을 많이 쓰고 싶은데 그게 더 어렵더라구요 😅 궁금하시다니 뿌듯합니다~!!

coolcat329 2022-09-19 1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펜디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있는 액자소설이군요. 사랑 이야기랑 안 친하지만 저도 읽고 싶어 졌어요. 제목만 보고 좀 야한 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사랑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성적인 작품이었군요. 찜합니다!

새파랑 2022-09-19 20:12   좋아요 3 | URL
야한 소설은 저 책 제목이랑 비슷한 <모피를 입은 비너스>라고 있습니다 ㅋ 극과극의 작품입니다 ㅎㅎ 전 작년에 읽고 별 세개 줬습니다 ㅋㅋ

페넬로페 2022-09-19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바하틴 알리‘
터키 작가이군요.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새파랑님께서 좋다고 하시니 저도 급관심 갑니다.
우리 인생을 돌아볼 때 누구나 아름다운 이야기 한 두편쯤은 있을것 같은데 그것들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특별한 것 같기도 하고요^^

새파랑 2022-09-19 20:14   좋아요 3 | URL
터키작가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해설을 보니까 터키에서는 이 책이 국민 소설이라고 하더라구요. 페넬로페님은 이 책 무조건 좋아하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 페넬로페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청아 2022-09-19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 넘 좋은데요?!! 이렇게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도
세대를 관통하는 질문에 닿는 새파랑님의 진지함이
소설 천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저도 꼭 읽어볼래요!!*^^*

새파랑 2022-09-19 20:16   좋아요 2 | URL
소설천재는...미미님 아니신가요? ^^ 저는 그냥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반독자입니다 ㅋ 마지막 문장은 다시보니 뭔가 어색하고 리뷰랑도 안맞는 문장 같아요 😅

레삭매냐 2022-09-19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록을 뒤져 보니 3년 전에
읽은 책인데 기억이...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2-09-19 20:18   좋아요 3 | URL
역시 레삭매냐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다시 한번 읽으셔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ㅋ 책 제목이랑 표지가 좀 달랐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 더 인기가 많았을텐데 ㅎㅎ

잠자냥 2022-09-19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다섯을 줬던 작품입니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참 심금을 울리던… ㅎㅎ 새파랑 님도 별 다섯을 주시니 기분 좋네요.

새파랑 2022-09-19 22:12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별 다섯이면 확실히 좋은 작품이 맞네요~!!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느껴져서 너무 좋더라구요~!!

바람돌이 2022-09-19 2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모든 이야기는 다 뻔하지 않을까요? 그 뻔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게 바로 작가와 일반인을 가르는..... 관심없던 책도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새파랑님도 특별한 분이에요. ^^

새파랑 2022-09-19 22:14   좋아요 2 | URL
간혹가다 정말 뻔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긴 하더라구요 ㅋ 역시 작가는 다른게 맞습니다. 결말이 대락 예측됨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다락방 2022-09-20 0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올해 읽은 최고의 책중 하나라니. 저도 읽어봐애겠어요. 물론,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엣헴-

새파랑 2022-09-20 08:22   좋아요 1 | URL
이작가님 집은 혹시 서점이신가요? ^^ 없는 책은 없고 두권있는 책은 있는? ㅎㅎ

다락방 2022-09-20 11: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9-20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바하틴 알리 체크!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자석에 철가루 붙듯이 책들이 붙어오는군요
ㅋㅋ

새파랑 2022-09-21 07:26   좋아요 1 | URL
북플 오랜만에 들어오면 정신없습니다 ㅋ 저도 그렇더라구요 ^^
 

최근에 넬 음악에 완전 꽂혔다. 초창기 인디시절 넬 음악에 완전 빠졌었는데, 어느 순간 넬이 메이져로 데뷔하고 유명해지면서 관심이 확 줄어들었다. 메이져 2집인 Walk throug me 까지만 듣고 이후에는 잘 듣지 않았다. 특유의 거침이 더 이상 없다고 느껴서 였던거 같다. 아님 너무 유명해져서 그랬던 건지도...


그러던 중 몇달 전 우연히 넬 생각이 나서 예전에 듣던 넬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서, 그동안 안들었던 최근(?) 음반도 찾아듣게 되었고, 제대로 듣고나선 와 이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하는 넬을 그동안 안듣고 있었다니, 이건 완전 내 실수였다. 넬 음악은 점점 발전하고 있었던 거다. 막귀였던 내가 그동안 바보같이 안들었던 거다.


특히 넬 3집 Healing process하고, 6집 Newton‘s apple, 7집 C는 정말 좋았다. 요즘 무한반복 중이다. 특히 가사가 너무 예술이다보니 넬 음악을 들으면서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역시 책 읽을때는 외국음악이나 연주곡으로 ㅎㅎ)


결국... 넬 음반도 모으기 시작했다^^ (넬 인디 2집이랑 메이져 1집은 원래 소장중이었다...) 절판이 많아서 좀 비싸게 중고로 마련한것도 있지만 대만족이다. 아직 없는 음반도 구해야 겠다. 전설의 음반인 넬 인디 1집(Reflection of)은 너무 비싸서 그냥 듣는걸로만 만족해야 겠다.


독서 사이트인 북플이지만, 그래도 가사가 특히 좋은 음악을 몇곡 소개해보자면. . .




1. 섬 : Healing process
https://youtu.be/wdzjOdAqaT0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역시 만나질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런 생각해 

그냥 이대로 심장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2. 마음을 잃다 : Healing process
https://youtu.be/etadXxkxJZI


시간이 흐르고 내 마음이 흘러서 그렇게 당신도 함께 흘러가야 되는데 정말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내 안에 살고 있는 너의 기억 때문에




3. Holding onto gravity : Newton‘s Apple
https://youtu.be/u6NhHnmIzH8

세상 그 모든 중력이 온통 내게만 머무는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입술 꽉 깨물고 돌아서려 해도
아직은 나의 마음이 널 향하고 눈가에 니가 맺허
그래 아직까지 난 너로 가득해
머물러도 떠나가도 마지막은 항상 그래
결국 모두 너를 향해




4. 습관적 아이러니 : C
https://youtu.be/mnywpd8VRVo

아무렇지 않게 다 지난 일인 듯 그러는 게 그게 난 싫다
그렇게 뜨거웠던 마음이 차디차게 식어가는 게 싫다
한낱 추억으로만 남아 기억의 언저리쯤에 머물다조금씩 더 멀어져 기어코 사라져버리는 게 이제 난 싫다

혹시라도 내가 그리워지진 않을까 우두커니 앉아 한참을 기다리다 그럴 리가 없단 생각이 스쳐 갈 땐 금방이라도 난 다시 울 것만 같아 니가 없으니까




5. Home : C
https://youtu.be/WZnHKClG6S0

You were my home
잠 못 들던 내게
꿈을 꾸게 하던

You‘re still my home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단 것만으로
You give me hope to carry on
기억만으로도 내 심장을 뛰게 해




세상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좋은 책이 많고 좋은 음악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겠다.


ps. 이제는 책 리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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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18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죽을 때까지 좋아하는 음악을 다 듣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책을 다 읽지도 못할 걸 생각하면 막막 슬퍼져요. ㅠ.ㅠ 세상엔 왜 이리 좋은 것들이 많을까요?
저는 요즘 볼빨간 사춘기가 너무 좋아서 계속 무한 반복중입니다. ^^
넬은 저는 몰랐는데 또 이렇게 새파랑님덕분에 새로운 가수를 알게 되네요. 찾아서 들어보니 뮤직비디오도 음악도 예술입니다. ^^ 아마 앞으로 또 열심히 듣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새파랑 2022-09-18 15:2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다시 사춘기 이신건가요? ^^ 좋은책 좋은음악 많이 들으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바람돌이 2022-09-18 15:57   좋아요 2 | URL
사춘기보다 더 강력한 갱년기라고.... 😭

청아 2022-09-18 14: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발견의 기쁨이 글을 통해 전해집니다^^
넬을 좋아하신다면 새파랑님, 막귀는 전혀 아닌것으로!

새파랑 2022-09-18 15:25   좋아요 2 | URL
제가 책은 안그런데 음악은 한번 좋아하면 반복해서 듣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ㅋ 그래서 이렇게 한번 꽂힌 가수를 발견하면 너무 좋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9-18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정말 좋은 책도 많고 좋은 음악도 많아요. 새파랑님 덕분에 일요일에 넬의 음악을 쭉 들었어요.
저도 처음 들은 그룹이라 외국 그룹인줄 알았는데 한국 가수네요^^

새파랑 2022-09-18 20:19   좋아요 1 | URL
여기 소개한거 말고도 좋은 음악이 정말 많으니 꼭 찾아 들어보세요~!! 세상은 넓고 음악이랑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은거 같아요 ^^

han22598 2022-09-18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넬은 사랑이죠...그리고 사실 넬, 김종완은 스스로 음악 잘하는거 안다는거...
거만해 보일 수 있지만 그냥 그럴만 하다고 모두 인정! ㅎㅎㅎ

새파랑 2022-09-18 20:20   좋아요 0 | URL
역시 han님도 넬 좋아하시는군요 ~!! 잘하면 거만해도 됩니다 ^^

Yeagene 2022-09-18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넬 음악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새파랑님 말씀하시니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새파랑 2022-09-18 20:21   좋아요 1 | URL
yeagene님도 들으시면 아마 후회하시진 않을겁니다~!!!

scott 2022-09-18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찐 팬! 새파랑님!

넬! 실황 공연장에서
가장 멋진 팬!(열광의 도가니를 주도하는)이 실것 같습니다

넬-김동률-언니네 이발소-스웨덴 세탁소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 ㅎㅎㅎㅎ

여기에 한 분 더 추가!
<에피톤 프로젝트>
새파랑님 음악 취향일 것 같아
사알짝 추천 ^^

새파랑 2022-09-19 07:58   좋아요 0 | URL
제가 이젠 콘서트가서 놀(?) 나이는 지난거 같아요 ㅜㅜ
저는 에피톤 프로젝트 보다는 가을방학 취향이더라구요 ^^

희선 2022-09-19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넬 이름은 알지만 음악은 다 모르기도 하네요 새파랑 님은 처음에 좋아했지만, 잠시 멀어졌다 다시 들었군요 다시 들은 음악이 좋아서 기뻤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9-19 08:00   좋아요 1 | URL
좋아했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좋아지고 ㅋ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사람도 다 비슷한 루트인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9-20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넬 노래 저도 좋아해요

새파랑 2022-09-21 07:15   좋아요 0 | URL
음잘알 그레이스님~!!! 저도 어제 내내 들었습니다~!!
 

이 책도 올해 읽은 좋은 책 베스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좋았고, 더 서늘했다. 마틴에덴=잭런던은 미쳤다 ㅋ


마틴은 열렬히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는 타고나기를 사랑이 많았고, 보통 사람보다 더욱 공감을 필요로 했다. 그는 공감에 굶주렸으며, 그에게 공감이란 지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루스의 공감이 대개 감상적이고 의례적이라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공감은 대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틴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갑게 얘기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에 촉발되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가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과 병고가 그의 얼굴에 새겨 놓은 흔적을 보고 그녀의 눈은 눈물로 반짝거렸다. - P14

처음으로 루스는 가난의 추악한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굶주리는 연인들은 그녀에게는 늘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굶주리는 연인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15

그 저녁 루스의 집에서 마틴은 기이한 혼란과 모순된 감정을 갖고 돌아왔다. 그는 목표로 삼았던, 아득바득 기어올라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공에 고무되기도 했다. 그 세계로 올라가기는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는 그리로 올라가는 것보다 우월한 일을 해냈으며, (그는 가식적인 겸손함으로 그 사실을 자신에게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가 올라가서 끼게 된 사람들보다 그 자신이 우월하다고 - 물론 칼드웰 교수는 제외하고 - 느꼈다. - P12

"내가 단언하건대, 편집자들 중 99퍼센트의 주된 자격은 실패한 경력이야." 그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들은 작가로서 실패한 사람들이야. 그들이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고역스럽게 사무를 보고 발행 부수와 사장에게 얽매여 살기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들은 글을 써 보려고 했으나 안 됐던 거야. 바로 거기에 저주받은 역설이 있지. 문학에 있어 성공으로 가는 길목을 문학에 실패한 그들 경비견이 지키고 있으니. 편집장, 편집 차장, 편집부원들 대부분, 그리고 잡지와 출판사들에 고용되어 원고를 사전 검토하는 독자들 대부분, 그들 거의 모두가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이야." - P68

"그런데 그들이, 세상의 인간들 중에서 하필 가장 부적합한 자들이 무엇이 출판될 것이고 무엇은 출판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 독창적이지 않음이 검증된 자들이, 천부적 재능이 없음이 드러난 자들이 독창성과 천재성을 심판하는 자리에 앉아 있어. 그리고 그들 뒤에는 서평가들, 더 많은 실패자들이 있거든. 그들이 시나 소설을 쓰기를 꿈꾸고 시도해 보지 않았다고? 해 봤는데 안 된 거야. 웬만한 서평은 대구 간유보다 메스껍다고. 서평가와 자칭 비평가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도 알 거야. 위대한 비평가도 있긴 하지만 혜성처럼 드물지. 내가 만약 작가로서 실패하면 편집자가 될 자격을 얻는 셈이야. 편집자는 어쨌거나 먹고 살 수는 있지." - P69

바다는 잠잠하고 깊다.
그 가슴에 안겨 만물이 잠든다.
한 발짝이면 만사는 끝.
한 번의 추락, 한 방울의 거품, 그것뿐 - P75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 P76

"다른 남자들처럼 만들어서 그들이 하는 일을 하게 하고, 그들이 숨 쉬는 공기를 숨 쉬게 하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해 보라고. 그러면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 나의 차이를, 나 자신을, 자기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파괴해 버리는 거야.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살아 있게 해. 내가 단순한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거고, 자기가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 P76

"나는 자기의 사랑을 믿기 때문에, 자기 부모님의 적개심이 두렵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 P78

"사람은 자기가 읽은 책들과 일치하는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죠." - P85

니체가 옳았습니다. 니체가 누구인지 당신에게 설명하느라고 시간을 끌지는 않겠지만, 그가 옳았습니다. - P140

마틴의 반동적인 개인주의를 가장 극렬한 사회주의 행동대원의 발언으로 변형시켰다. 그 풋내기 기자는 예술가라도 된 듯, 커다란 붓으로 노동조합 지부에 색을 입혀 놓았다. 눈이 야성적이고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남자들, 신경쇠약에 걸린 퇴폐적인‘유형의 남자들, 정열적으로 떨리는 목소리들, 높이 치켜든 불끈 쥔 주먹들, 그리고 배경에는 악담과 고함과 성난 사람들의 걸걸한 불평이 깔려 있었다. - P151

이 점을 기억해 줘.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실수였어. 부모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맞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된 걸 둘 다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를 만나려고 해 봐야 소용없어. - P155

마틴이 돌아와서 모두들 기뻐했다. 그의 책은 아직 어느 것도 출판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를 과장해서 볼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그를 그 자체로 좋아했다. 그는 망명에서 돌아온 왕자 같은 기분이‘들었으며, 외로운 심장은 온정에 흠뻑 잠겨 움텄다. 그는 그날을 만끽하고 최선을 다해 놀았다. 호주머니도 두둑했으므로, 예전에 항해에서 봉급을 받고 돌아왔을 때 그랬듯이, 돈을 물 쓰듯 썼다. - P183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 수천 권의 책들이 그들과 그 사이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가 그자신을 추방했던 것이다. 지식의 광대한 영토로 너무 깊숙이 들어온 나머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그는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도 새로운 고향을 찾을 수 없었다. - P191

"인생은, 내 생각에, 실수와 수치뿐." 그래..… 실수와 수치뿐이었다. - P193

"하지만 나는 지금 당신 어머니가 우리의 약혼을 파기시켰을 때보다 사윗감으로 조금도 나아진 게 없어." 그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거든. 나는 그때랑 똑같은 마틴 에덴이야. 사실 그때보다 좀 나빠졌지… 이제 담배를 피워. 나한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 - P228

"가장 나쁜 건, 사랑을, 성스러운 사랑을 내가 의심하게 되었다는 거야. 사랑이 출판과 대중의 주목을 먹여서 살려 내야 할 만큼 천한 것인가? 나는 앉아서 머리가 빙빙 돌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곤 했어." - P228

그는 알았다, 자기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사랑한 사람은 이상화된 루스, 자기 자신이 창조한 천상의 존재, 자기가 쓴 연애시의 환하게 빛나는 정신이었다. 부르주아인 실제의 루스, 부르주아들의 모든 결점과 가망 없이 왜곡된 부르주아 심리를 가진 그녀를, 그는 사랑한 적이 없었다 - P231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희망도 공포도 놓고
우리는 짧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어떤 신이시든
어느 생명도 영원히 살지 않게 하심을,
죽은 자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심을,
아무리 느리게 흐르는 강도
구불구불 바다에 꼭 닿게 하심을.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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