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사랑하거나 아니면 내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를,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는 불가능하고, 저는 다른 나머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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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N22129 하루키의 장편은 언제나 정답이다. 다시 읽어도 좋고 예전에 안보이던게 새로 보이니까 더 재미있다.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살 소년이 경험하는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고,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리뷰는 하편 읽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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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1-07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정말 하루키옹 좋아하시네요.
하루키 책도 읽고 싶은데 다른 책들에 짓눌려서요 ㅎㅎ

새파랑 2022-11-08 07:13   좋아요 2 | URL
하루키는 오래전부터 읽어서 그런지 고향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느 책을 골라도(소설 한정) 실망이 없더라구요^^

scott 2022-11-07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카프카
리커버 특별판 출간 되면
새파랑님 소장용으로 구입 하신다에 한 표 🖐^^

새파랑 2022-11-08 07:14   좋아요 2 | URL
제발 리커버판이 나오면 좋겠네요~! 여러권 살수도 있습니다 ^^

희선 2022-11-08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건 정어리 비... 정어리 비가 맞는지... 어떤 도서관도 나온 듯한데... 다른 건 거의 생각나지 않네요


희선

새파랑 2022-11-08 07:15   좋아요 2 | URL
정어리도 떨어지고 거머리도 떨어지고 ^^ 고무라도서관이라고 나옵니다 ㅋ 다시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거에요~!!

모나리자 2022-11-0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읽어야 하는데..읽어야 할 책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ㅋ
하루키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소설 읽는 묘미인 것 같아요.

새파랑 2022-11-08 14:28   좋아요 1 | URL
하루키 소설을 읽다보면 쉬어갈 곳이 없이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ㅋ
 

9월에 이어서 10월의 독서 역시 폭망했다.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건 핑계고, 책을 집중하기가 좀 힘들었다. 독서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다보니 한 권을 완독하는데 오래걸렸다. 그러다보니 리뷰도 제때 못썼다. 11월달에는 단편이나 얇은 책 위주로 읽어야 겠다.



10월에는 9권을 읽었다. (사진에 있는 레이디 L, 구의 증명은 9월에 읽었고, 푸엔테스의 블라드랑 모나리자님의 신작은 이상하게 독보적 히스토리에 안뜬다...)



10월에는 유난히 어려운 책을 많이 읽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성>, <드리나 강의 다리>, <황야의 이리> 였는데, 요 책들은 읽는것도 힘들었지만 리뷰쓰는건 더 힘들었다. 뭘 이해해야지 리뷰를 쓰는데 이해를 10퍼센트도 못하니... 하지만 이해를 못했어도 책 자체는 좋았다. 요즘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는데 요런 문장이 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P.190



그렇다. 내가 어려운 책에 끌린 이유는 내가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9권밖에 안읽었지만 가장 좋았던 작품만 선정해보자면,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를 고르고 싶다.

[나 또한 어쩌면 그런 사람들과 똑같은 기분으로 비교적 태연히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도 그럴 것이다. 죽을 때까지는 누구든 살아 있을 테니까.]  P.85



자신의 병환 때문에 죽음을 예감하고 써내려간 그의 글은 슬프지 않고 담담했으며, 특별하지 않고 평범했기에 더 좋았다. 역시 믿고 읽는 소세키.



11월에는 요령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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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7 1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1월 새파랑님 요령 있는 독서
어려운 책 🖐🖑👆권 읽고
독보적 챌린지 탑 등극
응원합니다 ^^

새파랑 2022-11-07 14:06   좋아요 3 | URL
12권이죠? ^^12권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간 150권 읽고 싶은데 아직 까마득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7 1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간혹 어렵거나 이해못하는 책들만 계속 읽다보면 지치더라구요. 그래도 새파랑님은 좋았다고 하시니 역시 참 독서인이신게 아닌가 싶습니다ㅎㅎㅎ 11월 독서 힘껏 응원할게요!*^^*

새파랑 2022-11-07 14:08   좋아요 3 | URL
요새 좀 지쳤다가 <해변의 카프카>를 다시 읽고 회복중입니다 ㅋ화가님도 11월 화이팅입니다~!@

모나리자 2022-11-07 1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늘 개근하는 성실함 정말 멋집니다!! 새파랑님 ~ 리뷰 작성이 11월로 넘어가서 안 뜨는 걸까요? 새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

새파랑 2022-11-07 14:09   좋아요 4 | URL
요새 좀 불량한 개근입니다 ㅋ 제가 나름 확인해보니 밑줄긋기 입력을 안해서 독보적 히스토리에 안떴더라구요 😅

북프리쿠키 2022-11-07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성><황야의이리> 저도 어려웠어요 ㅎ

새파랑 2022-11-07 14:09   좋아요 3 | URL
공감합니다 ㅋ 너무 어려웠어요 ㅜㅜ 그래도 좋았던 ^^

Yeagene 2022-11-07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에 끌린 이유는 이해를 못했기 때문 ㅎㅎ맞아요 가끔 그런 책들이 있더라구요.
언제나 성실하신 새파랑님 11월도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2-11-07 14:15   좋아요 2 | URL
언제나 성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성실하고는 싶습니다~!! 예진님도 11월 화이팅 입니다~!@

레삭매냐 2022-11-07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어려운 책 읽다 보면 아예 책을 멀리
하게 되더라구요.

전 그래서 가끔 슬럼프에 빠지게 되
면 그래픽노블로 돌파를 하곤 한답
니다. 어제도 도서관에 가서 한 권
빌려 왔답니다.

11월에도 순조로운 독서의 시간들
이 되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11-07 14:17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과 같은 분도 슬럼프가 있다니 의외입니다~!! 레삭매냐님도 남은 22년의 순조로운 독서를 응원합니다~!!

라로 2022-11-07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10월에 읽기를 시작한 책은 많았는데 마친 책은 몇 권 안 되어요.
그런 저를 보면 새파랑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더구나 어려운 책까지!! 리뷰며 페이퍼도 열심히 쓰시고!
11월 독서는 계획하신 대로 순조롭게 되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11-07 14:22   좋아요 2 | URL
그런데 리뷰가 좀 허접해서 😅 아 저도 잘 쓰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ㅋ 부끄럽습니다 ㅎㅎ 라로님도 11월 독서 화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2-11-0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권 읽고, 그것도 어려운 책을 3권이나 읽고 책 못읽었다고 슬퍼하시는 새파랑님! 너무 거만하신거 아니예요? 다른 사람들 기죽어요. ㅎㅎ
드리나 강의 다리 어렵다구요? 아 저는 저책 <슬라브 막이 오른다>보면서 읽고 싶어서 사뒀는데.... 이러면 또 자꾸 뒤로 밀릴듯한데요. ㅠ.ㅠ

새파랑 2022-11-07 14:42   좋아요 5 | URL
또 돌아보니 책을 9권은 읽었네요 ㅎㅎ 전혀 거만한게 아닙니다 ㅜㅜ <드리나 강의 다리> 노벨상 수상작 입니다. 전 잘 못읽었지만 (수정)바람돌이님은 잘 읽으실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11-07 14:33   좋아요 4 | URL
저 모나리자님 아니고 바람돌이!! ㅋㅋ

새파랑 2022-11-07 14:42   좋아요 4 | URL
앗 ㅋ 제가 요새 이렇습니다 ㅋ

mini74 2022-11-07 15: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폭망이 이렇다면 ㅠㅠ 저는 지구멸망의 해 ㅎㅎㅎ 새파랑님 항상 대단하시다 생각합니다 👍쪼금 욕심을 내자면 11월엔 새파랑님 멋진 글 더 자주 보기를 *^^*

새파랑 2022-11-07 17:09   좋아요 1 | URL
미니님은 부자이셔서 폭망해도 삼대까지는 문제 없습니다~!!

읽은책이 두권여서 리뷰 써야 하는데 시간이될지 모르겠네요 ㅎㅎ

독서괭 2022-11-07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에 끌리는 이유는 이해를 못했기 때문 ㅎㅎ 뭔지 알 것 같습니다 ㅎㅎ
새파랑님 이달엔 즐거운 독서 많이 하시길요^^

새파랑 2022-11-07 17:09   좋아요 2 | URL
제가 원래 이해할수 없는것에 끌리는거 같아요 ㅋ 독서괭님도 신나는 11월 독서 하세요~!!

바야바 2022-11-07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설 읽기가 어렵나요?? 성이 어렵다구요?? 흠...
카프카의 성이 어려우면, 아니 어려운게 아니라 지루한 거겠죠.
성이 읽기가 어려우면 니체의 우상의 황혼이나 짜라투스트라는 거의 읽기가 힘들거라 사료됩니다요~~ 태클이 아니라 카프카의 성이 왜 어려운지 개인적으론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요.

새파랑 2022-11-07 17:49   좋아요 1 | URL
소설속에 상징적인게 많아서 그런지 전 어려웠습니다~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ㅋ 전 그래서 니체 작품은 읽은게 없습니다~ 읽고는 싶지만 잘 읽을 자신은 없네요~!

페넬로페 2022-11-07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9권이면 선방하신거죠.
독서도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어야 수월하죠. 저도 요즘 일이 많아 책 읽을 시간이 넘 없어요 ㅠㅠ

새파랑 2022-11-08 07:16   좋아요 1 | URL
세어보니 그래도 9권이더라구요. 권수보다는 리뷰를 잘 못쓴게 아쉬웠습니다 ㅋ 역시 시간이 있어야 독서도 잘되는거 같아요~!!

하나의책장 2022-11-07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 알차게 읽으셨네요^^

새파랑 2022-11-08 07:17   좋아요 0 | URL
알차게 읽었다고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하나님도 11윌 알찬 독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희선 2022-11-08 0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몰라도 마음에 남는 것도 있겠지요 그런 게 별로 없는 듯합니다 어려우면 어렵네 해설지도...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기도 하네요 시 보면 뭔지 모르겠지만, 끌리기도 하니... 아주 없지 않네요 다행입니다 새파랑 님 이달에 보고 싶은 책 보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2-11-08 07:1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어려운 소설이랑 어려운 시랑 비슷한게 많은거 같아요 ㅋ 그런데 어려운 시는 해설도 없다는 😅 희선님도 11월 독서 화이팅 입니다~!!
 

역시 최고!




남편의 죽음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 저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영혼의 일부는 아직도 그 숲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제가 인생을 꾸려온 모든 영위를 초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87

"〈갱부〉라………." 하고 오시마 씨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듯이 말한다. "도쿄의 학생이 우연찮게 광산에서 일하게 되고, 갱부들 사이에 섞여서 혹독한 체험을 한 후, 다시 바깥 세계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지? 중편소설이고, 아주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어. 그것은 그다지 소세키답지 않은 내용이고 문체도 비교적 거칠어서, 일반적으로 말하면 소세키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평판이 안 좋은 것 중 하나인것 같은데…………. 그 책의 어디가 재미있었을까?" - P188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 P190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예를 들어, 넌 소세키의 <갱부>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지. 《마음》이나 《산시로》 같은 완성된 작품에는 없는 흡인력이 미완성의 작품에는 있기 때문이지. - P198

인간은 이 세상에서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그런 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 - P201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 P235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하지만 널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런 건 잠자코 마음대로 상상하면 되잖아? 일일이 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네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그런 걸 나는 어차피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 P237

너는 상상력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꿈을 두려워한다. 꿈속에서 짊어지기 시작할 책임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잠을 자지 않을 수는 없고, 잠을 자면 꿈이 찾아온다. 깨어 있을 때의 상상력은 어떻게든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꿈을 막을 수는 없다. - P246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네. 이건 전쟁이다, 라고. 그러니 자네는 군인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네. 지금 이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단 말일세. 내가 고양이를 죽이느냐, 아니면 자네가 나를 죽이느냐, 둘 중의 하나지. 자네는 지금 여기서 그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네. 물론 그것은 자네 눈으로 보자면, 참으로 불합리한 선택일 걸세.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게. 이 세상의 대부분의 선택은 불합리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 P255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하고 조니 워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일세.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눈을 감아도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되어 있을 거라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씨,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하고." - P263

"경험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이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원할 때 그것은 대개 찾아오지 않지. 인간이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그것은 저쪽에서 자연히 찾아오고 말이야. 물론 그것은 일반론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야." - P275

"나는 지금부터 너를 도서관으로 데리고 갈 거야. 그리고 너는 도서관의 일부가 되는거야." - P279

행복은 한 종류밖에 없지만, 불행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 P282

"다무라 군,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는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 P290

"고마워"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그리고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분명히 나는 다른 모든 사람과는 조금 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인간이야. 그것을 네가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나는 괴물이 아니야. 보통 인간이지.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행동하지.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때로는 끝없는 심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야 물론,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 P322

"세계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고, 나카타 씨. 매일 때가 되면 날이 밝지. 그러나 거기 있는 건 어제와 똑같은 세계는 아니지. 여기있는 건 어제의 나카타 씨가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 P338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는 너인 거고, 너 이외의 아무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P352

"아니,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설사 나를 만나지 못했어도, 너는 틀림없이 다른 길을 찾아냈을 거야.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너라는 사람에게는 왠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거든" - P354

"나는 꿈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였는지도 몰라요. 특별한 꿈의 회로 같은 것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이러 갔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 P361

"그것은 ‘생령‘이라고 불리는 존재지, 외국의 예는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그런 것이 문학 작품에 등장하곤 해. 예를 들어, 《겐지 이야기>의 세계는 생령으로 가득 차 있어. 헤이안 시대에는, 적어도 헤이안 시대의 사람들의 심적 세계에서는, 인간은 어떤 경우에는 살아 있는 채 영혼이 되어 공간을 이동하고, 그 상념을 이룰 수 있었어. <겐지 이야기>를 읽어본 적은 있어?" - P397

"사랑이라는 것은 세계를 다시 세워가는 일이니까, 사랑이란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게 할 수도 있어."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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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네번째 읽는 것일듯. 다시 읽어도 좋고 새로운게 보인다.










"여행은 길동무, 세상은 인정"

"우연한 만남이란 인간의 감정을 위해서 꽤 소중하다, 라는 얘기일 거야. 간단히 말해서" - P47

"전생의 인연 - 설사 하찮은 일이라도 이 세상에 완전한 우연은 없다는 뜻이야." - P64

그녀는 나에게 무척 강하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인상을 준다. 이 사람이 내 어머니라면 좋을 텐데, 하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름다운 (혹은 느낌이 좋은 중년 여성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이 내 어머니라면 좋을 텐데, 하고,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사에키 씨가 실제로 내 어머니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어머니의 얼굴, 이름조차 모르니까. - P76

안내를 해주는 사에키 씨라는 사람은 사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날씬한 여성이다. 그 나이치고는 키가 큰 편인지도 모른다. 푸른색의 반소매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연한 크림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다. 매우 자세가 좋다. 머리칼은 길고 뒤에서 가볍게 묶었다. 고상하고 지적인 얼굴이다. 눈이 아름답고 언제나 그림자처럼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다.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어딘지 완결된 느낌의 미소다. 그것은 나에게 조그만 양지를 연상시킨다. 어떤 종류의 깊숙한 장소에만 생기는 특별한 형태의 양지 같은 것을. 내가 살던 노가타의 집 뜰에도 그런 장소가 있었고, 그런 양지가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 양지바른 곳을 좋아했다. - P76

"자네의 문제점은 말이야, 이건 내 생각이지만, 자네 그림자가 조금 희미한 게 아닐까? 처음 보았을 때부터 생각한 건데, 땅바닥에 있는 그림자가 보통 사람의 반 정도밖에 안 보였거든." - P96

"왜냐하면 넌 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니까." - P100

지금부터 백 년 뒤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나를 포함해서) 지상에서 사라져, 먼지나 재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거기 있는 모든 사물이 허무한 환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바람에 날려 당장이라도 흩날려 없어질 것처럼 보인다. 나는 내 두 손을 펼치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악착같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 P103

"다무라 카프카라고?"

"네, 그런 이름입니다."

"이상한 이름이군."

"하지만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하고 나는 주장한다.

"물론 너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몇 편 읽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소설 《성》과 《심판>과 <변신>, 그리고 이상한 처형 기계가 나오는 이야기…………."

"<유형지에서>"라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야. 세상에는 많은 작가가 있지만, 카프카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런 이야기는 쓸 수 없지."

"저도 단편 중에서는 그 이야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 P106

나는 나 혼자가 되어 페이지 사이의 세계에 몰입해 간다. 나는 그 감각을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 P108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릇으로서의 육체만이 임시로 거기에 남아 집을 지키고 갖가지 생체 레벨을 조금씩 저하시켜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는 동안, 본인은 어딘가 다른 곳에 가서 무엇인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유체이탈‘이라는 단어가 제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말을 알고 계십니까? 일본의 옛이야기에 자주 나오는데, 혼이 일시적으로 육체를 떠나 천릿길을 뛰어넘어 어딘가 먼 곳으로 가서, 거기에서 중요한 볼일을 보고 다시 본래의 육체로 돌아온다는 얘기입니다. - P122

이윽고 나는 소나무 밑에 놓아둔 배낭을 발견한다. 왜 나는 그런곳에 짐을 놓아두고 일부러 덤불 속으로 들어가서 쓰러진 것일까?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기억은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소중한 배낭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배낭 주머니에서 소형 손전등을 꺼내 대충 배낭 안을 확인한다.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다. 현금을 넣은 주머니도 그대로 있다. 나는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 P127

이윽고 나는 소나무 밑에 놓아둔 배낭을 발견한다. 왜 나는 그런 곳에 짐을 놓아두고 일부러 덤불 속으로 들어가서 쓰러진 것일까?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기억은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어쨌든 소중한 배낭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배낭 주머니에서 소형 손전등을 꺼내 대충 배낭 안을 확인한다.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다. 현금을 넣은 주머니도 그대로 있다. 나는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 P127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냥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통을 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렇게 함으로써 즐거운 기분이 되는 거지요. 그렇게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버젓이 살고 있다니까요." - P147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만큼 무서워. 기억을 빼앗긴 그 네 시간 동안에, 나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다치게 했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어. 만일 내가 실제로 범죄에 관여했다면, 설사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법적으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겠지, 그렇지?" - P159

장황하게 두서없는 글을 썼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남편이 종전 직전에 필리핀에서 전사했을때, 사실 저는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은 그저 깊은 무력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절망도 분노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남편이 어딘가의 전쟁터에서 젊은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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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06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카프카는 김춘미 교수님의 번역이네요.
생각해보면 이 시기만해도 하루키 선생의 신작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되면 다시 읽어봐도 좋겠어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11-07 06:26   좋아요 1 | URL
전 하루키 작품중에 해변의 카프카가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다시 읽어도 너무 좋습니다 ^^ 서니데이님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