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4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지음, 임수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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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35

˝내가 원하는 것을 당신은 절대 가질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의 욕망을 채워주고 싶은 사람(딜러)‘과 ‘당신에게는 욕망이 없는 사람(손님)‘과의 대화는 평행을 달릴 뿐이다.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베르나르마니 콜데스‘의 희곡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단절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쉬지 않고 전개된다. 딜러는 손님에게 당신이 가지길 원하는 것, 욕망을 말하라고 하며 자신이 이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은 자신은 욕망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딜러는 그렇다면 왜 자신이 있는 이곳까지 왔는지 물어본다. 손님은 우연이라고만 한다. 그리고 서로는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본심을 털어놓을 것을 설득한다.

[딜러 : 유일하게 존재하는 경계란 사는 자와 파는 자 사이의 경계뿐이지만, 이 둘의 욕망과 그 대상은 모두 들쑥날쑥하기에 그저 불확실할 뿐입니다. 그래도 인간이나 동물들 사이에서 암컷이나 수컷으로 구분되는 것보다는 덜 부당하지요. 내가 잠시 겸손함을 가장하고 당신에게 거만함을 건네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게 어쩔 수 없이 똑같이 주어진 이 시간에, 당신과 나를 구분하기 위해서란 말이지요.] P.13


[손님 : 나의 욕망으로 말하자면, 내가 이런 황혼의 어둠 속에서, 꼬리조차도 보이지 않는 동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이곳에서 기억해 낼 수 있는 욕망이 있기나 한 걸까요. 당신이 겸손함을 내던지고, 내게 거만함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확실한 욕망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왜냐하면 난 거만함에 대해서는 일종의 약점을 갖고 있는 데다가, 겸손함은 내 것이건 남의 것이건 증오하기까지 하거든요.] P.17




‘지하의 공간, 짐승의 시간, 곡선의 우회, 어둠의 영역‘에 속하는 딜러, 그리고 ‘도시의 공간, 인간의 시간, 직선의 이동, 빛의 영역‘에 속하는 손님. 그들은 처음부터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이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손님은 딜러에게 자신이 원하는걸 맞춰보라고 하지만, 딜러는 그럴수 없었다. 말하지 않는 타인의 욕망을 알 수는 없으니까. 왜 딜러는 손님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걸까?

[딜러 : 모든 장사꾼들은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욕망까지도 만족시켜 주려고 애쓰는 반면, 손님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제안하는 것을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다는 데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하니까요. 그가 밝히지 않은 욕망은 이렇듯 거절에 의해 더욱 고무되고, 장사꾼을 모욕하는 데서 느끼는 쾌감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잊게 되는 것입니다.] P.36


[손님 : 이곳에 익숙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고 나는 여기서 이방인일 뿐입니다.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도 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도 나지요. 난 당신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고 다만 어둠 속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추측할 뿐입니다. 뭔가를 알아맞히고 이름 붙여야 할 사람은 당신입니다.] P.41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감정대결은 극에 달하고 인내심이 바닥난 딜러와 제로이고 싶은 손님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서로의 알 수 없는 마음, 드러내지 않는 속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두 사람에게 미래가 있을까?

[딜러 : 추억이란 사람이 발가벗겨졌을 때조차도 꼭 지니고 있는 비밀 무기랍니다. 상대방 또한 어쩔 수 없이 솔직해지게 만드는 최후의 솔직함이죠. 정말 마지막 하나까지 다 벌거벗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P.63


[손님 : 정의할 수 없는 시공간인 이 시간과 이 장소의 끝없는 고독 속에서 우린 혼잡니다. 내가 여기서 당신을 만날 이유도, 당신이 나와 마주칠 이유도, 온정을 나누어야 할 이유도, 우리가 내세울 만한,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 줄 만한 적당한 수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단순하고, 외롭고, 오만한 제로가 됩시다.] P.69






작가는 딜러와 손님 사이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운 인간관계의 파국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딜러는 처음에는 약한 쪽이었지만 관계가 끝으로 갈수록 더 분노하게 되고 그동안의 노력을 청산받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손님은 점점 더 냉담해 질 뿐이었다.


꼭 인간관계 뿐만 아니더라도, 개인이 체득한 이성(손님)과 개인이 숨기고 있는 욕망(딜러) 사이의 내적 갈등을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타협할수 없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언제나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마음을 문장으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혹시 읽게 된다면 꼭 두번 이상 읽어야 이 작품의 의미를 약간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이란 없습니다. 사랑은 없어요. 아니, 당신은 이미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을겁니다. 인간은 죽은 다음에야 자신의 죽음을 찾아 헤매고, 하나의 빛으로부터 또 다른빛을 향해 이동하는 위험한 여정 중에 마침내 우연히 죽음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러곤 이렇게 말하죠. 결국 이것뿐이었다.]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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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20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약 한 사람의 마음 속에 딜러와 손님이 싸우고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 속은 늘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어떤 하나를 선택하기도 어렵고 두 가지를 합치는 것 또한 너무 어려운 문제이지 않을까요..?ㅜㅜ

새파랑 2022-11-20 18:12   좋아요 1 | URL
대부분 사람들이 마음속에 갈등? 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ㅋ 저는 그렇습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랑 비슷한? 😅 어러운 책이었지만 엄청 좋았습니다~!! 대만족 이었어요 ㅋ

Falstaff 2022-11-20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흑흑..... 전 오래 전에 이 책을 읽고 도무지 뭘 주장하는지 알 길이 없어서 이렇게 메모만 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그래, 염병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다.˝ 이때까지 희곡 읽는 법을 전혀 몰랐던 시절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명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이 양반의 다른 희곡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을 읽고 이 책도 다시 읽어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ㅠㅠ 근데 아직 다시 읽지 않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새파랑 2022-11-20 21:28   좋아요 2 | URL
앗 폴스타프님은 진정 희곡 천재 아니신가요? 전 첫번째 읽었을때는 이게 뭐야? 했다가 해설 읽고 다시 읽으니까 좋더라구요 ㅋ 개인적으로는 <대머리 여가수>나 <고도를 기다리며> 보다는 좋았습니다 ㅋ <검둥이..> 도 읽어봐야겠네요~!@

Falstaff 2022-11-20 21:43   좋아요 1 | URL
엑.... 희곡 천재요? 윽! ㅎㅎㅎ 놀리시는 거 같은 느낌. ㅋㅋㅋ 아마 그런 거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파랑 2022-11-20 21:44   좋아요 1 | URL
정말 진심! 입니다~!! 😆

coolcat329 2022-11-21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소설인 줄 알았는데 희곡이군요. 제목은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느낌인데, 대화를 읽어보니 철학 소설 같아요. ‘단순하고 오만한 제로가 됩시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작가라 찾아봤는데, 와~~잘생겼어요...근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네요..ㅠㅠ

새파랑 2022-11-21 09:1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외모처럼 작품도 약간 간지(?)가 납니다 ㅋ 강추는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은 맞습니다~!!

페넬로페 2022-11-21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약 이 희곡의 연극을 본다면 정말 답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간관계가 그렇더라고요.
대부분 자기 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제가 좀 부정적이죠? ㅎㅎ

새파랑 2022-11-24 07:42   좋아요 1 | URL
앗 댓글을 이제 봤네요 ㅋ 프랑스에서는 이 연극이 대박이었다고 합니다 ~! 전 연극을 잘 안봐서 모르겠는데 왠지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할거 같아요 ㅋ

인간관계가 다 그렇죠. 마음이 맞는것 같아도 또 깊이 들어가면 다른부분도 느껴지고~

전혀 부정적이지 않으십니다. 원래 그런거 같아요~!!

희선 2022-11-24 0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오랜만에 희곡 만나셨군요 사람 마음이 잘 맞을 때도 있지만, 끝까지 맞지 않는 사이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는 그냥 놓는 게 좋을 텐데, 사람은 그것도 잘 못하는군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잘 지내는 사람과 잘 지내면 마음 편할 텐데...


희선

새파랑 2022-11-24 07:45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가 딱 칼로 자르듯 한순간에 놓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레삭매냐 2022-11-25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어느 인간의
초상이란 왠지 제가 아닐까
싶네요.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항상 그렇게 되네요.

오오 두 번이나 닐거야 한다
는 게 쫌...

새파랑 2022-11-25 12:14   좋아요 1 | URL
저도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냥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ㅋ

책이 짧인서 2시간이면 두번 읽으실수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희곡 중에서는 최고였다~!!




모욕은 되돌릴 수 없지만 친절은 되풀이할 수 있는 법이라, 한 번 모욕하는 것보다는 친절을 맘껏 베푸는 게 더 낫단 얘기죠. 그래서 난 아직 화를 내지 않고 있는 겁니다. 화를 내지 않을 시간도, 화를 낼 시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간이 다 지나고 나면, 나도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 P54

서로 마주친 두 남자에겐 원수처럼 폭력을 휘두르건, 부드럽게 우정을 표현하건 서로 치고받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시간의 황량한 사막에서 과거로부터건, 꿈으로부터건, 결핍으로 부터건 결국 여기 존재하지 않는 걸 들먹이기로 했다면, 그건 낯설음이 너무 커서 직접마주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비로움이 자기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려면, 이쪽에서도 모든 걸 열어젖히고 드러내야 하는 법입니다 - P62

추억이란 사람이 발가벗겨졌을 때조차도 꼭 지니고 있는 비밀 무기랍니다. 상대방 또한 어쩔 수 없이 솔직해지게 만드는 최후의 솔직함이죠. 정말 마지막 하나까지 다 벌거벗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 P63

난 말이죠, 당신을 모욕할 생각도, 기쁘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친절하게 굴거나, 못되게 굴거나, 때리거나, 얻어맞거나, 유혹하거나, 당신에게 유혹당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난 그저 제로이고 싶습니다. - P68

정의할 수 없는 시공간인 이 시간과 이 장소의 끝없는 고독 속에서 우린 혼잡니다. 내가 여기서 당신을 만날 이유도, 당신이 나와 마주칠 이유도, 온정을 나누어야 할 이유도, 우리가 내세울 만한,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 줄 만한 적당한 수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단순하고, 외롭고, 오만한 제로가 됩시다 - P69

도대체 당신이 뭘 잃고, 내가 뭘 얻지 못했단 말인가요? 아무리 내 기억 속을 뒤져봐도, 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나도 기꺼이 물건 값을 지불하고 싶지만, 바람과 어둠, 우리 사이의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돈을 낼 수는 없는 일이죠. 만약 당신이 뭔가를 잃었다면, 그래서 당신의 재산이 나를 만나기 전보다 줄어들었다면, 우리 둘 모두에게서 사라진 그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요? 어디 좀 보여주시죠. 아니, 난 아무것도 누린 게 없으니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을 겁니다. - P71

손님을 조심하세요. 그는 뭔가를 찾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걸 원하고 있답니다. 장사꾼이 짐작도 못하는 그것을 그는 결국엔 얻어내고 말지요. - P77

사랑이란 없습니다. 사랑은 없어요. 아니, 당신은 이미 존재하는 건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을겁니다. 인간은 죽은 다음에야 자신의 죽음을 찾아 헤매고, 하나의 빛으로부터 또 다른빛을 향해 이동하는 위험한 여정 중에 마침내 우연히 죽음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러곤 이렇게 말하죠. 결국 이것뿐이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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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읽으니까 이해가 된다.






















내가 당신에게 다가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평소대로라면 인간과 짐승이 난폭하게 서로를 덮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난 이렇게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손바닥을 당신에게 향한 채, 사려는
사람을 마주한 팔려는 사람의 겸손함으로, 욕망하는 사람을 마주한 소유한 사람의 겸손함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마치 황혼 녘에 건물 위의 창문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듯, 나는 당신의 욕망을 봅니다. 황혼이 이 첫 번째 불빛에 부드럽고 공손하게, 그리고 다정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다가가듯, 저 아래 거리에서 인간과 짐승이 서로의 줄을 잡아당기고 거칠게 이빨을 드러내도록 내버려둔 채, 나는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 P10

똑같은 추위나 똑같은 더위, 혹은 똑같은 부드러운 뒤섞임이 지배하는 대지 위를 걷는 사람에게는 부당함이란 없겠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모든 사람 혹은 동물은 서로 동등합니다. - P12

유일하게 존재하는 경계란 사는 자와 파는 자 사이의 경계뿐이지만, 이 둘의 욕망과 그 대상은 모두 들쑥날쑥하기에 그저 불확실할 뿐입니다. 그래도 인간이나 동물들 사이에서 암컷이나 수컷으로 구분되는 것보다는 덜 부당하지요. 내가 잠시 겸손함을 가장하고 당신에게 거만함을 건네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게 어쩔 수 없이 똑같이 주어진 이 시간에, 당신과 나를 구분하기 위해서란 말이지요. - P13

나의 욕망으로 말하자면, 내가 이런 황혼의 어둠 속에서, 꼬리조차도 보이지 않는 동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이곳에서 기억해 낼 수 있는 욕망이 있기나 한 걸까요. 당신이 겸손함을 내던지고, 내게 거만함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확실한 욕망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왜냐하면 난 거만함에 대해서는 일종의 약점을 갖고 있는 데다가, 겸손함은 내 것이건 남의 것이건 증오하기까지 하거든요. - P17

내가 원하는 것을 당신은 절대 가질 수 없을 겁니다 - P18

그리고 내가 출발한 지점에서 내가 가려는 지점까지를 이어주는 직선이 어떤 이유로도 갑자기 휘어질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켜선 이유는, 당신이 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 P23

내가 당신에게 베푸는 그리고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필요하긴 하지만 근거는 없는 이런 예의를 갖추는 까닭은 마치 장화로 기름종이를 뭉개버리듯 내가 당신을 거만하게 짓밟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P27

나는 하늘을 바라보면 회상에 젖고, 땅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슬퍼집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아쉬워하는 것과 그 무엇을 갖지조차 못했음을 회상하는 것은 모두 똑같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 P28

모든 장사꾼들은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욕망까지도 만족시켜 주려고 애쓰는 반면, 손님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제안하는 것을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다는 데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하니까요. 그가 밝히지 않은 욕망은 이렇듯 거절에 의해 더욱 고무되고, 장사꾼을 모욕하는 데서 느끼는 쾌감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잊게 되는 것입니다. - P36

내가 여기 있는 건 욕망의 심연을 메우고, 욕망을 일깨우고, 거기에 이름을 붙여 지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니까요. - P37

모든 인간이나 짐승들이 두려워하는 건 고통이 아닙니다. 고통은 측정할 수 있고, 고통을 가하고 참아내는 능력 또한 측정 가능한 것이니까요. 인간과 짐승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통의 낯설음이고, 그 익숙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 P38

사람이란 스스로 견딜 수 있는 고통만을 가하고, 또 자신이 가할 수 없는 고통만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 P39

이곳에 익숙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고 나는 여기서 이방인일 뿐입니다.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도 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도 나지요. 난 당신을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고 다만 어둠 속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추측할 뿐입니다. 뭔가를 알아맞히고 이름 붙여야 할 사람은 당신입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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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8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가수 하현우가 좋아하는 작품 인뎅 ㅎㅎㅎ

새파랑님 두번 완독 👍👍👍

새파랑 2022-11-18 22:21   좋아요 1 | URL
제가 국카스텐을 완전 좋아라하는데, 이 사실은 몰랐습니다 ㅋ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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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34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의심이 극에 달한 편이었다. 마르셀은 함께 있을 때에도, 떨어져 있을 때에도, 자고 있을 때에도 고통스럽기만 했다. 행복은 잠시일뿐, 고통인 줄 알면서도 떠나보낼 수 없는 마르셀. 어쩌면 마르셀이 알베르틴에 대해 알고 있는건 단지 이름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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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1-18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투에 대해 프루스트는 집요할 정도로 많이 썼던데 사랑에 질투가 그렇게 중요한 요인인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새파랑 2022-11-18 22:49   좋아요 1 | URL
일대일로 서로만 사랑한다면 질투할 일도 없을텐데 모든 사랑이 그럴수는 없나봐요 ㅋ

특히 마르셀이 질투하는 대상이 동성이 아닌 이성이어서 더 집요하겢느껴집니다~!!
 

질투란 무엇인가










우리는 간단히 말하려고 그저 ‘죽음‘이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들만큼 많은 죽음이 있다. 전속력으로 모든 방향에서 달려오는 죽음, 이런저런 사람을 향해 운명이 보낸 능동적인 죽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볼 수 있는 감각이 없다. 때로는 이삼 년이 지나서야 자기가 맡은 임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죽음도 있다. - P10

만일 우리가 팔다리 같은 것만 가진 존재라
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마음이라 불리는 작은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마음은 병에 걸리기 쉽고, 또 병에 걸린 동안에는 어떤 사람의 삶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극도로 민감해져서, 만일 거짓말이 - 우리가 하거나 남들이 했을 경우에는 별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그 안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사람으로 부터 와서 우리의 작은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 외과 수술을 통해 그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 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생각이 제아무리 무한대로 추론을 해도 발작을 완화시키지 못하는데, 이는 마치 제아무리 치통에 주의해도 치통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P56

이렇게 우리는 현실과는 매우 다른 외관을 서로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두 존재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부분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그래서 둘 다 자신에게서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만을 표출하거나, 또는 그들 자신이 그것을 간파하지 못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그들과 관계없는 몇몇 시시한 장점들이 보다 중요하고 기쁘게 해 주는 것처럼 보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집착하는 몇몇 장점들을 갖고 있지 않아서 거기에 관심 없는 척, 또 그것이 바로 다른 무엇보다도 그들이 무시하고 혐오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척하기 때문이다. - P266

그러나 이런 오해는 사랑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그 이유는 아이였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인상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그런 인상을 전하려 하며, 또 내게서 그 생각은 집에 돌아온 뒤부터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온순한 상태로 간직하여, 그녀가 화를 내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P267

우리는 타자가 보는 우리의 몸은 보지 못하며, 또 우리 앞에 있지만 타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대상인 우리 생각을 쫓아간다. - P268

알베르틴과의 삶은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때는 권태로웠고, 질투를 느낄 때는 고통스러웠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해도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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