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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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4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이별의 날은 와야한다."



재회할 가능성 1%와 0%의 차이가 이런걸까? 다시는 볼수 없다는 이유가 애틋함을, 추억을, 사랑을 더 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11권에서는 마르셀의 과도한 집착과 의심이 결국 알베르틴을 떠나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점점 식어가는 마음을 느낀 마르셀은 차라리 헤어지길 바라지만, 또 반대로 집착은 커져만 간다. 헤어지고 싶으면서도 헤에지긴 싫어하는 알수 없는 마음.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 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 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P.17



마르셀은 어떻게든 떠나간 알베르틴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알베르틴에게 계속 솔직하지 못했다. 애써 돌려서 표현하고, 물질을 앞세우며, 질투를 유발하고, 그녀의 마음을 떠보기만 한다. 꼭 그렇게 사랑 앞에서 자존심을 세웠어야 했을까?

[우리 감각 세계의 건물을 떠받치는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며, 믿음이 없으면 건물은 흔들린다. 우리는 바로 이 믿음이 사람들의 가치와 무용성을 결정하며 또 그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열광이나 권태의 감정을 결정하는 걸 보아 왔다.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아 끝나리라고 확신하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슬픔이 돌연 커져서 한 존재를 우리의 목숨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에 믿음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 ] P.57



마르셀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결국 알베르틴은 마음을 돌리고, 그에게 다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이젠 돌아갈 가망이 없어진다. 완벽하고 갑작스러운 상실. 더이상 알베르틴은 없었다.

알베르틴을 떠나보낸 것도, 알베르틴을 상실한 것도 모두 마르셀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마르셀의 사랑은 예전보다 더 커져만 간다.

[한 존재가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형태를 갖추고 시간이란 틀에 복종해야 한다. 연속적인 순간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존재는 한 번에 한 모습밖에 보여 주지 않으며, 그 모습에 대해서도 단 하나의 사진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오로지 순간들의 집합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에게 그것은 큰 약점이지만, 또한 큰 힘이기도 하다. 존재는 기억의 영역에 속하며, 또 어느 한순간의 기억은 그 후 일어난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기억이 기록한 순간은, 그리고 그 순간과 더불어 드러난 존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전히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파편화는 다만 죽은 이를 살아나게 할 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무한대로 증식한다.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망각해야 했던 것은 한 명의 알베르틴이 아니라 무한한 알베르틴이었다. 알베르틴을 잃은 슬픔이 견딜 만한 상태에 이르자, 나는 다른 알베르틴, 다른 수백 명의 알베르틴과 더불어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P.110



왜 우리는 항상 떠나 보내고 난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되는 걸까? 왜 항상 후회하게 되는 걸까?

[다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고장에서, 그곳에 갈 때 이미 통과했던 역의 이름과 모습을 모두 알아보게 하는 같은 노선의 기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때면, 그래서 한순간 기차가 그런 역 중 하나에 멈출 때면, 우리가 방금 떠난 장소를 향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기차가 다시 출발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환상은 이내 사라지지만, 그러나 한순간 우리는 떠난 장소를 향해 다시 실려 간다고 느꼈으며, 바로 이것이 추억의 잔인함이다.] P.24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부터 10권 까지의 긴 여정은 11권 <사라진 알베르틴>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였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마르셀의 상실감이 그대로 와닿았다. 마르셀은 과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Ps. 잃시찾 11권만 따로 읽어도 괜찮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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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22 1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으니 헤어질 결심이 떠오르네요. 새파랑님이 전해주시는 마르셀 이야기 상실감. 참 좋네요 *^^*

새파랑 2022-12-22 15:04   좋아요 2 | URL
리뷰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좋았던 부분만 썼습니다 ㅋ 요새 연말 모임이 많아서 책읽을 시간도, 리뷰쓸 시간도 없네요 ㅜㅜ

거리의화가 2022-12-22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ps 정보가 무엇보다 좋네요^^ ㅎㅎㅎ
저는 내게 오는 감정들에 모두 올인하면 생각보다 좀 피곤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건 아니어야만해 하며 외면하다 놓치기도 하구요. 아무튼... 사랑이란!
새파랑님 2권만 더 읽으시면 시리즈 완독이시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12-22 15:05   좋아요 1 | URL
아직 2권 더 읽으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거 같습니다 ㅋ 시간이 없으시면 잃시찾 11권부터 읽어도 괜찮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2-12-22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의 변화하는 마음들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알베르틴의 마지막이 가슴 아팠어요 ㅠㅠ
새파랑님, 잃.시.찾, 완독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2-12-22 15:07   좋아요 2 | URL
저도 좀 답답했습니다. 왜 이렇게 변덕이 심하고 소심한건지 ㅋ 그래도 저도 이런 비슷한(?)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공감은 했습니다 ^^

독서괭 2022-12-22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잃시찾이 이런 사랑 이야기였나요? 11권만 따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씀에 괜히 희망을 품게 되네요 ㅋㅋㅋ 지금 집에 1-5권 있는데 11권사서 먼저 읽어야 하나 ㅎㅎㅎ

새파랑 2022-12-22 15:08   좋아요 1 | URL
잃시찾의 핵심 키워드는 사랑입니다 ^^ 그런데 독서괭님은 마르셀의 행동을 마음에 안들어하실 수 있습니다 ㅋ

기왕 5권까지 사놓으신거 1권부터 순차적으로 읽으세요 ^^

scott 2022-12-22 15: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르셀 옹이 새파랑님 리뷰 읽은다면
코르크로 막아버린 방에서 뛰쳐 나올 것 같습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

새파랑님의 아뒤
2023년 부터는 새마르셀 ^^

새파랑 2022-12-22 15:10   좋아요 3 | URL
저정도의 허접한 리뷰를 읽고 화가나서 뛰쳐 나가는거 아닐까요?

프루스트옹 하면 스콧님이랑 미미님이죠 ^^

23년에 아이디 바꿔볼까 고민입니다 ㅋ

청아 2022-12-22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집에와서 PC로 읽었습니다. 11권 너무 슬프죠ㅠ.ㅠ
이별의 아픔, 그렇게 드러난 사랑의 진실을 이이상 표현하기
힘들거라고 믿습니다.^^* 새파랑님 리뷰 읽으며 다시금 감동이!

새파랑 2022-12-23 05:34   좋아요 2 | URL
전 지금까지 읽은 잃시찾 중에 11권이 가장 좋더라구요. 역시 잃시찾의 진정한 마니마 미미님~!! 내년에는 다시 정주행? ^^

희선 2022-12-23 0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떠나가기 전에 잘해야 할 텐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못한다면 무척 슬프겠습니다 아니 어딘가에서 살고만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텐데... 알베르틴은 세상을 떠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마음이 이 책을 쓰게 했군요


희선

새파랑 2022-12-23 08:58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ㅜㅜ 완전 이별 (고별)은 너무 슬픈거 같아요 ㅜㅜ 이 책 읽고 좀 많이 슬펐습니다 ~!!

서니데이 2022-12-23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계속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새파랑 2022-12-24 11:3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주말 많이 춥네요 ㅋ 마음은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12-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2권 남으셨네요~!

새파랑 2022-12-28 09:36   좋아요 1 | URL
내년에 아껴서 읽겠습니다~!!
 

그동안 책탑 사진을 안찍었어서 일단 찾을수 있는 애들만 모아서 책탑을 한번 찍어봤다. 북플에서 책탑에 관한 글이 제일 재미있어서 나도 오랜만에 올려본다.


책탑에 등장하는 작품은 총 17권이다. 작년에는 이정도 분량이면 한달치 구매 분량이였는데 (가끔은 15일치 일때도...) 이젠 두달은 되야 이정도 분량을 채울수 있는것 같다. 내가 독서 슬럼프긴 슬럼프인거 같다. 읽는것도 그렇고 구매하는것도 그렇고... 2023년에는 다시 한번 분투해보자.


책탑 책들을 간략히 리뷰해 보자면,


1.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이미 읽은 책이지만 양장본이 새로 나왔다길래 구매했다. 하지만 펼쳐보지도 않았다는... 지금은 그저 장식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내년에는 꼭 다시 읽으리라.


2. 맨스필드 파크 : 제인 오스틴

나름 제인 오스틴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읽다보니 약간 물리는 기분이 들어서 한동안 멀리했다가, 북플에서 이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다길래 구매했다. 이젠 읽을때가 된것 같다.


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이미 읽은 작품이고, 다른 출판사 버젼으로 가지고 있지만 현암사 버젼으로 다 모으겠다는 의지 하나로 구매했다. 역시 이 책도 아직 펼쳐보지 않았다... 소장용이다. 드디어 현암사 소세키 시리즈를 다 모았다.


4. 사랑, 그리고 : 줄리언 반스

<내 말좀 들어봐>의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곧 만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줄리언 반스 책은 확실히 잘 읽히고 재미있지만 막 추천하고싶은 작품은 없었는데, 이 작품은 안그랬으면 좋겠다.


5. 60개의 이야기 :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 한권 읽었을 뿐이지만 디노 부차티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구매했지만...두께의 압박이 좀 있어서 손이 안간다.


6. 착한 여자의 사랑 : 앨리스 먼로

아직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북플에서 이 책을 많이 추천하길래 구매했다.


7. 유리알 유희 1 : 헤르만 헤세

이제 <유리알 유희>만 읽으면 (민음사에서 출판한) 헤르만 헤세 작품은 다 읽게 된다. 헤세 작품은 단 한번도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내년 1월에 반드시 읽어야 겠다.


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마르셀 프루스트

말이 필요없는 작품. 지금 11권을 읽고 있는데, 너무 좋다. 12권은 얼마나 더 좋을까? ㅋ 이 책도 내년 1월에 반드시 읽어야 겠다.


9. 새로운 인생 : 요르한 파묵

이미 읽고 100자평을 남겼는데, 기대한 것보다는 안좋아서 다소 아쉬웠다. 나의 독서능력 부족을 다시 한번 느꼈다.


10. 흐르는 강물처럼 :  노먼 맥클린

이 책도 이미 읽고 100자평을 남겼는데, 역시 기대한 것보다는 안좋아서 다소 아쉬웠다. 낚시에 문외한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11. 지상의 양식 : 앙드레 지드

이 책도 이미 읽고 100자평을 남겼는데, 이 책은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뭔가 대단한것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할까? 내년에 꼭 재독해보고 싶은 책.


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 마르셀 프루스트

원래 12권하고 같이 구매했었어야 하나 잃시찾 책갈피 하나를 더 받기 위해서 시차를 두고 따로 구매했다. 하지만 아직도 책갈피를 열어보진 않았다...


13. 유리알 유희 2 : 헤르만 헤세

설명 생략


14. 나를 위한 노래 : 이석원

나오자마자 구매한 책. 날카로운 이석원도 좋고 부드러운 이석원도 좋고 원숙한 이석원도 좋다. 그냥 좋다. 진정한 팬이라면 마음이 변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부디 앞으로도 계속 책을 내주시길 바랄 뿐이다.


15. 타라스 불바 :  고골

이미 읽고 리뷰도 쓴 책.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 고골의 글은 언제나 재미있다.


16. 반항하는 인간 : 알베르 카뮈

소설이 아닌 이런 류의 철학 작품은 나랑 잘 안맞지만, 그래도 카뮈니까 괜찮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가장 큰 목적인 2023년 민음사 일력을 받기 위해서 구매했다. 사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읽고 싶은작품은 대부분 구매를 해서 더이상 사고 싶은게 별로 없다...


17. 질투의 끝 :  마르셀 프루스트

이미 읽고 리뷰도 쓴 작품. 잃시찾의 초기 버젼이자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잃시찾을 시작하기가 꺼려진다면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그럼 잃시찾 1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마들렌에 빠지게 되고...




이제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 겠다. 아직 2022년이 끝나러면 12일이나 남았으니...150권은 꼭 채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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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19 22: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년에 새파랑님 독서양과 속도는 대한민국 국민 독서 인구의 최상위 급입니다!

광활점 우주를 4번은 돌 수 있는 양~@@@

남은 12일 동안 새파랑님 200권 채우시고 !
2023년 부터 새 출발!^^300권을 향해!~~@@@@

새파랑 2022-12-20 06:05   좋아요 3 | URL
ㅋ 진정한 최상위권은 스콧님이죠~! 어제는 잃시찾 11권 다 읽은걸로 만족합니다 ^^ 23년 1월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Yeagene 2022-12-19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150권 채울 수 있어요!끝까지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2-12-20 06:06   좋아요 1 | URL
6권 더 읽어야 하는데, 읽다 만 책들을 다시 꺼내야 하나, 얇은 책을 골라야 하나 고민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2-12-19 2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이 골고루 있는 책탑이네요 ㅎㅎ 저요~ 질투의 끝 읽고 잃시찾 1권 찾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새파랑 2022-12-20 06:07   좋아요 2 | URL
그래서 햇살님도 내년에는 분기 1권이 아닌 월 1권씩 잃시찾 읽기 하실거라 믿습니다 ^^

2022-12-19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0 0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12-20 0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일력 받으셨군요! 저도 받고 싶었는데 책 고르고 구매하려 하니 끝나버렸더라고요 ㅠㅠ

새파랑 2022-12-20 06:11   좋아요 2 | URL
앗 저도 한개 더 받으려고 오늘 구매하려고 했는데 일력은 끝나버리고 주전자? 를 사은품으로 주더라구요.... 아쉽습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2-12-20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노 부차티 책 담아갑니다
구입한 책탑 저는 안올릴거예요
ㅋㅋㅋㅋ
쌓다가 자괴감 올것 같아서,,,
내가 이럴려구 책을 샀나... 하고
ㅋㅋ

새파랑 2022-12-20 10:19   좋아요 2 | URL
저도 요새 책 구매 자제중입니다 ㅋ 안읽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찔립니다 ㅋ 다 비슷하군요 ^^

거리의화가 2022-12-20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중 다른 건 모르겠지만 ‘타라스 불바‘와 ‘잃.시.찾‘은 내년에 도전하려구요!ㅎㅎ 저와 아주 다른 색깔의 책탑이라 더 좋습니다. 150권 막바지 화이팅!*^^*

새파랑 2022-12-20 10:20   좋아요 2 | URL
역시 역사하면 화가님 ㅋ 구매 순서대로 쌓아봤습니다. 저기 없는 책들도 다섯권정도 더 있어요 ㅋ 화가님도 연말까지 화이팅 입니다 ^^

페넬로페 2022-12-20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구매하신 목록의 작가가 다양하네요~~
잃.시.찾 12,13권 같이 읽어요.
올해 아직 10일이나 남았어요.
150권 읽으실거예요^^

새파랑 2022-12-20 16:54   좋아요 2 | URL
어제 11권을 다 읽고 뿌듯해하며 잤는데 오늘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입니다 😅

리뷰 안쓰고 100자평으로만 쓰면 150권 가능할거 같긴 한데 갈등 중입니다 ㅋ

mini74 2022-12-21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이제야 이 거대한 책탑을 보다니....존재의 세 가지..는 아무리 봐도 표지가 예쁩니다. ㅋㅋ 잠시 눌렀던 책구매 욕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너무 늦었지만 12월의 시작은 책지름으로 ㅎㅎ

새파랑 2022-12-21 16:28   좋아요 2 | URL
누적된 책탑이어서 약간 뻘쭘합니다 ㅋ 존재 이 책은 다시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저도 어제 여섯권 또 구매했습니다 ^^

희선 2022-12-23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멋지네요 2022년 열흘도 남지 않았네요 그래도 새파랑 님이라면 책 많이 보시겠지요 저도 이번에 책을 별로 못 봤습니다 겨우 백권 넘겼습니다 얇은 책도 있어서 그러기는 했네요


희선
 

상실이란...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나의 온 삶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 걸까. 고통을 즉시 멈춰야했다. - P15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 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 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 P17

나는 그녀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내 집에서 나와 함께 권태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종류의 슬픔보다 어쩌면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이미 여러 번 깨닫지 않았던가. - P19

알베르틴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내게 오로지 이름의 형태로만 존재했고, 그 이름은 잠에서 깨어날 때의 어떤 드문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내 머릿속에 계속 새겨지고 또 새겨졌다. - P35

우리는 이름을 말하고 또 마음속에 이름을 쓰는 듯 입 밖에 내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은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며, 그리하여 머릿속은 마치 낙서하기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채워 놓은 벽처럼 마침내 수천 번이나 다시 써 놓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온통 뒤덮이고 만다. 행복할 때면 우리는 생각 속에 내내 이름을 다시 쓰지만, 불행할 때는 더 많이 쓴다. 이미 우리가 아는 것밖에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이름을 다시 말하다보면, 지속적으로 말하고 싶은 욕구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지만, 결국은 피로해진다. - P36

자신을 사랑하는 남성을 괴롭히는 여인은, 마치 스완에게 그토록 잔인했던 오데트가 나의 작은할아버지에게는 지극히 상냥한 ‘분홍빛 드레스 여인‘이었듯이, 자신에게 관심 없는 남성에게는 언제나 착한 여자로 보일 가능성이 많다. 또는 사랑하는 남성이 마치 숨은 신의 결정을 두려워하듯 그 결정 하나하나를 두려워하며 따지는데도, 여인을 사랑하지 않는 남성의 눈에는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기쁘게 하는 그런 하찮은 여자로 보일 수도 있다. - P47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거 속에잃어버린 시간 속에 있어서, 더 이상 우리는 그녀의 모든 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 P49

우리 감각 세계의 건물을 떠받치는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며, 믿음이 없으면 건물은 흔들린다. 우리는 바로 이 믿음이 사람들의 가치와 무용성을 결정하며 또 그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열광이나 권태의 감정을 결정하는 걸 보아 왔다.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아 끝나리라고 확신하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슬픔이 돌연 커져서 한 존재를 우리의 목숨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에 믿음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 게다가 내가 처음 느꼈던 고통만큼이나 내 가슴의 통증을 격렬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 P57

한 존재와 우리의 관계는 오로지 우리 사유 속에만 존재한다.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 관계는 느슨해지고, 우리는 환상에 쉽게 속아 넘어가고 싶어 하면서도, 또 사랑이나 우정, 예의나 체면, 의무감 때문에 타인을 속이면서도 결국은 홀로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존재이다. - P65

소설의 여주인공에게 사랑하는 여인의 특징을 투사하지 않고는 소설을 읽을 수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의 결말이 아무리 행복하게 끝난다 해도, 우리 사랑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아니며, 그러므로 책을 덮었을 때 우리가 사랑하는 여인, 또 소설에서 마침내 우리에게 돌아온 여인이 삶에서 우리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 P68

"가엾은 친구에게, 우리의 사랑하는 알베르틴은 이제 세상에 없답니다. 그토록 그 애를 사랑했던 당신에게 이 끔찍한 소식을 전하는 나를 용서하세요. 그 애는 산책하던 중 낙마하여 나무에 부딪쳤답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애를 살릴 수 없었습니다. 그 애를 대신해서 왜 내가 죽지 못했을까요!" - P107

한 존재가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형태를 갖추고 시간이란 틀에 복종해야 한다. 연속적인 순간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존재는 한 번에 한 모습밖에 보여 주지 않으며, 그 모습에 대해서도 단 하나의 사진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오로지 순간들의 집합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에게 그것은 큰 약점이지만, 또한 큰 힘이기도 하다. 존재는 기억의 영역에 속하며, 또 어느 한순간의 기억은 그 후 일어난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기억이 기록한 순간은, 그리고 그 순간과 더불어 드러난 존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전히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파편화는 다만 죽은 이를 살아나게 할 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무한대로 증식한다.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망각해야 했던 것은 한 명의 알베르틴이 아니라 무한한 알베르틴이었다. 알베르틴을 잃은 슬픔이 견딜 만한 상태에 이르자, 나는 다른 알베르틴, 다른 수백 명의 알베르틴과 더불어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 P110

우리는 오로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실제로 우리 옆에 있는 것만을 소유한다. 얼마나 많은 추억과 기분과 관념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 우리의 시계로부터 멀어지는가! 그때 우리는 그것들을 더 이상 우리 존재를 이루는 전체 속에 포함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는 비밀통로를 가지고 있다. - P125

예전에 나는 끊임없이 우리 앞에 펼쳐진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했고, 또 그 미래를 읽어 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지금 마치 미래의 분신처럼 내 앞에 놓인 것은 ― 불확실하고 판독하기 어렵고 신비롭기 때문에 걱정스럽고, 내가 미래에 대해서처럼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나 환상을 품을 수 없기 때문에 잔인하고, 또 내 삶 자체만큼이나 멀리 펼쳐질 테지만 거기에는 미래가 야기할 고뇌를 위로해 줄 동반자가 없기 때문에 더욱 잔인한 더 이상 알베르틴의 ‘미래‘가 아니라, 그녀의 ‘과거‘였다. 그녀의 ‘과거‘라니?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질투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으며, 또 질투가 상상하는 것은 항상 ‘현재‘이기 때문이다. - P129

우리 사랑의 톱니바퀴가 얼마나 팽팽하게조였으며 우리 사랑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었던지, 그것은 발자크의 중편 소설이나 슈만의 몇몇 발라드에서처럼 처음에는 지체하고 중단되고 주저하면서 전개되다가 빠른 결말로 끝났다. - P144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여인은 무한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우리 눈에 그녀는 농밀하고 파괴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다른 여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이유는 여인이 우리 마음속에 파편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수많은 다정한 조각들을 일종의 마술적인 부름으로 솟아오르게 하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균열을 지우고, 그 조각들을 한데 모으고 결합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윤곽을 부여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온갖 단단한 질료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그녀에게 1000명의 인간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고, 또 어쩌면 그들 중에서도 가장 최하의 인간이라 해도, 우리에게 그녀는 우리의 온 삶이 지향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 P149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이별의 날은 와야하기 때문이다. - P154

내가 느낀 감정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의 표현은 거짓이나 흐릿한 것으로 보이게 했고, 반대로 지극히 시시한 몇 줄의 글은아무리 멀리 있어도 노르망디나 니스," 물 치료 시설, 라 베르마나 게르망트 공작 부인, 또는 사랑이나 부재, 배신과 관련되기만 하면 얼굴을 돌릴 름도 없이 돌연 알베르틴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고, 그러면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P180

다른사람과의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은 우리 자신이 착한 마음을 가졌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미소나 시선, 어깨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희망과 슬픔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한 사람을 만들어 내고 한 성격을 구성한다. 그리고 훗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될 때면, 우리가 어떤 잔인한 현실과 마주쳐도 이런저런 시선이나 어깨를 가진 존재에게서 우리를 사랑하는 여인의 착한 성격이나 본성을 제거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부터 알아 온 사람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사람에게서 그가 가졌던 젊음을 떼어 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P195

스카프를 목 앞이 아닌 목 뒤로 매면서, 나는 한 번도 다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산책을 떠올렸는데, 그때 알베르틴은 차가운 공기가 내 목에 닿지 않도록 나에게 키스한 후 스카프를 그런 식으로 매 주었다. 그토록 사소한 몸짓을 통해 기억 속에 되살아난 이 단순한 산책이 마치 우리가 사랑했던 죽은 여인에게 속하는 내밀한 물건, 우리에게 그토록 가치 있는 물건을 여인의 늙은 하녀가 가져다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었다. 나의 슬픔은 그로 인해 풍요로워졌으며, 더욱이 스카프 생각은 그 후로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 P196

나는 커다란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랐고, 내 곁에서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싶었으며, 그것이 내게는 더 이상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표시로보였지만, 실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표시였다. 왜냐하면 커다란 사랑을 하고 싶은 이 욕망은 알베르틴의 통통한 뺨에 입을 맞추고 싶은 욕망과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한 내 그리움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그녀를 망각했다면, 사랑 없이 사는 삶이 보다 현명하고 보다 행복하다고 느꼈을 테니까. - P197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와 다른 존재와 쾌락을 느끼고, 또 그 존재가 우리가 줄 수 없는 감각을 그녀에게 주고, 또는 적어도 그 외모와 이미지와 태도에 의해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을 그녀에게 보여 준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고통보다 더 큰 어려움이 어디 있겠는가! 아! 왜 알베르틴은 생루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훨씬 고통을 덜 느꼈을 텐데! - P219

이는 내가 이제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최근에 사랑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아니,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장소든 사람이든 모든 것이 나의 호기심을 끌었고 고통보다는 더 많은 매혹이 서려 있었던 예전의 보다 오래된 시기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지금 그녀를 완전히 망각하기 전에, 처음의 무관심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똑같은 길로 자신이 떠난 지점에 돌아가 보는 나그네처럼, 나의 커다란 사랑에 이르기 전에 통과했던 모든 감정들을 반대 방향에서 횡단해야 한다고 느꼈다. - P240

다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고장에서, 그곳에 갈 때 이미 통과했던 역의 이름과 모습을 모두 알아보게 하는 같은 노선의 기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때면, 그래서 한순간 기차가 그런 역 중 하나에 멈출 때면, 우리가 방금 떠난 장소를 향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기차가 다시 출발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환상은 이내 사라지지만, 그러나 한순간 우리는 떠난 장소를 향해 다시 실려 간다고 느꼈으며, 바로 이것이 추억의 잔인함이다. - P241

왜 나는 그녀의 말을 믿었을까? 거짓말은 인류에게 본질적인 것이다. 거짓말은 어쩌면 쾌락의 탐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게다가 실제로 이런 탐색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는 쾌락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쾌락의 폭로가 명예에 어긋날 때면 그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거짓말을 하며, 특히 어쩌면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존경을 욕망한다. - P328

진실이나 삶은 어려운 문제이며, 결국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어쩌면 내게는 피로가 슬픔을 좌우한다는 인상만이 남아 있었는지 모른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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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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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3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현재 우크라니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이 카자크인인데, 고골의 <타라스 불바>는 카자크인의 민족성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밀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P.10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카자크인은 완전 마초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수치스러운 것이고, 오직 민족과 종교만이 고귀한 것이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한 전쟁만이 존재의 목적이었다. 주인공인 '타라스 불바'에게는 '오스타프'와 '안드라'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타라스 불바'는 아들들을 진정한 카자크인을 만들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쟁터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교를 능욕했다는 핑계로 폴란드를 침공한다.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P.18



카자크인들은 무자비하게 폴란드 마을을 학살하고, 타라스 불바와 아들들은 선두에 서서 대단한 활약을 한다. 결국 마지막 목적지인 두브노 도시로 항하지만, 이곳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그들은 성 외곽에서 포위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P.83



타라스 불바의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그의 아버지와 너무 닮아서 호전적이었고, 반면 둘째 아들 안드라는 감성적이었는데, 결국 전장에서 두사람의 성향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산되게 된다. 둘째 아들은 어린시절 첫눈에 반했던 폴란드 여인이 두브노 성 안에 있는걸 알게 되고, 결국 가족과 조국을 버리고 폴란드 쪽으로 전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둘째는 아버지와 형의 적이된다. 카자크중에서도 초강성인 타라스 불바는 과연 카자크인의 명예를 더럽힌 둘째 아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P.112



반면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동생의 변절은 동생의 잘못이 아닌 폴란드의 악행이라고 생각하고, 더 격렬하게 폴란드에 저항한다. 하지만 결국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고, 폴란드에 포로로 끌려가게 되지만, 오스타프는 끝까지 카자크인의 자존심을 지킨다.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P.205



타라스 불바는 첫째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몰래 목격하고, 이후 폴란드를 탈출한다. 폴란드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극대화 되면서 폴란드인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계속 하게 된다. 민간인이든, 어린애든 상관없이. 과연 피에 피를 부르는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작품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고골의 카자크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자크인은 실제로 저런 모습이었을까? 게다가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카자크인을 까는(?)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특히 타라스 불바의 두 아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카차크인은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크인의 피에 흐르는 전투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러시아ㅡ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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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떡 하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 이 시국에 더욱 읽어봐야할 작품이네요.
그리고! 새파랑님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12-16 11:38   좋아요 2 | URL
저는 달인은 아닌것 같지안 어쨋든 뽑아주니 즐겁네요 ㅋ 저도 스콧님 리뷰 보고 읽어서요 ㅋ 요책은 화가님 스타일이실듯 합니다~!!

은하수 2022-12-16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우크라 전쟁은 저도 얼른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나고 있을지...

새파랑 2022-12-16 11: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전쟁이 그래도 금방 끝날지 알았는데 안그러네요 ㅜㅜ 더이상 피해가 없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ㅜㅜ

coolcat329 2022-12-16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 역사 책 보다보니 이 책 읽고 싶더라구요~고골의 카자크인 묘사 저도 궁금하네요 😊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1 | URL
ㅋ 카자크인 완전 마쵸 입니다. 이런 거친 민족이 지금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ㅋ 고골의 글이어서 완전 재미납니다~!!

그레이스 2022-12-16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합니다~~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ㅜㅜ
연초부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라니 ㅜㅜ

Falstaff 2022-12-16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자흐 인종들을 만나셨으면 기어이 돈강 까지 가시리라 믿습니다. ^^

새파랑 2022-12-16 19:19   좋아요 3 | URL
와우 추천 감사힙니다. 골드문트님 리뷰 보니 돈 강 꼭 읽어야 겠네요 ㅋ 검색들어가겠습니다~!!

scott 2022-12-16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럽 대륙 최악의 싸움꾼 카자크!


고골의 묘사미는 쵝오죠!

문트님은 돈 강 추천

저는 이자크 바벨 작품 추천 ^0^

새파랑 2022-12-17 09:16   좋아요 3 | URL
이자크 바벨 첨 들어보지만 찾아보겠습니다~!! 카자크인은 정말 호전적인거 같더라구요 ㅋ 우크라이니가 다르게 보입니다 ^^

yamoo 2022-12-17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의 작품은 모두 다 재미있는 것들 뿐이죠. 고골만큼 이야기꾼인 작가도 드뭅니다.

저는 고골의 단편선 추천!ㅎ

새파랑 2022-12-17 21:40   좋아요 2 | URL
고골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었던건 다 좋더라구요 ㅋ 전 팽귄클래식 버젼으로 고골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더 찾아봐야 겠습니다 ^^

북프리쿠키 2022-12-18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 옹은 레전드죠 ^^

새파랑 2022-12-18 16:05   좋아요 2 | URL
레전드 오브 레전드 입니다 ㅋ 현실세계의 러시아는 좀 별로지만 고전의 러시아는 너무 좋습니다 ^^

희선 2022-12-19 0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골 소설은 <외투>밖에 모를지도... 이 고골이 그 고골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외퉈>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소설을 보면 우크라이나 더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19 12:08   좋아요 3 | URL
고골의 <코>도 유명합니다 ㅋ 이 고골이 그 고골 맞습니다 ^^

mini74 2022-12-21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문고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이해가 안갑니다. 왜 이 책이 어린이용으로 나왔었는지..표지에 마치 술에 취한듯 코가 빨간 남자들 그림이 기억나요.
저도 이 책 찜해봅니다. ^**^

새파랑 2022-12-21 16:27   좋아요 1 | URL
역시 초등학교때부터 독서천재였던 미니님~!! 이 책은 표지부터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ㅋ
 

역시 고골의 글은 재미있다. 그리고 카자크는 호전적이어도 너무 호전적이네 ㅋ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 P10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 P18

"성모님! 이 두 아들을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얘들아! 이 어미를 잊지 말아다오. 한마디라도 좋으니 소식을 보내다오!" - P25

"총대장, 어떻소! 자포로제 친구들도 나설 때가 되지 않았소?"
"갈 데가 있어야지."
총대장은 입에서 담뱃대를 빼고 옆으로 침을 뱉고 나서 대답했다.
"어떻게 갈 데가 없다고 하나요? 터키 지방이나 타타르 지방으로 나갈 수 있지 않소."
"터키도 안 되고 타타르도 안 되오.‘
총대장은 다시 담뱃대를 입에 물며 냉담하게 대답했다.
"왜 안 된단 말이오?"
"그렇지 않소. 우리가 술탄(터키의 왕)에게 평화를 약속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마호메트교도 아니오! 하느님도 성경에서 마호메트교도들을 치라고 명령하잖소." - P53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 P83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 P112

"먼저 손가락으로 저를 부르시더니, ‘얀켈‘ 하고 말하기에 제가 ‘안드리 나리님!‘ 하고 대답하니, ‘얀켈! 아버님께 전해라, 형님께 전해라, 자포로제 사람들에게 전해라, 카자크들에게 전해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라. 이제 나에겐 아버지도 아버지가 아니고, 형도 형이 아니고, 친구도 친구가 아니다. 난 그들과 싸울 것이며, 모든 사람들과 싸울 것이다!" - P124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 P205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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