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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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2 치누아 아체베의 아프리카 삼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자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작. 제3세계 문학은 낯선 배경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책은 다르다. 나이지리아의 풍습과 문화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무너지는 원인에는 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내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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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06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갖고 있습니다! 앗싸! ㅋㅋㅋ

새파랑 2023-01-06 11:55   좋아요 2 | URL
요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시간부족으로 리뷰 생략했습니다. 기대됩니다 ㅋ

scott 2023-01-06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불금은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지 말고

행복하게 주말 보내귀롱 ^^

새파랑 2023-01-07 08:40   좋아요 2 | URL
불금에 만취해서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ㅡㅡ 연말이나 연시나 비슷하네요 😅 스콧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좋았어요~^^

새파랑 2023-01-07 18:49   좋아요 1 | URL
치누아 아체베 민음사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9:24   좋아요 1 | URL
저는 다 좋았어요^^

새파랑 2023-01-07 22:21   좋아요 1 | URL
역시 아프리카는 치누아 아체베~!! 그레이스님 추천은 무조건 읽는걸로 ~!!

페넬로페 2023-01-07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
넘 좋았어요.
구르나의 소설과 또다른 분위기가 있었어요^^

새파랑 2023-01-07 18:50   좋아요 2 | URL
요즘 아프리카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

희선 2023-01-08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아하는 분 많군요 저는 모르는 작가예요 나이지리아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군요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01-08 09:02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 작가 넘버 1인듯 합니다 ^^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명작인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


우노카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아무런 칭호도 받지 못했었고 많은 빚만을 남겼다. 아들인 오콩코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뜻밖의 일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였다. 분명 오콩코는 큰일을 할 재목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홉마을을 아우르는 씨름 왕의 영예를 얻었다. 부자였고, 곳간 둘이 앞으로 가득했으며, 이제 막 세 번째 부인도 얻었다. 게다가 칭호도 둘을 갖게 되었고 다른 부족과 싸운 두번의 전쟁에서 믿을 수 없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오콩코는 아직 젊지만 이미 당대의 가장 훌륭한 사람 가운데 들었다. - P17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에 지배받게 되었다. 그 하나가 친절함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게으름이었다. - P23

"낙담하지 마라. 너는 낙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야. 네 심성은 남자답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걸 안다. 그 심성 덕분에 조그만 실패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잘 견뎌 낼 거야. 남자는 ‘홀로‘ 실패할 때 더 어렵고 쓰라린 거지." - P36

"저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부르네. 아이의 죽음에 자네 손을 대지 말게."
오콩코는 깜짝 놀랐고,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네,우무오피가 그 아이를 죽이기로 결정했네. 숲과 동굴의 신이 그렇게 말씀하셨네. 관례대로 아이를 우무오피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죽일 것이네. 하지만 나는 자네가 이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길 바라네. 그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불러 왔네." - P71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자가 다가와 도끼를 치켜들자, 오콩코가 눈을 돌렸다.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가 떨어져 땅 위에 부서졌다. 오콩코가 이케메푸나에게 달려 나가자 "아빠, 사람들이 날 죽여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콩코가 자신의 도끼를 빼 소년을 내리쳤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 P76

에퀘피의 두 번째 아이가 죽은 다음, 오콩코는 아파 신의 무당이기도 한 주술사에게 가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아이가 오그반제라고 일러줬다. 오그반제란 죽으면 어머니의 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사악한 아이였다. - P95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왔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 P155

오늘 아침 이곳에 있는 우리는 조상님들에게 충실하지만, 우리 형제들이 우리를 버리고 이방인과 한패가 되어 조상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우리가 이방인과 싸운다면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을 치게 될 것이고 아마도 우리 부족의 피를 흘리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께서는 이런 일을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고, 형제를 죽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에게는 백인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조들께서 하시지 않았을 일을 해야만 합니다. - P239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대지의 여신을 거역하는 것으로, 이를 저지른 남자는 동족이 묻어줄 수 없습니다. 그의 시신은 불길한 것이어서 오직 이 방인들만이 만질 수 있지요. 당신네들은 이방인이고, 그래서 우리가 당신네들에게 시신을 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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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5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저 달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도 새파랑님 따라 필사하고 있습니다. 이거 의외로 쏠쏠한 재미입니다. 일부러 뒤적거려보지 않아요. 그래서 내일은 무슨 문장이 나올까 기대하는 맛이 좋네요. ^^

새파랑 2023-01-06 05:49   좋아요 2 | URL
나름 일력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ㅋ 안밀리려고 하는데 벌써 밀렸습니다 😅

독서괭 2023-01-06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올해도 필사 이어가시는군요!! 성실과 의지의 새파랑님!

새파랑 2023-01-06 11:50   좋아요 1 | URL
좀 밀렸는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Vanessa 2023-01-10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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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1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2023년 새해 첫날 읽을 책에 대해 나름 고민했었다.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님 재독할까? 누구의 책을 읽어야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1번픽은 하루키지 마음먹고 책장에서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선택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고 오랜만에 다시 읽은건데 역시 좋았다.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1981년부터 82년까지 쓴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총 18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아주 초기 작품들이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의 출판년도가 1987년이다...) 더 놀라운건 내가 태어난 해에 이 책이 나왔다는 거다....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상당히 세련됨이 느껴진다. 표제작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가 대표적인데, 하루키의 감각적이고 설레이는 문장이 고스란히 남겨 있다. 제목이 거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급이다. 다만 지금 읽으니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도 약간 들긴 하지만 그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거 같다...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P.23



다른 단편들도 아주 재미있고 감각적이다.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도 독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캥거루 날씨>, <택시를 탄 흡혈귀>와 로맹 가리의 느낌(?)이 나는 <사우스베이 스트럿>은 여전히 좋았고,


장편 <댄스 댄스 댄스>의 아이디어 노트 처럼 보이는 <도서관 기담> (이건 일러스트 책으로도 나온거 같은데 읽어보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해변의 카프카>가 연상되는<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까지 다시 읽었더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P.95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표제작을 제외하고는 막 강력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하루키를 좋아하거나 가벼운 단편을 읽고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s. 올해도 하루키 책 재독을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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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02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 선택한 새해 첫 책이군요^^ 재독할 때는 초독할 때와 느낌이 다르기에 더 새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주 힘차게 시작하세요!

새파랑 2023-01-02 09:51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 책 읽고 한권 더 읽으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ㅋ

청아 2023-01-02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요 부분 마음에 드네요.ㅎㅎ하루키다운? 새파랑님 리뷰를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져요!

새파랑 2023-01-02 10:42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표제작만 읽어보셔도 될거 같아요. 완전 짧은 단편인데 정말 좋습니다 ^^

페넬로페 2023-01-02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 의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요?
흠흠
새파랑님, 하루키 소설 넘 많이 읽으셔서 여자 보는 눈이 높아지는것 아닌가요?
가볍게 읽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1-02 12:5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어떤 느낌이면 100퍼센트 일까요? ㅋ 전 40퍼센트의 남자인거 같습니다 ~!!

전 눈이 아주 낮습니다 ㅋㅋㅋ

요 단편보면 와 하실거에요~!!

희선 2023-01-02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번 본 책을 다시 보면 다른 게 보이기도 하겠네요 저는 예전에 제대로 못 본 게 많아서 다시 보면 다 새롭게 보일 것 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1-03 19:39   좋아요 2 | URL
그래도 다시 읽으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 올해는 재독을 많이 해봐야 할거 같아요~!!

mini74 2023-01-03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읽을땐 왠지 두부 먹으며 맥주 한 잔 해야 할 거 같아요. ㅎㅎㅎ

새파랑 2023-01-03 19:39   좋아요 2 | URL
전 거기에 땅콩하고 던킨도너츠? ㅋ 음식을 부르는 하루키입니다 ^^

레삭매냐 2023-01-05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춘수 씨의 팬이시로군요 :>

전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춘수 씨이 나오면 꾸준히
읽게 되더라구요 ^^

새파랑 2023-01-06 06:28   좋아요 1 | URL
춘수 형님 완전 좋습니다~!! 전 ‘키‘로 끝나는 작가는 다 좋은거 같아요 ^^
 

23년 첫 책으로 고른 책.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왜 새끼 캥거루는 어미의 배에 있는 주머니로 들어가죠?"
"함께 달아나기 위해서야. 새끼는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으니까."
"보호받고 있는 거군요?"
"응, 새끼들은 모두 보호받고 있지"라고 나는 말한다.
"얼마 동안이나 보호받아요?"
나는 동물도감에서 캥거루에 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조사해 보고 나왔어야 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 P14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 P21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 P23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 P26

"흡혈귀라는 개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토를 쓰거나 마차에 올라타거나, 성에서 산다고 하는 그런 건 싫거든요. 저는 세금도 제대로 내고 있고, 인감 등록도 돼 있어요. 디스코텍 같은 데 가기도 하고, 파친코도 합니다. 이상합니까?" - P49

가끔 지하철 전차 안에서 그녀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때 맥주를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내게 보내온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서 이어져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틀림없이 어딘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 그 매듭이 있을 것이다. - P95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 P95

그 당시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모두 쓸쓸했던 것이 틀림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써 보내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틀림없이 서로가 서로의 소통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 P103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몰락한 왕국‘ 이라고 한 것은, 그날 석간신문에서 우연히 아프리카의 어느 몰락한 왕국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왕국이 퇴색해가는 은…" 하고 그 기사는 말하고 있었다.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서글프다." - P133

옆자리에 앉는 상대만이 가끔씩 바뀐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은 열여덟 살의 여자아이였다. 나는 창가에, 그녀는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자리를 바꿔줄까?" 하고 내가 묻는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한다.친절한 게 아니란다,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보다는 훨씬 더 따분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이란다. 전신주 숫자를 세기에도 지쳤다.
서른두 살의데이 트리퍼.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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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매월 하는 루틴을 그만둘 수 없기에 작년 12월 독보적 히스토리를 정리해본다. 그래야 2022년 결산 페이퍼도 쓸 수 있고.(과연 쓸 수 있을까? ㅋ)


12월도 많이 부진했다. 왠놈의 일이랑 모임이 이렇게 많은지 책을 못읽은 날도 많았다. 음주한 날에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왠만하면 책을 안읽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책은 일단 가지고 다닌다 ㅋ)


12월에는 11권의 책을 만났다. 얇은 책 5권을 제외하면 그렇게 많이 읽은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면 잃시찾 11권을 읽었다는 것인데, 이제 <되찾은 시간> 만 남았다. 그동안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수 있을지 궁금하다.



12월 가장 좋았던 책 :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럴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헤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따라갈만한 책이 얼마나 있을까? 인생에 대한, 친구에 대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해봤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너나 내가 어떤 직책을 맡게 되든 간에, 또 우리의 형편이 어떻게 되든 간에, 네가 나를 진지하게 불러주고 필요로 하는 그런 순간에 내가 너에게 침묵하지는 않을 거야. 결단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12월 가장 충격적인 책 :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

욕나오는 내용, 정직한 제목. 욕하면서 읽게되는 다니자카 준이치로의 작품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요즘 준이치로의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를 모으고 있다. 표지부터 아우라가 느껴진다.

[˝자네 발바닥을 뜨게 해 줘. 그렇게 해서 이 백당지 색지 위에 주목으로 발바닥 탁본을 뜰 거야.˝ ˝그걸 뭐에 쓰게?˝ ˝그 탁본을 바탕으로 사쓰짱 발을 본뜬 불족석을 만들거야. 내가 죽으면 뼈를 그 돌 아래 묻을 거야. 그게 진정 대왕생이지.˝]



Ps.2023년 첫날을 무슨 책으로 시작할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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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1 1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나르치스~ 를 지와 사랑 이란 제목으로 처음 접했어요 ㅎㅎ 올해도 좋은 책 함께 마니마니 읽어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3-01-01 13:42   좋아요 2 | URL
역시 미니님은 연륜(?)이 있으십니다 ^^ 올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페넬로페 2023-01-01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글 쓰는것도 좋지만 일이 많고 모임도 많다는 건 새파랑님께서 능력자이시고 인싸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올해도 독보적 랭킹 상위 유지 사수 기원해요^^

새파랑 2023-01-01 17:15   좋아요 2 | URL
술상무가 더 적합한거 같습니다 ㅋ 올해는 작년보다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1-01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뿌듯하시겠어요. ˝잃시찾˝ 발음은 어렵지만, 뽀대가 확 납니다. 새파랑님은 바쁘신대도 항상 꾸준하셔서 늘 배우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3-01-01 17:16   좋아요 1 | URL
뽀대(?)하나 보고 읽는거 같아요 ㅋ 전 잃시찾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알라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청아 2023-01-01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도 이정도면 꽤 읽으셨네요. 역시 새파랑님!! 가지고 다니면 잠시 틈날때라도 펼쳐볼 수 있어 책에 대한 애정과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구요ㅋ 12월도 수고하셨습니다.^^*

새파랑 2023-01-01 17:17   좋아요 2 | URL
틈새 시장을 공략해서 읽고 있습니다 ㅋ 권수보다는 질이 중요한거 같은데 이게 잘 안되네요 😅
요새 눈병(?)도 나가지고 좀 힘듭니다 ㅜㅜ

독서괭 2023-01-01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부진해도 이만큼이나^^ 2022결산 페이퍼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3-01-01 17:17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에게 비할바가 못됩니다~!! 토지괭님 2023년도도 화이팅입니다 ^^

Yeagene 2023-01-01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르치스,예전에 지와 사랑으로 읽었어요 ㅎㅎ 당시에도 꽤 오래된 책이었는데 새 번역으로 읽으면 어떨까 궁금합니다.새파랑님 부진하셨다지만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엄지척!♡

새파랑 2023-01-01 17:18   좋아요 2 | URL
지와 사랑 제목도 좋은거 같아요. 전 지 보다는 사랑 입니다 ^^ 1월에는 더 많이 읽고 쓰겠습니다~!!

hnine 2023-01-01 1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양식은 제가 세번을 읽고도 아직 더 읽어야 할 것 같은,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책이랍니다.
혹시 읽으시고 리뷰 올리시면 바로 달려와 어떻게 읽으셨나 보게 될 것입니다. ^^

새파랑 2023-01-01 18:31   좋아요 2 | URL
<지상의 양식> 전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서 리뷰는 못남길거 겉아요 ㅋ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몇일 읽어야 깨닫지 않을까 합니다 😅

bookholic 2023-01-01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꾸준함은 국가대표급입니다..^^ 2023년도 파이팅입니다~~

새파랑 2023-01-03 19:40   좋아요 1 | URL
꾸준함은 복홀릭님이 짱이시죠 ㅋ 올해 시작 3일 지났는데 오늘 아직 책을 못펼쳤습니다 ㅜㅜ

coolcat329 2023-01-02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한 해도 새파랑님의 성실성, 소설사랑은 눈이 부셨습니다.
새해에도 눈부신 한 해가 되시길요.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저도 지상의 양식 있는데(동네 주민이 버린 책 주워 옴) 많이 어렵다니 그냥 장식용이 될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3-01-03 19:41   좋아요 0 | URL
쿨캣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지상의 양식 잘 읽히기는 합니다 ㅋ 읽는게 어렵지는 않던데 또 이해는 다른 문제라서 😅

scott 2023-01-02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책 탑을 쌓아 올리신 새파랑님의 성실함을
알라딘은 널리 널리 찬양 해야 합니돵!^^

새파랑 2023-01-03 19:42   좋아요 1 | URL
아 연간 책탑 한번 올려야 하는데 ^^ 저는 찬양보다는 채찍(?) 이 필요합니다 ㅋ

희선 2023-01-02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 십이월에 책 많이 보셨네요 다른 일도 있었는데... 헤르만 헤세 책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추천하시는군요 예전에 한번 봤지만, 하나도 생각 안 납니다 다시 볼 날 있을지...

새파랑 님 2023년에도 즐겁게 책읽고 글도 쓰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새파랑 2023-01-03 19:43   좋아요 0 | URL
헤세는 사랑입니다 ㅋ 헤세 너무 좋아요. 희선님도 23년에 화이팅 입니다~!!

레삭매냐 2023-01-0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십니다 :>

계묘년에도 부디 열심히
달려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