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
평점 :
N23001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2023년 새해 첫날 읽을 책에 대해 나름 고민했었다.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님 재독할까? 누구의 책을 읽어야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1번픽은 하루키지 마음먹고 책장에서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선택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고 오랜만에 다시 읽은건데 역시 좋았다.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1981년부터 82년까지 쓴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총 18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아주 초기 작품들이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의 출판년도가 1987년이다...) 더 놀라운건 내가 태어난 해에 이 책이 나왔다는 거다....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상당히 세련됨이 느껴진다. 표제작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가 대표적인데, 하루키의 감각적이고 설레이는 문장이 고스란히 남겨 있다. 제목이 거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급이다. 다만 지금 읽으니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도 약간 들긴 하지만 그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거 같다...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P.23
다른 단편들도 아주 재미있고 감각적이다.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도 독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캥거루 날씨>, <택시를 탄 흡혈귀>와 로맹 가리의 느낌(?)이 나는 <사우스베이 스트럿>은 여전히 좋았고,
장편 <댄스 댄스 댄스>의 아이디어 노트 처럼 보이는 <도서관 기담> (이건 일러스트 책으로도 나온거 같은데 읽어보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해변의 카프카>가 연상되는<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까지 다시 읽었더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P.95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표제작을 제외하고는 막 강력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하루키를 좋아하거나 가벼운 단편을 읽고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s. 올해도 하루키 책 재독을 꾸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