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는 않더라도...책은 꾸준히 산다. 일단 책이 있어야 읽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샀다. 다른 분들이 좋다고 하는 책들, 전작하고 싶은 작가의 책들, 기타 사유가 있는 책들.

4월 1차 때는 7권을 구매했는데, 이번에는 13권을 구매했다. 간단히 설명을 해보자면...


1. 에피쿠로스의 네가지 처방 : 존 셀라스

친구가 읽고 싶다고 해서 구매한 책. 이런 철학책은 잘 못읽는데, 두께도 얇고 친구가 추천했으니 구매했다. 일단 읽어봐야겠다.


2. 언어의 무게 : 파스칼 메르시어

이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읽기 시작한지 10일이 넘은것 같다.  좋긴한데 진도가 안나가고 있다. 오늘은 꼭 다 읽어야겠다.


3. 이중 작가 초롱 :  이미상

페크님이 소개해준 문장이 너무 강렬해서  왠지 읽고 싶어져서 구매했다. 표지도 마음에 든다.


4.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 하루키

내가 하루키 소설은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에세이는 약간 덜 사랑한다. 그래서 안읽은 작품이 몇개 있는데, 이 작품도 안읽은 작품중 하나다. 리커버판으로 새로 나온데다가 사은품이 하이볼잔도 갖고 싶어서 구매했다.


5. 대프니 듀 모리에 단편집

예전에 레베카냐 레이첼이냐 논란(?)이 있었는데 난 레베카다. 왜냐하면 레베카 밖에 안읽었기 때문이다 ㅋ 우주점 배송비를 맞추기 위해 책을 찾다보니 이 단편집이 있어서 바로 구매했다.


6. 알렉시/은총의 일격 : 마르그리트 유니스나르

Yamoo님이 극찬하셔서 바로 구매했다. 자주 극찬하지 않는 분이 어쩌다 한번 극찬을 하시면 막 읽어보고 싶어진다.


7. 빈방의 빛 : 마크 스트랜드

애드워드 호퍼가 요즘 핫해서 구매했다. 내가 자주 읽던 고전문학 표지에 호퍼의 작품이 있어서 궁금했었는데 잘됐다.


8. 좌절 : 임레 케르테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3부작 중 <운명>, 이랑 <태어나지 않은..> 두편을 읽었는데, 가운데에 있는 <좌절>을 아직 못읽었다. 3부작을 완결해야겠다.


9.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 에벌린 워

Jeremy 님의 글을 읽고 구매한 책. 완전 기대된다. 그런데 좀 두껍네?


10.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어렸을때 어린이도서로 읽어봤을거라 추정되지만 이제 어른이니 크게 읽어봐야겠다. 그레이스님이 추천하셨으니 기대가 된다.


11. 별을 먹는 사람들 : 로맹 가리

로맹가리 책을 언제나 조금씩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절판이던데 우주점에 있어서 구매했다. 제목한번 로맹가리틱하다.


12. 붉은 수수밭 : 모옌

국카스텐의 붉은밭이란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국카스텐이 떠올라서 이 책을 샀다.(응?) 중국문학을 즐겨읽지는 않지만 왠지 이 책은 좋을거 같다.


13. 벤투의 스케치북 : 존버거

믿고 읽는 존버거 작품


퇴근길에 가볍게 써봤는데 이젠 책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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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5-02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가 극찬을 잘 안하나욤?? 흠..좋은 책은 좋다구 합니다. ㅎㅎ 근데 전4월에 산 책이 100권을 훌쩍 넘었어요..^^;;

새파랑 2023-05-03 06:01   좋아요 0 | URL
100권이면 돈이.. Yamoo님 재벌이시군요~!! 그만큼 읽으신다는거니 대단하십니다~!!

yamoo 2023-05-04 06:46   좋아요 1 | URL
아뇨~~--;; 제가 책을 많이 사기에 사람들은 절 보고 돈이 많은 줄 압니다. 절~~대 아닙니다..ㅋㅋㅋ

중고책방에서 주로 사기 때문에 100권 사도 30만원 정도 듭니다. 100권 사면 한 달에 달랑 4-5권 읽어요. 예전에는 100권 사면 그래도 20여 권 읽고 나머지 책들도 들춰보고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걍 책만 사요..ㅎㅎ

새파랑 2023-05-04 11:42   좋아요 0 | URL
일단 사면 언젠가는 읽겠죠 ㅋYamoo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3-05-02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베카파가 되신 이유가 빵 터집니다. 저도 레베카>레이첼 ㅎㅎㅎ

새파랑 2023-05-03 06:03   좋아요 0 | URL
레이첼은 이번에 단편집을 먼저 읽어본 다음에 좋으면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5-03 07:18   좋아요 1 | URL
저도 새파랑님과 같은 이유로 레베카파 해야겠어여 ㅋㅋㅋ

그레이스 2023-05-02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현하네요~~
영광입니다^^
읽은 책이 좀 있어서 반갑구요.
호기심 돋는 책들도 있네요

새파랑 2023-05-03 06:05   좋아요 1 | URL
ㅋ 그레이스님 리뷰를 보면 읽고싶어지는 책이 늘어납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그레이스님이 추천하신 버젼을 사려고 했는데 민음사 시리즈 모으려고 그냥 요걸로 샀습니다 ㅎㅎ

은오 2023-05-02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첫줄..... 더 안사셨어도 집에 읽을책 있었다에 5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3 07:21   좋아요 0 | URL
책도 약간 옷이랑 비슷한거 같아요. 책은 많은데 당장 읽고 싶은게 없다는? ^^

독서괭 2023-05-03 07:18   좋아요 1 | URL
오 대공감입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3-05-03 07:42   좋아요 0 | URL
ㅋㅋ 공감왕 독서괭님~!!

페넬로페 2023-05-03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을 읽어야겠다!
5월, 새파랑님 무섭게 책 읽으실 것 같아요^^

새파랑 2023-05-03 06:07   좋아요 1 | URL
어제도 읽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닭발 먹으러가서...

대신 오늘 새벽에 좀 읽었습니다 ㅋ

coolcat329 2023-05-03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표지 바뀌었군요! 예전 문학사상 표지는 참...😮‍💨
이 중 저는 대프니 단편과 달리기 두 개 읽었네요.
둘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붉은 수수밭있는데..사실 어제 밤 읽을까하고 집어 들었다가 작은 글씨 두께의 압박에 다시 책장에 꽂아두었네요.

새파랑 2023-05-03 07:43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 표지가 좀 그래서 안샀었는데 이번에는 표지가 마음에 들고 하이볼잔도 사은품으로 줘서 샀습니다~!!!

역시 벌써 세권이나 가지고 계시는군요 ㅋ 붉은 수수밭 평이 좋더라구요~!!

bookholic 2023-05-03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읽는 맛보다 사는 맛이죠~~^^
새파랑 님, 즐거운 오월 되시구요~~

새파랑 2023-05-03 09:22   좋아요 1 | URL
저 요즘 주춤했는데 다시 책 쇼핑에 빠진거 같습니다.

책사는건 다른거 사는거에 비해 죄책감이 조금은 덜한거 같습니다 ㅋ

북홀릭님도 즐거운 5월! 보내시길~!!

Jeremy 2023-05-03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벌린 워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는데...

처음에 군대 얘기 무진장 나오는 걸 잘 넘기시고
그 다음엔 영국 대학이랑 귀족 얘기를 잘 넘기셔야합니다요!
한국어 번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에벌린 워의 글발과 문체가 너무 세련되서
두꺼워도 글 하나하나 음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yamoo 2023-05-04 06:47   좋아요 3 | URL
오~~~군대 얘기...대학 야그..귀족 야그...

잼 겠는데요! 저도 읽어 보겠습니다!!ㅎㅎ

새파랑 2023-05-04 11:56   좋아요 2 | URL
군대애기 완전 좋아합니다 ㅋ 문체가 좋다고 하시니 더 궁금하네요 ^^

Jeremy 2023-05-04 15:31   좋아요 2 | URL
제 페이퍼 읽고 사셨다는데 이 책 즐기실 수 있기를.

전 이 책 덕분에 군대 단위와 조직의 명칭을
영어로 다 꿰차게 되었다는 그런 behind story.

scott 2023-05-05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연휴 동안 이 책들 전부 완독하고

다다음주 부터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3차 구매에 들어 가실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5-06 09:22   좋아요 0 | URL
연휴때 놀러갈려다가 비와서 그냥 취소하고 책이나 읽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ㅋ 5월달은 좀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05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잘생긴 책들!!!
보기 좋습니당~~

얄라알라 2023-05-05 21:37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이중 작가 초롱] 저도 책덕후 지인의 오프라인 극찬으로 앞 부분은 읽었는데 작가랑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발랄하면서도 냉소적인 매력^^
새파랑님의 완독
그리고 저의 재 도전을 스스로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3-05-06 09:24   좋아요 0 | URL
책은 잘생겼지만 저는..
저 어제 <이중 작가 초롱> 다 읽었어요 ㅋ 매력있고 솔직한 문장들이 좋았습니다~!!

얄라알라 2023-05-05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번에 13권~~ !! 새파랑님은 큰 손이세염^^

새파랑 2023-05-06 09:24   좋아요 0 | URL
앗 ㅋ 한번에 산건 아니지만 ㅋ 가끔 책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러블리땡 2023-05-06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 예쁘네요ㅎㅎ 리스트중에 제가 산것 중 몇개 겹쳐요!! 천천히 쉬엄 쉬엄 읽으세요 급하게 읽으면 체해요ㅎ

새파랑 2023-05-06 19:08   좋아요 0 | URL
오 몇개 겹치다니 영광입니다~!! 간만에 시간이 나서 급하게 읽고 있습니다 ㅋ
 


4월에는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는데 책을 거의 못읽었다. 술자리가 많기도 했지만, 독서 리듬을 못찾고 있는게 원인인거 같다.

다른 원인을 찾아보자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이 완전 어려웠고 (리뷰를 못쓰고 있음...), <언어의 무게>가 좋기는 한데 너무 두꺼워서(제목처럼 무거워서...) 아직도 다 못읽었다...

다 핑계일 뿐인데, 5월달에는 잘 한번 해보자.

4월에 읽은 책은 총 8권이다. 로맹가리의 <흰 개>랑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4월에 좋았던 책을 딱 하나만 꼽아보자면 존 버거의 <어떤 그림>이다. 그림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그림에 대한 생각이 좀 바꼈다.이렇게도 그림을 볼 수 있구나, 화가라는 사람들은 대단하구나 라는 감탄을 했다. 소설도 잘 쓰는 존 버거,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예술가인듯 하다.

[˝그래, 이름은 때때로 그것들이 명시하는 것의 ‘의미‘를 배가하거나 증폭시키지. 이런 이름들 말이야. 일출, 정오, 해거름, 황혼, 새벽, 내일.….˝]



4월에는 세계문학전집 필사도 못했다...  5월달에는 다시 써봐야겠다.

플친님들 5월에도 화이팅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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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5-02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권이나 읽으시고 끝내신 거네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올해의 책 목표가 잃.시.찾 완독이어서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3권에서 멈춰 있거든요 ㅠㅠ
북적북적? 저랑 같은 앱을 쓰시네요
반갑네요~~

새파랑 2023-05-02 15:38   좋아요 1 | URL
제가 먼저 허접하게 읽었지만
잃시찾을 읽으신다면 너무 큰 텀을 가지고 읽기보다는 이어서 읽는게 좋을거 같아요~!
전 너무 어려웠습니다 ㅜㅜ

독서괭 2023-05-03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못 읽었다고 하시기엔 좀 많은데요..🙄 잃시찾 13권까지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언제쯤^^;;

새파랑 2023-05-03 09:20   좋아요 1 | URL
여덟권이긴 한데 그렇게 두껍지가 않아서 금방 읽는 책들이었어요 ㅋ
독서괭님은 잃시찾보다 더 어렵고 방대한 토지를 읽고 있으니 토지 다 읽고 나셔서 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05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그림, 검색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3-05-06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존버거와 이브버거 부자가 그림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가 너무 멋졌습니다~!!
 

완전 좋다. 제목처럼 책이 무게가 좀 나가긴 하지만 이야기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모든 거리와 장소, 중요한 사건도 전부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완벽한 현실은 아니라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만사가 자기와 상관없이 지나쳐간다는 느낌. 이런게 어떻게 가능할까? - P10

어느 날엔가 거실에 커다란 지중해 지도가 걸렸다. 레이랜드는 지중해에 면해 있는 모든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고 불쑥 말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즉흥적이었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자기에 게 중요한 모든 것을 요약하는 생각이었고 또한 자신을 옥스퍼드 에서 내몰아낸 삶의 허기를 표현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삼촌은 옷 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지도와 그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불가 능한 게 아니다. 너라면 믿을 수 있지. 당장 시작해라. 몰타어도 잊 지마!" - P13

이제 그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이고, 마른 담뱃잎 연기 를 현기증이 날때까지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눈을 감았다. 이제까지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레이랜드가 찾아 나선게 아니라 그게 그에게 와서 부딪쳤다. 처음부터 그랬다. 언어없이 사물에 도달 하기를, 사물과 사람과 감정과 꿈에 닿기를 원할 때도 자주 있었지만 언제나 그 사이에 언어가 다시 끼어들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때면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리비아와의 경우에만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 P21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원래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그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스로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말이 타인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하거나 이말때문에 자신이 남에 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기 때문이지. 나중에는 자신의 명료 함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이 말이 타인에게 끼친 영 향 때문에 번민해야 한단다. 다른 한편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할 때면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이해가 깊어지기는 커녕 모든 것이 단편적이었고 서로 들어맞지 않는 조각으로 가득했지. 그래서 리비아에게 내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리비아는 내가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 P33

나는 리비아를 불편하거나 당황하게 할 염려가 전혀 없었 으니 아무 숨김없이 그녀에게 나를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무감각하고 말이 없는 벽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감 정에 신경 쓸 필요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달랐지. 듣는 사람은 리비아여야만 했다. 내 언어는 그녀의 영혼에 가닿고 그곳에서 이해를 얻어내야 했고, 이런 이해가 충분해야 나는 내 내면이 어떤 모습인지 깨달을 수 있을 터였다. - P35

네 언어에서 네 목소리는 어떠하 지? 너 자신에게는 어떤 울림이 있을까? 누구나 똑같은 울림 을 내는 시장에서나 은행 창구, 버스안에서나 전화 통화할 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네 경험과 생각, 추억과 인상을 말할 때 네 울림은 어떨까? 네 불안과 실망, 리비아를 향한 슬픔, 런던 이나 트리에스테에 대한 향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그 자신만의 특별한 목소리는 어떻게 울리는지, 어떻게 말하고 상상하는지 묻는 일은 뭔가 위대하고 강력하다. - P46

카라……. 그는 소피아를 이렇 게 부른 적이 없었다. 카라는 오로지 리비아를 위한 단어였다. 그 사실이 소피아의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기껏해야 아주 작고 미세한 망설임이었을 것이다. 발작이 일어난 날 밤 에 소피아는 자기 집에서 그를 돌봤고, 그 후에는 매일 전화를 걸 었으며 저녁에 들르는 날도 많았다.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는 내내 소피아는 꾸준하고 믿음직스러운 동반자였으므로, 이따금 소피아가 이런 의미에서 리비아의 역할을 넘겨받은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 P56

It‘s just something that makes a moment stay and you don‘t forget that time that‘s all. - P64

어떤 단어가 일시적으로 생각나지 않는 경우야 물론 있지. 이렇게 깜 박 잊는 거야 놀랄 일이 아니야. 침착하고 낙관적일 수 있지. 금방 다시 생각날 테고, 일시적인 약점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때 그 순간과 그 후에 이어진 몇 시간은 달랐어. 다리에서 떨어뜨려 강물에 가라앉은 물건처럼 단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내 어휘 가운데 많은 수는 영원히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는 돌이킬 수 없이 사라 졌다는 일시적인 약점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실이라서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는 어둠 속으로 미끄러졌다는 속수무책의 공포가 밀려왔지. - P67

우린 ‘종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어. 단어는 어떤 일에서 경악을 덜어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 그걸 발음하는건 해방이야. 하지만 경악을 더욱 크게 만들기도 하지. 그럴 때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가끔은 이 두 경우를 혼동하기 도 해. - P74

"내 생각에, 말의 아름다움이 이따금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게 했던 것 같다." - P84

살아오는 내내 삶이 드디어 시작되기를 기다려왔다는 기분이 들어. 마치 내가 온전히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런데 뭘 기다렸던 걸까? 시작하는 삶이란, 내가 살아 있으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주저 없이 말할 만한 현재란 뭘까? 알 수 없어. 뭘 기다리는지 몰랐다는 것뿐 아니라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재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어. 특이하고 혼란스러운 무지야. - P104

우리가 누군가를 또는 어떤일을 애타게 기다릴 때, 지금과 그것이 나타날 때까지의 사이에 놓인 시간과 나날은 견뎌내야 할 방해물에 불과해. 시간을 계산하고, 엑스 표시를 하며 지워나가지. 말로만 표현할 때보다 훨씬 안 좋아. 시간만 스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이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모든 경험도 삭제하려고 하지. 그게 중요하지 않으리라는 건 처음부터 확실하니까 말이야. 이걸 가장 잘 표현하 는 건 목표가 아직 멀리 있는, 증오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이나 알코올로 도피할 때야. 그럼에도 겪어야 하는 모든 일은 원치 않아도 겪게 돼.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대화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고 내면의 시선을 돌린채 모든걸귀찮은 안개처 럼 그저 지나가게 두지 갈망하던 일이 찾아오면 경험할 것만 을 중요하게 여기는 거야. 그때까지는 경험을 내다버릴 수도 없으면서 숨을 참으며 삶을 중단해, 먼 목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경험을 과소평가하는건 정신 나간 짓이 아닐까? - P106

하지만 이건 그래도 행복한 경우야, 불안으로 독살된 잃어 린 시간 뒤에는 기다린 보람이 있는 시간이 오니까. 나는 이제 그런 시간이 없어. 내가 두려워하는 그 시점에 도착하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자리가 나에게는 모든 시간의 종말 이 될 거야. 지금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 종말이 최대한 빨리 오기를 모든 불안을 삼킬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싸워서 불안으로부터 남은 시간을 얻어내고 눈에 보이는 최후의 날들에 적합한 필사적인 현재를 쟁취 해야 할까?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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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25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가시는군요^^

새파랑 2023-04-25 23:22   좋아요 1 | URL
앗 출장 ㅜㅜ이었습니다 열심히 읽으려고 했으나 하나도 못읽었네요 ㅜㅜ

희선 2023-04-27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새파랑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3-04-27 09:23   좋아요 2 | URL
넵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열독하세요~!!

얄라알라 2023-05-01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만으로는 책의 무게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뭔가 좋은 이야기가 많이 담겨서 무거운 책이겠죠?^^

새파랑 2023-05-01 13:5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 때문에 다른 책을 못읽고 있습니다 ㅋ 시간도 없긴했지만 진도가 잘안나가네요 ㅜㅜ

레삭매냐 2023-05-01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묵직해 보이네요.

파스칼 메르시어의 책도 언젠간
읽어 보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3-05-01 14:00   좋아요 3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책이 묵직합니다 ~!!

2023-05-01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2 0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되찾은 시간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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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1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이야기가 가물가물해서 어렵게 읽었다..알베르틴에 대한 추억 이야기가 많을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는 1차세계대전의 간접 이야기와 샤를뤼스를 포함한 소돔(?) 이야기가 더 많았다. 또 까먹기전에 13권을 바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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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4-17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4권 읽고 있는데,,,^^
격차가 너무 크네요^^

새파랑 2023-04-17 22:13   좋아요 0 | URL
ㅋ 근데 저는 좀 날림으로 읽어서요 ㅜㅜ 그레이스님 금방 읽으실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3-04-18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권부터는 샤를뤼스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이게 다 의미가 있더라고요~~
놀랄 의미요 ㅎㅎ

새파랑 2023-04-19 07:10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ㅋ 어제 13권 조금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 잘 찾아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3-04-19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래픽노블이 도서관에 있어서 봤더니 세상에 그림만큼 글도 많더라구요.
그림보랴 글 읽으랴 한 장 넘기기도 힘들었어요. ㅠ

새파랑 2023-04-20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다 읽으면 그래픽노블 한번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과연 내가 잃시찾을 제대로 읽은게 맞는건지 의문입니다 ㅋ

페크pek0501 2023-04-21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2권까지 나가시다니 뿌듯하시겠어요. 저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4권짜리는 꼭 읽어야지, 하고 있어요. 이것도 벅차서 아직 구매 못했어요.

새파랑 2023-04-22 15:54   좋아요 0 | URL
톨스토이의 작품답게 전쟁과 평화는 읽는재미가 있는데 이책은 너무 어럽네요 ㅜㅜ 13권까지 읽기는 다 읽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yamoo 2023-04-26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으시는 분들은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고요한 돈강....이런 걸 어케 읽는지....전 한숨부터 나와요..ㅜㅜ

새파랑 2023-04-27 09:24   좋아요 1 | URL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는
일단 재미가 있습니다 ㅋ 한번 꼭 읽어보세요~!!!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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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0

"저는 아무도 상처주지 않아도 알아서 상처를 받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그 상처를 무시하거나 덮어놓지 않고 내내 뚫어져라 바라보는 습관도 있고요. 아주 최악이죠."



내가 남자여서 그런지 여성에 대한 심리, 마음을 다룬 작품을 읽다보면 여성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놀라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아! 나랑 생각이 비슷한 측면이 있네 하면서 공감하기도 한다.



이런 느낌을 받은 작품이 표제작 <나주에 대하여>와 <꿈과 요리> 였다.




<나주에 대하여>에는 '김단'이라는 여주인공과, 그녀의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인 '나주'라는 여성이 주인공의 회사에 들어오게 되고,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 느끼게 되는 주인공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주인공은 '나주'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주인공은 SNS를 통해 그녀를 염탐하고 있었다. 왜 그녀는 '나주'에 대해 그렇게 집착할까? 하지만 주인공은 '나주'에게 자신의 집착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떠보기만 한다. 왠지 약간 무섭기까지 하다.


이유는 있었다. 주인공의 남자친구는 11개월전 사고로 사망해서 더 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SNS를 염탐하면서 예전의 여자친구에게서 남자친구의 흔적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남자친구에게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되어지는 '나주'. '나주'는 전 남자친구의 죽음을 알고 있을까?


그런데 '나주'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은 질투보다는 친해지고 싶음에 가까웠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남자친구는 나를 만나기 이전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을까? 과거를 더 좋아했던건 아닐까?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헤어진 후에도 이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꿈과 요리> 는 대학 동창인 '수언'과 '솔지'의 속마음을 옂볼수 있는 작품이었다.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수언', 그리고 함께 어울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도하는 '솔지', 대학생때 두 사람은 서로 친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고 하는게 더 맞는 표현일거다.

[수언은 늘 솔지의 목소리가 복잡하다고 느꼈다. 고민을 털어놓 고 이런저런 의견이나 감상을 말할 때의 목소리에 레이어가 있다고, 곁이 있었다. 수언이 생각하기에 그것은 솔지를 풍부해 보이 도록 하는 매력적인 곁이 아니라 쓸데없는 겁이었다. 굳이 분류하 자면 스스로 처세를 잘한다고 믿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의식하는 (그렇 지만 자신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믿는) 자의식이 도드라지는 사람의 겹이었다.] P.95



'수언'은 '솔지'의 행동을 의미없는 것이라고 무시했었고, '솔지'는 혼자서만 고고한척 하는 '수언'이 눈에 가시였었다. 하지만 몇년 후 '수언'은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고, '솔지'는 어학연수를 다녀오는데 우연히 한 카페에서 마주친다. 외로워서 그랬던걸까?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수언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영화평론가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그 직업이 갖고 싶었다. 다만 핑계 대지 말자고 생각했다. 수언은 자신이 특 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자신 역시 똑같다고. 잘하면 되겠지만 잘해도 안될수도 있는 거라고. 될 때까지 하겠지만 결국 안 되었을때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비장한 게 우습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야 했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 것까지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생각하지 말자. 미래는 잘 모르니까 안되어도 누구를 탓하며, 그걸 가지고 핑계를 대거나 알리바이를 궁리하며 꿈을 포기했네 어쩌네 하고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굴기는 싫었다.] P.97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서로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과거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마음속에서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럼에도 친하게 지낸다. 마치 마음속에 시한폭탄이 있는것처럼, 두 사람은 마음을 감추지만 갈등의 위험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다 펑 터지는데...


어쩌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서운했었던 이유가 서로에 대한 호감, 끌림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가오지 않았던 서로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그들의 우정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감춰둔 마음을 상대방이 알기는 쉽지 않다.



김화진 작가님(원래 직업은 편집장이라고 하던데...)의 마음을 다룬 여덟편의 단편들 모두 좋았다. 개인적으는 퀴어(레즈비언) 분야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알 수 있었다. 역시 편집도 잘하는 분이 글도 잘쓰나 보다.




- 공감했던 문장들 -

[나는 생애 전반에 걸쳐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원망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성향을 가진, 내향 인간들을 항상 좋아하면서도 서운했다. 나는 매번 제안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천천히 알아가고 조심스럽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사람들의 팔을 붙들고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흔드는 쪽은 백이면 백 나였다. 그런 나도 좀 병적인가. 어느 모임에서나 그런 유의 사람들을 좋아해. 서촌으로 커피 마시러 갈래요? 광화문으로 생선구이 먹으러 갈래요? 하고 물으면 그들은 언제나 사려 깊은 표정으로 아, 네, 좋아요. 언제든 단이씨 편하신 시간에…… 라고 대답해왔다. 거절이 아닌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늘 속이 꼬였다. 너희들은 좋겠다. 우아하게 컨펌할 수 있어서 좋겠어. 누군가가 물어보면 음 하고 고민하고 마침내 네. 라고 대답할 수 있어서 좋겠다. 나도 그런 역할 좀 맡아보고 싶네.] P .63(나주에 대하여)



[나는 머쓱하다는 표정을 지어내며 너의 말을 듣는다. 기분은 좋 았지만 한편으론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다. 나도 너처럼 우아하게 가만히 있어도 괜찮고 싶거든. 괜히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는데 혼자 침묵에 불안해져 까불지 않고, 나도 누가 웃겨주면 웃고만 있고 싶다고. ] P.65(나주에 대하여)



[예은씨, 혹시 많이 힘든가요. 그 말을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사실을 되물어봤자 사실일 뿐이라는 생각에 손가락이 자꾸만 멈췄다.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도 말뿐이고, 넌 잘할 거야 원래 잘 견뎠잖아 하는 말은 욕보다 나쁘고, 퇴직한 이 후 말을 고르는 일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어서 좋았는데 아주 오랜 만에 그런 자신이 싫었다. 예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을 아무리 골라봐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텅 빈 것 같았다. 오늘 많이 바빠요? 일 아직 안 끝났어요? 끝없는 물음표를 찍고 싶었지만 곧 모조리 지워버렸다. 은영은 속에 담긴 말을 고르다가 결국 가장 건져올리기 싫었던 문장에 머무르게 되었다. 바쁜 게 아닐지도 몰라.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도 이제 나랑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P.141(근육의 모양)



[저 준비하던 거 그만뒀어요. 못하겠어요. 사실 진작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만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미래가 좋을 거야 하고 나한테 내가 최면거는 거.] P.166(척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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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17 1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화진 작가님 민음사 편집부에 계신 분으로 알고 있어요 몇 년 전에 강연도 들었었는데 소설을 내셨네요 ㅎㅎㅎ
‘나주에 대하여‘라는 소설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주인공이 ‘나주‘에 대해 집착?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남자친구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예전 직장에서 A라는 남자의 현 여친, 전여친 모두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둘은 아예 말 안하더라구요 .... ^^;;;;;;

새파랑 2023-04-17 16:37   좋아요 2 | URL
강연도 하시는 유명한 분이시군요~! 저도 민음사 책은 많이 읽었는데 몰랐었습니다 ㅎㅎ

전 표지랑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현실에서 전여친 현여친은 사이가 좋을수는 없겠조? ㅋㅋ

독서괭 2023-04-18 14: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 서재에서 보기 드문 한국문학! ㅎㅎ 여성들 이야기군요. 나주에 대하여, 이 단편 재밌을 것 같습니다. <러브레터> 영화가 떠오르네요. 오겡끼데스까..

새파랑 2023-04-18 16:44   좋아요 2 | URL
러브레터 정도의 감동(?) 까지는 아닙니다만 ㅋ 뭔가 요즘 시대의 감성을 느꼈습니다 ^^ 제가 한국문학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가끔 땡기는 제목이랑 표지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