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너는 진짜 대단하다. 열린책들 버젼으로 또 읽고 있는 <고함과 분노>. 이런게 진정한 문학이고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나다.










다시 한번 소리가 났고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또다시 소리가 났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티피가 나를 당겼지만 목구멍에서 계속 소리가 났다. 계속 소리가 났지만 내가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티피가 웃으며 내 위로 자빠졌고 내 목구멍이 계속 소리를 냈다. 퀜틴이 달려와 티피를 발로 걷어찾다. 캐디가 날 감싸 안았고 빛나는 베일이 보였다. 캐디에게서 나무 냄새가 나지 않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 P62

나 참. 딜지가 말했다. 이름 바꿔도 도움 되는 것 없어. 이름이 해를 끼치지도 못하고. 이름을 바꾼다고 운수가 달라지지는 않아. 내 이름은 내가 기억하기 전부터 딜지였고, 사람들이 날 잊은 지 오래돼도 딜지일 거야. - P88

퀜틴, 인간의 모든 희망과 욕망을 묻어 버리는 무덤을 네게 준다. 나도 가슴이 아프긴 하다만, 너도 이것을 쓰면서 인간의 모든경험이란 결국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다. 그 경험이란 것이 네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에게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듯이, 네 개인적인 요구에도 제대로 부합하지 못할 거란다. 이 시계를 주는 것은 시간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따금씩 잠시 망각하라는 것이다. 시간과 싸워 이겨 보려고 모든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 P115

아무도 이 싸움에서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 심지어 싸워 본 적조차 없단다. 이 싸움터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절망만을 보여 줄 뿐, 철학자와 멍청이 들만이 승리라는 환상을 품지. - P116

예수도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아니고 조그만 시계 톱니바퀴들이 제각대며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에 닿아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도 누이동생은 없었다. - P117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물속에서 살랑거리는 내 뼈들과 바람 같은, 아니 바람의 지붕 같은 깊은 강물을 내려다볼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은 쓸쓸한 해변의 깨끗한 모래에서 내 뼈조차 분간해 내지 못할
것이다. 심판의 날에 신께서 일어나라 하시면 쇠다리미만 위로 떠오를 것이다. - P122

나는 화장대로 가서 여전히 없어져 있는 시계를 집어 들었다. 유리를 화장대 모서리에 부뒷허 낀 다음 조각들을 손으로 받아 재떨이에 버렸다. 시침과 분침은 비틀어 뽑은 후 접시 위에 놓았다. 그래도 시계는 계속 째깍댔다. 나는 시계를 뒤집었다. 텅 빈 문자관 뒤의 조그만 톱니바퀴들이 여전히 째깍대고 있었다. 갈릴리 바다를 걷던 예수나 거짓말하지 않았던 워싱턴. - P123

나는 시계 소리를 뒤로하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진열대 안을 다시 바라보니, 주인이 칸막이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열대에 있는 열두 개 남짓 되는시계는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마치 시겟바늘 없는 내 시계처럼 자기만이 옳다는 듯 서로 다른 확신에 차 있었다. 저마다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내 시계 소리가 들렸다. 내 시계는 아무도 볼 수 없는데도, 그리고 설령 본다 한들 시간을 알려 줄 수 없는데도, 주머니 속에서 째각대고 있었다. - P130

아버지는 조그만 톱니바퀴들에 의해 째깍대며 시간이 흐르는 한 시간은 죽어 있는 것이며, 시계가 멈췄을 때에야 시간이 살아난다고 했다. - P130

아마도 재봉사용 쇠다리미를 원하시는 모양입니다. 점원이 말했다. [그건 무게가 10파운드 나갑니다.] 생각
한 것보다 큼직해 보였다. 나는 대신 6파운드짜리 두개를 샀는데, 그건 포장해 놓으면 구두 한 컬레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를 함께 쓴다면 무게가 충분할 것 같았다. 하버드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유일한 기회가 될것이라 생각하니, 인간의 경험이 부조리하다는 아버지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 P131

내 안에 끔찍한 것이 있는데 밤이 되면 그것이 나를 비웃는 모습이 보여 그들 사이로 나를 비웃는 게 보이는데 이제는 없어졌어 하지만 몸이 안 좋아. - P172

죽음 너머에 단지 지옥만 있다면. 우리 둘이 죽어도 정결한 불길 속에 있다면. 그러면 너는 나만을 또 나만을 갖게 될 것이고 우리는 정결한 불길 너머 고통과 공포 가운데 있으리니

정결한 불길에 둘러싸여 공포와 고통 가운데 너와 나만 있다면 - P178

받을 만큼만 받으면 되지. 이 낚싯대로도 25달러짜리 낚섯대만큼 많이 잡을 수 있거든. 아이들은 25달리를 받으면 무얼 할지를 투고 계속 떠들어 됐다. 모두 한꺼번에 말을 하고 고집을 피우고 반박을 하고 짜증을 내기도하면서, 불가능한 일이 가능성 있는 일로 바뀌기도 하고 그다음엔 꽤 그럴싸한 일이 되었다가 마침내는 확실한 사실이 되었다. 원하는 걸 말로 표현할 때 보통 그러하듯이 말이다. - P180

아버지에게 말씀드려 내가 아버지를 낳았거든 아니 낳을 거거든 내가 그를 만들었어 그를 창조했으니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면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되는 것은 그가 말씀하시길 내가 있지 아니한 것이 되고
그러면 너와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니 나는 다산자이기 때문이지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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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작품.

어떤 말은 허를 통해 입 밖으로 내밸어지는 순간, 의식을 붙들어 매고 돌이킬 수 없는 힘을 가진다. - P59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꺼졌다. - P100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이벌을 받아들이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이별하며 사는 게 현대인들 우울의 원인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가장 꾸밈없는 모습을 보이고 내밀했던 친구를 잃고서 살아간다는 게. 세상에서 자신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을 잃는 거잖아요. 그게 누적되는 거 같아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잊고 치유되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대체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요."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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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완독하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진정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작품.

"자, 가라, 티피." 제이슨이 말했다
"이랴, 퀴니." 티피가 말했다. 그 모양들이 계속 흘러갔다. 반대쪽의 모양들도 다시 시작했다. 환하고 빠르고 매끄러웠다. 캐디가 이제 우리가 잠들 거라고 말할 때처럼. - P20

"내 말이 그 말이야." 로스커스가 말했다. "자기 자식 이름도 못 부르게 하는 집안에 재수가 있을 리 없다는 거지." - P44

우리의 그림자가 잔디 위에 있었다. 우리보다 그림자가 먼저 나무에 도착했다. 내 것이 먼저 거기에 도착했다. 그다음에 우리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도착했고, 그다음에 그림자가 없어졌다. 병에 꽃이 한 개 있었다. 나는 다른 꽃도 그 안에 넣었다. - P72

"이제 다 컸네." 러스터가 발했다. "병에 꽃을 두개나 넣어 갖고 놀다니. 너 마님이 죽으면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할지 알아, 잭슨으로 보낼 거야. 거긴 너한테 딱 맞는 데지. 제이슨 나리가 그랬어. 거기서는 다른 미치광이들이나 침 흘리는 사람들이랑 온종일 철창을 붙들고 있을 수 있어. 어때, 좋겠지." - P73

시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는 캐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지붕 소리가 들렸다. 비가 아직도 오네, 캐디가 말했다. 나는 비가 싫어. 다 싫어. 그러고 나서 캐디의 머리가 내 무릎 위에 왔고 그녀는 나를 붙들고 울고 있었고 나도 울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나는 다시 불을 바라보았고 그 환하고 매끄러운 모양들이 다시 움직였다. 시계와 지붕과 캐디의 소리가 들렸다. - P76

내 너에게 이것을 주는 건 시간을 기억하라 함이 아니라. 이따금 잠시라도 시간을 잊으라는 것이요. 시간을 정복하려고 인생 전부를 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 성립조차 안 된다. 그 전쟁터는 인간의 우매와 절망을 드러낼 뿐, 승리는 철학자들과 바보들의 망상이다. - P101

우리가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만 했어도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 또한 애석하지 사람들은 그렇게 끔찍한 일은 저지르지 못해 정말 끔찍한 일은 절대 저지르지 못해 오늘 끔찍하다고 여긴 일도 내일이면 기억조차 못하지 그래서 내가, 모든 것에서 벗어나면 되죠 하자 아버지가. 아 너는 그럴 수 있느냐. 라고 하였다 - P106

엄마가 캐디를 사랑하는 걸 보면 엄마는 결점이 있는 사람들을 그 결점 때문에 사랑한단다. - P134

여보 난 떠나겠어요 당신이 다른 애들을 맡아요 내가 제이슨을 데리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로 갈게요 그래야 제이슨이 커서 이 모든 걸 잊을 가망이 있을 테니까요 다른 애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개들은 콤슨 집안의 이기적 기질과 거짓된 자부심 때문에 아무것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애들이에요 내가 두려움 없이 가엽게 생각하는 아이는 제이슨뿐이었어요. - P136

그들은 동시에 떠들어댔다. 서로 고집을 세우고 반박하고 짜중내는 목소리들이 뒤섞이는 가운데 실재하지 않는 것이 가능성이 되었고, 이것은 다시 있음직한 일이 되었으며, 결국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욕망이 말이될 때 사람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행동과 다를 게 없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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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19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세 번 완독해도 감탄 나오는 작품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새파랑 2025-02-19 11:24   좋아요 0 | URL
지금 네번째 읽고 있습니다 ㅋ 괜히 명작이 아니더라구요~!!

강추합니다~!!
 

역시 김연수 작가의 단편. 어느 하나 안좋은 것 없이 독창적이다.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헤하러 든다는 것은 무모한 열정이였다. 하지만 그런 열정의 대상이 된다는 건 확실히 부러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때 나는 그녀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 P49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거지?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거 맞지? 기억 속 어딘가에서 내가 소리친다. 및아. 점점 흐릿해지는 낮빛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더없이 깊은 밤과 꿈결처럼 아득한 어둠 속으로 나는 떠난다. - P61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 이런 면에서 인류가 비겁해진 결과, 삶에 끼친 피해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환상‘이라고 하는 경험, 이른바 ‘영적 세계‘라는 것, 죽음 등과 같이 우리와 아주 가까운 것들이, 예사로 얼버무리는 사이에 우리 삶에서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러는 사이 그런 것들을 느끼는 데 필요한 감각들은 모두 퇴화되고 만 것이다. 신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 P126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그 하얀 봉우리들은 여름밤의 뒤척이는 잠 속으로 밀려들었다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꿈의 형상을 닮아 있있다. 완전히 잠들지도, 그렇다고 깨어 있지도 않은 그 어렴풋한 경계에서 간절히 원하지만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꿈들은 우리 영혼을 유혹한다. 좌절을 모르는 그 꿈들은 자신을 갈구하는 인간들에게 그 모든 패배의 순간을 전가했다. - P131

하지만 그즈음, 그는 어럼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러니까 꿈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패배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것을. - P133

하지만 그가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총동원해도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 P141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념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니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 - P177

마흔 살이 넘어서면서 성재는 세상의 일들을 짐작히는 버릇을 그만뒀다. 세상의 일들은 늘 짐작과는 달랐다. 하늘을 날던 그 새들이 갈매기일 수 없듯이. 해림에는 바다가 없듯이. 더이상 세상의 일들을 집착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인생이란 그저 사소한 우연의 연속처럼 보였다. 이제 성재에게 인생이란 납득하는 일이지, 따져보는 일이 아니었다. - P230

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비망록이 씌어지는 곳은 그 사람의 마음속이니 사랑하고 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 P284

세상 가장 작은 소리에도 쫑긋 귀를 세우는 사람들로, 세상에는 그렇게 귀를 기울이는 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꽃이 피었다가는 또 져버리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어찌 봄이 왔다고 해서 그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오르겠는가 말이야. - P77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내가 전쟁이란 삶을 닮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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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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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2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정치소설인 <악령>은 오늘날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미래를 예측한 것처럼 보이기 까지 한다. 급진주의와 허무주의는 결국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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