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우기는 쉽지 않다. 특히 예전과 같은 환경으로 새로운 사람이 대신 들어가게 된다면 당연히 적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주위 사람들은 계속 나를 이전 사람과 비교할 것이고, 더군다나 이전 사람의 영향력이 컸다면 더욱 힘들 수 밖에...
그나마 이걸 완화시켜 줄 수 있는건 나를 빈자리로 끌어온 사람의 애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애정이 식었다고 느낀다면? 더이상 그곳에서 내가 있을 수는 없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필요없는 존재라고 자학할 테니까.
˝레베카˝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존재‘ 였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이 책의 결말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알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윈터 부인(책 속의 나)˝이 ‘맨덜린‘에서 ˝레베카˝가 남겨놓은 흔적에 괴로워하는 심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이 책은 북플에서 잠깐 언급된 레베카 vs 레이첼 중 어느것이 좋음? 이란 글을 보고 읽고 싶어서 레베카를 먼저 구매했다.
(논의가 많이 되는 📚은 꼭 읽어보고 싶은)
‘대퓨니 듀 모리에‘ 작가님의 이름은 들어봤으나, 그분의 작품은 처음 읽었다. 레베카라는 영화?뮤지컬?도 본 적이 없고.
(레베카? 클럽 이름 같은데 이런 생각도 들고 ㅎㅎ)
정리하면 사전지식 없이 읽은 책. 그래서 뭐지? 뭐지? 하면서 읽었다. 완전 재미있게. 원래 밑줄 그으면서 책을 읽는데 이 책은 그을 수 없었다. 긴장감있는 이야기 전개와 ˝나(드윈터 부인)˝의 내적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서 내가 ˝드윈터 부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주인공 감정에 쉽게 이입되는 나란 인간은... ㅎㅎ
(영화에서 ˝드윈터 부인˝의 내적 감정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밴호퍼 부인˝의 시녀(?)인 ˝나˝는 어릴적에 부모를 잃고, 그녀와 함게 생활한다. 그러다가 몬테 카를로에 있는 호텔에서 영국의 유명한 저택 ‘맨덜리‘의 주인인 ˝드윈터˝를 만나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다. ˝드윈터˝는 1년 전 전 부인인 ˝레베카˝를 사고로 떠나보낸 40대의 남자이다.
‘맨덜리‘의 새 안주인이 된 그녀는, 전 부인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레베카˝의 흔적이 워낙 강했기에 그녀는 늘 주위로부터 비교를 당해야 했고, 남편인 ˝드윈터˝가 여전히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위축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던 중 무도회 사건을 계기로 ˝나˝는 크게 위축되지만, 이 후 ˝레베카˝의 시신이 타고 있던 보트가 발견되고, 이를 둘러싼 사건을 계기로 ˝나˝와 ˝드윈터˝는 서로의 마음과 그동안 오해했었던 진심을 알게 되고, 결국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끝이난다.
(스포방지, 컴팩트한 요약~!)
이 책에서 가장 섬득했던 장면은 ˝댄버스 부인˝이 무도회 사건을 계기로 극도로 위축된 ‘나‘를 2층에서 뛰어내리도록 유도하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에서의 ˝나˝의 마음이란 어땠을지...읽으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남편인 ˝드윈터˝가 부인인 ˝나˝에게 애정 표현이 없고, 가끔 차가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드윈터˝가 아직도 ˝레베카˝를 못잊었다고 ˝나˝가 느끼는 부분도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그게 아니였다는 걸 알게 되는...책을 읽던 실제의 ‘나‘는 완전히 예상못하고ㅎㅎ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은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른다‘와 ‘애정표현은 아끼면 안된다‘ 이다.)
이 책은 약 600페이지 정도 되는 벽돌책인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술술 읽힌다. ‘맨덜리‘ 저택의 풍경묘사와 ˝나˝의 감정묘사도 너무 좋았고 이야기에 쉽게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해피앤딩을 안좋아 하지만 이 책은 좋았다. (마지막 부분의 ‘런던‘에서 ‘맨덜리‘로 복귀하는 도중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읽었는데, 사고는 나지 않았다. 근데 왜 그렇게 자세히 묘사했는지 의문임...마지막 문장의 ‘불탄 재‘는 또 뭔지...집이 불타서 그런건가...)
다음번에는 ˝나의 친구 레이첼˝ 읽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