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느끼는 나라별 소설의 느낌이 있다. 예를들어 미국은 세련됨이 있고, 러시아는 일단 쎄고, 프랑스는 우아하고... (완전 주관적인 생각임)

일본의 경우는 잔잔함이 있다. 무라카미 류나 하루키 같은 작가나 추리소설은 제외하고... ‘여름은 그곳에 남아‘라는 책을 읽은것도 이런 따뜻함을 기대해서 였는데, 역시나 기대한 만큼의 내용과 결말이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그(그녀?)의 데뷔작이다. 최근에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라는 세번째 책이 나왔는데, 그보다 이전에 출판된 ‘여름은 그곳에 오래 남아‘의 평가가 괜찮길래 우선 이 책을 먼저 구매했다. 게다가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건축가가 꿈인 주인공(사카니시 도오루)은 대학을 졸업하고 평소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슌스케(선생님)의 설계사무소에 들어가게 된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최근 신규인원을 뽑지 않았지만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에 참가하기 위해, 주인공이 보낸 설계 플랜을 보고 그를 뽑는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도쿄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름이면 온 사무실이 가루이자와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옮겨간다. 이곳에서 나는 선생님과 동료 건축가와 함께 설계를 하고 일을 배우며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이렇게 보내게 된 1982년 여름의 추억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 해 여름 나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더욱 키워나가고, 동료이자 선생님의 조카인 마리코와 사랑에 빠진다. 선생님은 ‘국립현대도서관‘ 설계에 매진하면서도 주말에는 연인인 후지사와를 만난다.

하지만 선생님은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되고, 결국 경합에서 떨어지게 되며, 무라이 설계사무소의 설계는 결국 건축되지 못하게 된다.

선생님은 쓰러지기 전 편지를 통해 자신이 쓰러질 경우 설계사무소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남겼는데, 그 내용은 설계사무소를 억지로 유지하기보다는 해산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설계사무소에 대한 미래는 준비하였지만, 그가 아끼는 조카 마리코와, 연인인 후지사와의 미래는 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리코는 나와 이어지지 못하고, 후지사와는 선생님이 쓰러지신 후 그렇게 이별하게 되었다.

˝어떻게 끝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417페이지)

그래서일까? 주인공인 나는 늘 끝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1982년 여름의 별장에 대한 기억은 나의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고, 29년이 지난 후 나는 부인과 함께 다시 여름의 별장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건축가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약간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고, 초반부의 전개는 다소 지루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 잘 적응하면 여름과 별장과 숲과 반딧불이가 주는 청량함과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누구에게나 특별히 마음 깊이 각인된 특정 시기와 장소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기억하는 특별했던 시기와 장소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언젠가 그곳에 다시 한번 가볼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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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9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 하드커버가 나무물결무늬??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는 ‘그‘남자로 오랜 기간 편집자(해외문학 담당)로 이름을 날리(출판 되는 책 마다 초베스트 셀러)다가 마흔 훌쩍 넘어서 작가로 데뷔 ㅎㅎ

새파랑님 이책 스토리 처럼 리뷰도 잔잔~하게
다음번 책은 정희진 작가에 편협하게! 읽는다!
에 1표 걸고 감~@@

새파랑 2021-04-29 00:32   좋아요 2 | URL
저 편협하게 읽고 리뷰도 씀 ㅎㅎ 이 책 커버 벗기면 저런 나무 표지가 있습니다^^ 남자였군요. 이름만 보고 햇갈려서 ㅋ

붕붕툐툐 2021-04-29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 잔잔함에 저도 일단 공감합니다~ㅎㅎ책 표지가 나무라 독특하네요~~

새파랑 2021-04-29 00:39   좋아요 3 | URL
때론 완전 특이한 경우도 많지만^^ 건축관련 책이고 연필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표지가 그런거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9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를 통해서. 이 책의 제목으로 봐도 일본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요~~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요. 저도 제 마음에 각인된 장소를 한 번 생각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1-04-29 07:09   좋아요 3 | URL
전 이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 책 읽으면 숲속 별장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곧 여름이니까 한번 읽어봐도 좋을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4-29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름과 별장과 숲과 반딧불이. 봄에 느끼는 여름의 청량함이었군요. 새파랑님의 그곳. 언제고 갈 것입니다.^^

새파랑 2021-04-29 10:15   좋아요 1 | URL
아직 봄이지만 마음은 벌써 여름이라는^^ 감사합니다. 책읽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제 치맥 먹어서 많이 못읽었다. 책이 건축관련 내용이어서 생소함~!

이제 읽기 끝

잔잔하지만 마지막에는 여운이 있었다. 마지막, 해체, 그곳에 남아 있는 기억.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다..) - P180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한테 이야기해서 아버지가 어머니랑 의논해서, 그러니까 무라이 형제와 우리 부모님이 다 같이 너랑 나를 결혹시키면 어떨까 생각하는 것 같아"

(갑자기 뜬금없는 전개... 그런데 이야기가 기대된다) - P217

몇번을 되풀이해도 싫증나지 않고 좀 더 강하고 선명하게 태어나는 이 감각은 어디에서 솟구치는 것일까. 아무리 깊게, 흔들리고, 자기가 사라질 것처럼 느껴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이 감각이 사람의 마음속 저 깊이 태어나면서부터 있었던 암흑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그리운 어둠. 우리는 그 따뜻한 어둠속으로 서로의 숨결을 확인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한없이 내려갔다.

(어럽게 쓰여 있지만 무슨 감각인지 알겠다. ) - P311

지금부터 치는 것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이에요.

(안찾아 들을수 없다.) - P381

후지사와 씨는 그대로 한동안 서 있었다. 마리코도 유키코도 말없이 나란히 서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그리고 선생님 목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왜 그때 같이 안갔던 걸까.) - P388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인수하기 전부터 남에게 넘겼을 때를 생각하다니 뭔가 좀 이상해. 당신은 늘 끝만 생각해"

"어떻게 끝내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그렇지만 자기가 언제 마지막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잖아.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해줄 거라고"

(내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끝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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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ee 2021-04-28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치맥먹으면 독서가 더 땡기던데욥🤣🤫

새파랑 2021-04-28 18:46   좋아요 2 | URL
아ㅋ 저도 평소에는 맥주 마시면서 읽곤 하는데, 어제는 테슬라(테라 참이슬)로 먹어서 빨리 자버렸어요 😀😀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


목소리란 참 이상하다. 목적도 마음도 그대로 드러난다. 유키코의 온갖 것이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것 같고 그 모든 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사람을 잘 설득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유키코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키코의 목소리를 모아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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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4-27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1-04-27 21:19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4-28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저는 고것이 궁금하네요. 새파랑님 션한 하루 되세용^^

새파랑 2021-04-28 10:53   좋아요 1 | URL
글쎄요ㅋ 기억이 안나네요 ^^ 어제 많이 읽을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생겨서 못읽었다는 ㅜㅜ
행복한 책읽기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단편 소설 ‘문맹‘을 읽었다. 백수린 작가님이 번역한 작품으로, 내가 읽은 그녀의 세번째 작품. 사실 이 책을 단편이라 해야할지, 에세이라 해야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작가의 성장배경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로, 다시 스위스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그녀의 성장배경,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글을 써야 하는 그녀의 환경.

모국을 떠나 고향을 잃고 가족과 해어지며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 책에서는 정처없이 타국에서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이방인의 감정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글에 대한, 책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쓰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도 그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활자를 읽는걸 좋아한다. ㅎㅎ)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 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이 책에서 나오는 월경에 대한 그녀의 경험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의 1부인 ‘비밀노트‘의 배경이 되는데, 이런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를 준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려고 검색해봤는데,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어제‘, ‘문맹‘  말고는 국내 번역된 책이 없어서 다소 아쉽다. 그녀의 팬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끝으로 오랜만에 이 책을 읽고 생각난 노래를 소개하자면,

Camel : Stationary Traveller
https://youtu.be/HA_h5iJbrPs

Camel : Long Goodbye
https://youtu.be/6jYIjWIlK18

And she recalls the day,
when she left home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I have to leave right now
And though I hate to go
I know it‘s for the better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Forgive my leaving now
You know I‘ll miss you so
And days we spent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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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4-27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국내 출간된 책은 다 읽어서, <존재>를 다시 읽어야 하나, 아니면 그때 그 감흥이 아닐 수 있으니 놔두어야 하나 고민 중이요.^^;;; 글에 대한 열정은 크리스토프의 평생 동반자였을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4-27 13:26   좋아요 2 | URL
저도 ‘존재‘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읽은지는 얼마 안되지만 생각이나네요~ 좋은책은 몇번봐도 안질린다는 ^^

청아 2021-04-27 1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4개지만 꼭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님 책 읽는 무서운 속도!😳
마치 열차가 제 옆으로 엄청난 기세로 지나가는거 같습니당ㅋㅋㅋㅋ무섭ㅠ저도 지금 책 끝나는대로 스쿠터?라도 타고 쫒아갈래요!에잇ㅋㅋㅋ

새파랑 2021-04-27 13:28   좋아요 2 | URL
이 책 엄청 얇습니다 ㅎㅎ 미미님은 1시간이면 읽으실 거에요~ 전 별 4개도 좋은건데 ㅋ 너무 단편이어서 별 1개 뺐습니다 ^^

모나리자 2021-04-27 1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때부터 활자로 된 건 모두 좋아해서.. 인용문장에 핵공감 하게 되네요.ㅎㅎ

새파랑 2021-04-27 13:29   좋아요 3 | URL
북플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활자 중독 아닐까요? ㅎㅎ

모나리자 2021-04-27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위의 음악 좋은데요? 팬플룻 비슷한 소리가 나더니 나중엔 반전 분위기네요.ㅎ 오늘 날씨에 딱입니다! 잘 들었어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1-04-27 13:31   좋아요 3 | URL
좋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저 음반도 동서독 베를린의 분단을 배경으로 만든거여서 왠지 생각이 나서 소개해 봤습니다~!

페넬로페 2021-04-27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맹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소설인가요?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대한것 같은데 어서 읽어보고 싶은데요~~
근데 오늘도 도서관에서 따끈따끈한 희망도서 3권을 공수해온지라~~
마음만 급해요라고 말하며
ㅎㅎ 웃지요^^

새파랑 2021-04-27 15:29   좋아요 3 | URL
넵 이방인으로 살아간 작가님의 자전적 이야기 입니다~ 페넬로페님의 희망도서 3권이 뮌지 궁금하네요 ^^ 저도 희망도서 신청 해보고 싶네요 ㅋ

붕붕툐툐 2021-04-27 2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건 「존재」 읽은 후 읽어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프리퀄 느낌?ㅎㅎ
아, 그리고 ‘아무튼‘이라는 초단편집도 있어요!! 저 이제 「어제」만 읽으면 다 읽는 거네요. 우힛~

새파랑 2021-04-27 23:01   좋아요 2 | URL
생각해보니까 저번에 툐툐님 리뷰에서 ‘아무튼‘ 본 기억이 나네요 ㅎㅎ(아무튼 시리즈는 아닌...) 근데 절판이라는 ㅜㅜ

scott 2021-04-27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여기 모인 분들 모두
활자 중독자들
만쉐!٩꒰。•◡•。꒱۶

새파랑 2021-04-27 23:31   좋아요 2 | URL
스콧님이 가장 활자 중독이실거 같아요^^
 

오랜만에 일본 여행~!! 읽기 시작

겨울 풍경 속을 덜커덩 덜커덩 달려서 저 아래 세계가 점점 멀어지는 것은 뭔가 저 세성으로 향하는 것 같아 쓸쓸하지. 그런데 선생님은 그렇게 빙글빙글 한가하게 돌아가는 것이 참 좋다고 아주 진지하게 말씀하시거든.

(이런 비슷한 풍경을 전에 본적이 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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