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단편 소설 ‘문맹‘을 읽었다. 백수린 작가님이 번역한 작품으로, 내가 읽은 그녀의 세번째 작품. 사실 이 책을 단편이라 해야할지, 에세이라 해야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작가의 성장배경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로, 다시 스위스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그녀의 성장배경,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글을 써야 하는 그녀의 환경.
모국을 떠나 고향을 잃고 가족과 해어지며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 책에서는 정처없이 타국에서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이방인의 감정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글에 대한, 책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쓰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나도 그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활자를 읽는걸 좋아한다. ㅎㅎ)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 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이 책에서 나오는 월경에 대한 그녀의 경험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의 1부인 ‘비밀노트‘의 배경이 되는데, 이런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를 준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려고 검색해봤는데,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어제‘, ‘문맹‘ 말고는 국내 번역된 책이 없어서 다소 아쉽다. 그녀의 팬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끝으로 오랜만에 이 책을 읽고 생각난 노래를 소개하자면,
Camel : Stationary Traveller
https://youtu.be/HA_h5iJbrPs
Camel : Long Goodbye
https://youtu.be/6jYIjWIlK18
And she recalls the day,
when she left home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I have to leave right now
And though I hate to go
I know it‘s for the better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Forgive my leaving now
You know I‘ll miss you so
And days we spent toget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