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을 자주 들었던 시기와 장소가 떠오를 때가 있다. 가끔씩은 특정 시기와 장소를 떠올리기 위해 그 음악을 듣곤 한다. 나에게 그런 음악이란 언니네 이발관, 가을방학, 검정치마, 재주소년, 김동률, 윤상, 어떤날 등등등 쓸려니까 너무 많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이러한 음악과 회상이란 주제를 가진 다섯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내가 읽은 이시구로의 여섯번째 작품.(올해 부지런히 몰아서 읽었다.)
첫번째 단편 ‘크루너‘는 유명가수 였던 ˝토니 가드너˝가 사랑하지만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부인 ˝린디˝와의 마지막 이별여행을 하면서,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불러주는 이야기이다. 왜 사랑하면서 헤어져야 하는 걸까?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는 감정과 추억이 잘 그려져 있다. 이 단편에서 좋아하는 노래인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 easily‘가 나와서 반가웠다.
세번째 단편 ‘말번힐스‘는 기타를 치는 주인공인 ˝나˝가 런던 생활에 매력을 잃고 누나인 ˝매기˝가 있는 ‘말번힐스‘로 가게되고, 거기서 스위스 음악가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삶에 대해서, 음악에 대해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부부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네번째 단편 ‘녹턴‘은 음악적 재능은 있지만 못생긴 외모로 성공하지 못하는 ˝스티브˝가 성형수술을 하는 이야기 이다. 그의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게 되고, 그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호텔에 머물게 되는데, 여기에서 유명인인 ˝린디˝를 만나게 된다. ˝린디˝는 첫번째 단편에 나오는 인물과 동일인물이다. 호텔에서 회복을 하면서 두사람이 펼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얼굴에 붕대를 감은 두 사람의 행동이 상당히 유쾌하다. 붕대를 풀게 되었을때 그들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기대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어쨋든 희망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섯번째 단편 ‘첼리스트‘는 재능있는 헝가리 첼리스트인 ˝티보르˝가 첼로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미국인 여성 ˝엘로이즈˝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티보르˝는 그녀에게 빠져들지만 결국 서로 떠나게 되고, 그의 재능은 결국 사라져 버리게 되어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재능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그도 그녀도 결국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나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어요. 아직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 같은 게 저 멀리 있었어요. 그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죠. 처음으로 안 거에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정원이 있다는 걸요.˝」
녹턴은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이러한 분위기의 음악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의 장편소설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게 중간중간에 많은 위트가 있다. 그의 가장 밝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시구로의 작품은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뭔가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다. 매력적인 작가임은 분명하다. 이제 그의 작품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과 ‘우리가 고아였을 때‘ 그리고 ‘파묻힌 거인‘을 읽어야 겠다.
지금까지 읽은 책 기념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