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도스토예프스키(이하 도선생님)의 ‘노름꾼‘을 읽었다. 내가 읽은 도선생님의 아홉번째 작품. 일단 제목부터 엄청난 흥미가 느껴진다. 이런 주제에, 도선생님의 글이면 재미없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도박을 해보면 알겠지만(친구랑 가족끼리 ㅎㅎ) 이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명절이나 여행가서 점당 100원 짜리 고스톱을 치다보면 밤새는건 일도 아니지 않은가. 특히 기술이 필요없는 확률에 의해서만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라면 누구나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을 몇번 맛보다 보면 중독되기 쉽다. 이러한 대표적인 도박이 바로 ‘룰렛‘, 우리가 흔히 아는 ‘카지노‘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도박이 바로 ‘룰렛‘이다. 도선생님은 27일만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도선생님은 아내와 별거기간 중 여대생인 ˝아뽈리나리야˝를 알게 되고, 도도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둘은 파리로 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도선생님은 지속적으로 구애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도선생님과의 밀당을 즐기면서 석달동안 동반여행을 한다. 이러한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면서, 여행 도중 문제의 도박인 ‘룰렛‘에 빠지게 되고, 그는 가진 돈을 모두 잃게 되고, 애매했던 그녀와의 관계도 끝이 나게 된다.

이러한 도선생님의 그때의 경험과 감정이 거의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소설이 바로 ‘노름꾼‘이다. (소설의 여주인공의 이름은 심지어 ˝뽈리나˝이다.)

‘룰레텐부르크‘ 지역을 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알렉세이˝는 러시아의 퇴역한 장군인 ˝자고랸스끼˝의 가정교사이며, 여주인공인 ˝뽈리나˝는 장군의 양녀이다.

주인공은 그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만, 그녀는 주인공에게 항상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그를 이용하며, 그녀는 프랑스인 후작 ˝드 그리외˝와 영국인 ˝미스터 에이슬리˝와 같은 외국인의 구애를 받는데, 이 세명과 기이하고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녀한테 나는 노예일 뿐이고, 또 그녀의 눈에는 내가 너무도 하찮게 보이기 때문에 그녀는 나의 무례한 호기심에 화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설사 그녀가 질문을 허락한다 하더라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묻는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들의 관계는 정말 그렇다」ㅡ36페이지

장군은 ˝드 그리외˝에게 빌린 돈을 갚고 프랑스 여성인 ˝블랑슈˝와 결혼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있는 75세의 할머니인 ˝바실리예브나˝의 유산 상속을 기다리는데, 주구장창 모스크바에 전보를 보내 할머니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한다.

「이것 봐, 이 사람이 날 몰라본단 말이야! 날 땅속에 묻어 버렸다니까! 죽었나 안죽었나 쉴 새 없이 전보를 보냈지? 난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자 봐, 난 건강해」ㅡ107페이지

이에 열받은 할머니는 ‘룰레텐부르크‘로 오고,  이곳에서 ‘룰렛‘에 빠져 엄청난 금액을 잃게 된다. 이에 유산금액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장군은 할머니가 도박을 못하게 설득하지만, 이미 열받은 할머니는 장군에게 유산을 한푼도 안주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프랑스인 ˝드 그리외˝는 ˝뽈리나˝에 대한 사랑을 접게 되고, ˝블랑슈˝는 장군을 떠난다.

반면 주인공인 ˝알렉세이˝는 ˝뽈리나˝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룰렛‘을 하게 되고,  거금을 따게 된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딴 돈을 모두 그녀에게 주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하고 그를 떠나 영국인 ˝에이슬리˝에게 가게 된다.

˝뽈리나˝와 사랑에 실패한 ˝알렉세이˝는 이후 ˝블랑슈˝의 애인이 되어 프랑스로 떠나기도 하지만, 예전과 같은 열정적이고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없게 되고,

또한 엄청난 거금을 따본 경험 때문에  이후 돈에 대한 가치를 상실해 버리고, 도박에 대한 짜릿함을 잊지 못하고 도박판을 전전하면 살아간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도박의 감정과 사랑의 감정은 대단히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점, 실패의 후유증이 대단히 크다는 점, 그리고 실패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예리하게 묘사한 도선생님은 진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이 책의 내면에는 주인공인 ˝알렉세이˝와 장군과 같이,
욕심이 많고, 낭비벽이 심하며,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광분하는 ‘러시아인‘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다. 도선생님이 생각하는 ‘러시아인‘의 문제, 그리고 각 나라별 민족의 나쁜 특성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 읽으면서 자주 웃게 된다.
(특히 독일, 프랑스, 폴란드인에 대한 표현은 왠지 공감이 된다~)

도선생님의 작품 중 가장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도박‘과 ‘사랑‘은 위험하다고 말해주는 가장 교훈적인 작품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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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5-08 2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박과 사랑^^
이 두 단어로 뭔가 쪽박 찰것 같은 느낌인데~~
도선생님의 언어로 표현된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기대되네요**
가족끼리해도 저는 매번 지는 탓에 도박엔 근처도 가지 않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있더라고요**

새파랑 2021-05-09 08:42   좋아요 4 | URL
도박은 구경하는 재미도 엄청나죠 ㅋ 이 책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와요 ^^

청아 2021-05-09 0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27일 만에 쓴 건가요?!! 와...😳
강원도 카지노 한 번 따라가봤어요ㅋㅋ저도 하는 쪽보단 페넬로페님처럼 영화,드라마로 보는 걸 즐기는 쪽이예요^^;
이렇게 재밌어 하시니 다음 도선생님 책은 이 책으로!!

새파랑 2021-05-09 08:44   좋아요 3 | URL
75세의 할머니가 등장해서 처음 룰렛에 빠지는 모습이 풍자적으로 나오는데 읽다가 혼자 웃었어요 ^^ 도박같은 건 절대 하면 안되는 걸로 ㅋ

붕붕툐툐 2021-05-09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새파랑님은 올해 도선생님 전작이 가능하실 듯? 저도 노름꾼은 너무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에용!(겨울방학부터 읽는데 소장책이라 도서관책에 만날 밀려서 아직도 완독을 못함~ㅋㅋㅋㅋ)
이글은 노름꾼 뽐뿌가 제대로 오네요!ㅎㅎㅎ

새파랑 2021-05-09 08:47   좋아요 3 | URL
역시 읽고 계시는군요 ㅋ 혹시 읽다만 책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거 아닌가요? ㅎㅎ

scott 2021-05-09 0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끼선생의 노름판 르포 24시간 같죠 ㅎㅎㅎ 알라딘 룰렛 떙기는 시간! 새파랑님 굿나잇 !!🌛

새파랑 2021-05-09 08:49   좋아요 3 | URL
주요 등장인물인 알렉세이, 장군, 할머니 모두 도선생님의 경험담 같이 느껴졌어요 ^^ 스콧님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bookholic 2021-05-09 0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글을 읽고 나니, <노름꾼>이라는 책보다 도선생님의 삶을 읽고 싶네요.
사형 선고를 받고, 극적으로 살아나기까지 했다고 하던데...
도선생님 매니아로써 새파랑 님께서 도선생님의 괜찮은 평전 하나 추천해주세요.^^

새파랑 2021-05-09 08:50   좋아요 4 | URL
앗 저는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네요 ㅜㅜ 평전을 읽어본게 없다는 ㅋ 제가 곧 읽어보고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5-09 22:09   좋아요 3 | URL
앗! 저 오늘 도서관에서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도선생님 평전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빌려왔는데, 저도 읽고 재밌음 추천할게용^^

레삭매냐 2021-05-09 1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해 도끼샘 탄생 200주기라
샘의 책 몇 권은 읽어야 하는데...
그것 참, 책도 잔뜩 쟁여 두고
있으면서 미처 못 읽고 있네요.

심지어 노름꾼은 전설의 열린책
들 도끼샘 전집 중의 하나로 데
불고 있는데 말이죠.

새파랑 2021-05-09 13:55   좋아요 3 | URL
읽을 책들이 너무 많다보니 어쩔수 없죠 ㅎㅎ 아 그리고 열린책들 너무 좋아요. 왠만한 도선생님 책은 다 있다는^^

붕붕툐툐 2021-05-09 22:10   좋아요 3 | URL
ㅋㅋ저도 전설의 그 파란책 전집이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5-09 22:26   좋아요 2 | URL
와 전집있는 툐툐님이시군요~!! 전집가지신분 정말 부러워요. 언젠간 저도 꼭 갖고 싶다는 ^^

han22598 2021-05-10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게 없어서 기피증이 있는데.....새파랑님이 이 책이 가장 재밌다고 하시니...요거 먼저 나중에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

새파랑 2021-05-10 09:42   좋아요 1 | URL
재미측면에서는 이책입니다. 보면서 웃음이 나와요 ^^ 잘 읽히는건 죄와벌~!

행복한책읽기 2021-05-10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은 좀 짧나요. 급 읽고 싶습니다. 도선생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유는 다 길어서인데. ㅋㅋ 도박과 사랑 중 강한 쪽은 도박 같습니다. 도박이 사랑보다 유효 기간이 더 길어 보이걸랑요.^^;;; 27일만에 썼단 말이죠. 저는 도선생이 책을 많이 쓴 이유를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빚을 갚을라구 그랬다네요. 사채업자들이 도선생 주위에 드글드글 했던 듯. 빚은 작가를 쓰게 만든다.^^;;;

새파랑 2021-05-10 12:01   좋아요 1 | URL
본문만 270쪽?이었던거 같아요. 그렇죠. 도박에 빠지면 그냥 망한다는~! 작가의 창작활동에는 언제나 계기가 중요한거 같아요. 빚이 없었다면 다작을 못하셨겠죠? ^^

mini74 2021-05-10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아홉번째. 대단하세요 *^^*도선생님 지금 살아계셨으면 코인이란 도박에 빠져 코인꾼. 이런 소설 쓰시지 않았을까요 ㅎㅎ 새파랑님 리뷰 잘 봤습니다~

새파랑 2021-05-10 15:14   좋아요 0 | URL
빚갚는다고 책을 더 많이 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
 

죽음이 임박한줄 알았던 할머니 ‘인또니다 바실리예브나‘ 등장. 욕쟁이 할머니로 빙의한 도선생님의 문장이 너무 웃김 ㅎㅎ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읽기 끝. 교훈적인 작품 ~!!


이런 괴상한 도박꾼이 나타나면 무언가 색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리가 불편한 일흔다섯 살의 여자가 도박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완전 웃기다 ㅎ ㅎ 웃기는 할머니) - P131

합계 1만 2천이야! 그걸 전부 이리 줘. 금화는 여기 지갑속세 넣고 지폐는 깊숙이 잘 챙겨. 이젠 됐어! 집으로 가는 거야! 의자를 밀고 가자고!

(도박, 룰렛천재 할머니~) - P140

이건 마치 그 소름끼치는 꿈과 그 뒤에 남은 인상들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어떤 새로운 것이 그걸 산산조각 내지 않았으면 하고 걱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78

"당신은 용감하십니다! 정말 용감하십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야 합니다. 틀림없이 그래야 합니다. 아니면 전부 잃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도박이 중독인 거다.) - P208

1천 파운드가 되었든 10루이도어가 되었든, 현재 당신에게는 어느 것이나 매한가지일 겁니다만, 한꺼번에 다 날려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1천 파운드가 아니라 10루이도어만 드리는 것입니다. 받으세요. 그리고 안녕히 가십시오.

(노름꾼에겐 액수가 의미가 없다. 다 잃거나 다 얻거나. 대부분은 다 잃지만)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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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8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름꾼의 등장인물들 묘사 넘 흥미롭죠!!
새파랑님 프로필 사진 북플에서 책탑인줄 알았는데
전람회-동률 킴-이적 ~

새파랑 2021-05-08 17:04   좋아요 2 | URL
도박에 빠진 사람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에요. 할머니 너무 좋았어요 ㅎㅎ 간만에 씨디도 정리했어요^^

청아 2021-05-08 21:58   좋아요 2 | URL
오호 저도 전람회 너무너무 좋아해요!!( PC로 구경하러 슝3)

새파랑 2021-05-08 23:16   좋아요 2 | URL
전 전람회 김동률 찐팬이에요 ^^

청아 2021-05-08 23:18   좋아요 2 | URL
저도 전람회 김동률 노래 중독자라 어디서 빠지지 않을 정돈데 사진보니 새파랑님이 몇 수 위이십니다.😆👍

scott 2021-05-08 23:20   좋아요 2 | URL
찐팬! 여기 1人추가!!ㅎㅎ

서니데이 2021-05-08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의 경험담도 조금 있겠지...요.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5-08 23:17   좋아요 2 | URL
완전 경험담인거 같아요 ㅋ 서니데이님 즐거운 토요일 마무리 하세요^^

바람돌이 2021-05-09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읽기 대마왕 새파랑님! 반성하고 갑니다. 제 책탑에 쌓인 카라마조프가 또 저를 노려봐요. ㅎㅎ

새파랑 2021-05-09 10:30   좋아요 0 | URL
요새 운동한다고 읽기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어요ㅜㅜ 카라마죠프 완전 좋아요^^ 강추~!!
 

모리스와 이 책중에 갈등하다가 왠지 노름꾼의 심리가 궁금해져서 우선 이 책 먼저 읽기^^








현실에 대한 완전한 무지와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진한 견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지극히 귀족적인 것이다.

(이 날카로운 문장이란..) - P28

네가 나와 어떤 애기를 하든 그리고 내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난 전혀 상관이 없어. 그 정도로 너의 감정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여기 불쌍한 남자 한명이 더 있다ㅎㅎ) - P34

내가 어쩌면 그녀 자신보다 세 배는 더 많이 그녀의 근심과 실패로 인해 괴로워하고 염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말이다. - P35

그녀한테 나는 노예일 뿐이고, 또 그녀의 눈에는 내가 너무도 하찮게 보이기 때문에 그녀는 나의 무례한 호기심에 화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설사 그녀가 질문을 허락한다 하더라도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묻는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들의 관계는 정말 그렇다.

(일방적인 관계. 그 끝이 궁금해진다) - P36

이것 봐, 이 사람이 날 몰라본단 말이야! 날 땅속에 묻어 버렸다니까! 죽었나 안죽었나 쉴 새 없이 전보를 보냈지? 난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자 봐, 난 건강해

(이야기 완전 재미있다. 역시 도스토예프스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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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8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표지 그림요. 왠지 톨스토이와 도스토 옙스키 같은 느낌 들지 않나요? ㅎㅎ 나만 그런가????

새파랑 2021-05-08 08:03   좋아요 1 | URL
와우~ 그러고 보니 그런거 같아요 ㅋ 출판사의 의도? 표지 예뻐요^^

scott 2021-05-08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옹도 젊은 시절에 노름꾼 ㅎㅎㅎ

새파랑 2021-05-08 08:05   좋아요 0 | URL
대문호의 조건은 노름? ^^
 

자신이 익숙한 곳,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새장 속에서 벗어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새장을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새장 속에 있근 새의 마음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디스워튼의 ‘기쁨의 집‘은 내가 읽은 그녀의 5번째 작품이다.(순수의 시대, 이선 프롬, 여름, 올드뉴욕, 그리고 기쁨의 집) 일단 이 책은 두권으로 나눠진 약 600페이지나 되는 벽돌책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릴리˝의 행동이 너무 매력적이고 너무 안타까워서 술술 읽힌다.

이 책은 미국의 사교계에서 살아가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릴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릴리˝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교계를 경험하는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은 몰락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매력(아름다움과 사교성)을 이용하여 근근히 사교계에  머무른다.

미국의 사교계는 누가 얼마나 과소비를 하는지 과시하는 곳이며, 미혼 남녀에게는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기혼 남녀에게는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공개적인 만남을 허용하는 곳이다. 단, 불륜 등 추문에 휩싸이게 되면 추방당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재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러한 추문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 반대면 쉽게 버려진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릴리˝는 부자들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사랑이 없는 계산적 결혼에 망설이게 되고 이를 거부한다. 결국 돈많은 유부남들의 접근때문에 그녀는 의도하지 않게 추문에 휩싸이게 되고, 점점 사교계의 중심에서 멀어져 간다.

이러한 사교계라는 새장속에 사는 ˝릴리˝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두 인물이 있는데 바로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변호사 ˝셀던˝과 그를 유일하게 걱정하는 친구인 ˝패리쉬˝  이다. 둘은 그녀가 새장속에서 탈출하기를 원하지만, 그녀가 왜 사교계에 머물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그녀는 ˝셀던˝과의 사랑을 마음속에 품지만 사교계를 떠나서 가난한 그와 결혼하기를 망설인다.

「자신과 너무 판이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에서 진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솔직히 털어놓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150페이지

그렇다고 ˝릴리˝가 결코 계산적인 여자는 아니다. 그는 졸부(로스데일)나 유부남(트레너)의 경제적인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오해를 풀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곤경에 처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결국 새장의 끝으로 몰린 그녀는 마지막 수단을 이용하여 사교계에 복귀할 수 있음에도 새장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이야기는 끝난다.

그녀가 아예 부자랑 결혼해서 사교계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아님 좀 더 일찍 새장 밖으로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익숙함을 벗어나는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는 한다.

이 책은 19세기경 사치스러운 문화, 난잡한 이성관계, 계산적인 인간관계, 물질 만능주의 등 미국의 사교계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소위 벼락부자들의 유입때문에 미국 사교계는 더욱 타락하게 되는데 이 역시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현재도 그 시절과 크게 다를건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자연스럽게 ‘위대한 게츠비‘생각이 났다. ‘위대한 게츠비‘가 남성관점에서 본 사교계의 사치스러움이 부각된 작품 이라면, ‘기쁨의 집‘은 여성관점에서 본 사교계의 난잡함이 부각된 작품이다.  ‘위대한 게츠비‘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릴리˝와 ˝셀던˝의 계속되는 엇갈림을 보면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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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7 16: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기쁨의 집 리뷰 ! 이토록 심층적인 분석을 ! 여자 개츠비에 동감 ㅎㅎ 이시절 이디스 워튼 만큼 사교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 작가는 없었던것 같아요

새파랑 2021-05-07 16:18   좋아요 4 | URL
심층적인 분석까지는 아니지만 ㅎㅎ 이거 너무 책이 길어서 요약을 잘 못하겠어요 ㅜㅜ 덕분에 뉴욕 사교계 간접 체험 잘했습니다 ^^

Falstaff 2021-05-07 16: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쁨의 집>을 읽고 워낙 악평을 해놔서, 새파랑 님한테 괜히 무쟈게 미안해집니다. ㅠㅠ

새파랑 2021-05-07 16:27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 악평을 보진 못했는데 ㅎㅎ 한번 찾아어 읽어 봐야 겠네요 ^^

coolcat329 2021-05-07 18:35   좋아요 3 | URL
제가 폴스타프님 악평으로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랑 <기쁨의 집>을 봐도 못본척 하고 있는데요.ㅋㅋㅋ
순수는 읽어보려구요. 그래도 여성 최초 풀리처니까요~
새파랑님 리뷰보니 기쁨도 재미있을거 같네요~

근데 저렇게 한 작가의 작품 읽고 모아놓으니 멋져보이네요~~저도 그럴 날이 오길 꿈꿔봅니다.

새파랑 2021-05-07 18:52   좋아요 3 | URL
전 이 책보다는 ˝순수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전 너무 인상깊게 읽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7 16: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츠비 잼나게 못 읽은 1인. 넘 미쿡적이라. ㅋ 요약 넘 잘하신다니까요!!!! 언니네 이발관. 오랜만이에요. 잘 들을게요.^^

새파랑 2021-05-07 17:14   좋아요 4 | URL
개츠비도 호불호가 갈리더라구요 ㅋ 이책도 좀 미국적이에요 ㅎㅎ 저 언니네이발관 왕팬입니다 ^^

청아 2021-05-07 17: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한 작가의 작품 두루 읽어보시는 것 너무 훌륭합니다^^*
저도 이디스워튼 꼭 읽어볼께요!
그리고 유튭 올리실때 상단 동영상 누르시고 소스화면에 해당영상화면서 마우스 우측 눌러 소스코드복사 누른다음 동영상 창에 붙여넣으심 됩니당ㅋㅋ

새파랑 2021-05-07 17:31   좋아요 4 | URL
편협하게 읽기에요 ㅎㅎ 유투브는 잘 안해봐서ㅜㅜ 담번에 시도해 보겠습니다^^

mini74 2021-05-07 17: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개츠비의 여성판 이라니 더욱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1-05-07 17:33   좋아요 4 | URL
이것도 근데 약간 고구마 50개 정도 됩니다^^

페넬로페 2021-05-07 18: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게 무슨 일인지?(매번 그렇지만)
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어요.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기 힘든데 새파랑님은 진짜 대단하신것 같아요~~보통 사교계하면 유럽이 생각나는데 미국의 사교계는 어떨지 궁금해요^^

coolcat329 2021-05-07 18:53   좋아요 6 | URL
반갑습니다. 저도 같습니다...😓

새파랑 2021-05-07 18:55   좋아요 6 | URL
사교계 완전 막장이에요ㅎㅎ 만약 읽으신다면 ‘순수의 시대‘나 ‘이선 프롬‘ 추천드려요 ^^ 제가 그런 취향을 좋아해서 ㅎㅎ

페넬로페 2021-05-07 19:31   좋아요 6 | URL
저는 막장을 좋아하지 않아~~
순수의 시대와 이선 프롬을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5-08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츠비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안맞겠다는 생각도 잠시 드네요. ㅎㅎ 이디스 워튼은 언젠가는 저도 읽어봐야지 싶은데 개츠비를 안 좋아하는 제가 읽는다면 어떤 책이 첫 책으로 좋을까요?

잠자냥 2021-05-08 07:08   좋아요 2 | URL
ㅎㅎ <이선 프롬> 추천합니다. 전 만일 이디스 워튼 작품 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면 무조건 <이선 프롬>입니다!

새파랑 2021-05-08 08:25   좋아요 2 | URL
전 한권이면 ˝순수의 시대˝를 추천하고 싶어요 ^^
(일부러 다르게 추천해서 2권 읽으시게 하기 ㅎㅎ)

바람돌이 2021-05-08 14:56   좋아요 3 | URL
왠지 원플원에 말려든 느낌이... ㅎㅎ
하지만 이런 말려듬은 언제나 기분 좋은거죠. ㅎㅎ 마트에서도 무조건 원플원에 손이 먼저 가는게 당연하니까 이선프롬 순수의 시대 쏙 챙겨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scott 2021-06-04 2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१✌˚◡˚✌५

청아 2021-06-04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mini74 2021-06-04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주섬주섬 보관함에 담긴 책 결제하실 시간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6-04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1-06-04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ㅋ 이 글을 5월에 썼다는것도 까먹었는데 ㅎㅎ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6-04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1:3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bookholic 2021-06-04 2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금메달 5관왕보다 어렵다는 알라딘 2관왕...^^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2:22   좋아요 2 | URL
아 그런건가요? 부담이군요 ㅋ 감사합니다. 앞으로 성실하게 써야겠어요^^

초딩 2021-06-04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이이이임~
5월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6-04 23:43   좋아요 0 | URL
초딩님 정말 감사합니다 ^^
 

조금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텐데


"방금 나더러 진실을 말하라고 했지? 글쎄, 진실은 바로 이런거야. 어떤 아가씨든 일단한번 소문이 나면 그걸로 끝장이라는 거지. 진실을 해명하라고 하면 할수록 더 꼴만 우스워진다니까" - P85

하지만 고통스러운 자기 모멸감과 더불어, 만약 여기서나마 내쫓긴다면 훨씬 더 괴로울거란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적인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는 그런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 P99

자신과 너무 판이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에서 진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솔직히 털어놓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통찰력 있는 문장이란) - P150

사실은 당신이 알던 그 릴리 바트와 작별하려고 해요. 지금까지는 줄곧 그녀와 함께 지내왔지만 이제는 서로 헤어져야 할 때가 왔어요. 그래서 그녀를 당신에게 다시 데리고 온 거에요. 이곳에 그녀를 두고 가려고요. 지금 저는 떠나지만 그녀는 저와 함께 가지 않을 거에요.

(슬픈 결말을 예고하는거 같다.) - P229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당신은 절대로 내 인생에서 지워질 수 없어요. - P231

한때 그들 사이에서 만질 수 없는 아주 허술한 장벽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가로놓여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 것이다. 어느 순간 얇아지고 약해진 것처럼 보였던 그 장벽이 갑자기 돌처럼 단단해져 버렸고, 그가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 장벽에 몸을 부딪쳐 보아도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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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5-07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이디스 워튼의 마니아 진작 되셨겠는데요? ㅎ
표지가 우아하네요.^^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새파랑님.^^

새파랑 2021-05-07 11:33   좋아요 2 | URL
한번 확인해 봐야 겠네요 ㅎㅎ 이제 이 책 리뷰 쓸려고 고민중 ㅋ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