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빠상˝의 중편인 <삐에르와 장>을 읽었다. 내가 읽은 그의 네번째 작품.(여자의 일생, 어떤 정염, 두친구 그리고 이 작품) 단편 작가에서 출발한 그 답게, 이 책은 마치 단편을 확장한 중편을 읽는 느낌이었다. 등장 인물도 얼마 없고,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분량을 늘린게 아니라,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주변 환경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중편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형제인 의사인 ˝피에르˝와 변호사인 ˝장˝은 성격도 외모도 다른 5살 차이의 형제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의 부모인 ˝롤랑 부부˝의 지인인 ˝마레샬˝이 죽으면서 ˝장˝에게만 그의 유산을 상속한다. 부모가 아닌 사람이, 그것도 두 형제중 한명에게만 유산을 상속한다면, 상속을 못받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책의 전반부는 유산상속을 받지 못한 ˝피에르˝의 질투와 이러한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후반부에는 ˝장˝의 행복과 이를 지키려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는 와중에 둔감한 아버지 ˝롤랑˝과 다소 편파적이고 민감한 행동을 보여주는 어머니 ˝롤랑 부인˝을 통해 왜 그런 유산상속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추리?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스토리 생략)
책의 이야기 자체는 조금 뻔할 수도 있지만, ˝삐에르˝와 ˝장˝의 심리에 몰입해서 읽다보면, 이런 스토리도 이렇게 재미있을수도 있구나란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소설의 구성 측면에서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대칭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모빠상‘의 글은 정말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 ˝모빠상˝의 짧지만 많은 걸 암시하는 그만의 인상적인 문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문장보다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중심이 되다보니 인상적인 문장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 중 가장 ˝모빠상˝ 다운 문장이자 이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문장으로 리뷰 끝~!
「젊고, 예쁘고, 빠리에 살며, 책들을 읽고 무대위에서 열정 때문에 죽어가는 여주인공들에게 박수를 보내던 여인이 단 한번도 마음에 파문이 인 적 없이 청소년기에서 노년기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