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다. 감정을 잔득 끌어와서 쓴 글이라는게 느껴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견딜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하는 이의 부재가 짧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어느 날엔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곧 이루어질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유예되는 이런 만남에 대한 나날의 몽상이, 질투가 따르는 만남에 비해 어느 정도는 덜 고통시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다시 본다는 소식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나날이 미루는 것은 우리의 이별이 야기하는 그 견딜 수 없는 불안의 끝이 아니라, 어떤 돌파구도 없는 감동이 재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완전 공감되는 문장이다. 이런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 P300

난 스완네 집 근처에서, 그러나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질베르트를 황혼 속에서 얼핏 본 것 같았다.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결연한 걸음걸이로 어떤 남자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는데 남자의 얼굴은 식별이 되지 않았다.


(오해일지, 복선일지 모를 장면...) - P331

내 고통은 조금씩 변할 것이었다. 나는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오늘은 이런 감정, 다음 날에는 저런 감정을 보통은 질베르트에 관계된 희망이나 두려움에 따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사랑한다면 느끼는 감정들의 원인들.) - P348

질베르트로부터 "그럴 리가 없어, 우리 만나서 애기해" 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우리 마음이 갈라진 후부터"라는 글을 쓰다 보니 나는 마침내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 감정은 어느 때보다고 더 깊어졌어"라는 그녀의 답을 듣고 싶은 소망에, "삶은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을 지우지는 못할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삶이 실제로 변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감정의 추억만을 간직하게 될 거 라는 관념 속에 살게 되었다.

마치 신경증자가 병자인 척하다가 마침내 정말 병자가 되는 것처럼.

(완전 최고의 문장이다.......)
- P357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설계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사람을 맞아들일 준비가 될 때면, 그 사람은 오지 않고 우리에게 죽은 존재가 되지만, 우리는 오로지 그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안에 갇혀 산다. - P3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시작~!! 다 읽을 수 있을지...
-------------------------------------------------------
와 이제 얼마 안남았는 정말 좋다. 이런 문장들,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는 걸까...







우리 누구나자신의 말이나 동작이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보이는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까 봐 두려워서, 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추억이 그들이 사는 동안 차지하게 될 부분을 지나치게 큰 비율로 확대하면서, 우리는 우리 말이나 태도의 부차적인 부분들이 거의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함께 대화를 나눈 사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한다.

(타인에게 기억되는 건 쉽지 않다.) - P96

아버지는 두가지 무서운 의혹을 내 마음속에 심어 넣었다 첫번째는 내 삶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게다가 뒤이어 올 삶도 지나온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의혹이었다. 두번째는 내가 ‘시간‘ 밖에 있지 않고 소설 속 인물처럼 시간의 법칙에 종속되나는 점이었다.

(아버지 완전 현명하시네...) - P104

삶의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려고 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힌다. 페이지 첫 머리에서 우리는 희망으로 가득한 연인과 해어졌지만, 다음페이지 끝에 가면 양로원 안뜰에서 일상의 산책을 힘겹게 마치고 과거를 망각한 채 사람들이 건네는 말에 겨우 대답하는 여든 살 연인과 만난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다른 삶의 체험.) - P104

내 마음이 내 마음을 채워 주지 못하는 주변 세계의 쇄신을 열망한다면, 그건 바로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질베르트의 마음도 나보다 더 변할 이유가 없다는 걸 말해 준다고 그떄 나는 중얼거렸다. 이 새로운 우정도 옛 우정과 같다고 느꼈다. 마치 새로운 세월이 하나의 고랑에 의해 다른 세월에서 분리되지 못하든, 우리 욕망이 그 세월을 붙잡거나 변경할 수 없어 몰래 다른 이름으로 덮은 데 불과하다.

(이런 글을 쓴다는게 놀랍다.) - P114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저 탐색하고 불안해하며 요구가 많은 태도, 다음날 만남에 대한 희망을 줄지 혹은 빼앗가 갈지 모르는 말에 대한 기다림, 그 말이 말해질때가지 동시에 또는 번갈아 나타나는 기쁨과 절망의 상상, 이 모든 것은 살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 주의를 지나치게 동요하게 만들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선명한 이미지도 포착할 수 없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 P117

그러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편지를 생각했고, 편지는 내 몽상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코사 멘탈레‘가 되었으며, 그래서 오 분마다 다시 읽고 어느새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내 행복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엄청나다.) - P134

우리가 여러 대조적인 삶과 상황에서 사랑과 관계되는 사건에 대한 최선의 태도는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건들은 피할 수 없는 뜻밖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법칙이 아니라 오히려 마법의 법칙에 지배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 P135

그러나 어느 날인가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오면, 아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오면, 그때 그는 오랫동안 모욕받았던 자존심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의 무관심을, 드디어 진짜 무관심을 가차 없이 보여 주리라 맹세했건만, 이제 그 복수를 아마 위험 없이 실행할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그 일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던 욕망도 사랑과 함께 사라졌다.

(이게 바로 체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177

우리가 사귀었던 사람들, 예기치 않았던 첫 순간에 대한 추억, 우리가 들었던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의식의 통로를 가로막기 위해 저기 있으며, 또 상상력의 출구보다 기억의 출구를 더 많이 지배하여 우리 미래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보다는 회고적으로 우리 과거 쪽에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참조하지 않고는 더 이상 과거를 그려볼 수 조차 없었다.

(미래보다는 과거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 P198

모든 위대한 작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작가들이 쓰는 문장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그러하듯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 아름다움은 그들이 생각하는 외적 대상에, 또 그들이 아직 표현하지 않은 대상에 관계되므로 창조이다. - P221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 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천재란 사물을 반영하는 능력에서 나오지 반영된 광경의 내적인 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작가의 정의에 완전 공감한다. 여기서 설명하는게 프루스트 자신이라 할 수 있다.) - P227

"그렇지만 이런 사랑이 위험한 것은 여인의 순종이 한순간 남자의 질투를 진정시키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질투를 더 까다롭게 만든다는 거죠. 정부를 더 잘 감시하기 위해 밤낮으로 불을 환히 비추고 죄수처럼 살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일은 대게 비극으로 끝나는 법이죠."

(갇힌 여인을 암시하는 문장) - P244

"좋은 의사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친구 스완이라네"

"그렇다네 창녀와 결혼한 남자가 아닌가. 그의 아내와 만남을 원치 않는 부인네들이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한 남자들의 뱀을 쉰 마리나 날마다 삼켜야 하는 모욕을 감수하고 있다네. 뱀들이 그의 입을 비트는 게 보이네, 어느 날 그가 집에 돌아고거든 한번 주목해서 보게나 누가 집에 있는지 보려고 눈썹을 찌푸리는 걸 볼 수 있을 테니."

(스완의 아픔? 그런데 스완과 스완 부이 앞에서는 잘하면서 뒤에서 그렇게 험담하는 것은 왜일까.) - P256

그런데 내가 열기 속에 기다렸던 내일은 광대한 외부 세계에 속하는 하루가 아니었다. 내일이라는 날이 지나가면 내 게으름과 내 내면의 방해물에 맞선 고통스러운 투쟁이 이십사 시간 더 연장될 뿐이었다.

(투쟁의 연장...오늘과 똑같은 내일은 정말 싫다.) - P270


댓글(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1-06-03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시작하셨나요.
사진 속에서 샤프로 그은 것 같은 연한 밑줄 자국을 보면서,
중요한 부분에 줄을 그었던 수험서 같았어요.
새파랑님, 좋은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03 22:50   좋아요 2 | URL
수험생처럼 책읽는게 저의 특징입니다 ^^

scott 2021-06-04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셀옹의 이책은 어떤 구절은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문 처럼 읽혀질떄가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늘 소망하는 이런 기적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

새파랑님 서재방에 야간 독서등 켜놓음
⋆ ☄︎.
·˚ * 🔭

새파랑 2021-06-04 07:50   좋아요 2 | URL
새벽 독서등으로 썼습니다^^ 이 책은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좋은거 같아요. 3권 너무 좋았어요 ㅜㅜ

초딩 2021-06-04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앗ㅜㅜ 제 눈에 먼저 들어온건 스테들러 펜이요... 전 파란색이랑 그리고 좀 더 간지나는 검은색 이렇게 쓰고 있어요 ㅎㅎㅎ :-)

새파랑 2021-06-04 17:31   좋아요 2 | URL
저는 샤프나 연필을 씁니다 ㅋ 다 읽고 맘에 안들면 지우고 알라딘에 팔려고 ^^

초딩 2021-06-04 18:18   좋아요 0 | URL
아 스테들러 팬 홀더 중에 파란색인 아이요~ 그리고 거기 무슨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검은색이 있고요 ㅎㅎㅎ
심은 연필 파란색 빨간색 이렇게 쓰고요 :-)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 모든 결과를 만들어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삶 자체로 인해 더욱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서 실현된다. - P8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6-02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밑줄치기로만 봐서는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인듯! ㅋㅋㅋㅋ프루스트 이런 격언스타일도 좋죠ㅋㅋㅋ

새파랑 2021-06-03 00:08   좋아요 3 | URL
밥먹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안끝나고 있어요 ㅎㅎ
 
경멸 알베르토 모라비아 Alberto Moravia 시리즈 1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먼저 찾아야지, 타인에게서 먼저 찾다보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연인 사이의 문제일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지 않을까?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을 읽고 난 후 느낀 생각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리카르도˝를 중심으로 쓰여진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위주의 행동과 생각, 관찰이 묘사되고 그래서 더욱 그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게 되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완전 금방금방 읽히는 책.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리카르도˝는 극작가를 꿈꾸지만, 경제적 이유로 시나리오 작가로 일을 하고 있으며, 그의 아내인 ˝에밀리아˝를 위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되고, 더욱 궁핍해져서 시나리오 작가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서 영화 제작자인 ˝바티스타˝가 등장한 후 둘 사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생긴다. ˝바티스타는 ˝에밀리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추근되지만, 나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신을 도와달라는 ˝에밀리아˝의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이후 나는 ˝에밀리아˝의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를 의심하며 왜 사랑이 식었는지 그녀를 추긍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며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감정이 폭발하게 되고 ˝에밀리아˝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난 당신을 경멸해. 이게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야. 이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야. 난 당신을 경멸해. 당신 몸이 닿을 때마다 언제나 몸서리쳤어. 진실을 말했어, 난 당신을 경멸해. 난 당신이 싫어!] 146페이지

이런 말을 듣고 나면 그 관계는 더이상 이전과 같은 관계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설령 어느정도 수준으로 회복한다 해도 앙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나와 그녀, ˝바티스타˝, ˝레인골드˝는 ‘카프리 별장‘으로 같이 떠나게 되고, 결국 그곳에서 나는 ˝에밀리아˝의 어깨에 키스를 하는 ˝바티스타˝를 목격하게 되며, 이후 크나큰 관계의 전환과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생략)

둘의 사이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최초 갈등의 시작이 결혼 2년차 부부의 권태일 수 도 있지만, 그들은 결코 소통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라면 아마 <경멸>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둘 사이에는 벽이 생겼으며, 이는 ˝난 당신을 경멸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말로 표현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누구의 잘못일까? 확실한건 주인공인 ˝리카르도˝는 너무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율리시스‘ 시나리오에 대한 그의 생각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제작자인 ˝바티스타˝는 율리시스가 보여줄 수 있는 오락적인 즐거움을 이야기 하고, ˝레인골드˝는 율리시스의 내면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려 한다. 반면 ˝리카르도˝는 있는 보여지는 그대로의 ˝율리시스˝만을 고집하려 하며, 그 누구의 의견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에밀리아˝의 마음은 ˝레인골드˝가 생각하는 ‘페넬로페‘  에서 ˝바티스타˝가 생각하는 ‘페넬로페‘ 로 점점 바뀌게 된다.
(남편에 대한 경멸에서 바티스타의 쾌락으로 탈출)

또한 ˝리카르도˝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이유를 아내인 ˝에밀리아˝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녀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이를 전혀 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제작자인 ˝바티스타˝에게는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녀의 믿음을 잃게된다. 다만 나만 그런 사실을 모른다. 어차피 설명해줬어도 몰랐을 거지만...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에밀리아˝가 나를 경멸하게 된 주된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나를 ‘경멸‘하는 이유는 나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멸‘의 감정이 드는 그 자체가 ‘경멸‘의 이유였으며, 그래서 ˝리카르도˝가 아무리 그녀에게  ‘경멸‘의 이유를 물어봐도 ˝에밀리아˝에게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경멸‘의 이유를 그녀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적어도 그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란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충격적인 결말.

˝에밀리아˝도 분명 잘못이 있다. 좀 더 터놓고 이야기 했더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책이 ˝리카르도˝의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점 위주로 써보았다.

[˝동굴 안은 어둡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곧 보일거야˝] 319페이지

결국 ˝리카르도˝는 그녀를 떠나보내고 난 후에야 세상에 눈을 떴다...

순식간에 읽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은 작품이다. 특히 ‘율리시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이와 연계해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이 책을 읽고나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또 읽을 책이 늘어만 간다.

댓글(44)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6-02 1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도 역시 🌟 5개!!
장 뤽 고다르의 동명영화도 볼만해요ㅋㅋㅋㅋ저 <일리아드>는 봤는데 <오딧세이>도 그렇고 아무래도 천병희님 책으로 제대로 읽어봐야 할듯해요!*^^*

새파랑 2021-06-02 13:08   좋아요 4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초조한 마음>이 떠올랐어요. 전 🌟8개로 평가합니다. ˝리카르도˝가 좀 답답해도 치밀한 심리묘사가 너무 좋았어요^^

청아 2021-06-02 13:12   좋아요 3 | URL
별도 의견도 공감합니다! 저도 모라비아의 심리묘사에 놀라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 반납하고 바로 구입했었지요ㅋㅋㅋㅋ👍

공쟝쟝 2021-06-02 15:08   좋아요 4 | URL
여기에 고다르 영화를 보는 시네필이 있을 줄이야…. ㅋㅋㅋ (전 시네필 아님..)ㅋㅋ

청아 2021-06-02 15:2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시네필이고 싶긴해요^^* 레삭매냐님 리뷰보고 찾아본 영화예요.ㅋㅋ

공쟝쟝 2021-06-02 15:40   좋아요 4 | URL
전 시네필들의 영화리뷰를 글로 읽는 사람..ㅋㅋㅋ (영화는 안봄..)// 참참 파랑님.. 리뷰 잘읽었어용! 책도 영화도 모두 보고 싶어졌어요! 뭔가 땡기는 소설이야!

새파랑 2021-06-02 16:43   좋아요 3 | URL
미미님 이젠 영화까지~! / 공쟝쟝님 책 읽으시다가 화나셔서 책 던지실 수도 있으니 릴렉스 하게 읽으셔야되요 ㅎㅎ

페넬로페 2021-06-02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싶다니까요~~새파랑님의 리뷰를 읽으니 다시 이런 생각이 듭니다
리카르도는 정말 바티스타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 흑심을 품는 것을 전혀 몰랐을까?~~
뭐 이런거요 ㅎㅎ
영화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번 보고 싶어요~~

scott 2021-06-02 15:34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영화 강추 합니다!!
장뤽 고다르 시선으로 편집한 경멸!
이해가 두배!v。◕‿◕。v

새파랑 2021-06-02 16:51   좋아요 4 | URL
전 몰랐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ㅋ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럴수도 있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민한 사람도 있고 무딘 사람도 있어서 ㅎㅎ그런데 만약 저라면 알았을거 같아요^^

bookholic 2021-06-02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고픈 책들은 쌓여만 가는군요~~^^

새파랑 2021-06-02 16:51   좋아요 3 | URL
이 책은 정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ㅎㅎ 글을 너무 잘 읽히게 잘 쓴거 같아요 ^^

하나의책장 2021-06-02 16: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연인 사이던, 어떤 관계에서든지 다툼이 있을 때, 격해지다 보면 상대방 잘못만 계속해 물고 늘어지면 (대화의) 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헤어짐의) 끝이 다가오죠.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06-02 16:54   좋아요 4 | URL
하나의책장님 표현 너무 좋네요. 끝이 보이지 않지만 끝이 다가온다는~!!
전 이책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강추 합니다^^

coolcat329 2021-06-02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카르도의 심리묘사가 참 좋았어요. 모라비아가 부인이랑 사이 안좋을때 쓴거라죠? 그 영향도 있었을까요? ㅎㅎ

새파랑 2021-06-02 21:19   좋아요 2 | URL
해설 보니까 그렇게 써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심리묘사가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현실같은 ㅎㅎ

mini74 2021-06-02 2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다들 밥은 먹고 읽으시는겁니까 ! ㅎㅎ 읽고 싶은 책들에 압사할 것 같지만 은근히 좋은 책들 주섬주섬 담으며 히죽히죽 웃는 전 혹시 변태아닐까요 ㅎㅎㅎ 이 책도 찜 ㅠㅠ

새파랑 2021-06-02 22:47   좋아요 2 | URL
저는 밥은 먹는데 다른분들은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저도 이웃님 추천책 보관함에 담으면서 기쁘면서도 슬픕니다^^

붕붕툐툐 2021-06-02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첨부터 이 책이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표지 제목-리뷰를 지금 한 3~4개쯤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ㅋㅋㅋㅋㅋ
새파랑님 정말 대단하셔요~👍👍👍

새파랑 2021-06-02 22:48   좋아요 3 | URL
이 책 툐툐님 분명히 좋아하실거라 생각합니다^^

희선 2021-06-03 0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그렇다 하기보다 자신이 뭘 잘못했나 생각해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게 아닐 때도 있기는 하네요 서로가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하면 좀 나을지... 섭섭한 것 같은 건 말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친구도 그런 건 다르지 않으니... 아니 부부는 또 다를까요


희선

새파랑 2021-06-03 06:32   좋아요 3 | URL
희선님 말이 맞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항상 쉽지는 않은거 같아요. 말하는건 더욱 더 ㅜㅜ 그래도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6-03 0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저는 경멸이 왜 경애의 마음으로 읽힐까요??^^;;

새파랑 2021-06-03 06:33   좋아요 2 | URL
경애의 마음 안읽어봤는데 읽어봐야 할까요? ㅎㅎ

scott 2021-07-07 1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해피 수요일 ^ㅅ^

새파랑 2021-07-07 16:20   좋아요 3 | URL
스콧님의 열정에 감탄합니다 😄👍

서니데이 2021-07-07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7-07 17:19   좋아요 3 | URL
ㅋ 전 또 당선될지 몰랐네요.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물감 2021-07-07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최고의 버닝맨, 새파랑님 ㅎㅎ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07-07 17:2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ㅋ 저는 리뷰를 많이 써서 당선된거 같아요. 노력상? 😄

청아 2021-07-07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 저 PC들어와서 지금 확인했어요!!
당선 넘넘 축하드립니다!! 게다가 이 작품이라니 더 멋지심요!!^^*엄지척5개ㅋㅋㅋㅋ

새파랑 2021-07-07 18:57   좋아요 2 | URL
감명깊게 읽은 책이어서 더 즐겁네요. 완전 제 스타일 책 ^^ 미미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7-07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축축!!!하해요 새파랑님. 님은 증말 리뷰 독보적!!^^

새파랑 2021-07-07 19:00   좋아요 3 | URL
책읽기님 감사합니다~!! 독보적으로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초딩 2021-07-07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07-07 20:5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야 겠어요 😄

페넬로페 2021-07-08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과 비슷한 시기에 ‘경멸‘을 읽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7-08 07:52   좋아요 0 | URL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읽기 순서를 당겨서 읽었었는데~! 감사합니다 😊

하나의책장 2021-07-0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어보고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이달의 당선작에 선정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7-08 07:5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이 책 많이 생각하게 해주고 좋았어요. 강추드립니다👍

bookholic 2021-07-08 0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이 책, 저도 꼭 읽을겁니다~~

새파랑 2021-07-08 07:54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책을 읽으시는 북홀릭님~! 이 책도 곧 만나시겠군요~! 감사합니다 😊

모나리자 2021-07-08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새파랑님~^^

새파랑 2021-07-08 10:5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열독 하겠습니다~!!
 

<경멸> 이 책은 너무 흥미로워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다 읽어 버렸다. 남여 사이의 ‘벽‘이 느껴진 작품. 왜 나는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내가 알던 여인의 겉모습만 갖춘 아지랑이에 에워싸여 있어, 나로서는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꿈속의 여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굉장히 먼 곳에 있는 사람 같기도 했다. 에밀리아는 마치 내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이 미칠 수 없는, 현실이 아닌 다른세계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미래를 암시하는 문장이었구나...) - P49

에밀리아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용기를 갖고 내게 주어진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신념이 없어졋기에 내가 가진 용기와 신뢰감은 사라졌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는 노예와 같은 노동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결국 파국의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 P57

남자들은 모두 자기를 사랑하고 칭찬해주는 여자를 찾아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자위하는 것이 아닐까?

(맞습니다. 맞는거 같아요.) - P72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냉정하게 생각을 거듭할수록 괴롭고 화가 나며 결국에는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언제나 후회가 남는다.) - P98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율리시스와 페넬로페의 심리적인 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될 테니까요. 난 아내를 사랑했으나 아내에게 사랑 받지 못한 남자 애기를 영화로 만들려는 거니까.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 P118

난 당신을 경멸해. 이게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야. 이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야. 난 당신을 경멸해. 당신 몸이 닿을 때마다 언제나 몸서리쳤어. 진실을 말했어, 난 당신을 경멸해. 난 당신이 싫어!

(경멸에는 이유가 없다. 경멸 자체가 이유이다.) - P146

페넬로페는 율리시스의 적극적인 태도를 원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화가 났어요. 페넬로페는 남편 말을 따르는 동시에 경멸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게 됐고, 율리시스에게 고백하고 말았어요. 율리시스는 자신의 무심함 때문에 사랑이 식었다는 걸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죠. 다시 회복하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끝난건 끝난거다. 되돌리수 없다. 대부분은) - P242

"당신은 제임스 조이스가 쓴 율리시스를 읽어본 적이 있나요? 조이스가 누군지는 아세요?"

(읽어봐야 겠다. 꼭.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 왜 그동안 안읽은 거니...) - P265

나는 오디세이 대본에 등장하는 율리시스를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바티스타가 그리는 율리시스, 내가 그리는 율리시스, 레인골드가 그리는 율리시스. 나는 내가 그린 율리시스야 말로 원작자인 호메로스가 의도한 것이며, 옳은 모습이라 생각했다.

세 사람이 생각한 율리시스의 모습은 왜 각각 다를까? - P299

"동굴 안은 어둡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곧 보일거야"

(이 문장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 P311

이해할 수 없겠지만, 카프리로 떠난 건 그곳 어딘가에 에밀리아가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 떄문이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나) - P31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6-02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찌질 대마왕 남자주인공때문에 열폭했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6-02 12:37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ㅋ 전 책의 진행을 위한 설정으로 이해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