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읽기 시작~!! 커버는 항상 제거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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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생님의 감방체험 완전 리얼하고,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완전 무서운 사람이다.


사회에 대항했던 죄수는 사회를 증오하고,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잘못한 것은 사회라고 여긴다. 더욱이 그는 이미 사회로부터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은 거의 정화되었다고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마침내 죄수가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죄수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도선생님의 생각도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 P32

아주 오랜 기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이 강제 노동의 어려움이, 고달픔과 끝었음 때문이 아니라 몽둥이 밑에서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해야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강제적이라는 것의 가혹한 형벌) - P41

만일 어쩌다가 예기치 않게 돈이라도 생기면 술을 마셨다. 밤마다 카드 노름으로 마지막 남은 셔츠까지 잃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고독과 공허함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뒷날에 가서야 나는 자유의 박탈과 강제 노동 이외에도, 유형 생활에는 다른 무엇보다 더욱 힘든 고통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강제적인 공동 생활" 이었다. - P43

죄수들이란 자기의 본능에 따라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잠시라도 자기의 근심을 잊기 위해 갑작스레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고" 음악과 고함소리에 맞추어 재산을 모두 탕진해 버리는 것에 마음을 쏟는 그런 경솔하고 무질서한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참다가도 어느 한순간 폭발하고 만다.) - P71

교정을 받기 위해 감옥에 온 그와 같은 죄수들은 감옥에서 오히려 버릇이 나빠져 2,3주 정도를 바깥 세상에서 보내다 보면 재차 법정에 서게 되어 감옥에 다시 들어오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때는 이미 2,3년이 아니라 15년이나 20년의 형기를 받게 되며 "단골"의 무리에 끼게 된다.

(ㅋㅋ 도선생님의 이 안목은 정말 대단하다. 완전 천재다.) - P93

그러므로 때로는 모든 사람에게 법률상으로 동일한 형벌이 그에게는 열 배나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 P111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나쁜 사람들 가운데도 좋은 사람들은 있는 법이지.

(감옥에서도 마찬가지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 P115

물론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매한가지이다. 미하일로프이건 수실로프이건 누가 지옥으로 가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누가 비참해지든 상관이 없다.) - P123

그렇다. 아무리 오래 사람을 알고 지낸 뒤라고 해도,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P125

산 채로 관속에 들어가 묻힌 사람은, 그 속에서 깨어나 뚜껑을 두드리고 뚜껑을 열려고 애를 쓸 것이다. 비록 그의 모든 노력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그의 이성이 납득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성이 아니라 경련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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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4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버 벗겨 버리고 읽어요!(๑ ‘ ◡ ‘ )

새파랑 2021-06-14 21:01   좋아요 2 | URL
ㅋ 제가 이상한게 아니었군요^^ 그러다 가끔 커버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ㅎㅎ

coolcat329 2021-06-24 13:38   좋아요 2 | URL
어멋 ㅋㅋ 신기합니다.

서니데이 2021-06-15 0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이니까 혹시 열린책들이... 맞네요.
겉면의 커버 디자인 안에는 노란 표지였네요. 저는 표지와 띠지를 처음 샀을 때 그대로 잘 보관하는 편이예요.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15 06:38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 보면 파랑색도 있고 노랑색도 있는거 같아요. 다른색은 못본 거 같음 ㅎㅎ 저는 띠지는 가끔 손상되던데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ㅜㅜ

coolcat329 2021-06-24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커버를 왜 벗기시는지요? 띠지는 버려는데...커버도 걸리적거리시나요? ㅎ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 ㅋㅋ

새파랑 2021-06-24 13:45   좋아요 1 | URL
아 커버 손상될까봐요😊 다 읽고 나서 다시 입힙니다. 띠지가 있으면 띠지와 함께~!!

coolcat329 2021-06-24 13:52   좋아요 1 | URL
아! 걸리적이 아니라 커버를 아끼는 마음이셨군요. 저는 책을 막 접고 생각나는거 다 적어놓고 읽고나면 헌책이 되버리는데 새파랑님은 참 단정하십니다.
 

도선생님의 감옥체험 엿보기 시작

나는 그가 감옥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다. 이곳에서는 인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인내~ 나에게는 인내가 있었다.) - P21

그렇다, 안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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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4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잼나면서도 웃픈 ㅜ.ㅜ

새파랑 2021-06-14 17:35   좋아요 2 | URL
점심때 잠깐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도선생님 처음 시베리아 가서 당황하셨을듯 해요 ㅜㅜ

mazinga 2021-06-14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도끼옹을 읽으시는군요!!

새파랑 2021-06-14 18:02   좋아요 2 | URL
올해 도선생님 작품 완독을 목표료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 이책 흥미진진 한데 완전 벽돌이네요 ㅎㅎ

공쟝쟝 2021-06-15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봨ㅋㅋㅋㅋ 도선생 책 많이 읽어서 보드카 하는 거라니깐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6-15 18:35   좋아요 0 | URL
사실 도선생님 책 읽고 보드카에 빠진거 같아요 😔
세상에는 좋은 보드카와 더 좋은 보드카만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문장이었던거 같아요 ㅎㅎ)
 
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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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가정의 불행은?"

민음북클럽 에디션으로 선택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한 가정의 불행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희곡 작품이다. 희곡은 주로 "셰익스피어" 작품으로만 접해서 어렵지 않을까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읽는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

한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대본처럼 자세하게 쓰여있어 특별한 상상력 없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게다가 초반부의 대화속에서 은연중에 암시되는 인물들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면서 스릴러 장르를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은 단 다섯명이다. 아버지 "타이론", 어머니 "메리", 첫째아들 "제이미", 둘째아들 "에드몬드", 하녀 "케슬린".

그리고 등장하지는 않지만 "제이미"와 "에드몬드"  사이에 있었던 아들 "유진"이 있었는데, 이 아이의 부재가 가정의 불행을 일으키는 중요 원인이 된다.

"유진"은 아기였을때 부모없이 할머니 집에 머물다가 첫째 아들은 "제이미"의 홍역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이러한 비극 이후 "메리"는 우울증이 생기게 되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어 이후 모르핀(마약)에 중독된다.

첫째인 "제이미"는 은연중에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는 아이가 되었고 점점 삐뚤어지게 자라며, "유진"이 죽은 후 태어난 "에드몬드"는 부모의 애정을 받지만 병약하여 폐병에 걸리게 되었으며, 이러한 두 아들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인 "메리"는 점점 마약에 빠지게 된다.

그럼 남편이자 아버지인 "타이론"은 어떤 인물이냐?  지독한 구두쇠로 출세 지항적인 성격으로 가족에게 인색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며, 돈을 아끼기 위해 부인의 마약 중독과 둘째 아들의 치료를 소홀히 하여 상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불행과 서로에 대한 불신, 책임전가를 통해 그들 가정은 점점 파괴되는데, "유진 오닐"은  날카로운 대사와 행동묘사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끈다. 특히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상처를 주는 말들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아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마무리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한다. 가족 간의 가식...)

이런 관계를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메리"는 수녀가 되고 싶었던 꿈, "타이론"을 처음 만난 그때를 그리워하며, 그때를 연기하면서 끝이 난다.

[과거는 바로 현재에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106페이지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밤으로의 긴 여로 동안 어두운 안개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원망히면서 그렇게 남아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 밤도 이렇게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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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3 22: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하루 2리뷰라뇨!ㅋㅋㅋㅋ새파랑님 정말 무섭네요!ㅋ 별은4개 주셨지만 ‘날것‘에 ‘스릴러‘라니 궁금해요. ^^*

scott 2021-06-13 22:24   좋아요 5 | URL
하루 2리뷰 쓰시는 새파랑님!
맨날 나보고 AI라고 하시다니!
(⊃。•́‿•̀。)⊃━☆゚.*・。゚

새파랑 2021-06-13 22:27   좋아요 5 | URL
리뷰 쓰기가 밀려서 본의 아니게 2리뷰가 되었네요 ㅡㅡ 그냥 머리속에 생각난거 막썼어요 ㅎㅎ 이제 다시 읽을 책 고르기 해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1-06-13 22: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리뷰! 가능합니까?
1주에 2리뷰도 쩔쩔매는뎅
제가 미뤄두고 있는 책이네요^^;;

새파랑 2021-06-13 22:34   좋아요 5 | URL
하나 더 쓸려고 했는데 그건 나중에 써야 겠네요 ㅎㅎ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등장인물도 적어서 몰입도 높습니다. 재미도 있더라는 ^^

scott 2021-06-13 22:2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작품은
유진 오닐에 자전적인 스토리로
아주 불후한 가정에서 자란 작가가
눈물로 썼다고 합니다!!
연극으로 보면
감동 ✌️ ̆̈

새파랑 2021-06-13 22:33   좋아요 5 | URL
자전적 스토리여서 그런지 절절 하더라구요. 책 음악 영화 연극 까지! 역시 스콧님은 AI! 연극으로 보면 완전 재미있올거 같아요. 특히 ˝메리˝ 역은 완전 기대됩니다 😊
(연극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ㅜㅜ)

페넬로페 2021-06-13 23: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밤으로의 긴 여로>는 연극으로 많이 상연되어 사람들에게 내용은 잘 몰라도 제목은 낯설지가 않은 작품일듯 해요.
저렇게 삐거덕거리는 가족이라면 다시 돌아가도 똑같을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요?

새파랑 2021-06-14 00:02   좋아요 6 | URL
앗 저만 몰랐던 유명한 작품이었군요 ㅎㅎ 결국 돌아가더라도 둘이 만난다면 결론은 비슷했을거 같긴 해요. 성격은 쉽게 안바뀌니까요. 차라리 아예 안만나는게 좋았을 지도~! 연극한번 검색해 봐야 겠네요. 완전 궁금합니다^^

mini74 2021-06-14 19: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집에 어디 있는데 ㅎㅎ 북플님 추천 올라오면 찾아보고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에드워드 호파의 밤창문 그림이랑 어울리는 것같아요. *^^*

새파랑 2021-06-14 20:01   좋아요 5 | URL
저 그림이 그런 그림이군요. 전 민음북에디션으로 읽어서표지가 완전 녹색. 이거 있고 희곡에 관심이 생겼어요 ^^

붕붕툐툐 2021-06-15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이라니 무조건 담습니다. 요즘 희곡이 넘나 당깁니다!ㅎㅎ

새파랑 2021-06-15 06:33   좋아요 0 | URL
툐툐님의 희곡 추천이 기대되네요^^

희선 2021-06-15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죽으면 남은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가는 집도 있겠지만,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집도 있겠습니다 이 집은 두번째군요 어쩐지 서로를 원망만 하는 것도 같습니다 함께 위로하면 더 좋을 텐데...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이니...


희선

새파랑 2021-06-15 06:35   좋아요 1 | URL
작가의 실제 경험이 반영된 자전적 작품이라고 하네요. 슬픔의 정도가 약간 달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위로가 안되었던 것 같아요 ㅠㅜ
 

흠. 내가 읽은 거 그대로 이해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왜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과거는 바로 현재에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과거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 - P106

여긴 너무 쓸쓸해. 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구나. 사실은 혼자 있고 싶었으면서. 저들이 보이는 경멸과 혐오감 때문에 함께 있는게 싫었으면서. 저들이 나가서 기쁘면서. 성모님, 그런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거죠?

(혼자 있는건 아편일 수도 있고 쓸쓸할 수 있다.) - P116

길지 않으리, 울음과 웃음,
사랑과 욕정과 증오는.
우리, 죽음의 문 지나고 나면
그것들, 우리에게 더는 없으리니.

길지 않으리, 술과 장미의 시절도.
어느 어렴풋한 꿈에서
우리의 길 잠시 나타났다, 이내
어느 꿈속에서 닫히리니. - P163

전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인간이 되는 바람에 항상 모든것이 낯설기만 하고, 진정으로 누구를 원하지도, 누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고, 어디 속하지도 못하고, 늘 조금은 죽음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된 거죠.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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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13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진 오닐의 이 책 너무 유명해서 안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13 22:23   좋아요 2 | URL
ㅋ 저는 유명한지도 몰랐어요 ㅎㅎ 아직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 해야겠어요 ^^ 언제나 감사합니다 ~!!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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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으면 막아지고 닫으면 닫히는 것이 마음이라면, 그러면 인간은 얼마나 가벼워질까.]

<내게 무해한 사람>은 최은영 작가님이 쓴 단편 7개가 모아진 책이다. 이러한 단편들의 주제를 관통하는 단어를 고르라면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지 남여사이 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친척, 연인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관계의 유형 속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애태우고, 망설이고, 궁금해하는 우리의 '마음'을 다룬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는 <그 여름>, <601,602>,  <지나가는 밤>, <모래로 지은 집>, <고백>, <손길>, <아치디에서> 등 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감정의 울림을 준다.

하지만 이 중 개인적으로 <그 여름>, <모래로 지은 집>, <아치다에서> 세 작품이 특히 좋았다.



<그 여름>은 고등학교 때 어떤 사건에 의해 만난 두 여성의 사랑과 해어짐을 다룬 작품이다. ("이경"과 "수이" 두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수이'라는 인물이 남자인 줄 알았다...작가님이 의도한 듯...)

"이경"과 "수이"는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게 된 '그 여름'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만큼 깊은 관계가 되어, 결국 같이 서울로 올라가지만 "이경"은 대학생으로 입학하고, "수이"는 직업학교에서 정비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러한 배경의 차이와 서로의 성격적인 차이, 특히 "이경"을 좋아하는 "은지"라는 새로운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여전히 서로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약간씩 감정의 간극이 생기면서 그들은 결국 헤어진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경"은 고향에서 그들이 자주 바라보던 강물을 바라보면서 "수이"의 이름을 나직히 부른다. 너무 어렸을 때 만나서인지 그둘은 서툴렀고 그렇게 해어졌지만, "이경"에게 있어서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도 애틋하게 남아있는 "수이"에 대한 추억은  그녀가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보여주는 게 아닐까?



<모래로 지은 집>은 피씨 통신 동호회에서 만난  나(여성), 모래(여성), 공무(남성)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모래는 공무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공무는 자신의 불안한 미래와 오히려 자신과 사귀고 난 후 자기를 알게 되어서 떠날 바에는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거절한다.

이 와중에 둘을 지켜보는 나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또는 사랑과 우정이 섞인 관계 속에서 셋은 균형이 잡힌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불안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결국 서로의 갈길로 가게 되고 그들은 다시 만나지 못하지만,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세사람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며 이야기는 끝난다.

[그때 나는 공무와 포옹하고 싶었다. 만약 내 옆에 모래가 있었더도 나는 똑같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애를 껴안아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펴볼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158페이지

[사랑만큼 불공평한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182페이지

사랑과 우정은 어디까지가 경계인걸까? 명확하게 구분하는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아치다에서> 는 먼 이국땅인 아이슬릴드에서의 브라질 청년 "랄도"와 한국인 여성 "하민"의 우연한 만남과 서로에게 설래임을 느끼지만, 결국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가장 애틋한 순간에 해어지는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결국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서로가 분명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그렇게 돌아서야 하는걸까? 아마 둘 사이의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고국에서의 상처 때문에 먼 타국으로 온 그들은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도 벅찼을 텐데, 그 당시에 사랑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쉬워서, 보고싶어서, 걱정되어서 무작정 '라페스트'로 "하민"을 찾으러 간 "랄도"의 마음과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너무 안타까웠다.

[(사람과의 만남이) 이 정도로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대체 왜 우리는 그렇게 수없이 만나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 거지.]  295페이지

[괜찮아, 랄도. 꼭 계속되어야만 좋은 건 아니잖아]  298페이지

그렇게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게 되고,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책을 다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내게 무해한 사람'과 '내가 사랑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내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이러한 감정은 어떤 사건이 생기거나 나의 감정 변화로 인해 나의 일상에서 잊혀지거나, 언젠가는 내가 미워하게 될 수도 있고,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으로 바뀔수도 있다.

하지만 '무해한 사람'은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으로 인해 내가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감정으로, 더이상 함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며, 가끔씩 접었던 마음을 펼칠 때마다 내게 힘이 되어주고 소중한 추억을 눈앞에 펼쳐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마치 소울메이트 처럼.

"당신에게 무해한 사람은 어떤사람 인가요?" 한번씩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내게 무해한 사람이 있는지를.

<Damien Rice> "Delicate"
https://youtu.be/VnL3NfhOs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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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3 15: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내게 무해한 사람,,,,
이라고 딱히 규정하고 인간 관계를 쌓지 않아서 ,,,인지 모르지만
새파랑님의 생각에 무척 놀라는 부분이
[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며, 가끔씩 접었던 마음을 펼칠 때마다 내게 힘이 되어주고 소중한 추억을 눈앞에 펼쳐주는 사람]이라는 건
정말 인생에 소중한 사람중 한명 아닌가여 ㅎㅎㅎ

사회생활 하면서 MSG가 없는 인간 관계가 없지만 남한테 해코지나 등에 *을 꼽지만 않는다면
우리 모두다 무해한 사람 !!ㅎㅎㅎ

엔딩 요정은 !데미언 라이스!
신곡 !목빠지게 기다리는 1人 !!

새파랑 2021-06-13 16:17   좋아요 5 | URL
스콧님은 북플의 무해한 AI 이시죠😊😊
책 마지막에 데미언 라이스가 언급되서 한번 넣어 봤습니다. 저는 1집(O) 완전 좋아해요 ^^

페넬로페 2021-06-13 16: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역된 외국작가들이 쓴 소설 읽다가 모국어로 쓰여진 한국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한 번씩 눈물이 나요. 그 편안함과 바로 느낄수 있는 감정들과 깊은 공감이 너무 좋아서요. 그 중에서도 최은영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더할 나위 없죠~~내가 사랑한 사람과 무해한 사람의 새파랑님의 설명이 넘 좋네요😍😍

새파랑 2021-06-13 17:08   좋아요 5 | URL
프루스트의 난해함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잠시 한국작품 읽기^^ 바로 이해되는 감성이 너무 좋았어요😊😊

청아 2021-06-13 1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 이 작품들로 많은것들을 얻으신듯 느껴져요.
‘그애를 껴안아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펴볼수 있도록.‘ 이 구절이 달달하니 너무 좋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데미언 라이스도 처음들어봐요.🤭

새파랑 2021-06-13 17:12   좋아요 5 | URL
미미님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확실합니다 ㅎㅎ 그리고 데미언 라이스 1집 처음 나왔을때 샀었는데, 지금까지도 듣는 앨범이에요. 전곡이 다 감성적이고 좋아요 😀😀
(이게 영업인가요? ㅎㅎ)

scott 2021-06-13 20:30   좋아요 3 | URL
데미언 라이스
영화 클로저 메인OST
영화랑 데미언 음악이랑 찰떡!!
책보다 데미언 음악 부터 ฅ́˘ฅ̀

청아 2021-06-13 20:53   좋아요 3 | URL
그 영화 봤었는데 OST였군요! 확인할겸 다시 봐야겠어요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13 17: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미앤 라이스 노래 좋아해요.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해로움을 감수할때도 있죠?!!

새파랑 2021-06-13 19:24   좋아요 5 | URL
해로운줄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거 같아요 ^^ 책은 해롭지 않음~!

scott 2021-06-13 20:30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책은 해롭지 않은
무해한 존재 ㅎㅎ

붕붕툐툐 2021-06-13 2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해한 사람이란 표현이 너무 신선했어요. 이런 표현 일상적으로는 잘 안 쓰는 거 맞죠? 저는 저한테 해를 가하는 사람이 없는 거 같은데~^^;;;;
이 책 읽었는데 새파랑님이 요약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정말 기억이 안 나네요~ 감정 뭉클뭉클하며 읽었던 기억은 또렷해요~^^

새파랑 2021-06-13 20:26   좋아요 3 | URL
요약 실패? ㅋ 금욜날 다 읽었는데, 좀 늦게 써서 내용이 날림일수도 있어요. 툐툐님은 워낙 성자 이셔서 누가 해를 가할수 없죠~!!

희선 2021-06-15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고 싶지 않은 걸 접어두었다 펴 보는 때가 오면 좋겠지만, 접은 걸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 소설에 담긴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을 다시 펴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고 생각하면 슬프기도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았던 때도 있었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6-15 18:41   좋아요 1 | URL
희선님 표현이 딱 맞는거 같아요. 지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때는 정말 좋았을테니까 생각날때마다 펴볼수 있는것만으로도 좋은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읽고 좋았어요 ^^

공쟝쟝 2021-06-15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브래드는 피트고요 ㅋㅋ 역시 (밥)라이스는 데미언 라이스 ㅠㅠ 델리케이트. ㅠㅠㅠ

새파랑 2021-06-15 18:43   좋아요 0 | URL
공쟝쟝님 원픽 작가님의 책 너무 좋네요~!! 그리고 라이스는 역시 데미언이죠^^ 저 이책 읽고 나서 데미언 라이스 앨범 세번은 들은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