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이 가능합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선생님이 시베리아 감옥에서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책이다.
도선생님은 어떤 모임에서 러시아 정교회와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1세는 사형 집행 직전에 이를 취소하고, 도선생님은 4년의 시배리아 징역형과 형기이후 시베리아에서 병사로 복무해야 하는 판결을 받았다. 저정도로 사형이라니 너무한거 아닌가란 생각이 듣다. 단순히 위협목적이었겠지만 도선생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시베리아에서의 4년의 감방생활과 5년의 병역근무 후 도선생님은 9년만에 다시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오고, 이후 도선생님의 중기 작품 활동이 시작된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러시아 최초로 감방과 유형생활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초반 4년간의 감방 생활동안 도선생님이 경험한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주인공인 ˝알렉산드르 빼뜨로비치˝는 귀족 출신으로 아내를 살해한 죄목으로 10년의 유형생활을 하고, 유형생활 후 복귀해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다가 갑지기 죽게 된다. 그가 죽고 난 후 ˝나˝는 그가 쓴 감방수기를 입수하게 되고, 이를 독자들에게 공개하는데 그 수기가 바로 이 책 <죽음의 집의 기록> 이다. 어떻게 보면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도선생님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경험을 옮겨 적은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기가 아닌 소설이다. 하지만 도선생님의 경험담이란 느낌은 확실히 든다.
이 책은 1인칭 주인공인 ˝알렉산드르˝의 시각에서 바라본 감옥의 풍경, 죄수들의 행동, 간수들의 부조리함, 감옥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상업적 행위, 태형 집행 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는 ˝알렉산드르˝가 감옥에 온 직후부터 1년간의 초기 감방 체험기이며, 2부는 1년이 지난 후 부터 출소 사이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에 대해 다룬다.
초반에는 거친 범죄자들 사이에서 다소 적응을 못하고 배척당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옥생활에 적응하면서 그들도 같은 인간일 뿐이라는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누가 알고 있겠는가, 마침내 그러한 날을 맞이하여 이렇듯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흔들거리고 있는지!] 212페이지
다만 ˝알렉느산드르˝의 경우 귀족이기 때문에 감옥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없고 (죄수들 간에도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층의 차이가 존재한다), 주인공의 성격이 괸찰자에 가깝기 때문에 도선생님 특유의 인간에 대한 심리묘사는 다소 제한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감방에서의 체험들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오히려 잘 읽힌다. 동물도 키우고, 술도 마시고, 연극도 한다. 그래서 의식을 집중해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필요 없이 관찰자 입장에서 이벤트들을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
도대체 감방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계속 나와서 독자를 웃고 슬프게 만든다. 분명 자유가 없는 삶에 괴로워 하는 개개인이지만, 도선생님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너무 유쾌하게 묘사해서 오히려 비참함이 더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과연 형벌이라는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형벌이 죄인의 교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건지,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이 어떻게 심리적으로 쫓기는지, 태형을 앞둔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잠이 덜 깬 몽롱한 의식으로 내일도 모레도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몇 년이나 계속되어야 한다는 참기 어려운 상념을 떠올리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363페이지
감옥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죄인의 교화? 죄인의 징벌? 추가범죄 예방? 권력의 통제수단? 책을 다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당시 러시아의 감옥은 당시 지배계층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타인을 때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비리의 하나이며, 사회에 내제하는 모든 문명적인 싹과 모든 시도들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사회 붕괴의 필연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근거인 것이다.] 320페이지
도선생님은 ˝죽음의 집˝ 경험을 통해 그의 십년을 잃어버렸지만, 이를 통해 자유를 박탈당한 삶의 비참함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깨달은것 같다. 형 집행 이후 도선생님의 명작들이 나오는 걸 보면 오히려 ˝죽음의 집˝ 경험이 도선생님의 큰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심지어 어떤 때는 이러한 고독을 나에게 보내 준 운명에 감사할 정도였다. 이러한 고독이 없었다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지난 생애에 대한 엄격한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얼마나 많은 희망으로 나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이전에 했던 어떠한 실수나 방종도 나의 미래 생활에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결심하고 다짐했다.] 435페이지
그래도 저런 깨달음의 댓가로 9년의 공백은 너무 큰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ㅜㅜ
도선생님의 감옥생활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죽음의 집의 기록>은 내가 읽은 도선생님의 11번재 작품인데, 이제 남은 작품은 7개 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어야 겠다~!!
남은 작품 목록 :
<영원한 남편>, <악어 외>, <아저씨의 꿈>, <미성년 상, 하>, <빼쩨부르그 연대기 외>,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