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잘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 비난해야 하는 법이야...그냥 사람을 비난하기란 쉬운 법이지.˝
도선생님의 시베리아 유형 직후 쓴 작품이 <아저씨의 꿈>과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이고, 두 작품 이후 시베리아 유형지의 경험담이 담겨있는 <죽음의 집의 기록>을 발표한다. 이러한 세 작품이 도선생님의 중기작품이라고 한다.
<죽음의 집의 기록>에 비해 앞의 두 작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고, 그렇게 유명한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 내가 읽은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은 <죄와 벌>, <백치> 등 이후에 발표되는 명작들의 작품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중간단계로서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해설을 보면 도선생님의 초기시절에 대해 비평가로부터 ˝고골˝의 모방자이자 차용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도선생님의 답변으로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투˝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왠지 도선생님 다운 멋진 말이다.)
하지만 도선생님은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에서 ˝고골˝에 대한 패러디를 통해 고골의 영향력을 넘어서게 되고, 이후 그의 대작들에서 나타나게 되는 작가주의적 특성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의미있는 작품 이라고 한다.
(해설 뒷부분에 ˝도스또예프스끼와 고골˝이라는 러시아 논문도 실려있는데,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너무 어려워서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읽다보면 이 책이 단순히 읽혀질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의 경우는 작품이 지니는 의미 측면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내가 이 작품을 간단히 100자평으로 써본다면,
˝도선생님의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요소는 부족하지만, 작품 자체로서 재미있고,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희극적 특성이 강한 작품. 영혼까지 나쁜 사람은 없다˝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딱 100자다. 띄어쓰기 포함~!!)
퇴역한 ˝예고르˝ 대령은 스쩨빤꼬비치에서 영지를 가지고 있는 자로, 그에게는 악독한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는 ˝끄라호드낀˝장군과 재혼을 하고 어머니는 장군부인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장군에게는 ˝포미치˝라는 자칭 지식인이지만 ˝어릿광대˝에 불과한 사람이 있었는데, 각종 예언적인 말들과 얕은 지식, 그리고 말빨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장군이 죽은 후 장군 부인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후 장군부인과 ˝포미치˝는 주인공인 ˝예고르˝의 영지인 ‘스쩨빤꼬비치‘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치 그곳의 주인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너무나 바보같이 착한 ˝예고르˝는 위세등등한 ˝포미치˝에게 계속 휘둘리게 된다. 특히 ˝예고르˝의 결혼에 대해 장군부인과 ˝포미치˝는 깊이 간섭하게 되고, 결국 ˝예고르˝는 자신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의 화자이자 그의 양아들인 젊은 지식인 ˝세료자˝를 부르게 된다.
과거 장군으로 부터 어릿광대 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으면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포미치˝, 반면 이런 괴팍한 포미치를 너무나 아끼는 어머니 때문에, 그리고 너무 착한 성품에 계속 그에게 휘둘리는 ˝예고르˝. 그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희극적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도선생님은 당시 러시아 농노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미있는 고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신은 5백명의 농노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이 갖추어진 채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이 나라에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내 집 안에 앉아 있거나 아니면 손풍금이나 켜고 있지 않습니까?] p.60
[아무리 타락한 사람일 지라도 그 의식속에 가장 고귀한 인간적인 감정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간 영혼의 깊은 곳은 더럽혀질 수 없다는 것을, 타락한 인간을 경멸해서는 안되며, 그 반대로 그런 사람을 찾아서 갱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선악과 윤리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 등등을.] p.333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은 도선생님의 모든 작품을 읽을 생각이 없다면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이다. 다른 명작들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재미라는 측면과 가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좋다. 도선생님의 유머코드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아, 자네 바보를 본 적 있나? 여기 바로 자네 앞에 있어. 그놈의 머리가 바로 여기 있으니 불쌍하게 생각치 말고 잘라 버리라고] p.150
(이런 유머 말이다. 이 문장이 나오게 된 사건은 사진으로 첨부.)
이제 도선생님 전 작품 읽기 완료까지 4작품 (6권) 남았다.
남은 작품 : 상처받은 사람들, 악어 외, 영원한 남편 외, 미성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