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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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의 7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으로 작가님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 우리 주위에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쓰인 글로, 같은 언어로 쓰이다 보니 쉽게 공감을 주지만 약간 심심한 느낌을 지울수는 없다. 그래도 따뜻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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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8 20: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새파랑 2021-08-08 20:43   좋아요 5 | URL
앗 이건 100자평으로 쓴건데 😅

2021-08-09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9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8-08 20: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심심하면서 따뜻하군요? 워낙 대작만 읽으셔가지고~ㅎㅎ

새파랑 2021-08-08 21:00   좋아요 6 | URL
어제 좀 쎈(?)걸 읽어서 그런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1-08-08 21: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 책 읽으셨네요
저도 따뜻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취향이예요**

새파랑 2021-08-08 21:44   좋아요 6 | URL
왠지 이 책하고 페넬로페님하고 잘 어울릴거 같아요~!! 저도 금희 작가님 책은 찾아 읽어요 ^^

mini74 2021-08-08 22: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애의 마음 도 좋았는데 이 책도 따땃하니 좋은가봐요 *^^*

scott 2021-08-08 23:59   좋아요 2 | URL
미니님 댓글 읽고 정신이 번쩍!
전 여태껏 페페로니로 읽었어요(피자 떠올림◜◡◝

새파랑 2021-08-09 08:02   좋아요 2 | URL
경애의 마음 안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어요~!! 그 페퍼로니가 그 페페로니에요 ㅋㅋ. 저 이책 읽고 피자시켜먹음😅
 

[‘타타르 풀‘ 덤블은 세 줄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기 하나는 잘려나간 팔처럼 뜯겨 남은 곳이 튀어 나와 있었다. 다른 두 줄기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한 때는 붉었겠지만 지금은 검은색이었다. 줄기 하나는 가운데가 부러져 그 끝에 매달린 꽃은 더러워진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다른 하느나는 검은 흙이 묻어 더러웠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마치 몸의 한 부분이 찢겨나가고, 내장이 터지고, 팔이 잘리고, 눈알이 뽑힌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형체를 짓밟아버린 인간에게 굴하지 않는 듯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  P.9


아닌걸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선택하는 길이 있다. 결코 이득이 없을 걸 알면서도, 끝이 안좋을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길을 간다. 우리의 마음이 그 길을 걷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길을 걷지 않으면 후회할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사후에 출판된 작품으로, 러시아의 북캅카스에 있는 체첸 지역을 배경으로 아바르인이자 산민(Mountain People)으로 살아간 영웅 ˝하지 무라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책은 ˝하지 무라트˝가 체첸 지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저항군을 떠나 러시아군에 합류하기 위해 그의 동료를 러시아군에 접선을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체첸지역의 3대 이맘(러시인 저항군이며 이슬람 통치자를 지칭함)인 ˝샤밀˝의 눈 밖에 난 ˝하지 무라트˝는 원래부터 ˝샤밀˝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샤밀˝은 자기 가족과 자가가 모시던 칸(아바르인의 통치자)의 원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목적을 위해 ˝하지 무라트˝는 잠시 ˝샤밀˝과 손을 잡게 되고, ‘이슬람 성전‘을 수행하기 위해 러시아 저항군에 합류하게 되며 큰 공을 세운다. 그러나 점점 커저가는 ˝하지 무라트˝의 영향력에 겁을 먹은 ˝샤밀˝은 그를 제거하려고 하고, 이를 눈치 챈 ˝하지 무라트˝는 러시아군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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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왜 이런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었는지  간단 요약해보면,

2대 이맘은 ˝감자트˝라는 인물로, 그는 이슬람 성전에 참가하지 않고 러시아군에게 합류하려 하는 아바르인의 통치자 ˝칸˝의 가족을 몰살시킨다. (이때 ˝하지 무라트˝ 가족은 ˝칸˝의 가족을 모시고 살던 집안이었고,거의 형제처럼 지냄) 이를 복수하기 위해 ˝하지 무라트˝는 ˝감자트˝를 암살하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이후 2대 이맘의 오른팔이었던 ˝샤밀˝이 3대 이맘이 되고, ˝하지 무라트˝는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러시아군에 합류하여 아바르 지역의 사령관이 된다. 하지만 아바르 지역의 통치자의 모략에 의해 심한 모욕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샤밀˝과 손을 잡고 러시아 저항군으로 돌아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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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무라트˝의 예상과는 다르게 러시아군은 그들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래서 오히려 ˝하지 무라트˝ 일행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 무라트˝는 러시아 저항군 시절에 특유의 용맹함으로 러시아군의 두려움 그 자체였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의 합류가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하지 무라트˝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샤밀˝의 손아귀에 있는 그의 가족들을 빼내 오는 것. 그는 ˝샤밀˝의 갑작스런 의심 때문에 그의 가족을 챙기지 못하고  러시아군에 합류하였고, 따라서 그의 가족의 안전이 담보된다면 체첸 지역에서 활동중인 ˝샤밀˝이 이끄는 러시아 저항군을 자신이 소탕할 수 있다고 지역(티플리스) 사령관인 ˝보론쵸프˝에게 제안한다.

이러한 ˝하지 무라트˝의 투항은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이 에게 보고되고, 황제는 그의 투항으로 혼란에 빠진 체첸지역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지만 ˝하지 무라트˝가족의 구출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뒤로 물러나게 된다.

체첸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거세지고, 그의 가족의 생명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하지 무라트˝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러시아군에 남아 명예와 지위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러시아군을 도망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을 구할 것인가?

그는 가족을 구하는 방안을 택한다. 그리고 ˝하지 무라트˝ 일행은 그렇게 러시아군에게서 도망치게 되고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과 싸우게 된다. 그는 과연 살아 남아서 사랑하는 가족과 재회할 수 있을까? ˝샤밀˝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지 무라트˝는 계속 추적을 받고, 어느곳에도 머물지 못한다. 그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가족을 찾기 위해 돌아간다. 죽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죽음을 예감했다. 과거의 기억과 환영이 교차되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칼에 잘려 대롱거리는 한쪽 빰을 누르며 적에게 다가서는 용감한 아부눈찰 칸의 모습이 스쳤고, 교활해 보이는 하얀 얼굴에 허약하고 혈색이 좋지 않은 늙은 보론초프 공작의 모습이 스치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들렸으며, 아들 유수프와 아내 소피아트, 붉은 턱수염을 기른 핏기 없는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뜬 그의 적 샤밀도 보였다.]  P.184


톨스토이는 생전에 이 책이 출판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읽어보면 당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러시아 황제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렇기 때문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는 사후에 이 책이 출판되도록 했고, 이 책은 그의 유작처럼 남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실존 인물이었던 ˝하지 무라트˝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글로 투영했다고 느껴진다. 당시의 시대적 위선과 현실에 맞서 싸운 ˝하지 무라트˝와 ˝톨스토이˝, 그들은 마지막까지 꺾이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은 너무 서글프지만 그래서 더 장엄하다.


Ps. 익숙하지 않은 이슬람 용어(이맘, 뮤리트, 칸 등) 및 다양한 지역 명칭(체첸, 캅카스, 티플리스),  그리고 특유의 햇갈리는 러시아 이름 때문에 초반에 햇갈리는 부분이 많다.(러시아 군인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로 읽으면 됨) 이 부분만 잘 극복하면 엄청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Ps. 스콧님이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된 📚으로 완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톨스토이의 여섯편의 작품을 읽었는데, 어느작품 하나 안좋은게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지 무라트˝ 이 작품이 가장 강렬한 것 같다. 거장이 남긴 최고의 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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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8 09: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새파랑 2021-08-08 10:28   좋아요 7 | URL
스콧님 덕에 읽은 📚

2021-08-08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8-08 11:1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체첸에 대해서도 나와 있는데 그 지역에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고, 이슬람교를 믿고 있기에 러시아가 눈독을 들인다고 해요.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좋았나봐요..톨스토이의 작품으로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1-08-08 11:34   좋아요 8 | URL
북카프카스 지역에 있는 체첸 공화국은 러시아 영토이긴 한데 계속 분리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캅카스 지역은 단일 국가로 독립했는데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러시아에는 이런 자치 공화국들이 많더라구요~!
이 작품 완전 초강추 드려요 👍

파이버 2021-08-08 12:0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사후에 책이 출판되도록 했다니… 오래도록 남는 문학의 가치를 믿었을까요…

톨스토이 작품을 하나도 아닌 여섯 편이나 읽으신 새파랑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새파랑 2021-08-08 13:38   좋아요 7 | URL
이번에 이책 하나 읽은거고 나머지 책들은 북플 하기전에 읽은거여서 이번에 읽은 책 목록으로 ^^ 감사합니다😄

청아 2021-08-08 12:3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작품이었군요! 표지만 보고 저는 아랍쪽 작가의 책인줄..;; 찾아보니 8년에 걸쳐 썼다고 하네요. 어떤 감동일지 궁금해요. 저도 꼭 읽어야겠어요! 🤔

새파랑 2021-08-08 13:39   좋아요 7 | URL
이 작품 완전 🕯강추에요. 표지(?)도 의미심장한 작품입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8-08 17: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참 방대하고 깊군요. 새파랑님 독서력은 여전. 저는 읽다 복잡한 관계도에 어질어질해짐요. ㅋ 강추라니 무조건 찜!!!^^

scott 2021-08-08 17:45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독서 세계는 광활한 우주점을 가득 채운 책 만큼인것 같습니다

톨스토이 작품을 무려 이정도 읽으시고 도끼선생 작품 이제 ✌요렇게만 남겨 두셨고

잃-시-찾의 완독의 고지는 한달 후면 끝나고

핑꾸 표지 지만지 희곡은 서서히 정복의 길로 ~~o(=´∇`=)o

새파랑 2021-08-08 19:38   좋아요 5 | URL
전혀 방대하지도 광활하지는 않지만 일단 칭찬은 기분 좋네요 😆

책읽기님 이책 정말 강추 맞습니다 ~!!

mini74 2021-08-08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지 무라트. 꼭 다이하드에서 가족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브루스 윌리스 느낌인데요 ㅎㅎ 가장 강렬에 최고의 유작, 스콧님 추천.! 읽어야지요 암 읽어야지요. ㅎㅎ

새파랑 2021-08-09 08:17   좋아요 4 | URL
ㅋ 브루스윌리스 느낌이라니~!! 완전 강렬해요. 표지도 완전 강렬!

scott 2021-08-09 16:14   좋아요 4 | URL
머리 모냥이 다름요 (˶ ᵔ ᵕ ᵔ ˶)

새파랑 2021-08-09 17:23   좋아요 4 | URL
머리모양 극과 극이군요 😄

mini74 2021-08-09 17:24   좋아요 4 | URL
스콧님 너무 뼈 때리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 브루스오빠한테 왜 그러세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8-09 0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스콧님 추천 새파랑님 검수(?)라면 무족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8-09 08:17   좋아요 4 | URL
툐툐님의 리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scott 2021-08-09 16:14   좋아요 4 | URL
저도 기대 ✋🤚✋🤚✋🤚

희선 2021-08-09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죽은 뒤에 나왔군요 이런 책이 있다는 거 몰랐네요 실제 인물이고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도 있어서 톨스토이가 살았을 때는 나오지 못했다니, 톨스토이가 죽은 다음에라도 책이 나와서 다행이네요


희선

새파랑 2021-08-10 00:22   좋아요 2 | URL
저도 이 📚 있는지 몰랐었어요. 표지랑 제목이 약간 손이 안가게 생겼지만 완전 좋았어요. 읽고 충격받았어요. 그래서 두번 읽었어요 🙄
 

총 7편의 단편 중 앞의 4편까지 읽었다.
최근에 쎈? 작품들을 많이 읽어서인지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든다. 배경이 익숙해서 그런걸수도 있고




2. 크리스마스에는

그깟 연애가 뭐라고, 그거 적당히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가 섹스하고 여행하고 외식하고 다시 섹스하고 갈등하고 서운해하고 더 서운해하다가 끝장나는 것 아닌가. - P54

4.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은 공통점이 없게 느껴졌고 결국 시간이 지나도 함께 묶일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그뒤에도 우리가 모란시장을 걷는 시간은 조금씩 길어졌고 나는 푸성귀며 고기며 생선과 화초가 뒤섞인 시장 어딘가에서 자주 웃었고 사랑이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 P149

"그래, 넌 어디서 왔니?"

"페퍼로니에서 왔어" - P151

팟캐스트를 통해 페퍼로니에서 왔어, 라는 말을 들은 밤, 나는  여름 이후 몇번인가 걸려왔던 기오성의 전화를 받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충동적으로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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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08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새파랑님, 더운 주말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8-08 09:11   좋아요 2 | URL
ㅋ 표지 제목 다 마음에 들어요. 아직 열심히 읽는 중^^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초반에 나온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었다.

‘타타르 풀‘ 덤블은 세 줄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기 하나는 잘려나간 팔처럼 뜯겨 남은 곳이 튀어 나와 있었다. 다른 두 줄기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한 때는 붉었겠지만 지금은 검은색이었다. 줄기 하나는 가운데가 부러져 그 끝에 매달린 꽃은 더러워진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다른 하느나는 검은 흙이 묻어 더러웠지만 여전히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마치 몸의 한 부분이 찢겨나가고, 내장이 터지고, 팔이 잘리고, 눈알이 뽑힌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형체를 짓밟아버린 인간에게 굴하지 않는 듯 여전히 꼿꼿이 서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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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인생의 마지막 감정이 투영된 작품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왠지 읽고 나니 슬프다.






"밧줄은 길어야 좋고, 말은 짧아야 좋고" - P15

하지 무라트는 언제나 자신의 행운을 믿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었고, 언제나 행운이 따라주었다. - P38

"자네는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있나?"

"전혀 모릅니다. 각하"

"하지 무라트야, 들어본 적은 있지?"

"들었다 뿐이겠습니까, 각하. 그 자를 어러 번 혼내줬습니다."

"글쎄, 그러다 도리어 혼이 났겠지" - P47

보론초프는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환대할수록 하지 무라트는 보론초프나 장교들에게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안했고, 그들이 자신을 체포해 시베리아로 보내버리거나 그냥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 P50

그러나 내심으로는 표트르의 죽음을 반겼다. 동거중이던 점원의 애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아무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고, 점원이 함께 살자고 그녀를 설득할 때 말했던 대로 이제는 그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징집된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부인... 현실적인 건가? ㅎㅎ) - P63

"지금 나의 가족은 적의 수중에 있고, 가족이 산속에 있는 한 나는 수족이 묶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러시아에 이바지할 수 없습니다. 내 가족과 적군 포로를 교환하게 해주신다면 목숨걸고 샤밀을 쳐부수겠습니다"

(원수를 갚을것이냐, 가족을 생각할것이냐?) - P75

그는 결혼한 남자의 방탕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문제로 비난 받은 적도 없으며 만약 누군가 비난한다면 그는 매우 놀랄 것이다. 그러나 온당한 행동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석연치 않은 뒷맛이 남아 있었고, 그는 그런 기분을 떨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을 진정시켜주는 생각, 즉 나는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 주의를 돌렸다.

(자기 잘난 맛? ㅋ) - P109

그는 모두가 도둑질을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착복한 관리들을 당장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관련자 모두를 일개 병사로 강등시키기로 결정했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그 후임이 또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부정부패는 사라지지 않는다?) - P111

이처럼 사실이 명백한데도 그는 주변 인물들이 늘어놓는 뻔한 아첨 때문에 자신의 모순을 보지 못했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현실에도, 논리에도, 심지어 단순한 상식에도 맞출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는데, 그는 자신의 명령이 아무리 무의미하고 부당하고 모순되더라도, 오로지 자신이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모두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모순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최고 지휘자의 모순. 자가당착. 자신을 알기란 쉽지 않다.) - P114

샤밀에 대한 유수프의 감정은 아버지와는 달랐다. 그는 과거의 일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설사 알았더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므로 아버지가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샤밀과 반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141

그는 죽음을 예감했다. 과거의 기억과 환영이 교차되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칼에 잘려 대롱거리는 한쪽 빰을 누르며 적에게 다가서는 용감한 아부눈찰 칸의 모습이 스쳤고, 교활해 보이는 하얀 얼굴에 허약하고 혈색이 좋지 않은 늙은 보론초프 공작의 모습이 스치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들렸으며, 아들 유수프와 아내 소피아트, 붉은 턱수염을 기른 핏기 없는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뜬 그의 적 샤밀도 보였다. - P184

모든 기억은 상상 속에서 튀어나와 연민도, 증오도, 어떠한 희망도 일으키지 않고 흘러가버렸다. - P184

잘 쟁기질된 밭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엉강퀴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죽음이 떠올랐다.

(톨스토이가 글을 쓴 계기...)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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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2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하지 무라트!!

라스트 씬! 폭풍 감동이 휘몰아 칩니다.

˚‧º·(˚ ˃̣̣̥᷄⌓˂̣̣̥᷅ )‧º·˚

새파랑 2021-08-06 22:35   좋아요 3 | URL
완전 최고네요 😂 방금 다 읽었어요~!!

scott 2021-08-06 23:06   좋아요 2 | URL
오! 새파랑님 리딩 머쉰 ㅋㅋㅋ


土- 희곡 리뷰 쓴다 ✋
日- 하지 무라트 리뷰 쓴다 ✋

月- 점심 후 열린책 미니, 미니북 후기 올린다 ✋

( •͈ᴗ-)ᓂ-ෆ

새파랑 2021-08-07 08:44   좋아요 2 | URL
앗 힘들거 같지만 ㅎㅎ 요즘 저 나태해진거 같아요 ㅜㅜ 그래도 스콧님이 주문하셨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