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
북플 하시는 분들 중에 <이방인>을 안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문장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서는, 워낙 유명해서 유명한 "알베르 까뮈" 이지만 그의 작품을 <이방인>, <페스트> 단 두편만 읽어봤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때는 그의 작품이 왜 좋은지 잘 몰랐다. 특히 <이방인>을 처음 읽었을 때 주인공인 "뫼르소"의 행동이 공감이 가질 않았다. 왜 저러지? 완전 냉소적이네? 왜 저렇게 감정이 없는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읽은 <이방인>은 나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감정이 없는게 죄일까?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꼭 슬픈 감정을 드러내야만 진실인걸까? 라는, 처음 읽을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일반적으로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일까?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죄를 경감받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과는 맞지않은 항변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성하지 않는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 생각)
그렇다고 "뫼르소"가 죄가 없느냐? 엄연히 그는 아랍인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자는 맞다. 왜 하필 그날의 태양은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았을까? 하지만 태양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똑같았다. 다만 그의 마음이 흔들렸던 것 뿐이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나는 특히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팠고, 피부 밑에서 머리의 혈관 전체가 한꺼번에 쿵쿵거리며 때리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 뜨거움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한발짝 움직였다. 나도 그것이 어리석은 행동임을, 그러니까 한 발짝 자리를 옮긴다고 해서 태양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 걸음을, 딱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다.] P.85
하지만 그는 그 죄에 대한 것만 죄값을 받았어야 했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불량한 친구와 어울렸다고 해서, 그가 어머니가 죽고 나자마자 연애를 했다고 해서 죄가 증가되어서는 않된다.
["그렇다면 피고는 어째서 총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 어째서 하필 그 장소로 되돌아간 것입니까?" 나는 그건 단지 우연이었다고 대답했다.] P.122
하지만 이 모든 것과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항소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는 이또한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이방인'으로 떠나가게 된다.
[삶이 그다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 중요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P.155
확실히 처음 읽을때보다는 두번째 읽고나서 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뫼르소"의 행동에 완벽히 공감가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뫼르소"는 여전히 너무 쿨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싫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와 다를뿐. 다름과 싫음은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최근에 읽었던 <벨아미>의 "뒤루아"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뫼르소"와 "뒤루아"가 비교되었다. 두 명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데로 죄를 저지르고, 도덕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삶을 살았지만 한명은 사형수로, 한명은 성공한 인생으로 나눠진다. 이유는 단 하나, '우연'이다. 누군가에게는 우연이 죽음을 줬지만, 누군가에게는 우연이 부와 명예를 주었다. 이렇게 보니 알수 없는 우연에 기대는 것 보다는 현실에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사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리뷰는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다.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책속에 담긴 의미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이방인>을 읽으면서, 내가 이방인이 된 느낌? 어쨋든 이렇게 해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읽기' 여섯번째 읽기를 끝냈다. 아직 14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