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아홉번째 읽기 시작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라는데 첨듣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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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1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이 사람 저도 모르는 사람.^^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11 22:27   좋아요 1 | URL
추리소설(?) 작가인것 같아요 ㅎㅎ 서니데이님 좋은 토요일밤 보내세요~!!
 

로맹가리라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걸까?
고급스러운 우울함이 느껴진다. 여운이 남는 결말, 그만이 느낌이 살아있다. 그래서 계속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비둘기 시민>

라쿠센은 나에게 힐난의 눈길을 던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살아오는 동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수없이 보지 않았던가.
- P179

<역사의 한 페이지>

충성스러운 슈바이크가 정중히 총독의 몸을 민다. 총독은 멜빵에 매달려 흔들린다. 충격 때문에 술이 좀 깨는 것 같다. 모범군인 슈바이크는 주의 깊은 눈길로 그가 하는 양을 바라본다. 매달린 몸뚱이가 연신 흔들린다. 그 규칙적인 움직임이 슈바이크에게 현기증을 일으키는지 그는 상관의 다리를 꼭 붙잡는다. 흔들림이 멎을 때까지. 이윽고 슈바이크는 상관의 몸으로부터 돌아선다. - P206

<벽>

"그렇다네, 벽은" 하고 의사는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자네의 아주 참신하고 흥미로운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주제가 될 걸세.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제 신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야" - P215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바다 위야. 아들린, 내가 유명해지면 평생 내 여자가 되어준다고 약속했지. 미친 듯이 날뛰는 이 높은 파도 아래에서 난 당신에게 외치고 있어. 곧 만나자고 말야." - P222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사람들이 내 동상을 세웠다던군. 이젠 끝짱이야. 난 이제 영영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아들린, 난 당신의 꿈을 실현시켰어. 하지만 도대체 어떤 대가를 치른거지?"

(무모한 대가를 기대한건가?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쉽게 변하는 것이다) - P223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그녀는 "영원히 당신의 것인 아들린 피샤르동"이라고 서명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영원을 제멋대로 축소시키면서.

(감탄... 영원은 상투적인 말로 쓰일 수도 있다...) - P225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올라가 나는 침대에 몸을 던질 기운조차 없었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깊은 혐오감에 사로잡혀 낙담한 채 그 자리에서 꼼작할 수 없었다. 세상은 다시한번 나를 배신했다. 대도시에서든 태평양의 가장 작은 섬에서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계산이 아간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 순수에 대한 내 끈질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말이지 무인도로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 P272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저놈은 일 년여 동안 자넬 매일같이 고문한 자가 아닌가! 저 놈은 자넬 괴롭히고 학대하지 않았나! 그런데 경찰을 부르는 대신 저 작자에게 매일 저녁 먹을 것을 갖다주다니? 그럴 수가 있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가 자음번에는 잘해준다고 약속했다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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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1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대 .🖐 합니다 ^ㅅ^

새파랑 2021-09-11 15:49   좋아요 1 | URL
여러 단편집이어서 리뷰쓰기가 쉽지 않을거 같아요 😅

음 고민하다가 딴책읽고 있어요 ㅎㅎ

막시무스 2021-09-11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급스러운 우울한 감정! 표현이 넘나 좋습니다!

새파랑 2021-09-11 15:50   좋아요 1 | URL
왠지 프랑스 느낌이 나요 ㅋ 러시아와는 또 약간 다른? 😆
 

문장 문장이 모두 감각적이다. 이런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후회단다. 특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최고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한 가지 이유는 있을텐데...) - P12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터.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이런 멋진 말을 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 P13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어쨌든 한 가지 설명은 있을 거요. 언제나 한 가지 이유는 있는 법이니까. - P18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그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체념을 거부하고 줄곧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했다. 그는 삶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대책 없는 어리석음 같은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 P20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 있는 형이상학, 바라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었다.
- P21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그들은 떠나갔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여자는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저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 P36

<류트>

조심스러움에 익숙한 성격, 열정의 부를 쾌적하게 암시하는 듯한 저기압의 기후 속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기질, 줄곧 묵직하고 차분하게 늘어드려진 커튼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너무나 창백한 안색, 이 모든 것들이 그녀로 하여금 지중해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색채와 향기와 소리의 정글로 여기게 했다. - P43

<류트>

하지만 그는 예술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취미도 뒤늦게서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랬다. 그의 손, 그의 손가락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손은 마치 자신의 꿈, 그로서는 알 길 없는, 그의 의지와는 무관한 갈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 - P47

<가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그녀의 코는 열여섯 살 때 밀라노의 어떤 외과의사가 완전히 새로 만든 거요. 당신은 내 반 고흐 그림이 가짜라고 했소만. 당신 수집품 중의 결작 역시 가짜요. 그 증거가 지금 당신 눈앞에 있지 않소. - P132

<본능의 기쁨>

어쨋든 저자들에게 치명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에 빠지는 겁니다. 격한 감정은 저들을 단숨에 해치우지요. 그건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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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10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의 매력에 발을 담그신 새파랑님😆👍

새파랑 2021-09-10 18:57   좋아요 2 | URL
이게 다 미미님 때문입니다 😄 단편들이 다 우울하네요🙄

2021-09-10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0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11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글로 20쪽과 43쪽의 글을 뽑겠어요.
새파랑 님이 이렇게 열공하시니깐 이달의 당선작에 뽑히시는 거군요...
당선작, 진심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09-11 10:51   좋아요 0 | URL
열공하듯 책을 읽는거 같아요 😅 페크님 감사합니다~!!
 

이유경 작가님의 글을 이제 읽어서 너무 아쉽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이 있다니 놀라웠다. 완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밑줄긋기>

책에 밑줄을 긋는가는 건 꽤 낭만적인 일이다. 내 감정의 흔적이 남겨지고 그 감정이 말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으니까.

(나도 밑줄긋는 걸 좋아하는데, 이유경 작가님의 말에 완전 공감했다.) - P29

<밑줄긋기>

그래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문장이 있는 책을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글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내가 밑줄 친 글을 읽으며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너무 좋은 문장이다...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다니...) - P29

<밑줄긋기>

책을 빌려줄 때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다가 내가 그은 밑줄을 발견했을때, 상대는 무슨 생각을 할까.

(밑줄 그은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 P30

<책 사용 설멸서>

나는 지금도 소설 이외의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이 약간 콤플렉스 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소설이 아닌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그동안 소설을 읽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만약 내가 소설을 읽지 않고 지내왔다면 아마 다른 분야의 책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랑 비슷해서 놀랐다...) - P40

<지하철에서 책 읽기>

지하처은 책을 읽는데 집중이 정말 잘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혼자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지하철은 나만의 작은 세계다. 그 세계에서 나는 누구의방해도 받지 않고 책에 푹 빠질 수 있다.

(나도 지하철과 기차에서 책읽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 P47

<책을 챙긴다는 것>

나는 왕복 네시간 동안 읽을 책을 선택하려고 책장 앞에 서서는 기쁘게 고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저 책이 좋을까. 몇 권 가지고 갈까, 혹시라도 한 권 가지고 갔을 때 다 읽으면 난감하니 두 권을 가져갈까.

(나는 일단 가방에 들어가는데로 챙긴다 ㅎㅎ)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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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9-09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가방에 들어가는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 웃겨요. 전 두꺼운 책 한 두권 보다는 얇은 책 여러권을 챙기는 편입니다^^

새파랑 2021-09-09 21:23   좋아요 0 | URL
아 ㅋ 전 그냥 최대로 많이 😆 지금 집에와서 보니까 네권이 들어있네요~!!

서니데이 2021-09-09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유경 작가님의 책이군요. 오랜만에 보는 표지 같아요.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9-09 21:24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알아서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

초란공 2021-09-10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에서 책보다가 꿀잠자고 나면 정말 개운하죠^^~~ ㅋ 약속에 늦지만 않는다면야 ~

새파랑 2021-09-10 06:35   좋아요 1 | URL
저는 지하철에서 책보다가 가끔 내릴 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서 😅
지하철은 종이책이 최고인듯~!!

scott 2021-09-10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두분이 독서 취향-성향이 흡사 하시네요


새파랑 2021-09-10 06:37   좋아요 1 | URL
책 뭐 가지고 가지? 하는 고민은 특히 너무 똑같아서 놀랐어요. 그런데 아마 대부분의 플친님들도 비슷하실듯 합니다 😆

모나리자 2021-09-10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밑줄 잘 긋고(소설 외의 책) 늘 가방에 챙겨가지고 다녀요.ㅎ
원서는 사진을 찍어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고 있어요. 안 그러면 시간이 안 나서..ㅋ
공감하는 문장 만나면 괜히 친구같은 느낌이 들죠.^^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 새파랑님.^_^

새파랑 2021-09-10 11:06   좋아요 2 | URL
역시 원서도 읽으시는군요~!! 전 이야기보다 문장을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ㅋ 모나리자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1-09-10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의 고민은 언제나 즐거운
듯 합니다 :>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즐거웁지요.

새파랑 2021-09-16 16:51   좋아요 0 | URL
책은 읽어도 즐겁고 뭘읽을지 고민해도 즐겁고 😆 책은 만능인거 같아요 ㅎㅎ
 
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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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성적인 판단이 우선할까? 현실적인 판단이 우선할까? 그에 앞서서 과연 인간의 본성은 선한 걸까? 악한 걸까?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골딩˝의 첫 장편소설인 <파리 대왕>은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계대전이 한창인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 소년들이 탄 비행기가 격추되게 되고 열명 남짓한 소년들이 무인도로 추락하게 된다. 어른도 없다. 소녀도 없다. 오직 소년들만이 무인도로 떨어지게 된다.

소년들은 생존과 화합을 위해 투표를 통해 리더를 뽑게 되고, 열두 살인 ˝랠프˝가 선출된다. 리더십이 뛰어난 ˝랠프˝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돼지소년˝과 함께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조난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봉화‘ 를 최우선 과제로 수행한다. 하지만 이에 대립하여 ˝잭˝이라는 소년이 이끄는 집단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자신들의 식욕과 정복욕을 충족하기 위해 맷돼지 사냥을 ‘봉화‘보다 우선하여 수행하려 한다.

[스스로를 돌아봐! 전부 몇 명이야? 그런데도 연기를 올리기 위해 불 하나 제대로 피워대지 못한단 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불을 꺼뜨리게 되면 우리가 죽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단 말이야?]  P.118


즉 소년들은 미래의 탈출이 자신들의 생존의 최우선이라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랠프˝ 측과 현재의 욕구를 위한 근시안적인 판단을 하는 ˝잭˝ 측으로 양분되게 된다. 초반에는 엄연히 리더로 선출된 ˝랠프˝의 영향력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원들의 나태로 ˝랠프˝의 지시는 먹히지 않게 되고,  대부분의 소년들은 당장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잭˝에게 돌아서게 된다.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무인도의 숲 속에서 거대한 괴물, ˝파리대왕˝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소년들은 공포에 빠지게 된다. 정확한 실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괴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년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보이지 않은 공포, 이것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간들의 불안이 만들어낸 환상으로 무인도에 갇힌 소년들의 심리적 동요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괴물은 실제하는 걸까?

[그건 털이 많았어. 그 짐승의 머리 뒤로는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있었는데, 아마 날개인 모양이야. 게다가 그건 움직이고 있었어.]  p.147


이러한 혼란의 틈 속에서 ‘불‘을 둘러싼 패권 다툼 끝에 ˝잭˝의 패거리들은 반대파인 ˝돼지소년˝과 ˝사이먼˝을 살해한다. 결국 실권을 장악한 ˝잭˝은 기존의 리더이자 자신의 사냥을 계속 반대하는 주인공 ˝랠프˝를 죽이려고 한다. 이제 혼자남게 된 ˝랠프˝는 살기 위해 ˝잭˝ 일당으로부터의 도주를 시작한다. ‘봉화‘도 꺼지고, 더이상 자기 편이 없는 ˝랠프˝는 자신을 죽이려는 ˝잭˝을 피해 살아남아 무사히 무인도를 탈출 할 수 있을까?

원래 책을 읽으면 밑줄을 많이 긋는데 이 책은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밑줄 그을 시간 없이 책을 읽었다. 도대체 ‘파리대왕‘은 언제 나오는 거야? 라는 기대감이 책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었다.

다만 일부에서 말씀하신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약간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일부 있고, 실제로 자주 쓰지 않는 말들이 다수 나온다. 당장 떠오르는 단어는 ‘공지‘가 있는데, 이는 비어있는 땅을 의미하는 것 같았지만 잘 안쓰는 단어여서 어색했다. 그리고 ˝잭˝ 일당의 사냥꾼을 지칭하는 ‘오랑케‘라는 단어도 계속 나오는데 이게 적절한 번역인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오랑케‘의  영단어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바바리안? 이 외에도 뭔가 상당히 어색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번역 문제가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배경을 그리는 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이 책을 읽기 위한 팁을 드리자면 문장을 정독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면서 읽는게 좋을 것 같다.

극한상황에 처한 인간의 욕망, 비이성적인 행동  그리고 미지의 공포에 대한 불안을 섬세하게 그린 <파리대왕>은 냉혹한 현실주의가 판을 치는 현실세계를 축소판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해설을 보면 ˝인간 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원을 찾아내려는 것˝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하는데,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또한 작품 곳곳에 다양한 상징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이를 찾아보는 것도 책읽는 재미를 높여줄 것 같다. 소년들이 갖힌 무인도는 에덴동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PS 1.  ˝랠프˝의 도주와 ˝잭˝ 일당의 추적, 그리고 해군 장교를 만나는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영화 <아프칼립토>가 떠올랐다. 아마 이 영화의 대본을 쓴 사람이 <파리 대왕>을 참고했나 보다.


PS 2. 이 책은 <변신>, <곤충극장>과 같은 곤충시리즈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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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9 20:16   좋아요 2 | URL
저 하루키 찐팬~!! 저는 하루키랑 알랭드 보통 읽고 책의 세계에 빠졌던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9-09 21:13   좋아요 2 | URL
남들이 뭐라든 그런 책이 인생책이죠 👍

희선 2021-09-10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S 2 재미있네요 지금 생각하니 예전에 이 제목 봤을 때 곤충인 파리라는 거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파리가 대체 뭘까 했던 것 같습니다 요새 다른 분이 쓴 거 보고 파리가 악마와 상관있다는 말을 봤네요 그건 서양에서만 그런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지금 찾아보니 기독교군요 ‘돼지 머리를 덮은 파리 때 = 파리신 바알 = 성경의 악마 = 소년들의 야만성’ 이라는 말이 있군요


희선

새파랑 2021-09-10 06:30   좋아요 1 | URL
희선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딱 맞아요 ㅋ 저는 맷돼지 머리를 덮은 파리들을 상상하니 좀 섬뜩 했었어요. 그리고 제목이 파리대왕 이어서 저는 커다란 파리(?)를 상상했는데 악마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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