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미친 소설이 다 있다니. 극단적이긴 하지만 남여간의 심리상황은 왠지 공감이 간다.


"비난하려는 뜻은 없습니다. 당신은 신성한 여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일 뿐이지요. 사랑에 있어서는 다른 여자들처럼 잔인하니까요." - P9

"우리 여자들은 사랑할 때에만 충실해요. 하지만 당신들 남자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충실하기를 강요하지요. 쾌락도 없는 헌신만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잔인한 건가요?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대체로 당신들 북쪽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나 심각하고 진지한 것으로 여겨요. 당신들은 순전히 쾌락만이 문제인 곳에서도 의무라는 말을 하지요." - P10

욕망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 욕망의 대상이죠. 이것이 여성이 갖는 전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점이에요. 자연은 남성이 지닌 열정을 통해 남성을 여성의 손아귀에 넘겨주었어요. 그러나 남성을 자신의 종으로, 노예로, 한다미로 노리갯감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깔깔대며 차버리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잘못된 여자에요. - P12

그런데 남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유약해지고고분고분해지고 우스꽝스러워져 여자의 손아귀에 자신을 내맡겨요. 반면 나는 내가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그런 남자만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도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일단 한번 시작해 보도록 해요. - P50

사랑의 행복을 완벽하게 누릴 수 없다면 사랑의 고통과 아픔을 남김없이 마셔버리겠어요. 그래요, 차라리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학대를 받고 버림을 받겠어요. 잔인할수록 더 좋아요. 그것 역시 쾌락의 일종이니까 말입니다. - P58

여자들의 사랑은 늘 관능과 정신적인 애착이 뒤섞여 있는 상태죠. 여자의 마음은 남자를 영원히 사로잡기를 원해요.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늘 변덕에 내맡겨져 있지요. 그렇게 해서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행동이나 성격상으로도 자신의 생각과 달리 거짓과 위선을 행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성격도 망가지는 거에요. - P91

남자들은 아무리 이기적이고 사악해다 해도 늘 원칙을 따르지만, 여자들은 언제나 기분이 좌우돼요. 이것을 절대 잊지 마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여자를 함부로 믿어서는 안 돼요. - P93

"이제 우리 사이의 게임은 끝났어. 이제부터 정말 심각하게 시작하는 거야.이 바보야! 난 너 따위 인간을 조소하고 경멸해. 돼먹지 못하고 변덕스러운 여자한테 눈이 멀어 자신을 노리갯감으로 내놓다니! 넌 이제 내 애인이 아니야. 생사가 내 기분 여하에 달린, 노예일 뿐이야. - P146

그녀가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면 나는 그때마다 잠에서 꺠어 혹시 나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닐까 해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 P156

내게 이기심, 당돌함, 잔인함 같은 속성을 주입해 준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마땅히 그 첫 희생자가 되어야 해요. 나는 사실 지금 쾌감을 느끼고 있어요. 나와 다름없이 생각도 하고 느낄 줄도 알고 욕망도 있는 사람을, 아니 정신과 육체 면에서는 오히려 나보다 강한 사람을 내 손아귀에 쥐고 학대할 수 있다니 말이에요. 특히 나를 사랑하는 남자를 말이에요. - P218

‘우리는 누구나 결국에 가서는 삼손처럼 되는 거대. 결국에 가서는 싫든 좋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반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 여자가 무명 코르셋을 입었든, 아니면 담비 모피를 입었든 간에.‘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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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9-1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는 작품이네요. ^^

새파랑 2021-09-16 11:57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모르셔도 될거 같아요. 페크님과는 안맞는 작품이 확실합니다 ^^
 
-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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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단 한권의 책이 있나요?

˝알베르 카뮈˝를 작가의 세계로 안내한 책 <섬>은 ˝카뮈˝의 스승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가 쓴 산문집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서문에 ˝알베르 카뮈˝가 쓴 추천사 ˝<섬>에 부쳐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스승의 글에 제자기 서문을? 하긴 ˝카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니까 이해는 된다. 그런 그가 존경하고 당시 실존하고 있는 스승이 쓴 책이라고 하니 왠지 벅찬 감동이 전해졌다. ˝카뮈˝가 쓴 서문에는 그가 스무살때 이 책을 접한 감동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P.15

˝카뮈˝가 나를 부러워 하다니 왠지 영광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찬양을 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잘 느껴졌다.

이 책은 총 여덟편의 철학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산문이 인간, 삶, 사랑 그리고 고독에 대해 서정적이고 따뜻한 문체로 쓰여있다. 마치 독자에게 삶은 기나긴 여행이고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위로의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특히 좋았던 문장과 감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공의 매혹>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수난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P.25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특별한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또다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게 된다. 하지만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내 어린 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고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P.34

지나온 시간들은 단지 오늘을 위한 시간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과거에 얽매여서,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결정적이고 아름다웠던 그 순간만을 기억하면 된다.



<케르겔렌 군도>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 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 우리는 추론을 통해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P.91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알고싶어 하는 것들을 완벽히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보여지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알 수 없고, 중요한 부분은 드러내지도, 드러낼수도 없다. 어차피 인간은 섬일 뿐이다.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결코 만날 수 없는.



<행운의 섬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정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할 수 있는 그런 감동들 말이다. 그런 내면적 노래가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P.95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를 둘러싼 것을 벗어나기 위해 어디론가 가는걸까? 아니, 여행은 나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어느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만 그토록 찾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마음은 원래 닿을 수 없는, 서로 떨어져 있는 섬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바다가 가로지른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그 섬안에서 나를 온전히 만난다는 거니까.



<이스터섬>

[그러나 사람들은 말로는 나하고 같은 생각인 척해 놓고는 뒤에 가서... 내가 왜 변했느냐고요?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나는 본래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P.113

생각이 같은 수는 없다. 다른사람이 나하고 같다고 느껴지더라도 일시적일 뿐, 결코 같을 순 없다. 그건 단지 공감이었을 뿐이다. 한결같을 순 없다. 변했다고 원망할 필요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영원한건 없다.





좋은 문장들에 대해 간단히 내 감상을 적어봤다. 이처럼 <섬>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깊이 있고 작가의 성찰이 담긴 이 책의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한번 읽고 공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나같은 경우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좋은 문장을 두세번 읽었고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고, 이해를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 역시 이해를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는것 만으로도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왜 ˝장 그르니에˝는 <섬>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섬들을 소재(+고양이)로 글을 썼을까? 아마 인간은 섬처럼 고독하고 홀로 있을수 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지 않을까? 하지만 섬은 홀로 있지만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섬은 바다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다 보니 내 마음속에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P.29


얇은 두께이지만 쉽게 읽어지지 않았던 책, 하지만 그만큼 여운이 많이 남아 항상 옆에 두고 싶은 책이었다. 연휴에 한번 더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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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3 18: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개정판 나왔네요.
표지가 괜찮네요.
새파랑님,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9-13 18:22   좋아요 6 | URL
이 책은 표지가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확 들더라구요. 책 표지만큼 내용도 좋았습니다~!!

청아 2021-09-13 18: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2등!!😆 아 새파랑님 말씀처럼 얇지만 쉽지 않았던 작품으로 기억해요. 카뮈의 추천사가 오히려 너무 좋아서 팟케스트에서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듣고ㅋㅋㅋㅋ 그래도 좋아하는 카뮈가 사랑했던 작가인만큼 저도 또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1-09-13 18:22   좋아요 6 | URL
2등 😊 미미님 독서실력은 1등~!!

페넬로페 2021-09-13 18:1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산문집이군요.
깊이가 상당할것 같아요.
제목에서 외로움이 느껴지는데 그렇지 않다니 급 궁금해집니다.
월요일부터 새파랑님 독서는 팍팍 진행중이시네요👏👏

새파랑 2021-09-13 18:25   좋아요 6 | URL
내용이 외롭다기 보다는 약간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읽고나면 여운이 오래남는 책~!! 페넬로페님이 좋아하실만한 책 같아요 😆

페넬로페 2021-09-13 18:44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 방금 이 책 찾았는데 책표지 끝에 98년 1월이라고 적혀 있네요(그땐 새파랑님 17세쯤)~~
근데 아직까지 안 읽고 있어요.조만간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1-09-13 18:53   좋아요 5 | URL
저 고 1?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인생이 바꼈을텐데 😅

mini74 2021-09-13 18: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섬 드디어 새파랑님 5G속도로 읽으셨군요. ㅎㅎㅎ 저는 예전 비둘기호라고 아실지. 비둘기기차 속도ㅠㅠ 전 스무살때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나요 아주 얇았는데 진도가 안나가던 기억이 ㅠㅠ

새파랑 2021-09-13 18:54   좋아요 6 | URL
무궁화호 말씀하시는 건가요? ㅎㅎ 책도 맞는 시기가 있는거 같아요 😆

mini74 2021-09-13 19:18   좋아요 6 | URL
무궁화전에 비둘기도 있었어요. 새파랑님 요즘 사람 ㅎㅎㅎ

대장정 2021-09-13 19:19   좋아요 6 | URL
느린순.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입니다. ㅎ 비둘기는 안서는 역이 없어요.

페넬로페 2021-09-13 19:23   좋아요 6 | URL
정말 그때 비둘기호도 있었는데, 그죠!

새파랑 2021-09-13 19:23   좋아요 6 | URL
앗 ㅋ 다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이런 순서는 몰랐네요 😅 아직도 무궁호, 새마을호는 있네요. 역시 빠른 기차만 살아남네요 ^^

대장정 2021-09-13 19:29   좋아요 6 | URL
비둘기타고, 버스 갈아타고 외가집 가던 때가 생각나네요. 단선이라 마주오는 통일호를 20분 넘게 기다리기도하고요 ㅠㅠ

scott 2021-09-13 20:51   좋아요 3 | URL
혹쉬 그렇다면 비둘기호가 가장 느린건가여??
정동역에서 바다 보면서 달리는 기차는 타 본 1인!🖐ㅎㅎ

coolcat329 2021-09-13 19:0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카뮈가 나를 부러워 하다니..‘에서 ㅋㅋ 웃었습니다.
카뮈 그 서문 너무 유명하죠. 섬은 안 읽어봤지만 서문은 들어봤어요.
소설이 아니라 산문집이군요.

새파랑 2021-09-13 20:12   좋아요 7 | URL
마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산문집이었어요. 아직 안읽으셨다면 카뮈가 쿨캣님도 부러워 하실거에요 😄

Falstaff 2021-09-13 19: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별 다섯 개 만점이예요? 와우...... @.@

새파랑 2021-09-13 20:14   좋아요 3 | URL
폴스타프님은 이미 읽으셨을거 같아요. 전 별 다섯개 였어요. 제가 좀 별점을 많이 주긴 하지만 😅

붕붕툐툐 2021-09-13 2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소장만 했었었나봐요.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라니 왤케 새롭나요?
장 그르니에는 이름 느낌이 참 좋아요. ‘장 그으니에의 섬‘이 시 제목 같기도 합니다~ㅎㅎ

새파랑 2021-09-13 20:15   좋아요 5 | URL
읽다만 책이 아닌 소장한 책이군요 😆 뮌가 프랑스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요. 제목도 멋있고. 요즘 프랑스 작품만 읽어서 이번에는 다른 나라로 읽어야 겠어요~!

파이버 2021-09-13 2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장한 책이라 앞부분만 읽고 흐린눈하고 얼른 스크롤 내렸습니다
새파랑님 진짜 열심히 읽고 쓰시네요 새파랑님의 부지런함을 본받아야하는데 ...(먼산)
새파랑님 느긋하고 평화로운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9-13 21:01   좋아요 4 | URL
파이버님도 소장하고 있군요 ㅋ 일단 책을 읽는건 다 리뷰로 남기고 싶어서 씁니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 감사합니다~!! 파이버님도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2021-09-13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3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1-09-13 20: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김화영 씨가 마흔 살 때 국내 초역한 민음사 이데아 총서, 금속활자본으로 찍었던 것인데요, 당시 청춘들이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었더랬습니다.
그래 이들이 잔디밭에서 쐬주에 새우깡 안주로 한 고뿌씩 마시면서 야 새꺄, <섬> 읽어봤지, 어땠냐? 묻고는 했던 가장 핫한 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주 옛 기억입니다. 그때 그 책이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 있군요. 와... 기적입니다. 그것도 앞줄에.
왜 아직 있느냐 하면, 금속활자에 아마 8 폰트 크기의 얇은 책자인데도요. 모르긴 몰라도 언젠가는 읽겠다, 라는 각오를 잊지 않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암울했던 우리의 젊은날에도 <섬>을 끝까지 읽은 친구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만났다 하면 야 새꺄, <섬> 읽어봤냐고? 난리를 죽이고. 매우 쪽팔리게 저도 그 군상 가운데 한 마리였습지요. ㅋㅋㅋㅋ
제 결론은, 아직 읽어내지 못했다는 거고, 아마 798번 정도 시도를 해봤다는 겁니다. ㅎㅎㅎ 다 인생입지요.

새파랑 2021-09-13 21:05   좋아요 4 | URL
와 이 책이 그당시에는 엄청난 인기였나보네요. 전 얼마전에 처음 들어봤어요 😅 폴스타프님 글보니 당시의 분위기가 그려지네요. 뭔가 낭만이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1-09-13 21:38   좋아요 2 | URL
^^
추억돋는 글!

페넬로페 2021-09-13 2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소장용 책을 다 깨워 읽게 만드시는 것 같아요~~
섬 좀비들 출동!

새파랑 2021-09-13 21:46   좋아요 2 | URL
제가 플친님들을 위해 책을 잘 선택해서 읽은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9-13 2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순간, 시간에 대한 감상이 돋보이는 글!
우리는 그렇게 밀물과 썰물의 시간에 연결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죠...♡

새파랑 2021-09-13 21:4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의 글을 보니 딱 맞는것 같아요. 순간, 시간에 대한 감상~!!

황금모자 2021-09-13 2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에요! 스무살에 이 책 읽고서 글 쓰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새파랑 2021-09-13 21:49   좋아요 2 | URL
와 황금모자님도 작가님이시군요~!! 가장 큰 영항을 준 책이라고 하시니 왠지 이 책이 더 멋져 보입니다. 스무살에 이 책을 접하셨다니 부럽네요 😄

붕붕툐툐 2021-09-13 21:49   좋아요 3 | URL
우와~ 황금모자님 담다르쉼~👍

초딩 2021-09-14 13:19   좋아요 3 | URL
엄지 척척!!!

초딩 2021-09-14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핫!!! 바로 읽고 싶음에 추가합니다 ㅎㅎㅎ
저도 그 깊이에 빠지고 싶어요~
해어날 수 없어도~

새파랑 2021-09-14 13:53   좋아요 1 | URL
초딩님이 읽으시고 멋진 리뷰남겨주시면 좋을거같아요~!!

희선 2021-09-15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로하는 느낌을 받다니... 섬과 섬은 떨어져 있다 해도 바다가 있어서 이어져 있다, 는 말 맞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도 여러 가지로 이어져 있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09-15 07:12   좋아요 1 | URL
이 작품 희선님하고 잘 맞을것 같아요. 시적인 느낌이 드는 산문이에요~!!

초딩 2021-09-18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간 북플/서재 뉴스레터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9-18 13:38   좋아요 1 | URL
ㅋ 토요일마다 초딩님 덕분에 즐겁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삶에 대한 이런 통찰력은 경험에서 나오는 걸까? 지식에서 나오는 걸까?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

(까뮈가 나를 부러워 한다.) - P15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수난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 P25

나는 그렇게 하기는커녕 꽃들이 하나씩 하나씩 시들어 떨어지듯이 그 상태들이 사라져 가도록 버려두고 있었다. 나는 그냥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쫓아다녔다. 여행 그 자체밖에는 아무런 다른 목적이 없는 여행이었다. - P27

바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부지런히 바다와 접촉하면서 살다 보니 내 마음속에는 만사가 헛된 꿈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 P29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바싹 가까이에서 보면 삶은 터무니없을 만큼 치사스럽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바로 그 삶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절대로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싶었던 감정들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터무니없을 만큼...) - P32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내 어린 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고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문장이 다 하나같이 아름답다....) - P34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것은 사실 우리 자신에게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때에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57

이제 마침내 물루는 제가 좋아했던 정원에, 제 집으로 여기며 지냈던 정원에 묻혔으니, 쉬렌 근처의 섬에 매장되는 파리의 고양이들보다 더 행복하고, 무엇보다 가슴이 조여들도록 답답한 공동묘지에 묻히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며, 아피아 가도를 따라 자기네 전원 영지에 묻히는 부유한 로마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하다.

(과연 행복했을까???) - P74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 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 우리는 추론을 통해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보지 못하는 쪽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알지 못하는 그 곳) - P91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정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할 수 있는 그런 감동들 말이다. 그런 내면적 노래가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여행과 내면의 노래라니...) - P95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이유) - P96

그러나 사람들은 말로는 나하고 같은 생각인 척해 놓고는 뒤에 가서... 내가 왜 변했느냐고요?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나는 본래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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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3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철학, 잠언으로 가득차 있는 책입니다
이책은 얇지만 천천히 구절 구절 음미 하면서 읽으면 더 좋은!
저의 고딩 시절 쵝오의 책 중 한 권!☝

새파랑 2021-09-13 07:13   좋아요 3 | URL
고딩시절 최고의 책이라니 인정~!! 이 책은 한번 봐서는 안되는 책인거 같아요. 완전 👍

페크pek0501 2021-09-17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독했던 책인데, 뽑아 주신 문장에 저도 밑줄이 쳐 놨는지 확인하고 싶네요.
근데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음.ㅋㅋ

새파랑 2021-09-17 13:21   좋아요 0 | URL
페크님도 정독하신 책이군요. 가끔 예전에 읽은 책 다시 볼때 밑줄 친 문장 보면 반갑더라구요 ^^
 

<푸른 십자가> 초간단 리뷰

여덟번째로 읽은 책이 카프카의 <변신> 재독 이었기 때문에, 아홉번째 책은 처음 읽은 작가의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아홉번째 책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  였다. 일단 ‘푸른=파랑‘ 이기 때문에 제목과 표지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작가 소개를 보니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영국 작가 중 한명으로, 다양한 저널리즘, 철학, 시집, 전기, 로마 가톨릭교회 작가, 판타지와 탐정소설 등을 다작했다고 한다.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들을 잘 사용함으로써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호탕한 성격과 육중한 체구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추리 문학의 대표 고전들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푸른 십자기> 이 책은 고전 추리소설이라는 거군. 아...난 고전 추리소설하고 별로 안맞던데..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에는 <푸른 십자가>,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  네 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포함되어 있고, 네 작품 모두 미스테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브라운 신부˝가 해결하는 구성으로 쓰여져 있다. 여기에 ˝플랑보˝라는 인물이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그는 초반에는 도둑이었다가 나중에는 ˝브라운 신부˝ 하고 친해져서 탐정으로 등장한다.

네편 모두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에는 좋았고, 단편이다 보니 복잡한 구성 없이 이야기가 간결하게 진행되었으며,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반전은 나름 신선했다. 다만 뭔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단편을 읽고나서 이게 끝? 이런 기분이 계속 들었다. 고전 추리소설은 안그래도 취약한데 단편이다보니 더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읽긴 읽었으니 이렇게 리뷰를 남겨본다. 이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완독도 11권이 남았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 9권

MIDNIGHT(5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

다음번에는 NOON 세트 중에서 한권 읽어서 5:5 균형을 맞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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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9-12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는 처음 들어봤어요.
영국의 작가이군요~~
고전 추리소설이면 셜록 홈스와 비슷한가요?

새파랑 2021-09-12 19:55   좋아요 4 | URL
셜록 홈즈와 같이 이 책에 등장하는 신부는 세계 3대 명탐정(?)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셜록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비슷한데 좀 순한느낌이 들어요 😅

coolcat329 2021-09-12 1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작가 초딩때부터 알았어요 ㅋ 어린이 추리전집 중 <브라운 신부의 모험>이라고 있었거든요.
전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른이 되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브라운 신부 시리즈.

새파랑 2021-09-12 19:56   좋아요 4 | URL
역시 초딩때부터 다르셨군요. 전 처음 들어봤어요 😅 근데 시리즈로 엄청 유명한거 같더라고요 ㅎㅎ

coolcat329 2021-09-12 20:0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아 새파랑님

붕붕툐툐 2021-09-12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끝?ㅋㅋㅋㅋㅋㅋㅋ
소설 느낌 딱 알겠네용~(넝담넝담)
전 유년기에 추리소설 엄청 좋아했는데 요즘엔 잘 안 읽게 되더라구용~!! 세상엔 재밌는 작품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서일까요?? 새파랑님 완독에 다가가시면서 새로운 작가&작품도 읽으시니 좋네요!^^

새파랑 2021-09-12 20:53   좋아요 3 | URL
ㅋ 제가 추리소설 장르는 그렇게 잘 안맞아서요. 툐툐님이 읽으시면 좋으실수도 있습니다 😄

청아 2021-09-12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페이퍼봤네요😳 저는 이 작가의 <하나님의 수수께끼가 사람의 해답보다 만족스럽다>읽었는데 너무좋았어요! 역설 명언집?같은건데 깊은 통찰의 정수를 읽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푸른 십자가=파랑 딱인데요?ㅎㅎ 셜록보다 순한맛이라니 기대를확 낮추고 봐야겠어요😆 이번주는 이 시리즈 못읽어서 아쉬워요!

새파랑 2021-09-12 21:54   좋아요 3 | URL
전 완전 처음 들어본 작가였어요 😅 추리소설 마니아이신 미미님은 그래도 잘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레이스 2021-09-12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스턴턴을 읽었다는데 의를 두면 심심하더라도 의미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새파랑 2021-09-12 22:54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 작가와 작품을 알게 된게 좋더라구요. 조금씩 아는범위를 넓혀가기~!!😄

scott 2021-09-12 2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스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어렸을때 읽고 홈즈와 뤼팡에게 다시 가버렸지만,
[목요일이였던 남자]는 영미 문학사에서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로쟈님 열책 미니북으로 세문학 강의 시작 하신다는데
새파랑님은 이미 9권 정복!!✧٩(•́⌄•́๑)و ✧

새파랑 2021-09-12 22:56   좋아요 3 | URL
😅 제가 감히 로쟈님에게 비할바는 안되지만 ㅎㅎ 엄청 유명한 작가님이 맞나보네요~!! 전 지금 섬을 다 읽고 다시 읽는 중입니다 😆

페크pek0501 2021-09-12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9권 중 6권이 읽은 거네요. 이런 작품들은 재독해도 좋을 것 같아요.
새파랑 님,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잘 달리고 계시니 저도 묻어 가고 싶네요. ㅋㅋ

새파랑 2021-09-12 23:32   좋아요 1 | URL
역시 페크님은 많이 읽으셨군요~!! 저는 저 9권 중에 재독이 5권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더 좋았어요~!! 명작은 두번 이상 읽어야 하는거 같아요😄

희선 2021-09-13 0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하면서 글을 보니 아는 이름이 나왔습니다 브라운 신부...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추리소설이 있어요 읽지는 않았는데 그런 건 아는군요

새파랑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1-09-13 07:12   좋아요 1 | URL
브라운 신부는 명탐정 이더라구요 😅 희선님도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독서괭 2021-09-13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새파랑님 속도 무엇.. 요건 좀 안 맞으셨군요. 저도 안 읽어본 작가인데 과연 저는 어떨지 궁금하네용

새파랑 2021-09-13 16:03   좋아요 1 | URL
요즘 읽는 책들이 어려워서 속도가 안나네요 😅 독서괭님이 읽고 멋진 리뷰 남겨주세요~!!

초딩 2021-09-13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핫 추리 소설도 단편은 역시 단편 같이
이게 끝? 이렇게 되는군요 ^^ ㅎㅎㅎ 신기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9-13 16:03   좋아요 0 | URL
초딩님 말씀이 제가 느낀걸 잘 말해주네요. 약간 저런 기분이 들었어요 ㅎㅎ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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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존재하는 것도 내가 책을 읽는 것도 내가 글을 쓰는것도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이유가 없는것이 아니라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을 통해 공쿠르 상을 수상했고, 이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도 쓴 <자기 앞의 생>을 통해 또 한번 공쿠르 상을 수상하여 사상 유례없이 동일인이 두 번의 공쿠르 상을 탄 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살아있을 때는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고 하며, 그가 자살 한 후 그가 남긴 글을 통해 이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뭔가 비범한 느낌이 들어서 ˝로맹 가리˝에 대해 검색해보니 전투기 조종사에 외교관에 영화감독까지 하고, 게다가 당시 프랑스 문학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삶 자체가 소설과도 같았던 ˝로맹 가리˝, 이런 엄청난 작가의 책을 이제서야 접해서 너무 아쉬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그의 작품을 읽었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걸 보고 사람이 간사하다고 하는건가?


이번에 읽은 ˝로맹 가리˝의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 와서 죽다>에는 총 16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중 단연 압권은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와서 죽다> 였다. 시각적인 느낌이 강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세계의 끝에 위치한 바닷가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왜 새들은 페루에 와서 죽는 걸까?

[새들이 왜 먼 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P.12


세계의 끝에서 아무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만 있는 그의 앞에 우연히 바다로 뛰어드려는 여인이 나타나게 되고, 그는 그 여인을 구하면서 왠지 모를 희망을 갖게 된다.

[그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가 체념을 거부하고 줄곧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했다. 그는 삶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대책 없는 어리석음 같은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P.20


하지만 세계의 끝에 온 여인은 다시 비루한 현실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다시 혼자 남겨지게 된다. 새들은 페루에 와서 죽는 이유는 왜일까? 이유는 있겠지만 이유는 모른다. 그리고 그는 세계의 끝에서 사라지게 된다. 왜 그렇게 그는 쓸쓸하게 그곳에 혼자 있었던 걸까?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


그들은 떠나갔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여자는 모래 언덕 꼭대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저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는 비어 있었다.]  P.36




이 단편 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담고 있으며 읽고 나면 섬뜩한 느낌을 준다. 좋았던 단편을 몇편 더 소개해 보자면,


무난하고 안정적인 외교관 생활을 하던 가정을 배경으로, 인생의 말년에 깨달은 예술적 재능과 성적욕망을 추구하는 남편과, 안정적인 가정을 지키려는 부인의 심경을 다루고 있는 <류트>,


언제나 진품, 걸작만을 추구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부인의 외모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혼하는 이야기를 그린 어이없는 이야기 <가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탐험가의 삶을 살아가는 ˝알베르˝, 그는 각세계의 여행지에서 그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엽서에 써서 보내지만 결국 자신이 그 여인에게 이용당한 것을 알고, 배신당한 것을 알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야기를 그린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고갱의 그림을 소재로, 세상 어디에도 순수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자신만은 순수하다고 생각하며 순수한 곳을 찾아 다녔지만 자신 역시 세속적인 것을 버릴 수 없었고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나치 학대를 배경으로, 잔인한 괴롭힘과 학대가 피해자를 얼마나 무기력하게 그리고 비이성적으로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등이 개인적으로 좋았었다. 단편의 경우 짧은 분량 안에서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가끔씩 읽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단편집들도 있다.

하지만 <새들은 모두 페루에 가서 죽다>에 들어 있는 단편들은 모두 인간과 삶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고, 특히 결말이 모두 반전있게 끝나다 보니 읽고나서 강한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을 끝까지 읽고 나면 꼭 앞페이지로 넘어가서 다시읽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극찬하신 이유가 공감되었다. 어느 페이지, 어느 단편을 펼치더라도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또 알게된 ˝로맹 가리˝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 겠다.

Ps. 요즘 프랑스 작가 작품을 많이 읽는것 같다. 러시아로 다시 넘어가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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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12 08: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의 작품은 두 개만 읽었는데 읽지 않은 <새벽의 약속>을 가장좋아해요ㅋ
이 작품은 난해하게 느껴졌는데 새파랑님 리뷰를 보니 다음에 꼭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제목이 참 시적인듯 합니다~😊

새파랑 2021-09-12 09:03   좋아요 4 | URL
읽지 않은 책을 가장 좋아하는 미미님은 역시 엽기여왕이 맞는거 같아요 😆
시적이고 난해한데 다시 읽고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인것 같아요. 좀 적당히 어려워야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것 같아요 😅

mini74 2021-09-12 0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로 읽으셨군요 새파랑님. 이 구역의 실천왕ㅎㅎ 저는 쓰디쓴 술같은 느낌. 숙취에 쓴 맛에 이젠 안 마셔하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ㅎㅎ 새파랑님 글 잘 읽었습니다. ~~

새파랑 2021-09-12 09:46   좋아요 4 | URL
미니님 아침술 하신건가요? 😆 읽기는 금요일에 읽었는데 고민하다가 그냥 리뷰썼어요. 너무 작품이 좋아서 잘쓰고 싶었는데 😅

청아 2021-09-12 10:1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미니님도 참😉 🥃꿀물놓고 갑니당~♡

mini74 2021-09-12 12:59   좋아요 2 | URL
ㅎㅎㅎ꿀물 원샷하고 갑니다 ! 감사감사 *^^*

막시무스 2021-09-12 09: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자기앞의 생과 달리 인간과 삶에 대한 냉소군요! 제겐 벅찰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당분간 참는걸루요!ㅎ 고객의 요청에 흔쾌히 먼저 읽어주시고 소중한 리뷰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건 주일되십시요!ㅎ

새파랑 2021-09-12 09:48   좋아요 5 | URL
다른 글 보니까 이 작품하고 <자기앞의 생>하고는 느낌이 정반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자기앞의 생>이 더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어떻길래 ㅎㅎ 막시무스님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막시무스 2021-09-12 10:09   좋아요 4 | URL
읽으신다면 일러스트판 추천드립니다!ㅎ 어른을 위한 동화책같아서 맘이 따뜻해지더라구요!ㅎ

새파랑 2021-09-12 10:43   좋아요 3 | URL
그책도 일러스트판이 있군요~!! 찾아보겠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9-12 0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리뷰로 다시 이 책을 읽어야할 것 같아요. 사실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아요.
그냥 좀 쓸쓸하고 우울했던 느낌이 있었어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제목이 너무 좋지 않나요^^

새파랑 2021-09-12 10:44   좋아요 4 | URL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은 맞는거 같아요~!! 저도 이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페루에 가보고 싶어요😆

파이버 2021-09-12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속도가 LTE급인 새파랑님! 새파랑님께서 요약해주신 단편을 보니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단편집 전체의 분위기와 제목이 잘 어울려요 무엇보다 제목이 멋있음>_<크
이제 「자기앞의 생」으로 가시는 걸까요?

새파랑 2021-09-12 11:11   좋아요 4 | URL
역시 제목이 중요한가봐요. 저도 첨보고 제목에 확 꽂혔어요. 게대가 내용도 잘어울리고~!!
<자기앞의 생> 곧 읽겠습니다 ㅎㅎ 지금 가방안에 잘 들어있어요 😄

파이버 2021-09-12 11:13   좋아요 4 | URL
자기앞의 생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저는 명작을 보면 페이퍼쓰기 어렵던데 새파랑님께서는 소설을 보시고 느끼셨던 마음의 움직임을 글로 잘 표현하셔서 늘 새파랑님 리뷰가 기대되용

새파랑 2021-09-12 12:04   좋아요 5 | URL
저도 너무 좋은 작품에 대한 리뷰는 쓰기 어렵더라구요. 잘 쓰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더 안써지고 ㅎㅎ
느낀대로 막 쓰는건데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5-16 18:5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ㅎ 감명깊게 읽은 책은 리뷰쓰기 더 어렵다는ㅎ

coolcat329 2021-09-12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무슨 바닷가 나오는 장면만 생각나고 머리속이 하얗습니다. 다시 읽으려고 중고 사뒀는데 다시 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1-09-12 12:06   좋아요 5 | URL
ㅋ 첫 단편이자 표제작이 너무 강렬하거나 또는 이게 뭐지? 해서 그러실 수 있어요. 다시 읽으면 좋으실 수도 있어요 😆

scott 2021-09-12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있습니다 로맹이 직접 연출 각본 제작 감독한! (로맹은 페루에 딱 한번만 가봤고 거기서 새는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새파랑님 담 번 리뷰는 장! 그르니에르의 섬 ^ㅅ^

새파랑 2021-09-12 12:54   좋아요 3 | URL
스콧님 글 보니 로맹가리는 나쁜남자지만 매력이 넘치는거 같아요 ㅡㅡ 섬~!!! 책이 너무 예뻐서 줄도 아껴서 긋고 있어요. 곧 쓰겠습니다. 너무 좋아요 😊

2021-09-12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2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2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9-12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로맹가리 엄청 좋아해서 나름 열심히 읽어댔는데...
이 책 내용이 생각나질 않네요;;;한 10년 전쯤에 읽었거든요;;;;

새파랑 2021-09-12 17:07   좋아요 1 | URL
10년전부터 아셨군요. 전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 생각 안나신다면 재독을 ^^

그레이스 2021-09-12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 할게 많은데 새파랑님 리뷰 보고 이 책에 자꾸만 손이가요^^;;

새파랑 2021-09-12 22:5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강추! 드립니다~!! 전 너무 좋았어요 ㅜㅜ

희선 2021-09-13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기는 했는데, 다 잊어버렸네요 저는 로맹 가리 예전에 알았다 해도 읽은 책 별로 없어요 로맹 가리, 이름부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에밀 아자르는 좀 다른 느낌이네요 《자기 앞의 생》은 괜찮았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13 07:10   좋아요 1 | URL
전 아직 <자기앞의 생> 안읽었는데 희선님에게 괜찮았다니 기대가 되네요~!!

초딩 2021-09-13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우앗 읔 핫!!!
단편집이었군요 ㅜㅜ 장식으로 꽂아두고 펼쳐보지도 못했네요
ㅜㅜ ㅎㅎ
그래서 요즘은 걍 책장 앞에서 읽기 작정 안 해도 뒤적 뒤적 거리기도 해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9-13 07:10   좋아요 1 | URL
표제작만 먼져 읽으셔도 좋을거 같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3-05-15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도 재밌게 읽으셨군요. 저도 최근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재밌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ㅎ

새파랑 2023-05-15 22:49   좋아요 1 | URL
<자기앞의 생> 완전 좋았죠 ㅋ 하지만 너무 좋아서 친구한테 빌려줬는데 아직 못받았다는 ㅡㅡ 다시 사야할거 같습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3-05-16 11:33   좋아요 1 | URL
원래 뭐든 빌려줄 때는 어느정도 포기해야한다는ㅠㅋ

새파랑 2023-05-16 17:0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ㅋ 그래서 일러스트 있는 자기앞의 생을 다시 사볼까? 고민중입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3-05-16 18:54   좋아요 1 | URL
일러스트 탐나네요ㅎㅎ 전 <자기앞의 생> 너무 좋았어서 다시 읽기 겁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