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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8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평점 :
˝당신의 기억이나 상상 속에서 뭔가가 곪고 있을 때, 침묵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야. 그건 마치 집에 불이 난 것을 잊어버리려고 불난 집 문을 닫거나 잠그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외면하는 걸로 불을 끌 수 있는 건 아니지.˝
저번주에 희곡 1편 읽기를 못했는데 이번주에는 한권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희곡 두편을 읽었다. 내가 읽은 책은 ˝테네시 윌리암스˝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와 <유리 동물원> 이었다.
˝테네시 윌리암스˝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는데, 작품의 몰입감과 재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표지만 봤을때는 왠지 ‘부조리 연극(?)‘ 느낌이 들어서 걱정을 했는데 이야, 이제라도 ˝테네시 윌리암스˝의 작품을 알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도대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뭘 말하는 걸까?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주요 인물 여섯명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브릭˝이라는 남자로 봤을때로 정리해 보면,
1. 브릭 : 둘째아들, 전직 운동선수로 알콜중독자이다. 부모님(할아버지, 할머니)과 같이 살고 있으며, 삶에 의지가 없다. 매력적인 아내를 두고도 그녀에게 냉담하기만 하며, 자신을 편애하는 부모님과도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2. 마거리트 : 브릭의 아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바로 그녀를 말한다. 매력적인 욕망덩어리로, 남편이 삶에 의지가 없게된 원인을 제공한 과거가 있다.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시아버지(할아버지)도 그녀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낸다.
3. 할아머지 : 브릭의 아버지로,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신은 모른다. 둘째아들 브릭을 편애한다.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고 걱정했던 초반에는 조용히 있었지만, 자신의 병이 단순 염증이라고 알게된 후(거짓 정보이긴 하지만) 그동안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거친 막말을 가족들에게 한다.
4. 할머니 : 브릭의 어머니로, 남편에게 구박받고 무시당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며, 그녀 역시 남편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른다.
5. 구퍼 : 첫째아들, 변호사이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계산적인 성격으로 아버지가 살 날이 얼마 안남은걸 알고 유산상속을 많이 받기 위해 부모님 집에 자녀들(손자들)을 데리고 온다. 이러한 그의 위선적인 모습을 할아버지는 싫어한다.
6. 메이 : 욕망덩어리 2로,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의 재산을 탐내고 있으며, 다산의 상징이다. 자녀가 없는 둘째며느리 마거리트를 싫어하고 어떻게든 둘째아들 부부의 흠을 잡아서 상속을 못받게 하려고 한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시작인 1막은 주인공 ˝브릭˝과 ˝마거리트˝ 의 침실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부인 ˝마거리트˝는 지속적으로 남편 ˝브릭˝에게 말을 걸고 잠자리를 가지기 위해 유혹하지만 남편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술만 찾는다. 그러다가 그녀가 남편의 친구였지만 자살한 ˝스키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은 극도로 흥분하면서 그녀를 위협한다. 도대체 그와 그녀와 그 친구 간에는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
2막은 주인공 ˝브릭˝과 ˝할아버지˝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자신의 신체적 고통이 불치병이 아니고 단순 통증으로 아는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그동안 속에 담아놨던 악담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할아버지˝는 재산 상속을 위해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미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편애하는 둘째아들 ˝브릭˝과 대화를 통해 그의 알콜중독을, 그의 의욕없음을 질타하면서 ˝브릭˝이 왜 그렇게 사는지를 추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의 끝에서 화가 난 ˝브릭˝은 아버지인 ˝할아버지˝에게 당신의 병은 암이라고 실수로 말하게 된다.
마지막 3막에서 ˝할아버지˝는 가족 모두가 자신을 거짓으로 대했고 두 며느리와 첫째아들은 단지 자신의 재산만 탐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인 둘째 며느리 ˝마거리트˝는 결정적인 말을 하게 되고, 결국 둘째 부부가 ˝할아버지˝의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녀는 어떤 수를 썼을까? 하지만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음에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브릭˝은 다시 알콜중독의 세계로 들어간다.
희곡의 특성상 스포를 하면 안되기 때문에 줄거리는 이정도로만 정리했다. 돈, 사랑, 삶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을 그리고 있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욕망 앞에서 추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리 동물원>
앞의 작품이 풍자적이고 냉소적이었다면, 두번째 작품인 <유리 동물원>은 안쓰럽지만 희망적이다. 이 작품에는 어머니(어맨더), 딸(로라), 아들(브릭), 방문객(짐) 딱 네명만 등장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딸인 ˝로라˝로 그녀는 절름발이이며, 이러한 장애 때문에 소극적인 성격과 약간의 자폐증이 있으며, 동물 모양의 유리수집품, 즉 ˝유리 동물원˝을 모으는 것에 빠지게 된다.
학교도 안가고 집에만 있는 딸 ˝로라˝를 어떻게든 결혼시키기 위해 엄마인 ˝어맨다˝는 아들 ˝브릭˝에게 누나에게 소개시켜 줄 만한 남자를 데려오라고 시키게 된다. 아들은 자신의 직장 동료이자 고등학교 친구인 ˝짐˝을 집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짐˝은 ˝로라˝가 그토록 그리워한던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남자였다. 과연 ˝로라˝는 다시만난 짝사랑과 사랑을 이루고, 자신이 갇혀 있는 ˝유리 동물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젊은이 중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영원한 후회가 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젊은이는 너뿐이야! ] P.254
[사람들을 일단 알게 되면 그렇게 두렵지 않아요. 그걸 기억해야만 해요! 그리고 누구나 문제를 갖고 있어요, 로라 양뿐만 아니라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가지고 있지요. 당신은 유독 자기만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실망한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죠.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로라 양만큼 실망한 사람을 많이 보게 될 거예요. ] P.292
엇갈리는 인연,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랑은 언제나 슬프다. <유리 동물원>은 어머니 부터 시작하여 딸에게 까지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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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을 읽으면서 구성이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각 막들의 연계성과 확실한 기승전결, 여운이 남는 결말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각 작품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이외에도 희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져 있는 문장과 장치들은 극의 몰입감을 극대화 해주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 모두 퓰리처 상을 받고 수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하며, 여전히 연극으로도 계속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궁금증이 생긴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희곡의 재미를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