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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ㅣ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좋아하시나요? 도미니카 출신의 ‘크리올‘ 작가 ˝진 리스˝가 쓴 작품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체스터의 첫번째 부인˝, 광녀라고 불리는 ˝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광녀가 되어서 ‘손필드‘에 있는 ˝로체스터˝ 저택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진 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창조하였다
여기서 잠깐 ‘크리올‘에 대해 간략히 써보자면, ‘크레올‘은 ‘19세기 식민지 확장이 활발하던 영국과 관련된 단어로, 식민지에서 태어난 영국계 혈통을 ‘크리올‘이라 불렀다고 하며, ‘크리올‘은 식민지 문화에 동화되어 영국 본토에서도 배척당하고, 원주민드에게도 식민지를 대표하는 백인으로 인식되어서 배척당한 계층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앙투아네트(버사)˝ 역시 ‘크리올‘ 이었고, 영국 본토 사람에서도,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사람에서도 융화되지 못하고 배척당하면서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쿨리브리>는 ˝앙뚜아네트˝의 성장기가 그려져 있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노예제도‘가 합법이었고, 그녀의 가족은 그곳에서 부를 누르고 살았으나,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나서 대농장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아가게 되고, ˝앙투아네트˝는 영국인도 아닌, 자메이카인도 아닌 ˝크리올˝로 살아가면서 양쪽에게 다 무시당하며, ‘백인 검둥이‘, ‘백색 바퀴벌레‘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돈 많은 영국인 ˝메이슨˝과 재혼을 하게 되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나, ˝메이슨˝이 원주민을 함부러 대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그녀의 집은 자메이카인의 방화에 의해 불타게 된다. 이 방화를 계기로 그녀의 남동생은 죽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미치게 되며, ˝앙투아네트˝는 수녀원으로 들어가 자라게 된다.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으려고 했지, 당신은 나를 비웃었어, 이 위선자야, 만일 피에르가 죽는다면 당신도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이곳 사람들에 대해 그리도 잘 아는 체하더니, 왜, 밖에 나가서 당신은 아무 죄도 없으니 당신 하나만은 좀 보내달라고 그러지그래. 당신은 항상 저놈들을 믿어왔다고 말해 보시지˝] P.69
2장 <그랑부아>는 ˝앙투아네트˝와 ˝로체스터˝의 결혼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계부였던 ˝메이슨˝이 죽으면서 ˝앙투아네트˝에게 많은 재산이 상속되게 되고, 영국인이었던 ˝로체스터˝는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올˝이라는 그녀의 신분을 못마땅히 여겼던 ˝로체스터˝는 이후 그녀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그녀의 어머니가 광인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고, 그녀에 대한 의심때문에 그녀를 믿지 못하고, 애정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과연 그녀에 대한 소문은 진실이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광인이었을까? 나쁜 피라는게 정말 있는 것일까? ˝로체스터˝는 결국 ˝앙투아네트˝의 혈통을 의심하게 되고, 그녀를 ‘광녀‘로 취급하게 된다.
[그럼 왜 당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지?˝
˝그렇게 말하라고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어머니는 사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해요.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정말 죽는 것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최소한 두 번의 죽음이라? 행복한 사람이군.˝] P.182
3장 <손필드>는 영국에 있는 ˝로체스터˝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곳에 갇히게 된 ˝앙투아네트˝의 비참한 생활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결국 광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광인이 된건 그녀의 유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사람의 욕심에 의해, 그리고 원한에 의한 잘못된 소문 때문에, 그리고 당시에는 어느곳에도 속할 수 없었던 ‘크레올‘ 이라는 이방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그레이스여서는 안 돼, 이름이라는 건 중요하니까. 그 남자가 나를 앙투아네트라고 부르지 않자, 나는 앙투아네트가 창문을 통해 슬그머니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어, 앙투아네트의 향기도, 옷도, 거울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 P.248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사실 진짜로 미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녀의 안타까운 인생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걸까?
분명히 <제인 에어>를 작년에 읽었던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읽은 건 <제인 에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안읽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야 겠다. 모호한 문장과 흐릿한 배경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제인 에어>를 읽으셨거나 읽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