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편집. 마담 보바리를 기대하고 읽었는데 책을 읽은 느낌은 왠지 오스카 와일드 단편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순박한 마음>

작은 판자에 받쳐진 룰루는 방 가운데까지 튀어나온 벽난로 위에 놓였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여명의 빛 속에서 그 새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 지나간 날들이며 부질없던 일들을 자잘한 데까지, 아무런 고통도 없이 평안한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 P52

<순박한 마음>

무엇보다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자신의 방을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불쌍한 룰루에게 그토록 안락한 그곳을! 불안하고 두려운 시선으로 새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그녀는 성령에게 간절히 기도했고, 그러다가 앵무새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우상숭배의 습관이 생기고 말았다. 때때로 지붕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앵무새의 유리 눈알에 닿아 눈부시게 반짝이면 그녀는 황홀경에 빠지곤 했다. - P55

<순박한 마음>

푸른빛 향연이 펠리시테의 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코를 벌름거리며 신비로운 쾌락에 휩싸인채 향내음을 맡은 후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샘이 말라 없어져가듯, 메아리가사라지듯, 심장박동이 차츰차츰 약해지다 아주 잦아들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그녀는 반쯤 열린 하늘에서 그녀의 머리 위를 활공하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를 본 것 같았다. - P60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기뻐하소서, 어머니여! 그대의 아들은 앞으로 성인이 될 것이오!"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노인은 달빛에 미끄러지듯 홀연히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잔치의 노랫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러는 중에 그녀는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찬란히 빛나는 석류석 함에 담긴 순교자의 유골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P66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아! 아! 그대의 아들은!.많은 피!.무한한 영광!.영원한 행복! 황제의 가문!"
그러더니 몸을 굽혀 영주가 적선한 돈을 줍고는 숲속으로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영주는 사방을 둘러보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쳐 불렀으나 아무도 없었다! 들리는 건 오직 바람 소리뿐.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 P67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거대한 수놈은 화살 맞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죽은 사슴들을 뛰어넘더니 앞으로 달려와 쥘리앵을 뿔로 받으려 했다. 질리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공포에 사로잡혀 뒤로 물러섰다. 그 기이한 동물은 멈춰 서서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족장이나 재판관처럼 엄숙하게, 세 번 소리쳤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저주받을지어다! 극악무도한 놈아. 언젠가 너는 네 아비와 어미를 죽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P77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눈앞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자빠져 있었다. 위엄 있으면서도 온화한 두 얼굴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듯했다. 그들의 흰 살갖뿐만 아니라 침대 시트, 바닥, 알코브*에 걸린, 상아로 만든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에까지 피가 튀고 고여 있었다. - P92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그러자 문둥이는 그를 껴안았다.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고, 머리카락은 태양의 빛줄기처럼 길게 뻗쳤다. 그의 코에서 새어나오는 숨결에서 장미꽃 내음이 풍겼고, 화로에서는 향이 자욱하게 피어올랐으며, 물결은 찬양하듯 노래했다. 그러는 동안, 아득해져가는 쥘리앵의 영혼속으로 넘치는 환희와 상상도 할 수 없을 희열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두 팔로 쥘리앵을 껴안은 사나이의 머리와 발이 오두막의 양쪽 벽에 닿을 만큼 점점 커졌다. 지붕이 날아가버리고, 맑고 푸른 하늘이 활짝 펼쳐졌다. 자기를 천국으로 데리고 가는 예수그리스도를 마주보며, 쥘리앵은 푸른 하늘로 올라갔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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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6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9월 2차 책 구매 리스트이다. 9월 1차에는 11권을 구매했다고 페이퍼로 남겼었는데,

https://bookple.aladin.co.kr/~r/feed/531435882

설마 2차 페이퍼로 남겨야할 정도의 책을 구매하지는 않겠지 했지만... 야금야금 사다보니 17권을 샀다. 사진에 없는 책 한권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인데, 다른 곳에 있었다.

구매책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1. 암흑의 핵심 : 조셉 콘래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명작이란 이런 책이구나 라는 아우라를 느꼈다. 책이 어려워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2. 비밀요원 : 조셉 콘래드
그래서 갑자기 조셉 콘래드의 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이책은 대산 세계문학이다. 잠자냥님과 쿨캣님 리뷰 보고 구매한 책이다.

3. 가벼운 나날 : 제임스 설터
온라인 우주점 배송비를 맞추기 위해서 구매한 책. 찾아보니까 평이 좋았었다.

4.5. 토니오 크뢰거 단편집, 마의 산 : 토마스 만
열린책들 세계문학 35주년 세트를 읽으면서 토마스 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6.7. 목로주점 : 에밀 졸라
에밀졸라의 핵심이라는 폴스타프님의 평을 믿고 구매. 주말에 시간날때 몰아서 읽어야 겠다.

8.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 에밀 졸라
사랑을 그대품안에.

9. 세가지 이야기 : 귀스타브 플로베르
플로베르의 작품은 마담 보바리만 읽어봤는데 이 책이 우주점에 있어서 구매. 흔치않은 문학동네 양장이다.

10. 권태 : 알베르토 모라비아
레삭매냐님 리뷰보고 구매. 절판도서이지만 알라딘 우주점에 있길래 냉큼 가서 구매. 표지가 인상적이다. 모라비아의 경멸이 너무 좋았다.

11.12. 웃는남자 : 빅토르 위고
다락방님의 책에서 언급된 작품으로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13. 꿈 : 프란츠 카프카
그레이스님의 인상적인 100자평을 보고 구매. 카프카는 어렵지만 언제나 관심이 간다.

14. 마지막 숨결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나서 그의 작품을 조금씩 모으는 중이다.

15. 에브리맨 : 필립 로스
필립 로스의 3대 작품(맞나?) 중 하나라고 해서 구매. 전락과 죽어가는 짐승에 이은 나의 필립로스 세번째 읽을 작품. 미국의 목가는 10월 구매 리스트에 있다.

16. 약속 : 뒤렌마트
잠자냥님이 극찬한 작품이어서 급관심이 생겨 구매. 뒤렌마트의 희곡은 정말 좋았는데 이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17.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예전에는 국내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요새는 안읽어서 구매했다. 서간에세이라 하니 흥미가 생겼다.


9월달에 책을 28권이나 샀다니 반성한다. 그럼에도 방금 책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건 10월 페이퍼에 소개해야 겠다. 10월에는 구매와 독서가 균형을 이루는 한달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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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7 07:19   좋아요 0 | URL
고양이 책을 안사도 구매할 수 있었던 굿즈였습니다 ^^ 맨날 택배박스에 담아놓다가 예쁜 상자속에 책을 넣어두니 좋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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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는 거예요. 항상.”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좋아하시나요? 도미니카 출신의 ‘크리올‘ 작가 ˝진 리스˝가 쓴 작품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체스터의 첫번째 부인˝, 광녀라고 불리는 ˝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어떻게 광녀가 되어서 ‘손필드‘에 있는 ˝로체스터˝ 저택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진 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창조하였다


여기서 잠깐 ‘크리올‘에 대해 간략히 써보자면, ‘크레올‘은 ‘19세기 식민지 확장이 활발하던 영국과 관련된 단어로, 식민지에서 태어난 영국계 혈통을 ‘크리올‘이라 불렀다고 하며, ‘크리올‘은 식민지 문화에 동화되어 영국 본토에서도 배척당하고, 원주민드에게도 식민지를 대표하는 백인으로 인식되어서 배척당한 계층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앙투아네트(버사)˝ 역시 ‘크리올‘ 이었고, 영국 본토 사람에서도,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사람에서도 융화되지 못하고 배척당하면서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쿨리브리>는 ˝앙뚜아네트˝의 성장기가 그려져 있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노예제도‘가 합법이었고, 그녀의 가족은 그곳에서 부를 누르고 살았으나,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나서 대농장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아가게 되고, ˝앙투아네트˝는 영국인도 아닌, 자메이카인도 아닌 ˝크리올˝로 살아가면서 양쪽에게 다 무시당하며, ‘백인 검둥이‘, ‘백색 바퀴벌레‘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돈 많은 영국인 ˝메이슨˝과 재혼을 하게 되어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나, ˝메이슨˝이 원주민을 함부러 대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그녀의 집은 자메이카인의 방화에 의해 불타게 된다. 이 방화를 계기로 그녀의 남동생은 죽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 ˝아데트˝는 미치게 되며, ˝앙투아네트˝는 수녀원으로 들어가 자라게 된다.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으려고 했지, 당신은 나를 비웃었어, 이 위선자야, 만일 피에르가 죽는다면 당신도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이곳 사람들에 대해 그리도 잘 아는 체하더니, 왜, 밖에 나가서 당신은 아무 죄도 없으니 당신 하나만은 좀 보내달라고 그러지그래. 당신은 항상 저놈들을 믿어왔다고 말해 보시지˝]  P.69



2장 <그랑부아>는 ˝앙투아네트˝와 ˝로체스터˝의 결혼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계부였던 ˝메이슨˝이 죽으면서 ˝앙투아네트˝에게 많은 재산이 상속되게 되고, 영국인이었던 ˝로체스터˝는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올˝이라는 그녀의 신분을 못마땅히 여겼던 ˝로체스터˝는 이후 그녀에 대한 안좋은 소문과 그녀의 어머니가 광인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고, 그녀에 대한 의심때문에 그녀를 믿지 못하고, 애정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과연 그녀에 대한 소문은 진실이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광인이었을까? 나쁜 피라는게 정말 있는 것일까? ˝로체스터˝는 결국 ˝앙투아네트˝의 혈통을 의심하게 되고, 그녀를 ‘광녀‘로 취급하게 된다.

[그럼 왜 당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지?˝

˝그렇게 말하라고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어머니는 사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해요.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정말 죽는 것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최소한 두 번의 죽음이라? 행복한 사람이군.˝]  P.182



3장 <손필드>는 영국에 있는 ˝로체스터˝의 저택을 배경으로,  그곳에 갇히게 된 ˝앙투아네트˝의 비참한 생활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결국 광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광인이 된건 그녀의 유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사람의 욕심에 의해, 그리고 원한에 의한 잘못된 소문 때문에, 그리고 당시에는 어느곳에도 속할 수 없었던 ‘크레올‘ 이라는 이방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그레이스여서는 안 돼, 이름이라는 건 중요하니까. 그 남자가 나를 앙투아네트라고 부르지 않자, 나는 앙투아네트가 창문을 통해 슬그머니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어, 앙투아네트의 향기도, 옷도, 거울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  P.248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사실 진짜로 미친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녀의 안타까운 인생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걸까?


분명히 <제인 에어>를 작년에 읽었던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읽은 건 <제인 에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안읽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야 겠다. 모호한 문장과 흐릿한 배경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제인 에어>를 읽으셨거나 읽고 싶은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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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5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등 .🖐 ^^

새파랑 2021-10-05 00:19   좋아요 3 | URL
아 저 이책 리뷰 쓴다고 느릿느릿 하고 있어서 1등을 놓쳤네요 😅

2021-10-05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5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드~~~^^ 크리올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데 새파랑님 덕에 각인을 할 수 있을 듯요.(과연??ㅋ) 제목조차 못들어본 작품, 제목과 줄거리 동냥질하고 갑니다. 굿나잇 새파랑님~~~^^

새파랑 2021-10-05 07:14   좋아요 2 | URL
저는 다른 책에서 보고 이 책 읽었는데, 일단 표지랑 제목이 좋아서~ 제인에어랑 이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인줄 몰랐어요 😅

페넬로페 2021-10-05 00: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리올이란 단어도 알게되고
첫문장,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라는것도 공감합니다. 작가의 시도가 참 좋은것 같습니다. 흥미로워요^^

새파랑 2021-10-05 07:15   좋아요 3 | URL
저 첫문장이 이책의 핵심 문장인것 같더라구요. 섣부른 판단은 항상 🚫

희선 2021-10-05 0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알고 있었지만,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네요 제목 잊어버리고 누가 썼는지도 잊어버렸는데, 남편이 그 글을 쓴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고 정신병원에 가둬둔 건데... 그게 그렇게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글을 쓴 건 거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10-05 07:18   좋아요 4 | URL
이 책 20세기에 쓰인 위대한 책? 이런거에도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문화적 배경이 기반이 된 책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데 재미있었어요 ^^ 정신병원에 가둔 이야기가 과연 어떤걸까요? 🤔

그레이스 2021-10-05 0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펭귄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많아서...
(번역과 다이제스트판에 대한) 잘 안읽게 돼요,
이 책 흥미롭네요
제인에어에 소리로만 존재를 증명하던 한 여인, 가장 행복한 순간 실체를 드내어 주인공에게 불행을 가져다준 여인, 그리고 자신을 소멸시키며 전환점을 만들어준 존재였는데...

Falstaff 2021-10-05 09:01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읽으실 만하실 겁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비통한 삶을 살다 간 여인으로 늘 ‘버사‘를 이야기합니다. ^^

새파랑 2021-10-05 09:18   좋아요 1 | URL
가장 비통한 삶을 살다간 여인이 맞는거 같아요~! 전 팽귄 클래식이 중고 상태가 좋아서 주로 우주점엣니 구매하는데 번역 문제가 있었군요 🤔

Falstaff 2021-10-05 09:58   좋아요 5 | URL
저는 펭귄에서 가장 지루하게 읽은 책이 솔 벨로의 <오기 마치의 모험>이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이 책 번역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더군요.
번역한 이태동 씨가 우리나라 영문학계에 너무도 빵빵한 이름을 자랑하는 분이라 뭐라 얘기는 못하겠고, 그냥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버리자면, 권위가 넘쳐 흐르는 분들이 가끔 일을 대강하는 경향이 있.........아......있.......아.....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하여튼 그렇습니다. 이 양반 제자들한테 귀싸대기 한 대씩만 두드려 맞아도 최하가 중상이라서리.... 끙.
전 하여튼 상아탑 유명 교수의 번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학원생이 대신 번역하지 않았을까, 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책을 읽어요!) 소설가, 시인의 번역도 마찬가지고요.

coolcat329 2021-10-05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알고는 있었는데 이상하게 끌리진 않았어요. 근데 새파랑님 리뷰 읽고 끌리네요! 제인 에어를 초딩6때 읽고 펑펑 운 기억만 납니다ㅋ

새파랑 2021-10-05 10:44   좋아요 2 | URL
초6때 제인에어를 읽으셨군요 역시 👍 이 책 엄청 재미있고 그렇지는 않은데 읽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더라구요 ^^ 다시한번 우시려면 이 책을~!!

청아 2021-10-05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구에구 꼴등(๑>ᴗ<๑)🖐 백색 바퀴벌레라니..정체성이란것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참 많네요! 샬럿 브론테가 이 작품을
읽었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지도 궁금해요. 실제로도 비슷한 이유로 아내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메리 울프턴크래프트 소설에도 나옴요😭

새파랑 2021-10-05 12:39   좋아요 1 | URL
샬럿 브론테가 읽었다면 엄청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
죄없는 사람을 가둔다는게 참 그런거 같아요. 요즘 세상이 그래도 조금 좋아진 거겠죠? 😅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이었으나, <제인 에어>와 연관된 이야기였다 ㅎㅎ




"당신은 이 사람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고, 게다가 그와 정반대의 기질 또한 있다는 것도 믿지 않는군요."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하도 게을러서 위험한 인간이 되기는 틀렸다는 건 내가 알지."

메이슨 씨가 받았다.

"게으르건 아니건, 당신보다 훨씬 원기 왕성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위험하고 잔인할 수 있는 인간들이고요." - P60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으려고 했지, 당신은 나를 비웃었어, 이 위선자야, 만일 피에르가 죽는다면 당신도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이곳 사람들에 대해 그리도 잘 아는 체하더니, 왜, 밖에 나가서 당신은 아무 죄도 없으니 당신 하나만은 좀 보내달라고 그러지그래. 당신은 항상 저놈들을 믿어왔다고 말해 보시지" - P69

누군가가 "재수 없다." 라고 말하는 소리도 들었다. 그순간 나는 앵무새를 죽이거나 심지어 앵무새가 죽는 것을 보면 불행이 온다는 미신이 있음을 기억했다. 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가버린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도 옆으로 슬슬 피하더니 우리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들도 이제 전혀 웃지 않았다. - P74

나는 티아처럼 될 거야. 쿨리브리를 떠나지
않을래. 결코 떠나지 않을래, 결코 티아에게 가까이 갔을 때 나는 티아가 울퉁불퉁한 돌을 하나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티아가 그것을 내게 던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돌을 맞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뭔가 축축한 것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고 생각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티아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마주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에서는 피가, 그리고 티아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채로, 티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내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다. 마치 거울 속의 나를 내가 보듯이 - P77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다니, 왜? 왜?"
"너는 그런 인생의 수수께끼에 관심을 두지 마라, 악마가 왜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는지 누가 알겠니. 아무도 모른단다" - P97

"슬픈 얘기 아니에요. 어떤 일이 일단 발생하면 그 사건이 언제, 왜 발생했는지는 잊어버린다 해도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은 영원히 존재해요. 저기 작은 침실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 P121

"만일 내가 죽을 수만 있다면, 지금, 내가 가장 행복할 때, 당신이 날 죽게 해주겠어요? 당신이 날 죽일 필요도 없어요. 그저 죽어라.‘ 하고 말만 하세요.. 그러면 제가 죽을게요.. 안믿으시는군요. 그럼 한번 시험해 보세요, ‘죽어라.‘ 하고 말하세요. 그리고 제가 죽는 모습을 보시라니까요.." - P135

메이슨 씨가 사망했고, 그 가족이 앙투아네트를 아무것도 모르는 영국 청년에게 시집보내려고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이 신사분에게 앙투아네타는 양쪽 부모로부터 나쁜 피를 물려받아 적합한 결혼 상대자가 못 된다고 알려 주는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백인이고 나는 유색인종이며, 그들은 부자이고 나는 가난하지 않습니까? 내가 이 일로 고민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일을 빨리 해치워 버렸더군요. 선생께서 전 집정관의 집에서 열병으로 몸져누워 있는 동안, 그리하여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을 때 말입니다. 내가 사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는 선생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 P142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여자가 아무리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는 거지요. 그럴수록 점점 더 미워하게 돼요. 그게 남자예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걸 알면 남자는 더 못되게 굴지만,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 주지 않으면 남자가 도리어 몸이 달아 밤낮없이 여자를 귀찮게 굴고 골치를 아프게 하는 거라고요. 서방님과 아가씨에 관해서는 나도 듣고 있어요." - P158

그럼 왜 당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지?"

"그렇게 말하라고 사람들이 내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어머니는 사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말해야 해요.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정말 죽는 것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죽음."

"최소한 두 번의 죽음이라? 행복한 사람이군." - P182

그녀의 이름이 그레이스여서는 안 돼, 이름이라는 건 중요하니까. 그 남자가 나를 앙투아네트라고 부르지 않자, 나는 앙투아네트가 창문을 통해 슬그머니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았어, 앙투아네트의 향기도, 옷도, 거울도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거든.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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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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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짐승은 누구였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노교수와 여제자의 관계와 같이 권력에 의해 생성되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권력이 개입되는 관계는 결코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노교수 ˝데이비드˝가 젊고 매력적인 학생인 ˝콘수엘라˝에게 느끼는 감정이 욕정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친가지로 ˝콘수엘라˝가 느끼는 감정 역시 사랑보다는 동경 이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목도 죽어가는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한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노교수 ˝데이비드˝는 정말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본능에 충실한 모습과 나이를 먹음에도 위축됨이 없는 저 자신감에 감탄했고, 젊음에 대한 질투까지 하는 그의 열정은 본받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아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가지지 못하는 걸까?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 순간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있어. 그 안에는 평화가 없고 있을 수도 없어, 우리 나이와 피할 수 없는 가슴 저미는 느낌 때문에, 우리 나이 때문에, 나는 쾌락을 누리지만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나? 없었어. 그전에 예순두 살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P.54


오늘을 두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은 독자에게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인생의 정적을 피할 수 없다고, 그래서 다 똑같다고...

[노년이란 걸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 생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 그냥 일상적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말이야. 곧 마주치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걸 피할 도리가 없어. 영원히 자신을 둘러싸게 될 정적을 그것만 빼면 모두 똑같아. 그것만 빼면 살아 있는 한 불멸이야. ]  P.51


인간의 육체가 지닌 한계는 명백하다. 결국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고, 젊음도 아름다움도 갑자기 한순간에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뜨거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식지 않는 한 인간의 갈망을 그린 작품이다.

Ps. 1.  이 책에서 언급되는 그림을 찾아봤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이었다.

Ps. 2. 야하고 자극적인 문장이 상당히 많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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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04 18: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개천절 대체휴일이었습니다. 좋은 휴일 보내셨나요.
새파랑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10-04 19:10   좋아요 4 | URL
오늘은 너무 늦게 일어나서 하루가 끝나있네요 😅 간만에 쉬니까 좋네요~!!

바람돌이 2021-10-04 18: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쉬는 사이에 알라딘에 필립 로스가 대세가 되었나요? ^^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네요.

새파랑 2021-10-04 19:11   좋아요 4 | URL
읽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읽은거 같아요. 앞에 셀럽분들이 리뷰를 너무 잘 써주셔서 저는 금방 썼어요 ㅋ 읽었으니 리뷰는 써야겠고 😆

scott 2021-10-04 18: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다잉 애니멀,

그러나 새파랑님의 리뷰는 연휴에도 계속!
낼도 !

서울은 비가 내립니다
연휴 끝
저녁시간 평온하게 ~*

새파랑 2021-10-04 19:12   좋아요 3 | URL
다른 책을 읽기 위해서 리뷰를 썼어요. 이번 연휴는 야외활동 위주로 해서 책을 별로 못읽었어요 ㅜㅜ

그레이스 2021-10-04 1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광화문, 정동길 걷고 밥먹고 차마시고 이제 들어와 북플 보고 있습니다.
새파랑님도 읽으셨군요 ^^

새파랑 2021-10-04 19:12   좋아요 4 | URL
와우 광화문 정동길 부럽네요~!! 2019년에 가보고 못가봤어요 ㅜ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21-10-04 18: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옹, ps.2 제 전공인데 언제 읽나.........?ㅋㅋㅋㅋ

새파랑 2021-10-04 19:13   좋아요 4 | URL
엄청 쌥니다^^ 이런 글을 많이 안읽어봐서 충격이었어요 😅

청아 2021-10-04 19: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토닥토닥ㅋㅋㅋㅋ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스타일을 참 안좋아하는구나 새롭게 알게되는듯 합니다. 저도 싫어하는 특정 스타일이 있는데 비밀입니다ㅎㅎ😂🤦‍♀️

새파랑 2021-10-04 19:29   좋아요 5 | URL
미미님이 싫어하는 스타일이 뭔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
미미님이 이 책 리뷰를 너무 멋지게 쓰셔서 저는 그냥 묻어가기 😅

mini74 2021-10-04 20: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교수는 뭘 먹어서 저리도 기운이 나나 잠시 고민했던 ㅎㅎㅎㅎ 공감합니다 ~~

새파랑 2021-10-04 21:40   좋아요 3 | URL
약간 무서울정도 였어요 ㅎㅎ 짐승같은 교수 😅

막시무스 2021-10-04 2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포기하지 않는, 포기하지 못하는 뜨거운 감정! 이런 감정 너무 좋은데요!ㅎ 식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낼부터 즐건 한주되시구요!ㅎ

새파랑 2021-10-04 21:45   좋아요 4 | URL
막시무스님의 독서 열정도 계속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낼부터 한주 시작이네요 😄

붕붕툐툐 2021-10-04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막시무스님 의견에 동의 한 표! 저는 좋아할 듯도 한데~ 궁금해서 얼른 읽어보고 싶지만 1000쪽의 제2의 성과700쪽의 일리아드가 제 발목을... 아이쿠야~ㅎㅎ
새파랑님, 내일 출근 잘 하셔요!!^^

새파랑 2021-10-05 00:17   좋아요 1 | URL
툐툐님 요즘 읽는 책들이 어마무시 하네요~!! 내일 즐거운 등교를 기원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05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별로 좋아하지 않을듯 해요.
근데 저는 소설 ‘은교‘는 생각보다 괜찮게 읽었거든요. 노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것 같아요^^

새파랑 2021-10-05 00:17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이 좋아하시긴 힘들거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 은교의 빨간맛 버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