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부가 나름 충격과 반전이었다.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지? 공감은 안되더라도 이해가 가는 행동들이 있다.










그녀는 생각했다. 평범한 처녀라면 살롱에서 만인의 주시를 받는 이 청년들 가운데서 한 남자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천재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은 평범한 인간이 걸어간 발자취를 따라 자기 생각을 이끌어가지 않는 법, 내가 가진 재산이 없을 뿐인 쥘리엥 같은 남자의 반려가 된다면, 나는 계속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터. 나는 결코 일생을 무명의 존재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이 목적인지, 이목이 목적인지) - P156

처음에 그는 자기 불행의 극심한 정도를
깨닫지 못했다. 그는 감동했다기보다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성을
되찾으면서 그는 자기 불운의 깊이를 느꼈다.
그에게는 인생의 모든 즐거움이 소멸해 버렸다.
가슴을 찢어놓는 절망의 통증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육체적 고통을 말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어떤 육체적 고통이 이 고통과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허물어진 정조와 자존심에 대한 회한으로 그날 아침 마틸드는 쥘리엥과 마찬가지로 불행을 느끼고 있었다. 목수의 아들인 일개 예비 사제에게 자기를 지배할 권리를 주었다는 끔찍한 생각에 아연했던 것이다. 자신의 불행을 과도하게 생각할 때면 그녀는 이렇게 뇌까리기까지 했다. 이건 마치 하인에게 몸을 내맡기고 나서 후회하는 꼴이지 뭐야. - P177

마틸드는 확실히 올바른 정신이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덜 사랑스러운 것일까? 그 이상으로 예쁠 수가 있을까? 가장 우아한 문명이 줄 수 있는 생생한 기쁨 모두를 드 라 몰 양은 한 몸에 다 지니고 있지 않은가? 지나간 행복의 추억이 쥘리엥을 사로잡아 이성의 작용을 빠른 속도로 파괴해 버렸다. - P181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 상상 이상으로 사랑에 빠져 있을 뿐이지요. 탁월한 귀족 신분이나 많은 재산을 타고난 모든 여자들이 그렇듯이, 드 뒤부아 부인도 자기 자신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을 것입니다. 그 부인은 당신을 바라보는 대신 자기 자신을 보기 때문에 당신을 잘 모릅니다. 두세 번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동안 그 여자는 상상력의 힘을 발휘하여 당신을 자신이 꿈꾸던 영웅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현실의 당신을 본 것이 아니고요. - P224

아! 용서해 주세요. 절 멸시해도 좋아요. 하지만 절 사랑해 주세요. 저는 이제 당신의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이 오만한 여자가 드디어 내 발밑에 무릎을 꿇었구나! 쥘리엥은 생각했다.
- P265

그는 생각했다. 결국 내 소설은 끝났다. 그리고 그 공적은 오직 나 혼자에 의한 것이다. 그는 마틸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나는 이 자존심덩어리로부터 사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여자의 아버지는 이 여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이 여자는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다. - P311

그때 미사를 주재하던 젊은 사제가 거양 성체를 알리는 종을 울렸다. 드 레날 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부인의 머리가 숄 주름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쥘리엥은 부인의 모습을 잘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부인을 향해 피스톨을 쏘았다. 탄환이 빗나갔다. 그는 두번째로 방아쇠를 당겼다. 부인이 쓰러졌다.

(이런 갑작스러운 전개라니...) - P320

그러나 내 죄가 좀 더 가벼운 것이었다 해도 사람들은 내 젊은 나이가 동정을 살 만하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를 통해 나와 같은 부류의 젊은이들을 징벌하고 그들을 영원히 의기소침하게 하려 한다는 것을 본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즉 하층 계급에서 태어나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다행히 좋은 교육을 받았고 부유한 사람들의 오만이 사교계라고 부르는 것에 대담하게 끼어들려한 젊은이들 말입니다. 여러분, 그 점이 바로 본인의 범죄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나는 나와 같은 계급의 동료들에게 판결받지 못하는 만큼, 내 범죄는 더욱더 준엄한 징벌을 당할 것입니다. 본인
의 눈에는 배심원석에 부유한 농민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분개한 부르주아들만 있을 뿐입니다.

(마지막까지 지키는 자존심)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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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17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책읽는 속도가 진짜 부럽습니다. 요즘엔 점점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요.
잘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0-17 17:55   좋아요 1 | URL
이번주말에는 추워서 책읽기에 좀 집중을해서 그런거에요😅
 
적과 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6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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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의 벽에 막혀 높이 올라갈 수 없었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재능과 열정으로 이를 극복하려 했던 "쥘리앵"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사랑도 성공도 모두 투쟁이었던 그는 인생의 정점을 찍자마자 추락하지만 비굴하게 굴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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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7 14: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독 추카합니다 ^^

새파랑 2021-10-17 14:03   좋아요 5 | URL
리뷰는 저녁에 쓰려고 합니다 ^^ 아참부터 계속 읽었어요 ㅎㅎ

청아 2021-10-17 14: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에밀졸라, 로맹가리,스탕달까지 🇫🇷 에서 장기체류하고 계시군요!ㅎㅎ다음은 어디가실지 궁금합니다🤭

scott 2021-10-17 14:04   좋아요 5 | URL
일본 🖐 ^^ 단기 체류 하실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1-10-17 14:06   좋아요 5 | URL
다음은 일단 희곡을 읽어야 하는데 😅 생각해보니 계속 프랑스였네요 ㅋ
완독이 쉽지 않은 작품인거 같아요~!! 마지막에 급 혼란~!!

mini74 2021-10-17 14: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짧은 글도 강렬하고 멋집니다 👍

새파랑 2021-10-17 15:10   좋아요 4 | URL
너무 과찬이십니다 😅 100자만 맞춰서 쓴거에요 ㅎㅎ

초딩 2021-10-17 17:00   좋아요 5 | URL
저도 동감합니다. 번역도 좋다고 하네요 ㅎㅎ

새파랑 2021-10-17 17:57   좋아요 3 | URL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잘 익히더라구요~! 인물도 별로 안햇갈리고 ㅋ 과찬이십니다~!!

페크pek0501 2021-10-17 14: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지 못했지만 내용은 아는 소설입니다. 발빠른 완독을 축하합니다.
(아, 나도 새파랑 님처럼 발빠르고 싶당~~~ ㅋㅋ)

새파랑 2021-10-17 15:14   좋아요 5 | URL
전 처음에 제목보고 어려워 보여서 안 읽었는데 다행히 엄청 읽기 어렵지는 않았어요 ㅎㅎ 다만 양이 많을뿐~!! 저도 읽는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요 😅

초딩 2021-10-17 17: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근데 적과 흑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색… 인지 대저인지 ㅎㅎ

scott 2021-10-17 17:08   좋아요 5 | URL
이 작품에서 [적]은 군복 [흑]은 수도사복을 뜻합니다.
이책의 주인공 쥘리앙의 살던 시절에 하층민이 유일하게 신분 상승 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군인과 성직자가 되는 길 뿐이였습니다

프랑스가 지배 하고 있던 카리브해 지역 원주민들과 흑인 노예들도 군대에 입대 하면 신분 증이 나왔고 프랑스 국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일종의 신분 계급에 다른 계층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왕정복고 시대로 회귀 하면서 귀족과 특권층의 벽은 더 높아지고 단단해졌죠.

새파랑님이 낼 긴 리뷰를 쓸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불쑥 끼어 든 것 같습니다.


   ∧_∧
  (_ _ )
   ヽ ノ)
      」」

새파랑 2021-10-17 17:55   좋아요 5 | URL
스콧님이 말씀하신게 맞습니다~!! 저는 근데 책을 읽으면서 그의 마음과 운명이 적에서 흑으로 바뀐걸로 혼자 해석해 봤습니다 😅 아 리뷰써야 하는데 딴책 읽는중이에요 ^^

초딩 2021-10-17 21:31   좋아요 3 | URL
군인과 수도사군요! Scott님 감사합니다! ㅎㅎㅎ :-) 흐 뭔가 써야할 땐 꼭 읽고 싶은게 갑자기 또 타다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 2021-10-17 18: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비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맘에 듭니다.
1주일에 새파랑님은 도대체 몇나라를 여행중이신지!
그저 감탄뿐입니다^^

새파랑 2021-10-17 19:40   좋아요 6 | URL
이번주에는 계속 프랑스판이었어요 ㅎㅎ 찾아보니 에밀졸라 로맹가리 스탕달이네요 ㅋ 잠시 희곡으로 미국 찍고 왔습니다~ 다음은 스콧님 지시(?)로 일본을 가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1-10-17 2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임팩트있는 100자평 적과흑 빨리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1-10-17 23:08   좋아요 1 | URL
앞으로는 100자평도 자주 써야 겠군요 ^^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10-17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하루에 한 권 읽어내시는 이 능력! 진짜 존경과 박수를!!! 새파랑님 리뷰 덕에 적과 흑은 내 마음 속 더 깊이~~

새파랑 2021-10-17 23:09   좋아요 1 | URL
오늘 두권 읽고 세권째 읽는 중입니다 😆

희선 2021-10-18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층의 벽... 넘기 어렵기도 하겠습니다 지금이라고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잘 안 됐지만 비굴하게 굴지 않았다니, 그런 모습은 괜찮겠습니다

새파랑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0-18 07:29   좋아요 1 | URL
거의 넘었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계층간의 벽을 극복하지는 못하더라고요 ㅜㅜ날씨도 추운데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권 바로 읽기 시작~!.완독은 내일로 ㅎㅎ




쥘리엥은 자기가 한 짓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일쯤 아무것도 아니지. 출세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그리고 가련한 그로 씨여! 훈장을 탈 사람은 그대인데 내가 그것을 탔으니, 나는 훈장을 준 정부의 의사대로 움직여야만 하겠노라.‘ 하는 식의 감상적인 번지르르한 말로 그런 부정을 감출 줄 알아야만 할 거야. - P31

하나의 음모는 사회적인 우연으로 획득한 모든 칭호를 소멸시킬 수 있다. 그러니 죽음을 무릅쓰고 대드는 자는 단번에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패망한 편은 정신적 권위도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 P60

드 레츠 공작의 무도회에서는 그처럼 오연했던 이 처녀가 지금은 애원에 가까운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쥘리엥은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실상 저 검은 옷이 저 여자의 아름다운 몸매를 더욱 빛나게 하는구나. 저 여자에게는 여왕의 풍모가 있어. 그런데 왜 상복을 입었을까?

(이래서 적과 흑인건가?) - P62

"이 정치적 재난에서 마틸드양에게 깊은 충격을 준 것은, 그레브 광장의 어느 집에 숨어 있던 나바라의 마르그리트 왕비가 대담하게도 사형 집행인으로부터 자기 애인의 잘린 목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서 다음 날 한밤중에 왕비는 자기 마차에 그 목을 싣고 몽마르트르 언덕 밑에 있는 예배당에 가서 손수 그 목을 묻었다는 것입니다." - P70

거만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지닌 이 아가씨와의 대화는 점차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는 반항하는 하층민의 음울한 역할을 잊었다. 그는 마틸드가 박식한 데다 사리에도 밝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정원에서 듣는 그녀의 의견은 살롱에서 말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때때로 그녀는 쥘리엥과 함께 열광하기도 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오연하고 냉정한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 P73

매 순간마다 좀 더 진지한 일에 전념하려고 애써 보았으나, 한 가지 생각에만 정신이 팔려 그는 다른 것은 거들떠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십오 분쯤이나 지난 후에야 소스라쳐 정신을 차리고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산란한 머리로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하는 상념에 다시 빠져 드는 것이었다. - P79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오늘 밤에 꼭 말해야 해요. 자정이 지나 1시가 울리면 정원으로 나오세요. 우물 옆에 있는 정원사의 큰 사다리를 갖다가 제 방 창문에 걸치고 제 방으로 올라오세요. 오늘 밤엔 달이 밝겠군요. 그러나 아무려면 어때요."

(레날 부인과 마틸드의 대조적인 모습) - P120

하지만 이것은 드 레날 부인 곁에서 때때로 맛볼 수 있었던 영혼의 즐거움은 아니었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에는 전혀 다정한 맛이 없었다. 그것은 야심에서 나오는 강렬한 행복이었다. 지금 쥘리엥은 무엇보다도 야심에 차 있었다. 그는 또다시 자기가 의심했던 사람들과 자기가 취한 조심스러운 대책에 대해 얘기했다. 그 얘기를 하면서 그는 자기가 쟁취한 승리를 이용할 수단을 궁리하는 것이었다. - P136

질투의 고통으로 그는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었다. 연적이 사랑받는다는 의혹 자체가 이미 대단한 괴로움이다. 그런데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연적에 대한 사랑의 얘기를 상세히 듣다니 그건 말할 수 없는 고통인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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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완독!! 🖐^^

새파랑 2021-10-16 17:02   좋아요 1 | URL
저도 완독하고 싶어요~!!

서니데이 2021-10-16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는 작가나 작품도 유행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엔 스탕달의 작품으로 유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새파랑님, 주말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0-16 18:58   좋아요 2 | URL
이 유행은 스콧님이 만드신겁니다 ^^ 감기조심하세요~!!

scott 2021-10-17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적과흑>
리뷰 라스트송 궁금 합니다 !! ^^

새파랑 2021-10-17 08:41   좋아요 1 | URL
아직 읽으려면 한참 남았어요 😅 고민해보겠습니다~!!
 

적과 흑 1권 읽기 끝. 나름 벽돌책이었다. 중간에 이야기가 끈겨서 2권을 바로 안읽을 수 없다.






"내 곁을 떠나세요, 제발 이 집에서 나가주세요. 당신이 여기 있기 때문에 내 아들이 죽는 거예요." 어느 날 그녀는 쥘리엥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소리로 덧붙이는 것이었다. "하느님은 제게 벌을 내리시는 거예요. 당연한 일이죠. 하느님의 공정하심을 찬양해야죠. 나는 끔찍한 죄를 지었어요" - P186

"이제껏 당신을 이렇게 사랑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천사, 차라리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나는 당신의 참된 가치를 알고 당신을 진정으로 사모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습니다. 나 때문에 불행에 빠진 것을 알고서 당신곁을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내 괴로움쯤은 문제도 안 됩니다. 그래요. 사랑하는 분이여, 나는 떠나겠습니다." - P189

그 후로 그들의 행복은 훨씬 숭고한 성격을 띠었고 그들의 가슴을 태우는 불길도 더 강렬해졌다. 그들은 미친 듯한 환희를 맛보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면 그들의 행복은 더욱 커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쥘리엥이 자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 레날 부인의 유일한 걱정거리였던 그들 사랑의 초기와는 달리, 그들은 그 달콤한 평화로움, 그늘 없는 환희, 용이한 행복을 더 이상 되찾을 수 없었다. 이제 그들의 행복에는 때때로 죄의 그림자가 얽혀 드는 것이었다. - P194

불장난을 너무 구속하지 말지라.
더없이 엄숙한 맹세도 혈관에 타오르는 불길에는 한 오라기 지푸라기와도 같으니

여자의 마음은 자주 변하나니
그걸 믿는 자는 어리석을지라. - P248

19세기의 결혼이 그렇듯이 결혼의 결과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결혼에 앞서 사랑이 싹텄을 경우 결혼 생활의 권태가 그 사랑을 송두리째 뽑아버린다. 일하지 않아도 될만큼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결혼이 온갖 조용한 기쁨에 대한 깊은 권태를 불러오게 마련이라고 철학자는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구로 기울어지지않는 여자는 메마른 넋의 소유자뿐이라고. - P258

"저리 가세요, 비키세요!" 데르빌르 부인은 격노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이 사람이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하게 하세요. 당신을 보면 정말로 몸서리가 쳐질 거예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그렇게도 행복했던 사람이! 당신 행동은 끔찍해요. 저리 가세요. 염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멀리 피하세요." - P323

십사 개월 전과 이렇게도 달라졌단 말인가! 쥘리엥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눈물이 더욱 비 오듯 쏟아졌다. 이렇듯 눈앞에 보지 않으면 사람의 감정이란 모두 파괴되어 버리는구나! - P361

그는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일까?
그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 것일까?
그는 여기서 남의 환심을 사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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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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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당파와 자유주의자간의 정치적 대립이 심한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층계급인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의 인생이야기.  무모한 사랑에 빠지면서도 성공에 대한 야망을 가진 그의 성장기가 1권에 담겨져 있다. 아직 1권에서는 왜 책의 제목이 <적과 흑>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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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16 16: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민음사,저는 열린책들이네요ㅎㅎ 시대상황과 개인의 삶이 버무려지는 대작의 향기가 솔솔 납니다(๑>ᴗ<๑)👍
주말도 📚 과 함께 지적으로!!

새파랑 2021-10-16 17:00   좋아요 4 | URL
일단 1권 읽고 100자평이에요^^
1권 읽으면 바로 2권 읽어야 되요. 1권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더라구요. 그런데
1, 2권 합치면 900페이지 😅

scott 2021-10-16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 권 읽게 되면
적과 흑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읽는 속도 ✌로 빨라 쥠 ^ㅅ^

새파랑 2021-10-16 17:01   좋아요 4 | URL
2권에는 나오나요? ㅋ 저 책 읽으면서 왜 제목이 적과 흑이지? 생각하면서 읽는데 모르겠더라구요 😅
3권짜리 였다면 3배로 빨라졌을텐데 아쉽군요 ^^

mini74 2021-10-16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책장에서 찾아서 꺼내놨어요. 다시 읽으려고 ㅎㅎ 저도 민음사. 목로주점은 저도 민음산줄 알았는데 열린책들 ~ 나란히 쌓아놓고 있습니다. 남 맛있게 먹는 건 그냥 넘어가는데 북플님들 신나서 읽은 책들은 그냥 못 넘어가겠어요 ㅎㅎㅎ

새파랑 2021-10-16 17:05   좋아요 4 | URL
역시 민음사세계문학세트를 보유하신 미니님에게는 다 있군요 ^^ 책은 당연하고, 먹는것도 그냥 넘어가면 안됩니다~!!

페넬로페 2021-10-16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매개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이야기인가요!
사랑에 뭔가 불순물이 섞이면 비극이 되던데 이 소설의 결말이 궁금한데요^^
여지껏 이 유명한 소설도 아직 읽지 않았네요 ㅠㅠ

새파랑 2021-10-16 20:22   좋아요 3 | URL
저도 스탕달 책은 이번에 처음 읽는거에요 ^^ 이제 2권 막 읽기 시작해서 제가 다 읽고 결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10-16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1권 완독!! 2권으로 고고씽! 서점은 잘 다녀오셨나용?^^

새파랑 2021-10-16 22:04   좋아요 0 | URL
서점 두곳을 가서 세권을 사왔습니다 ^^ 나름 인내심을 발휘해서 적게 샀어요~!!
툐툐님의 등산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추워서 안가셨으려나 ㅋ)

희선 2021-10-18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수 아들은 별로 안 좋을까요 다른 걸 바라면 안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새파랑 2021-10-18 07:28   좋아요 1 | URL
당시 프랑스혁명 후여서 상급층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것 같아요. ˝쥘리앵˝의 아버지가 책 읽는 아들을 때리기도 합니다. 일하라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