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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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이번 주말에 내가 읽은 작품은 ˝필립 로스˝의 <울분> 이다.  <전락>, <죽어가는 짐승>, <에브리맨>에 이어 네번째 읽은 그의 작품으로, 이렇게 작품 제목만 쭉 나열해보니 왠지 일관성이 느껴진다. 분노와 저항.


‘울분‘이라는 감정은 어떤 때에 가장 크게 나타나는 걸까? 아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때 가장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마커스˝는 유대인의 핏줄을 가진, 미국의 뉴저지 주 ‘뉴어크‘라는 시골에서 정육점을 하는 아버지의 밑어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가문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였고, 그의 바람은 단 두가지 였다. 법조인이 되는 것,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6.25. 전쟁에 징집되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와인스버그‘의 학교 생활은 쉽지많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우수한 자신의 아들이 잘못될까봐 시도때도 없이 간섭을 하였고, 기숙사에서 잘못된 룸메이트를 연속으로 만나게 되어서 방을 두번이나 옮기게 되며, 수업시간에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올리비아˝는 알고보니 자살미수에 신경쇄약에 이남자 저남자 마구 만나고 다니는 문제 있는 여자였다. 게다가 그는 유대인임에도 무종교 성향을 가졌는데, 학교는 종교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학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종교에 대해 극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자네가 자네의 모든 곤경에 대처하는 방법이니까, 마커스, 떠나는 것 말일세.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나?]  P.122



그가 하고 싶었던 건 단지 공부 였을 뿐이다. 하지만 주위의 모든 것들은 그가 공부하는 걸 방해할 뿐이었다. 주변과의 불화와 문제가 누적될수록 그는 점점 문제아로 인식될 뿐이었고, 주위의 모든 것들은 그에게 적대적으로 변해갔으며, 그는 이러한 모든 것에 ‘울분‘을 느낄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를 방해하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우연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보이면서 그를 궁지로 몰아가게 되고, 그놈의 ‘채플‘ 대리 출석 때문에 결국 퇴학을 당하게 된다. 이후 6.25.전쟁에 이등병으로 강제 참전하게 되는데,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모르핀을 맞게 된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한 순간 과거를 회상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리고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걸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아무리 애를 써서 해명하고 나 자신을 드러내려고 시도해도 아무런 응답도 끌어낼 수 없다. 내 정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신이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응답이 없다. 깊디 깊은 슬픔.]  P.221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의 인생은, 우리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결과론일뿐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비극이 언제 어떻게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울분‘을 토해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좀더 주변과 어울리려고 노력 했더라면, 그깟 ‘채플‘ 수업 쯤이야 직접 참가해서 듣기만 했더라면 그는 아마 변호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방해한다고 울분을 토로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주변을 이해하려고 했다면 좀 더 긍적적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그땐 그게 쉽지 않았었겠지만...

[나는 엘윈을 이해하지 못했다. 플러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P.85


˝필립로스˝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길지 않은 분량에 어떻게 강력한 메세지와 분노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생동감을 어쩜 그렇게 잘 표현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가 가끔씩 내던지는 19금 이야기는 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오히려 작품의 주제를 증폭시키는 핵심소재로 사용된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어느 순간  크게 분노하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혼자 있을때 읽기를 추천한다.

Ps.  ˝필립 로스˝의 모든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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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24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ㅎㅎ
새파랑님 주말 독서는 [울분]이 아닌
감동!!
로스옹 전작을 향해 !!

새파랑 2021-10-24 18:23   좋아요 4 | URL
😊 아직 책 두권 리뷰를 더 써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ㅡㅡ 책을 읽을 것이냐 리뷰를 쓸 것이냐 ㅋ 필립로스 완전 👍

반유행열반인 2021-10-24 18: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음은…포트노이의 불평!!! 강한 맛으로 가십시다!!! 저는 포트노이랑 전락 죽어가는 짐승 딱 세 권 봤는데 나중에 출발한 새파랑님이 앞서 가시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1-10-24 18:59   좋아요 4 | URL
포트노이의 불평이 강한 맛이군요~!! 전 <미국의 목가> 사놔서 일단 이 책을 읽고 그다음에 읽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1-10-24 23:24   좋아요 2 | URL
미국의 목가 저는 좋았어요~♡

scott 2021-10-25 00:51   좋아요 2 | URL
진짜 강한 맛은 <새버스의 극장>!!

새파랑님 도끼 선생 탄신 200주년에 맞춰서 완독 하셨으니
로스옹 전작은 가뿐하게 완독 하실것 같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10-25 07:05   좋아요 2 | URL
아이참 그렇다면 모셔둔 새버스 극장을 어여 봐야 하는데...두께가 진입장벽이에요 ㅋㅋㅋ코앞에 두고도 차마 못 펼침ㅋㅋㅋ

새파랑 2021-10-25 08:52   좋아요 2 | URL
새버스의 극장 접수 합니다 ^^ 미국의 목가 완전 기대되네요 😁

막시무스 2021-10-24 19: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스형님 전작 도전 응원합니다!ㅎ

새파랑 2021-10-24 20:21   좋아요 5 | URL
로스형님 완전 매력 듬뿍입니다. 형동생 하고 싶은 분입니다 ㅜㅜ

청아 2021-10-24 2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트노이의 불평> 찜!ㅋㅋㅋ에궁 새파랑님 리뷰 읽고 썼으면 좋았을껄ㅋㅋㅋ 쥐어짜서 썼는데 영 어색ㅠ 여긴 술술 읽혀요!! 역시👍전작읽기 저도 함께 가요.😆

새파랑 2021-10-24 20:31   좋아요 4 | URL
전 미미님 따라서 에밀 졸라 읽으려고 다짐중인데 ^^ 특정 작가 책 계속 읽으면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1-10-24 2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그렇지요...

한 순간의 선택이 되돌릴 수
없는 그런 치명적 결과를 잉
태할 수 있으니 말이죠.

필립 로스의 <미국을 향한
음모>인가는 당최 언제나
나오는 건지...

새파랑 2021-10-24 20:40   좋아요 3 | URL
필립로스 책 보면 이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산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극성을 너무 멋지게 보여주더라구요. 국내 출판된 책들이 뭐 있는지 찾아봐야 겠어요 😆

mini74 2021-10-24 2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필립로스의 아버지의 유산 읽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읽다가 쉬다가 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인데 소설도 좋지만 에세이도 참 좋네요. 새파랑님의 울분을 접수하며 ㅎㅎ

새파랑 2021-10-24 21:41   좋아요 4 | URL
미니님이 힘들 정도면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 전 에세이 보다 소설파지먀 미니님이 좋다고 하니 무조건 찜~!!

페넬로페 2021-10-24 2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생각할 것이 많은 리뷰예요^^
인생에 대해 생각할 것도 많고요~~
정말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한 순간의 선택도 의미있게 해야겠어요^^
새파랑님, 리뷰 더할나위 없어용♡♡♡

새파랑 2021-10-24 22:21   좋아요 4 | URL
제가 읽은 필립로스 작품중 이 작품이 가장 공감이 가는 책이었어요. 다른것들은 좀 쎘는데(?) 이건 왠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더 좋았습니다 ^^ 리뷰가 왠지 쓰다만 느낌이 있지만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붕붕툐툐 2021-10-24 2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시작하신다고 한게 엊그제께 같은데, 벌써 네 번째 작품!! 게다가 다른 책도 많이 읽으시는데~ 정말 새파랑님은 늘 존경스럽습니다~👍👍

새파랑 2021-10-25 08:53   좋아요 3 | URL
제가 한번 읽으면 몰빵하는 성격이어서 ^^ 저는 툐툐님이 항상 존경스럽습니다~!! 스승으로 모시고 있어요. 선생님 😆

희선 2021-10-25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책을 다 보시려고요 저는 이름만 알고 책은 한권도 못 봤군요 6.25 전쟁에 나가기도 하다니... 여러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은 어떤지 알려고 했다면 나았을지...


희선

새파랑 2021-10-25 08:55   좋아요 4 | URL
필립로스가 좀 쎄긴하던데 글을 정말 잘 씁니다. 책에서 6.25.전쟁 이야기를 보니 반갑기도 하면서 안타까웠어요 ㅜㅜ 언제나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주위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1-10-25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시는 걸 밥먹듯 하시니 저의 삼십대 초반 때가 생각나는군요. 무슨 책이든 잡았다 하면
금방 읽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좋았던 시절이었어요. 특히 문학을 숭배했어요.
새파랑 님의 완독 릴레이를 응원합니다. ^*^

새파랑 2021-10-25 14:27   좋아요 2 | URL
일단 완독을 해야 다른 책을 읽을수 있어서요. 안그러면 까먹습니다 ^^ 책읽는게 부쩍 재미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라로 2021-10-25 1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로스의 책은 한 3권 읽은 것 같아요. 그때의 저도 완독을 결심했었던 것 같은데 슬그머니 흐지부지;;;; 새파랑님의 완독을 열렬히 응원합니닷!! 화이팅!!!

새파랑 2021-10-25 14:28   좋아요 2 | URL
필립로스는 완독하고 싶은 작가인거 같아요. 글을 너무 잘씀 ^^ 제가 한번 완독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1-10-25 14: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의 전작을 다 읽는건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일 같아요.
필립 로스는 읽다보면 점점 빠져드나봅니다. 저도 기대가 되네요~

새파랑 2021-10-25 14:51   좋아요 2 | URL
제 성향상 좁고 깊게 파기가 좀 맞는거 같아요 ^^ 편식독서 이지만 이게 더 끌립니다 ~!!

나뭇잎처럼 2021-10-25 2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반가운 필립 로스!! 그의 전작주의자로서 저만의 3권을 뽑으라면, <미국의 목가><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입니다. 로스와의 인연은 <에브리맨>으로 시작했지만 저 세 권에서 정말 부들부들 떨었죠. Paris Review에 나온 그의 인터뷰까지. 응원할게요. ㅎㅎ

새파랑 2021-10-25 21:33   좋아요 2 | URL
나뭇잎처럼님은 전작을 하셨군요~!! <나는 공산주의자랑>, <휴먼스테인>은 조만간 구매하겠습니다 ^^ <휴먼스테인>은 품절된 양장본이 있길래 중고판매를 열심히 검색해보고 있어요 ㅎㅎ
제가 그동안 필립로스의 핵심이 아닌(?) 책들을 읽고 있었던거 같아요 😅
 

필립로스의 책을 읽다보면 유머와 분노와 욕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가장 잘 보이는 데는 네 두 손 안이야. 네가 들고 거기 서 있을 때 가장 잘 보여. 그냥 거기 서 있어. 너하고 장미를 볼 수 있도록, 그걸 보려고 내가 여기 온 거야." 그러나 ‘손‘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서니 코틀러가 올리비아에 관해 한 말이 떠오르고 말았다. 속에서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코틀러와 올리비아 둘 다를 향한 것이었다. - P137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일 분에도 팔천 번 기분이 바뀌고, 모든 감정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말 한 마디, 한 음절에도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내가 흐트러짐이 없다고? 참나, 완전히 장님일세." - P142

언젠가 사회의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도움을 청하러 올 사람이 되려고 여기 있는거야.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와 네 사촌들과 같은 메스너가 되지 않으려고, 평생 정육점에서 일하는 걸 하지 않으려고 여기 있는 거야. 면도날로 두 손목을 그은 여자아이와 문제를 일으키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야." - P181

너는 감정적인 아이야. 네 아버지처럼, 또 네 아버지의 모든 형제처럼 감정적이야. 너는 다른 모든 메스너와 똑같은 메스너야. 네 아버지도 한때 분별력 있는 사람이었어. 합리적인 사람이었지. 유일하게 몸통에 머리가 달린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네 아버지도 다른 사람들처럼 미쳐버렸어. 메스너는 단지 정육점을 하는 사람들 집안이 아니야. 소리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발을 구르고 벽에 머리를 찧는 사람들 집안이야. 이제 갑자기 네 아버지도 다른 메스너들처럼 나빠졌어. 너는 그러지 마. - P184

단적으로 짧았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치미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죽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문장,그러나 말이 되어 나온 문장. "엄마! 아버지! 올리비아! 나는 당신들을 생각하고 있단 말이야!"
아무런 응답이 없다. 아무리 애를 써서 해명하고 나 자신을 드러내려고 시도해도 아무런 응답도 끌어낼 수 없다. 내 정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신이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응답이 없다. 깊디 깊은 슬픔.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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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로스의 울분을 읽고 있으니 내가 울분하게 된다.
그의 울분은 그의 문제인가? 주변의 문제인가?
왜 항상 나만 힘든것 같지? 하는 감정을 다루는 책




실제로 아버지는 미쳤다. 소중한 외아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삶의 위험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걱정 때문에 미쳐버렸다. 어린 소년이 성장하고, 키가 크고, 부모 보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것, 그때는 아이를 가두어둘 수 없으며 아이를 세상에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바람에 겁에 질려 미쳐버렸다. - P20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려면 아버지를 떠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나는 괴로워하는 어머니에게 거칠게 말했다. 어머니도 갑자기 나와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 아버지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 P21

"나도 네가 그 아이가 아니란 건 안다. 내가 아들 문제에서는 누구보다 운이 좋다는 걸 안단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버지?"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이런 맙소사, 꼭 점괘 과자에 나오는 말 같네요."

"그러냐? 그래?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 같지 않고 점괘 과자에 나오는 말 같아? 내가 내 아들한테 아들 앞에 놓인 미래, 작은 것으로도, 아주 작은 것으로도 부서질 수 있는 미래에 관해 말하는데, 그게 그렇게 들려?"

"아, 좀 집어치우세요!" - P23

나는 여기서도 죽을 수 있다는 강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 여기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것은 분명하다. 문이 없다. 오늘과 내일도 없다. 방향은 뒤로만 간다(지금만그런가?), 심판은 끝이 없다. 어떤 신이 심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늘 내 행동을 집요하게 심판하기 때문이다. - P66

"너한테 네가 원하는 걸 주고 싶었다고, 이 말이 이해가 안 돼? 한숨에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말인데. 맙소사." 올리비아는 찌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도대체 너 뭐가 문제니?" - P76

나는 엘윈을 이해하지 못했다. 플러서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 삶의 마지막 해의 또 하나의 큰 주제였다.) - P85

그게 자네가 자네의 모든 곤경에 대처하는 방법이니까, 마커스, 떠나는 것 말일세.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나?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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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0-24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다 ‘왜 나만’ 할 때가 있기도 하죠 그건 한때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비슷할지도 모를 텐데 그걸 생각하는 건 나중이기도 하네요

새파랑 님 남은 주말 이 책과 함께 잘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0-24 10:37   좋아요 0 | URL
‘지금 내가 제일 힘들어‘ 이건 다 비슷하게 한번씩 느끼는거 같아요 😅 희선님도 즐거운 독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0-25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맞지 않는 관계라면 떨어져 있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시간과 공간을 달리 하면 훗날 괜찮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새파랑 2021-10-25 14:3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거 같아요. 가끔은 가까이 있는 것 보다는 떨어져 있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미스테리에요 😅
 
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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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문의 피에 내제되어 있는 고독이 백년동안 이어지는 작품.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이어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다양한 세대의 중첩과 반복은 작품의 신비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소설의 죽음은 결코 없을 거라는 증거와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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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22 17: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백년의 고독을 정말 잘 표현하신거 같아요 👍 마지막 문장 진짜 멋짐폭발입니다 ㅎㅎㅎ ~~

새파랑 2021-10-22 17:33   좋아요 5 | URL
저 문장은 쿤데라 옹이 말씀하신거 옮겨온거에요 😅 멋있는 문장 같아서요 ㅋ
이 책 왜이리 재미있고 좋나요~ 근래 읽은 책중 최고였습니다 ㅋ

페넬로페 2021-10-22 17: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백자평, 완벽합니다^^
다양한 세대의 중첩과 반복이 현재 삶을 잘 살아야한다는 진리같아요^^

새파랑 2021-10-22 18:00   좋아요 5 | URL
리뷰 쓰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일단 백자평으로 ^^ 책 제목이 완벽한 책 같아요😄

서니데이 2021-10-22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새파랑님, 매주 빠르게 읽으셔서 부럽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0-22 20:27   좋아요 4 | URL
금요일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 급하게 읽었어요 😅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붕붕툐툐 2021-10-23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읽기 어렵다는 걸 이런 속도로 읽어내시다닛!!👍

새파랑 2021-10-23 08:20   좋아요 1 | URL
인물이름이 비슷해서 그렇지 (작가가 의도한 것임) 재미있어서 잘 익히더라구요 ^^

희선 2021-10-23 0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소설의 죽음은 없다는 말이 멋지네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한 소설은 사라지지 않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새파랑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0-23 08:22   좋아요 1 | URL
소설 없이는 살수 없습니다 ㅋ 작가의 상상력과 구상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han22598 2021-10-23 0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죽음은 결코 없을 거라는 증거? 이게..무슨 의미일까요....? 아하...제가 읽지 않고 있는 좋은 책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10-23 08:27   좋아요 1 | URL
일부 프랑스 작가들이 소설의 종말에 대해 주장한 것에 대해 ˝밀란 쿤데라˝가 ‘책꽂이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꽂아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독창적인 소설이라는 이야기 인거 같아요^^
 

대단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책은 세번 읽어야 한다.


그의 무모함은 근면이고, 그의 욕심은 헌신이고, 그의 고집은 인내심이었다고 믿으며 전에 남편의 게으름을 증오하며 책망했던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후회했다. - P185

바나나 회사가 몰고 온 대혼란이 마꼰도를 뒤흔들어버리기 전부터 이미 마꼰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그 장마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랫동안의 장마 끝에 처음으로 비친 햇살을 즐기며 거리 한복판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피부에는 장마가 남긴 수초의 푸른색과 집 구석구석의 냄새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으나 그들이 태어났던 마을이 원래대로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속 깊이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 P187

"시간은 흐르게 마련인데, 제가 뭘 바랐겠어요," 그가 중얼거 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그토록 빨리 흐르진 않아" 우르술라가 말했다. - P200

그것은 아무 쓸모 없는 고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모든 것들이란, 피를 더럽히곤 했던 거리의 여자들,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들을 낳곤 했던 집안 여자들, 남자들의 죽음과 남은 삶에서 후회를 유발시키곤 했던 투계, 만지기만 해도 이십 년 동안의 전쟁을 유발시켰던 총포들, 환멸과 광기로 인도했던 엉뚱한 사업들, 그리고 모든 것, 그러니까,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더불어 창조되었지만 마귀가 타락시켰던 그 모든 것들이었다.
- P240

마침내, 모두에게 마꼰도를 버릴 것을, 이 세계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자신이 가르쳐주었던 것을 모두 잊을 것을, 호라티우스에게 똥을 싸버릴 것을,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과거는 거짓이고,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지난 봄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아무리 격정적이고 집요한 사랑도 어찌 되었든 잠시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것을 권고하고 말았다. - P286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 행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이 그 방에서 절대로 나가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이미 이해했었는데, 그것은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양피지의 해독을 마친 순간 거울의 도시(또는 신기루들)는 바람에 의해 부서질 것이고, 인간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져버릴 것이고, 또 백년의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가문들은 이 지상에서 두번째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양피지들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반복되지 않는다고 예견되어 있었기때문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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