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말들 - 일상을 다시 발명하는 법 문장 시리즈
이다혜 지음 / 유유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종일 기차만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유 출판사에서 나오는 <00의 말들> 시리즈를 가끔 읽는다. 지금까지 서점의 말들, 도서관의 말들, 책의 말들 이렇게 세 편을 읽어 봤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책과 관련된 도서였고, 이번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여행의 말들>을 이란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나온 <00의 말들> 시리즈 중 이 책의 표지가 가장 좋았다. 표지가 맥주였기 때문이었을까? 역시 여행에는 맥주가 빠질 수 없겠지.


평소에도 여행에세이 읽는 걸 좋아했는데 이 책 역시 좋았다.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여행과 관련된 책의 문장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이다혜 작가님의 감상과 경험담이 재미있게 쓰여 있다. 읽다보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좋았던 곳일수록 다시 가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곳에 가고 싶다. 기쁨에 찬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가는 사람에게는 더 쉽게 사랑에 빠진다.]  P.123



이 책에는 총 100권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충격적이게도 내가 읽은 책은 단 두권이었다. 그 책은 하루키옹의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과 괴테옹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다.


[증류소마다 나름대로의 증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레시피란 요건대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에 대한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P.176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는 산도 넘어야 하듯 이런 일도 체념하고 순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소. 물론 산이 없다면 길이 훨씬 더 편안하고 짧을 것이오. 그렇지만 산이 일단 가로 막은 이상, 넘을 수밖에 없지 않겠소!]  P.20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인데, 어딘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여행이라는 단어는 들으면 들을수록 설레고 좋은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라고. 나이 마흔을 넘겨 하는 배낭여행 또한 그런 게 아닐까.]  P.88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과함께 2021-10-31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이 4권? 5권? 이었어요:; 여행에 맥주 공감 백배! 맥주는 여행 아맥이죠~!

새파랑 2021-10-31 22:21   좋아요 4 | URL
저보다는 역시 많으시군요 ㅋ 이런 책을 읽다보면 이상하게 카운트하게 됩니다 ^^

초딩 2021-10-31 22: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유유는 작지만 단단하고 유용한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정말 위드 코로나고 이러면 내년엔 해외도 나갈 수 있겠죠?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10-31 22:23   좋아요 5 | URL
유유 출판사 책은 소소하게 읽기 좋은 거 같아요. 해외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

파이버 2021-10-31 22:36   좋아요 3 | URL
작지만 단단한 딱 맞는 비유입니다~!

초딩 2021-10-31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2차 맞았는데
유령 되는 날만 손 꼽고 있어요 ㅎㅎ

청아 2021-10-31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다혜 작가의 책이었군요!!
<아무튼 스릴러>무지 재밌게 읽었던 기억납니다! 저도찜ㅋ <인간짐승>에 기차가 자주 등장합니다ㅡ홍보😄

새파랑 2021-10-31 22:24   좋아요 4 | URL
아무튼 스릴러 재미있나 보네요. 아무튼 시리즈도 골라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ㅋ 역시 기차는 사랑~!!

mini74 2021-10-31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작가님의 여행의 이유가 생각나네요. 하루키의 위스키책 ㅎㅎ 남편이 읽은 유일한 하루키책입니다~~ 저는 이다혜작가님 코넌도일 이랑 범죄영화 프로파일 책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

새파랑 2021-10-31 23:05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딱 미니님 취향일 듯 합니다~!! 이다혜 작가님이 범죄 스릴러에 특화(?)되신 분이군요 ^^

페넬로페 2021-10-31 2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가 맥주이군요~~스르릅~~
책을 많이 읽으시는 새파랑님께서 여기서 읽은 책이 두 권뿐이라니 소개된 100권의 책이 뭔지 넘 궁금해요^^
찜합니다**

새파랑 2021-10-31 23:45   좋아요 2 | URL
아마 페넬로페님은 열권 정도 겹치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 제가 여행이 떠오르는 책을 별로 안읽었나봐요 😅

하나의책장 2021-10-31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행, 맥주하면 문득 친구가 독일여행 다녀온 얘기해준 게 생각나요😊 독일여행가서 맥주 찐하게 마시고 온 사진보니 언젠가 나도 독일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오리라!🍻 하고 생각했었거든요ㅎ 이 책, 딱 제 취향인 것 같아 꼭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10-31 23:46   좋아요 2 | URL
독일은 역시 🍺 죠~!! 저는 유럽쪽은 여행을 안가봐서 한번 가보고 싶어요 ㅋ 하나님이 좋아하실 책 같습니다~!!

scott 2021-11-01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에게 여행은
책장 속 책들! ㅎㅎ
위드 코로나에 가장 안심 할 수 있는건
남 여행기 활자로 읽귀 ㅎㅎㅎ
하루키 옹 보다 여행을 더 많이 한 괴테 옹도 전염병 창궐하고 전쟁 터져도 여행을 포기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새파랑 2021-11-01 09:03   좋아요 3 | URL
책속 여행이랑 서점 여행만 하다보니 가끔 딴곳도 가보고 싶어집니다^^
역시 책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수군요 😆

레삭매냐 2021-11-01 0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홀로 여행을 좋아
한답니다.

첫 배낭여행을 홀로 떠나
서 그랬나 봅니다.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수
가 없으니 안타깝네요.

새파랑 2021-11-01 09:05   좋아요 2 | URL
오늘부터 풀린다니 한번 가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아요 ~!! 혼자 가는게 편하긴 하더라구요 ^^

희선 2021-11-02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글 보고 하루 종일 기차 타면 피곤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차 타는 거 좋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떤 차든 힘들어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만 갑니다 그것도 여행이라 하면 여행이죠


희선

새파랑 2021-11-02 05:52   좋아요 1 | URL
하루종일 기차를 타면 하루 종일 책을 볼 수 있을거 같아서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어딜가든 다 여행이죠 ^^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다.

능력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을, 없을 때는 스스로를 도와라.

어디에서 본 구절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문득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을 때 이 구절을 떠올리면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돕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 P44

아아 하루종일 기차만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48

여행은 생의 은유이자 시이며 철학이고 다른 이를 빗대어 나를 보는 일이다. 그래서 그저 사진 몇 장만 남은 여행은 어쩌면 당신을 떠나는 일보다 슬픈 일이었다 - P52

그리움을 담으면 다 그럴듯해진다. 이는 고생스러운 순간을 이기는 지혜이기도 하고, 향수로 인한 추억 보정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명심해야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 P65

나는 이 지상에 아직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내가 살았던 어느 곳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 P78

누군가 그랬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라고. 나이 마흔을 넘겨 하는 배낭여행 또한 그런 게 아닐까. - P88

그런데, 삶이 언제부터 애매해지는지 아는 사람? 애매하다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순간부터다. 그러니까 오후 3시를 넘기면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니면 생각할 시간에 잠을 한 시간 더 자든가. - P89

좋았던 곳일수록 다시 가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곳에 가고 싶다. 기쁨에 찬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가는 사람에게는 더 쉽게 사랑에 빠진다. - P119

여행 가방에는 반드시 빈 공간을 많이 남겨 둬라
- P123

증류소마다 나름대로의 증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레시피란 요건대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에 대한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P176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는 (보모어 증류소가 있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섬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에 고요한 슬픔과도 같은 것이 떨쳐 낼 수 없는 해초 냄새처럼 끈끈히 배어 있다고, "세상에는 섬의 수만큼 섬의 슬픔이 있다." 수많은 슬픔과 수많은 위스키. - P177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는 산도 넘어야 하듯 이런 일도 체념하고 순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소. 물론 산이 없다면 길이 훨씬 더 편안하고 짧을 것이오. 그렇지만 산이 일단 가로 막은 이상, 넘을 수밖에 없지 않겠소! - P2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지 말라고 하는데도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만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길이 있다.


그런 경우가 가끔 있다. 남들은 다 그렇게 하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신념과 양심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내 마음이 꺼려하거나 부끄러운 일은 왠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조셉 콘라드˝의 <로드 짐>을 읽고 나서 왠지 격한 공감이 들었던 건 주인공 ˝짐˝의 성격과 행동이 ˝나˝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작가인 ˝콘라드˝는 이 작품에서 ˝짐˝이 보여주는 성격을 ‘로맨틱‘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정말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굽힐줄 모르는 이상주의에 혼자서  모든 고뇌를 짊어지는 ˝짐˝의 성격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에 있어서만 ‘로맨틱‘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드넓은 세계를 꿈꾸며 선원이 된 ˝짐˝은 자신이 2등 항해사로 탄 ‘패트너‘ 호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될 사건을 겪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항해하던 그 배는 어떤 거대한 부유물과 충돌하게 되고, 선원들은 선저에 발생한 충격에 의해 그들이 탄 배가 곧 침몰할 것이라는 오판을 하게 된다.  당시 배에는 구명정 보다 훨씬 더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었고,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만이라도 살기 위해 승객을 내버려 둔 채 배에서 탈출하여 구명정에 타게 된다.


˝짐˝은 그들의 행동에 강한 비겁함과 혐오감을 느끼면서 탈출을 거부하고 배에 남아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와 반하게 ‘패트너‘호를 탈출하여 구명정에 승선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합리화를 계속해보지만 그럴수록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되돌아갈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마치 우물 속으로 뛰어든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깊이가 한량없는 구멍 속으로 말입니다.˝]  1권 P.171



그런데 이후 그가 탔던 ˝패트너˝호는 침몰하지 않았고, 프랑스 군함에 의해 무사히 예인되어 부두에 입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만 살기 위해 승객을 버리고 간 파렴치한이 되어있었고, 그들은 해난재판에 회부되어 선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만약 ˝짐˝이 배에 남아있었더라면, 그래서 배를 지키고 승객들을 무사히 입항시켰더라면 그는 영웅까지는 아니었더라도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어있을텐데...

[저는 그런 지독히 부당한 일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도대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만 꼴사납게 난도질당하고 말았지요. 정말이지 사는 것이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걸 회피한다고 해서, 그걸 그런 식의로 회피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건 바른길이 아니었지요. 제 생각으로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런다고 해도 아무것도 끝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1권 P.202



그는 재판장에 서서 모든 수모를 겪게 된다. 그의 오랜 꿈이었던 선원의 박탈보다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게 아마 더 큰 고통이었을거다. 이후 그는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항구를 떠돌아 다니게 된다. ˝짐˝에게는 재능과 매력이 있었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주 잘했지만 그는 어느 한곳에 머물지 못한다.

[그는 너무 섬세하고 섬세해서 아주 불행했던 거야. 조금만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그런 마음고생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한숨짓거나 불평하거나 아니면 너털웃음을 웃으며 자신과 화해했을 테니까. 좀 더 거친 성격이었다면 아무 상처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무지했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내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을 테지.]  1권 P.268



결국 스스로 과거의 사건에 얽매여서  ‘이곳‘ 세상에 어울리지 못한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 지 못하는 ‘저곳‘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동남아의 오지섬인 ‘파투산‘ 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저쪽 세상에서는 살 자격이 없기 때문이오.˝]  2권 P.153



원주민들만 살고 있고, 외부와는 단절되어 있는 ‘파투산‘에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그곳에서 ˝투안 짐˝, 즉 ˝로드 짐˝으로 불리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쓸 필요 없는 ‘파투산‘에서 그는 지배자의 위치로 올라서게 되어 다시한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인생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존 세계에서 갈데까지 가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젠틀맨 브라운˝이라는 해적 선장과 일당들이 ‘파투산‘에 침입하게 되고, ˝로드 짐˝은 그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그 결과 원주민 추장의 아들은 해적들로부터 피살되게 된다.


만약 ˝로드 짐˝이 해적일당들을 모두 사살하라고 원주민들에게 명령했더라면 원주민의 피해는 없었을 것이고 그의 지위도 강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드 짐˝은 ˝젠틀맨 브라운˝에게서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해적 일행에게 아무짓도 하지말고 섬을 나간다면 목숨을 보장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하지만 사악한 해적 ˝젠틀맨 브라운˝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섬을 빠져나가는 척 하면서 원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한다. 그리고 도망을 친다.

[그들은 짐 자신이 살기에 부적합하다고 여기던 저쪽 세상에서 온 백인들이었고, 그가 버리고 온 세계는 이 백인 사자들과 함께 그를 은둔지까지 뒤쫓고 있었던 것이다.]  2권 P.249



이에 ˝로드 짐˝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또 한번 자기가 머물던 세계에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번에도 역시 도망가기 보다는 이 사태에 책임을 지게 되며,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그는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이상 갈곳도 없었고,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참한 심정으로 도망지면서 사느니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겠다는 로맨티스트의 마지막 선택.

[그제야 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충동적인 뛰어내림이라는 사소한 일 때문에 한 세상을 피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 손수 성취한 과업이 허물어져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자신의 백성들 사이에서 그가 부리는 하인이 안전하게 다니지도 못하게 되다니!]  2권  P.281




<로드 짐>은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 일단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만 진행되지 않고 섞여 있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다. 또한 전지적 시점이 아닌 관찰자의 시점으로 쓰여져 있고, 관찰자도 매우 다양하여 주인공인 ˝짐˝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짐˝에 대한 모호함이 가득했고, 독자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짐˝을 상상하고 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셉 콘라드˝의 글쓰기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우리가 관찰하고 듣는것 만으로는 인간의 내면을 제대로 알수 없고, 인간의 내면은 안개에 쌓여 있는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건 원래 불가능하다는 것을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자처하지는 않겠네. 내가 볼 수 있도록 그가 허용해 준 자신의 모습은 짙은 안개속의 갈라진 틈으로 흘낏 보이는 풍경들 같았어. 그 생생하지만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마는 세부 광경의 조각들은 한 지역의 전체적인 경치에 대해서 조리 있게 알 수 있도록 해주진 않아. 그 조각들은 호기심을 부추기기만 했을뿐 충족시켜 주지는 않았어.]  1권 P.119



비굴하게 사느니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마지막에는 죽음을 선택한 ˝짐˝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는 진정한 ‘로멘티스트‘ 였다.


ps. <암흑의 핵심>도 너무 좋았고, <로드 짐>도 너무 좋았다. 다만 누군가에게 이 책들이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10-31 15: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에게나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기질은 이렇게 남들보다 예리하게 삶을 느끼고 고뇌하는 인물들이 아닐까 또 생각해봅니다. 역시 명불허전 조셉 콘라드네요! 빨리 읽어보고 싶어져용(ʃƪ˘・ᴗ・˘)

새파랑 2021-10-31 15:27   좋아요 4 | URL
이 책 좋긴한데 읽는데 오래 걸리더라구요 😅 해설을 보니 콘라드의 작품이 현대 소설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ㅋ 그의 영향을 받은 후대 소설로 율리리스나 델러웨이 부인이 언급되던데 ㅎㅎ 역시 쉽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독서괭 2021-10-31 16: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어려운 책도 쭉쭉 완독! 개인이 양심을 지키며 살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주는 작품 같네요. <암흑의 핵심>을 담아갑니다. 한권이니까.. ㅋ

새파랑 2021-10-31 16:55   좋아요 4 | URL
이번달에 책을 많이 읽어서 마지막으로 어려운 책을 골라서 읽었어요 ㅋ <암흑의 핵심>은 찾아보니까 위대한 책 4위더라구요 ㅋ 한번 읽어보세요 ^^

mini74 2021-10-31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으니 뭔가 용기가 ㅎㅎ 읽다만 책장에서 과감히 책을 뽑아들어봅니다~ 새파랑님과 주인공이 닮았다니 그것도 좀 궁금하고 ㅎㅎ *^^* 새파랑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

새파랑 2021-10-31 19:47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고 다음 책을 읽으니 너무 편하게(?) 읽어지네요 ^^ 모든 책들 보면 다 내 이야기 같아요 😅

붕붕툐툐 2021-10-31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 걸리셔서 이틀만에 읽으신 겁니까?ㅎㅎㅎ 새파랑님과 닮은 주인공이라니 너무 궁금해요~ 새파랑님이 스스로를 이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계시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근데 만만치 않은 책일 듯하여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맨 마지막에 짐이 죽는 거 스포당한거 같기도 하구요~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0-31 21:11   좋아요 0 | URL
사회부적응(?) 하는 모습만 좀 닮았어요 😅 이 책은 결말을 알고 읽어도 전혀 문제는 없을듯 합니다~!! 툐툐님의 북클럽(?)에 이 책을 강추 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31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셉 콘라드의 작품을 얼른 읽고 싶어지네요. 신념을 가지고 남들이 쉽게 가는 길을 가지 않으면 그 만큼의 어려움이 따르는게 현실이잖아요~~
르드 짐의 내용이 넘 흥미로워요^^

새파랑 2021-10-31 23:47   좋아요 1 | URL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수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음을 잘 표현해주더라구요. 읽다보면 저렇게 까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

하나의책장 2021-10-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떠한 상황이 내 신념과 가치관 그리고 양심이 맞지않다면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저 또한 그렇게 되더라고요. 근데 그런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처받기도 한지라 망설여지기도 하고요ㅠ 주인공 짐의 성격과 행동이 새파랑님을 닮았다니 더더욱 짐에 대해 알아보고 싶네요!ㅎ

새파랑 2021-10-31 23:51   좋아요 0 | URL
쉽게 읽히지는 않은데 그만큼 생각할걸 많이 주는 책이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 ˝짐˝은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다는 ㅋ 좀 내려놔도 되는데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완독 성공~!!


모든 사람들이 장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던 시절의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삶이라는 사회적 구조는 짐의 손으로 세워진 것이지만, 그날 저녁에는 붕괴되어 피비린내 나는 폐허로 화할 것 같았다 - P230

허영심은 늘 우리의 기억을 상대로 음침한 속임수를 쓰는 법이며, 모든 열정의 진실은 그것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게 할 약간의 거짓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 P246

"길이 유료도로처럼 활짝 열려 있어서 거기에 들어서서 짐의 하찮은 영혼을 마음대로 흔들었다 뒤집었다 뒤엎었다 할 수 있었다." - P247

그들은 짐 자신이 살기에 부적합하다고 여기던 저쪽 세상에서 온 백인들이었고, 그가 버리고 온 세계는 이 백인 사자들과 함께 그를 은둔지까지 뒤쫓고 있었던 것이다. - P249

"인간이란 주변 사람들에 비해 별로 더 나쁘지 않으면서도 이따금 아주 간악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오." - P262

그제야 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충동적인 뛰어내림이라는 사소한 일 때문에 한 세상을 피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 손수 성취한 과업이 허물어져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자신의 백성들 사이에서 그가 부리는 하인이 안전하게 다니지도 못하게 되다니! - P281

"제가 당신께 절 버리고 떠나시라고 애원하던 날 밤을 기억하세요? 당신은 그럴 수 없다고 했지요.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불가능하다고요! 당신이 영영 절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 걸 기억하세요? 왜 그랬나요? 저는 당신께 약속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도 않았어요. 당신은 요구받지도 않은 약속을 했다고요. 기억해 보세요." - P287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0-31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 완독! 새파랑님 10월 마지막 주말 해피 할로윈~🎃

새파랑 2021-10-31 08:01   좋아요 0 | URL
할로원이군요 ㅋ 이런것도 몰랐어요 😅 다른 책 뭐 읽지 고민하다가 그냥 자버렸어요 ㅋㅋ

희선 2021-10-31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들었지만 끝까지 다 보셨군요 이걸 다 봤으니 다음 책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일지, 이걸 어떻게 쓰나 하는 마음이 먼저일지... 저는 책을 다 보면 늘 이걸 어떻게 쓰지 합니다 쓰다보면 쓰기는 하지만...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10-31 08:02   좋아요 0 | URL
희선님도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두 가지 마음이 아직도 갈등중입니다 ^^
 

뒤에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다






밤이면 우리를 향해 몰려오는 많은 천체 중에도 인류가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천체는 인류의 활동 영역 밖에 있고 천문학자들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세속적 중요성을 띠고 있지 않아. - P7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의 상상력의 결여도 믿을 수 없었어. 사태가 내 상상력으로는 예측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더 악화될 수도 있었거든. 그는 자기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내가 잊지 못하도록 했는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마치 자기네를 불안정하게 삶에 묶어두는 밧줄이 다른 사람의 밧줄보다 더 길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방향으로든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법이야 - P16

고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가 흘러들 수 있도록 그들은 먼 나라의 바닷가에서 자기네 뼈가 하얗게 표백하며 뒹구는 것도 감수했던 거야. 그들에 비해 시련을 덜 겪고 있는 우리 후배들에게 그들이 위대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무역의 역군이었기 때문이 아니고 오히려 정해진 운명의 도구가 되어 내면의 목소리와 핏속에 고동치는 충동과 미래에 대한 꿈의 명령에 복종하며 미지의 땅으로 진출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경이로운 사람들이었고 경이로운 것들을 행할 태세였음을 인정해야 해. - P20

전신 케이블과 우편선 항로가 끝나는 지점에서도 3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는 어찌하여 우리 문명의 초췌한 공리적 거짓말들이 시들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상상력만이 순수하게 작용하게 되는지 아는가 말일세. 그런 상상력은 부질없지만 예술 작품처럼 흔히 매력을 지니며 더러는 깊은 진실을 숨기고 있기도 하지. - P98

이처럼 한 망령의 마력에 이끌린 가엾은 인간이
또 다른 유령으로부터 엄청난 비밀을 짜내려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것은 이 세상의 열정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어떤 와해된 영혼에 대한 저 세상의 소유권과 관계되는 비밀이었어. - P148

누가 그를 필요로 할 것인가? 누가 그를 기억해 줄 것인가? 그는 바라던 것을 얻은 셈이었어. 그 무렵에 그의 존재는 이미 잊혀졌을 테니까. 그들은 자기네 운명을 지배하게 되었던 거야. 그들은 비극적이었어. - P149

"왜냐하면 그는 저쪽 세상에서는 살 자격이 없기 때문이오." - P1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