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정말 좋다. 문장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마음에 와닿는다.


소중한 걸 내놓아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면 내놓을 만해질 때까지 준비하며 기다려야 한다. 결국 내놓는 그것은 글이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가꿔온 인생 하나인 것이다. 그 인생의 경과를 진정성이라고 하고, 진정성은 자성이 있어서 사람을 끌어당긴다.

(진정성의 의미) - P214

어른이 되고 나서야 별 어려움 없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어마어마한 특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유난스러운 일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도 아니다.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다른 재밋거리에 빠져서 이지 읽을 줄 몰라서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독서는 인간의 노력으로 얻게 된 엄청난 행운이다.

(독서도 능력이다. 행운이다.) - P230

상처도 괴로움도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나는 내색하고 싶지 않았고 구태여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몸 안에 있으면 점점 옅어져 휘발할 것들이 흉터처럼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그게 두려웠다. - P231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너라는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사실적인 감정을 기록하려 했고,
너는 그 안에서 생생해졌고,
나는 표현된 감정만큼 너를 사랑했다.
- P236

사랑이 식었다는 말은 의미가 희미해졌다는 거고, 배신당했다는 말은 의미가 더렵혀졌다는 거고, 상처받았다는말은 의미가 다쳤다는 거고, 숨 막힌다는 말은 의미가 파괴됐다는 거고, 잊었다는 말은 의미를 잃었다는 거다.

(이런 표현을 하는 작가님의 감성이란)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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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1-16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쓰는 글은 에세이에서도 문장이 좋다고 들었어요.
새파랑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1-16 19:5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밑줄 그을 필요가 없더라구요. 다 밑줄 ^^ 아름다웠어요~!!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을 이루지못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그것도 하나의 인생이고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고 생각한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다.


˝프리츠 오르트만˝의 단편모음집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인정하는 업적을 성취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실패한게 아니고 다정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총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하나같이 독자에게 따뜻함과 여운을 남겨준다. 뭐니뭐니 해도 이 작품에서 가장 좋은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 였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곰스크에 걸었던 희망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곰스크로 가려 했던 이유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희미해져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를 향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도시에 도착한다는 명백한 확신이 시들해진 것뿐이다.]  P.11



어렸을 때 아버지로 부터 들었던 멀고도 멋진 도시‘곰스크‘, 나는 언젠가 곰스크로 떠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게 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라게 된다. 성인이 되어 나는 결혼을 하게 되고, 모든 돈을 들여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끈어 신혼여행이자 꿈을 향해 떠나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고, 결국 기차의 중간 경유지에서 부부는 경치를 보느라 기차를 놓치게 된다.


다시 기차를 타고 ‘곰스크‘로 떠나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했고, 그들은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올 ‘곰스크‘행 기차를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곰스크‘로 떠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그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며, 그곳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서빙일을 하면서 기찻값을 모으게 된 그는 ‘곰스크‘행 기차표를 예매하지만, 떠나기를 거부하는, 이미 이곳을 버릴 수 없는, 임신을 한 아내가 떠나는 걸 거부하게 되고, 결국 그는 그곳에 남게 된다. 꿈을 이루는 순간을 다시 한번 미루게 된다.


결국 그곳에 머무르게 된 부부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남편은 선생님으로 취직하게 되며 그렇게 그곳에서 살아간다. ‘곰스크‘로 가는 꿈은 가슴속에 묻어놓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인생을 실패한 것이라 할 수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선생님의 직업을 물려준 한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P.61



그럼에도 그는 오늘도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소리를 들으면서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열망이 식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꿈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너에게는 현재가 있고, 인생은 그렇게 따뜻한거야‘ 라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아주 아주 멋진 작품이라는 감탄이 든다.



표제작인 이 작품 이외에도 다른 일곱작품 모두 아주 훌륭하고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각기 다른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를 통해 막막하기만 한 인생에 대한 비유를 보여주는 <배는 북서쪽으로>,

[˝그래요, 지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가 혹시 정신병원인가요?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다니, 웃긴 일이잖아요.˝]  P.75


진정한 행복은 많은 것보다는 소중한 아주 조그마한 것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너무 많아서 그걸 헤아리다가 인간은 쭈그러들걸, 놀랍지 않소? 바다의 물방울만큼이나 그렇게 많은 곡들이 있건만 나는 이 일곱 곡만 있으면 행복해지니 말이오.˝]  P.94


개봉하지 않은 편지에 대한 강렬한 여운을 남겨주는 <붉은 부표 저편에>,

[저기 어디쯤 작은 방에 있는 리씨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오늘도 다른 날처럼 잠을 잘 것이고 아침에 우편배달부가 오면 이 밤이 다른 밤과 같지 않았음을, 완전히 다른 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P.106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게 위로를 건내는 것 같은 <두 시절의 만남>,

[양귀비꽃은 내일이면 시들 텐데. 양귀비는 넓은 들에서 누구나 꺾을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메르체데스를 타고 질주하면서 볼 수는 없는 것이지. 그러나 그것 역시 내일이면 시드는 것을.]  P.119


인생은 꽃과 같아서 그 시절이 지나면 향기를 잃지만 그래도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만은 남는다는 <양귀비>,

[˝이걸 선물할 거야.˝ 내가 말했습니다. 아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달랑 꽃잎 한 장인데다 곰팡내가 나는걸요.˝

˝그래.˝ 나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 이젠 너무 늦었지.˝]  P.132


한밤중에 목숨까지 내걸 정도로 마시고 싶었던 럼주차의 맛이 궁금해지는 <럼주차> 까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들이란 그렇거든. 생각하는 것이라곤 차와 럼주, 담배뿐이니, 그나저나 한밤중에 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네.]  P.163



특이한 점은 앞에 위치한 단편에 등장하는 단어나 내용들이 뒤에 위치한 단편의 제목이나 소재로 쓰인다는 것이다. 말의 흐름 시리즈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단편집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이 책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생각이 날때마다 꺼내 읽어봐야 겠다. 명작이란 이런 책을 말하나 보다. 앞으로 기차를 타거나 멀리서 들리는 기적소리를 들으면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실패한 인생은 없다.



Ps. 비겁한 사람
https://youtu.be/dbHwihUeBys
기차는 여섯 시에 떠나고
너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아니 오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끝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언제쯤 기다리길 멈추고
예정대로 기차에 오를까

(저번에 이 노래를 소개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소개해 본다. 너무 좋아서, 너무 어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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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6 14: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곰스크를 꿈꾸며 곰스크를 품고 사는 삶도 나쁘진 않을거 같아요. 곰스크에 도착하면 오히려 허무해지지 않을까싶기도 하고. 새파랑님 문장들도 책 속 글귀도 참 좋아요 *^^*

새파랑 2021-11-16 14:46   좋아요 5 | URL
꿈을 이뤘을 때보다 꿈을 꾸고있을때가 더 의미있을 수도 있겠다누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너무 좋네요 ^^

청아 2021-11-16 14: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성시경의 ‘잘 지내나요‘도 이 리뷰와 잘 어울리네요ㅋㅋㅋ
저도 미니님 말씀에 한 표👋

새파랑 2021-11-16 15:20   좋아요 4 | URL
미미님의 추천 노래를 찾아봐야 겠어요~!! 이 책 추천 드려요. 강추 ^^

페넬로페 2021-11-16 15: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리츠 오르트만~~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참 좋네요.
따뜻하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을것 같아요~~
왠지 곰스크란 단어도 넘 좋아요.
저는 어떻게 되든 그냥 인생에서 곰스크에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1-11-16 15:23   좋아요 5 | URL
이 작가님의 작품은 이게 유일한 것 같더라구요. 앏은 책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곰스크라는 지역을 검색해봤는데 못찾겠더라구요 😅 저도 곰스크에 가고 싶습니다~!!

stella.K 2021-11-16 1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여행 갔을 때 사서 가져갈 걸 그랬습니다.
이책 좋다는 얘긴 까마득한 옛날서부텀 익히 들었는데 말입니다.ㅠㅠ

새파랑 2021-11-16 19:49   좋아요 3 | URL
최근에 읽은 이 책하고 체링크로스 스트리트 너무 좋네요 ㅋ 완전 제 취향~!! 꼭 읽어보세요~!

scott 2021-11-16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삼척에 곰스크 라고 새겨진 간판을 봤는뎅! ㅎㅎㅎ

이책 별 🖐이시라면

리스본행 야간 열차 탑승!
추천 합니돵 ^ㅅ^

새파랑 2021-11-16 19:50   좋아요 3 | URL
역시 열차는 사랑~!! 곰스크 검색해보니 펜션이 나오더라구요 😅

행복한책읽기 2021-11-16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이 줄거리를 어디서 들었는데. 플친 리뷰에서였을까요? 라디오 방송일까요? ㅋ 오춘기 맞아 너 머하고 살았어 라는 질문이 눈 뜨는 순간부터 드는 제게 위로를 주는 책이고 리뷰에요. 실패한 인생은 없다!! 새파랑님 고마워요^^

새파랑 2021-11-16 19:51   좋아요 3 | URL
이 책 상당히 유명한 책이더라구요. 저도 자주 리뷰를 봤었는데 실제 읽으니까 더 좋네요~! 책읽기님의 인생은 행복 입니다 ^^

독서괭 2021-11-16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아주 오래전에 사놓고 계속 못 읽었는데요. 어디갔지.. 뒤적뒤적. 새파랑님 평을 보니 그동안 왜그리 안 읽었냐 게으름뱅이야! 싶네요 ㅠ

새파랑 2021-11-16 19:52   좋아요 4 | URL
명저 다락방님 책에도 이 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서 읽으셔야되요 ㅋ

붕붕툐툐 2021-11-16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단편집이 재미가 없는 적이 많더라구요~ 근데 이 책은 ‘곰스크‘가 너무 매력적이네용~ 곰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
왼손 투혼은 계속 되고 계신가요??

새파랑 2021-11-16 23:11   좋아요 1 | URL
곰스크 툐툐님께 강추 입니다. 그 작품만 읽으셔도 좋을거 같아요 ㅋ 역시 곰과 토끼 조합은 👍
왼손 오른손 엄지여서 스마트폰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ㅋ 일하면서 키보드 마우스 쓰는게 좀 어려울 뿐이에요 😅

희선 2021-11-17 0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집이군요 곰스크는 어떤 곳일지... 거기에 가는 기찻표가 비싼가 봅니다 돈을 모아야 한다니... 어딘가에 가는 게 꿈을 이루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을 마음에 품고 살아도 괜찮겠네요 실패한 삶은 없다는 말도 좋군요


희선

새파랑 2021-11-17 07:29   좋아요 3 | URL
엄청 비싼거 같더라구요. 꿈을 이루는 댓가이기 때문에 그런거라 생각이 듭니다. 희망을 주는 책이었어요~!!

그레이스 2021-11-18 1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너마저 ♡♡♡
기차는 우리에게 많은 메타포와 정서를 전달하죠^^

새파랑 2021-11-18 15:54   좋아요 1 | URL
기차 관련된 작품은 다 좋은거 같아요~!!
브로콜리는 사랑~!! 근데 먹는건 맛없어요 ㅜㅜ

그레이스 2021-11-18 16:02   좋아요 1 | URL
브로콜리 크림스프 맛있어요
저는 집에서 해먹어요^^
생각해보니 브로콜리 들어간 음식 다 좋아해요

새파랑 2021-11-18 16:47   좋아요 1 | URL
헉 ㅋ 오늘 브로콜리 크림스프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는걸까? 또다른 인생 책~!!






저기 어디쯤 작은 방에 있는 리씨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오늘도 다른 날처럼 잠을 잘 것이고 아침에 우편배달부가 오면 이 밤이 다른 밤과 같지 않았음을, 완전히 다른 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P106

양귀비꽃은 내일이면 시들 텐데. 양귀비는 넓은 들에서 누구나꺾을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메르체데스를 타고 질주하면서 볼 수는 없는 것이지. 그러나 그것 역시 내일이면 시드는 것을.
- P119

나는 방으로 달려가 오래된 노트와 편지를 찾아냈습니다. 그러고는 갈피를 일일이 뒤져서 마침내 양귀비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봉투에서 꺼내 아내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걸 선물할 거야." 내가 말했습니다. 아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달랑 꽃잎 한 장인데다 곰팡내가 나는걸요."

"그래." 나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 이젠 너무 늦었지."

그러고는 슬픈 마음으로 그 작은 양귀비꽃을 다시 봉투에 담았습니다. - P132

남자들이란 그렇거든. 생각하는 것이라곤 차와 럼주, 담배뿐이니, 그나저나 한밤중에 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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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1-16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빌려읽고 넘 좋아서 샀는데...
그러고는 다시 읽어보질 않았어요.

기억난 김에 눈에 잘 띄는 곳으로 꺼내놔야겠네요 ^^

새파랑 2021-11-16 11:53   좋아요 0 | URL
재독하시면 더 좋으실거 같아요. 넘 좋으셨다는데 공감이 됩니다~!!

페크pek0501 2021-11-16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스크로~~ . 이 책의 리뷰를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이미령 저자의 책이에요.
그래서 이미령 저자의 종이책도 샀죠.^^

새파랑 2021-11-16 13:39   좋아요 1 | URL
리뷰도 오디오북이 있군요 ㅋ 이 책 찾아보니까 유명한 책이더라구요 ㅋ 완전 좋아요 ^^
 

여러 단편들이 모여있는 책인데, 하나같이 묘한 분위기를 보인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곰스크에 걸었던 희망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곰스크로 가려 했던 이유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희미해져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를 향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도시에 도착한다는 명백한 확신이 시들해진 것뿐이다.

(꿈. 운명. 희미해져도 없어진 건 아니다.) - P10

"우린 모든 것에서 멀어져가는군요."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점점 익숙한 곳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이 여행은 끝이 없을지도 모르죠." - P12

하지만 그곳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어떤 느낌이나 희망, 걱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젊은 사람이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처럼.

(너무 먼 것 같은, 잡히지 않는 희망) - P34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 - P57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의미없는 삶이 아니다.) - P61

"그래요, 지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가 혹시 정신병원인가요?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다니, 웃긴 일이잖아요." - P75

"너무 많아서 그걸 헤아리다가 인간은 쭈그러들걸, 놀랍지 않소? 바다의 물방울만큼이나 그렇게 많은 곡들이 있건만 나는 이 일곱 곡만 있으면 행복해지니 말이오."

(조그만 것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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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5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스크 영화도 있는데
원작이 훨씬 좋습니다!

새파랑님 왼🖐 필력
1일 👌 리뷰 ^ㅅ^

새파랑 2021-11-16 00:00   좋아요 1 | URL
오늘 늦게 퇴근해서 책을 늦게 읽기시작했어요. 내일 완독하고 리뷰를 써야할거 같아요 😅 곰스크 완전 좋네요 ^^
 

내 주위에는 나와 운동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책과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별로 없다. 음악은 전멸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는 몇번 대화를 해본적이 있었는데, 나는 책에 대한 대화를 자주 하고 싶었지만 그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부끄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책 분야가 달랐을 수도 있고. 아님 내가 싫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북플은 나에게 신세계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다락방님의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다보면 왠지 북플에서 아주 좋은 리뷰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더 나아가서 마치 현실에서 친구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에는 다락방님이 즐겁게 읽으셨을 거라고 추측되는 77편의 작품과 그에 대한 코멘트, 에피소드와 감상등이 재미있게 쓰여있다. 역시 센스 있으신 작가님은 딱 77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100편이었으면 너무 정형적이어서 실망했을거고, 50편이었으면 너무 작아서 실망했을거다.


작가님이 쓰신 밑줄 긋그, 지하철 책읽기, 책챙기기는 완전 비슷해서 완전 공감했고, 책으로 엮은 인연, 지하철에서의 이야기, 극장에서의 이야기, 라식이야기, 누군가에게 쓴 편지 등 작가님의 실전 경험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했다. 인생을 마치 책처럼 소설처럼 멋지게 사는 작가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77 편중 7편을 읽었었는데,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고 나서 이 책에 수록된 9권을 구매했고, 이중 3권을 읽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매한 책 : <웃는 남자>,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곰스크로가는기차>, <한눈팔기>, <테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구매하고 읽은 책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섬>, <에브리맨>


책의 힘이란, 글의 힘이란, 작가의 힘이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책을 꼭 써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문장이 있는 책을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글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내가 밑줄 친 글을 읽으며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 P29

나는 왕복 네시간 동안 읽을 책을 선택하려고 책장 앞에 서서는 기쁘게 고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저 책이 좋을까. 몇 권 가지고 갈까, 혹시라도 한 권 가지고 갔을 때 다 읽으면 난감하니 두 권을 가져갈까. - P51

"사람들은 이 앞만 보고 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는 이유야." 나는 되물었다. 그렇지만 앞과 뒤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잖아.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앞뒤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 - P158

참 이상하다. 현재를 버리고 꿈을 좇는 영화를 볼 때,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에서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 져버리다니! 그래, 지금 내 삶도 나쁜 삶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내가 만든 삶이다. - P220

글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글로 가능한 게 대체 얼마나 많은가. 인물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인물을 내 마음대로 등장시킬 수도 있다. 나를 거절했던 남자를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로 탈바꿈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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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2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고 실천하고 또 읽는 새파랑님 참 북플인재상 드려야 합니다 ㅎㅎ 다락방님 글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저도 이 책 꼭 읽고 싶어요. ㅠㅠ 그럼 또 책 사겠죠 ? ㅎㅎ

새파랑 2021-11-15 20:52   좋아요 6 | URL
이제 걸어서 미션완료하러 가야겠습니다 ^^ 북플인재상 좋네요~!! 이 책읽음 장바구니 늘어나는거 확실합니다 😆

독서괭 2021-11-15 2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명저입니다. 책에 소개된 책을 또 그만큼이나 사고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새파랑님도 알라딘서재가 배출한 작가로 언젠가 데뷔하시길~~^^

새파랑 2021-11-15 21:43   좋아요 4 | URL
일단 글을 쓰는 법하고 맞춤법을 좀 배워야 할거 같아요 😅 명저가 맞습니다~!!

청아 2021-11-15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도 분명 멋진 책을 쓰게 되실거라 믿어요!! 이 리뷰만 해도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 책도 책을 부르는 책이군요~♡

새파랑 2021-11-15 21:44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완전 책을 부르는 책입니다 ㅋ 전 쓰는것 보다 읽는걸 좋아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

페넬로페 2021-11-15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로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이 북플이 너무 좋습니다.
이유경작가님의 책에 소개된 77편의 책이 궁금한데요~~그 일상도요.
근데 다락방님께서는 점심을 두가지 메뉴로 드시는 분 아닌가요?
뒷모습이 넘 아름다우시고 슬림하십니다 ㅎㅎ
새파랑님도 나중에 책 출간하시기 바래요^^

새파랑 2021-11-15 21:45   좋아요 4 | URL
ㅋ 두가지 씩 먹는다는 글을 자주 본 기억이 납니다~!! 책은 그래도 혼자서도 즐길수 있는 취미여서 좋은거 같아요 ^^

다락방 2021-11-15 21:45   좋아요 5 | URL
유감스럽게도 저것은 저의 뒷모습이 아닙니다………🥺

페넬로페 2021-11-15 21:47   좋아요 5 | URL
다락방님!
그럼 ‘잘 지내나요‘의 뒷모습은요?

새파랑 2021-11-15 21:48   좋아요 5 | URL
앗 원서 읽는 찢어진(?) 청바지가 다락방님이 아니시라니 😅

다락방 2021-11-15 22:02   좋아요 4 | URL
그것도 제가 아닙니다.. 유감입니다 ㅜㅜ 표지 디자이너가 구한 사진입니다 ㅜㅜ

페넬로페 2021-11-15 22:13   좋아요 4 | URL
유감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다락방님의 글이 넘 궁금해요^^
세번째 책, 기대할께요**

잠자냥 2021-11-15 23:54   좋아요 4 | URL
표지 디자이너가 아주 잘못했네요. ㅋㅋㅋㅋ 다부장님 정체를 너무 흐려놨어!!! ㅋㅋㅋ

잠자냥 2021-11-15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그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읽고 쓰시면 꼭 이루어질 거예요. 그리고 이 리뷰 그 작가 님이 참 좋아하실 것 같네요. 그래서 그 작가 님은 아마 내일 점심을 두그릇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1-15 23:58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의 희곡작품도 궁금합니다~!! 부장님 원래 두그릇 드시는거 아니었나요 ㅎㅎ

잠자냥 2021-11-16 00:05   좋아요 4 | URL
원래 두 그릇 드시는데, 항상 뭔가 이유를 만들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명분이 있어서 두 그릇 먹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 내일은 새파랑님의 이 리뷰로 자존감 뿜뿜하셔서 두 그릇 명분이 생기신 겁니다! 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16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쓰시게 될 겁니다. 암요. 격하게 조용히 응원합지요. 근데 저는 저 책이 무섭네요. 보관함을 불룩하게 만들 책 ㅋㅎ

새파랑 2021-11-16 07:52   좋아요 1 | URL
이책은 책읽기님에 금지책이 맞습니다~!! 근데 책읽기님 이미 읽은 책이 많이 포함되어 있은거같아요~!

희선 2021-11-16 0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속에서 이야기 하는 책이 일흔일곱권이라니... 많네요 새파랑 님도 이런 책 써보고 싶다니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16 07:53   좋아요 3 | URL
저는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마음만 ^^

붕붕툐툐 2021-11-16 0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다 읽으셨군요? 저도 아끼며 읽고 있는데-사실 겹치는 책이 너무 없어서 책 좀 더 읽고 읽어야겠다 이러구 있음-역시 새파랑님은 먼저 읽고 나온 책을 구매하셨다니 대단~👍

새파랑 2021-11-16 07:54   좋아요 2 | URL
겹치는 책이 너무 없다니 😆 저도 아껴읽는다고 하다가 나눠서 이책 읽었어요~ 툐툐님의 맨발걷기과 함께 이책 리뷰가 궁금합니다~!!

coolcat329 2021-11-16 0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책 저도 봐야겠어요. 북플엔 정말 멋진 분들이 많으세요~
새파랑님 꿈 꼭 이루시길요~

새파랑 2021-11-16 08:54   좋아요 2 | URL
북플 셀럽 다락방님 입니다 ㅋ 여긴 멋진분들 천국~!!

나뭇잎처럼 2021-11-16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뭐죠. 이 훈훈한 분위기. 새파랑님 팍팍 밀어드릴테니 염려치 마시고 쭉쭉 쓰세요. ㅎㅎㅎ 다락방님 책 디자이너는 센스쟁이 ㅋㅋ

새파랑 2021-11-16 11:16   좋아요 1 | URL
언제나 훈훈한 북플인거 같아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