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으로 보기가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하지만 한 줄의 실 뒤편에 이중 삼중의 인연이 뒤엉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도 새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에 걸맞은 변명이 있을 터이다. - P9

주고쿠를 떠날 때 아내의 어조는 당신처럼 고집이 세서는 어디에서도 안정된 생활은 불가능해요, 라는 훈계조로 바뀌어 있었다. 7년 동안 세 번이나 떠돌다 보니 아내는 점점 도야에게서 멀어졌다. - P14

도야가 세 번이나 직장을 그만둔 것은 스스로를 궁지에 빠뜨리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죄도 없는 아내를 고생시키려는 건 더욱 아니다.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왜 자신이 세상에 용해되려고 하지 않는가? - P15

지금까지는 어디를 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만 올곧다면 휘어진 대상이야 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꺾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명성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권위와 인망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인격의 힘으로 미래의 국민인 청년들에게 발전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범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6년여의 시간 동안 애써왔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 P18

종기의 고름을 빼달라고 부탁했는데 적당히 솜으로 종기 주변을 닦아내기만 하면 더욱 가려울 뿐이다. - P28

"아무래도 번민이라는 말이 최근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은데, 대개는 반짝 유행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런 종류의 번민은 이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겠지요." - P47

"단지 사랑이라고 하면 묘하게들릴지 모릅니다. 또 최근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연애 이야기를 하는것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번민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실 앞에서는 어떤 사람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 P48

사랑은 일방적으로 말하면 번민이 틀림없지만, 이런 번민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이라는 존재를 평생 깨닫지 못하게 되는것입니다. - P49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다. 세상은 명문을 입을 모아 칭송한다, 세상은 부자들을 칭송한다, 세상은 박사, 학사까지도 칭송한다. 그러나 공정한 인격을 만나서, 지위를 저버리고, 금전을 저버리고, 또는 학력이나 재능, 기예를 저버리고, 인격 그 자체만을 존경하는 일을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의 근본에 해당하는 인격에 비판의 기준을 두지 않고, 그 겉에 해당하는 부속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한다. - P56

"인간은 먹는 만큼 살이 찌지는 않아. 저놈은 그 정도로 먹는데 전혀 살이 찌지 않았어."

"책을 많이 읽는데 전혀 우수해 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군."

"그렇지. 피차 공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하하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네."

"난 그런 뜻으로 했네." - P104

문학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고통이 있고, 궁핍이 있고, 고독이 있고, 무릇 인생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곧 문학이고, 이런 것들을 맛본 사람이 문학자입니다. - P112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한가한 외톨이가 아니다. 동정심을 간절하게 바라고 인간을 갈구하는, 마음 달랠 길 없는 외톨이다. 나카노군은 병이라고했다. 자신도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것은 세상이다.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세상은 위험한 병자를 눈앞에 두고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세상은 자신을 병자로 만든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병자를 살해하려고 달려든다. 다카야나기 군은 세상을 저주할 수밖에 없다. - P126

가래에 피가 섞이지 않은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면 피가 섞일 때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껴야 하는 그런 운명에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카야나기 군은,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은 꺼리는 사람이다. 보통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모순을 무릅쓴다. 그들은 대개 행복한 삶이 목적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복을 즐길 인생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순한 생명은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 해도 행복을 향유할 필수조건으로서 온갖 고통 속에서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이런 모순을 무릅쓰며 속세를 살아가면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게다가 날마다 죽음에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부채를 갚으려고 하지만 다달이 새로운 부채가 쌓여가는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비참한 번민이라고 한다. - P129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서라도 걸을 생각이다. 어딘가 구체적인 목적지는 없지만 그냥 걸어볼 작정이다. 전차는 무작정 달릴 뿐, 왜 달려야 하는지 전차도 알 리 없다. 다카야나기 군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걷고 있는지는 전차와 마찬가지로 알지 못한다. 아무 일도 없고, 또 걷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걷게 하는 것은 잔혹한 일이다. 잔혹함이 걷게 만들기 때문에 원수를 갚기는 어렵다. 적을 붙잡고 싶다면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세상이다. 다카야나기 군은 혼자서 그 적진 속을 걷고 있다. 아무리 걷는다고 해도 역시 외톨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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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0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 독서는 소세키옹과 함께

모닝 리뷰 쓰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12-20 07:19   좋아요 2 | URL
이번주말은 책을 잘 못읽었어요 😅 오늘은 써 보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급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장 우아한 것만 마음에 들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면 둘째로 좋은 것은 아예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에피는 단념할 수 있었으며, 그 점에서 브리스트 부인은 딸을 제대로 본 것이었다.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꼭 갖고 싶은 것은 언제나 아주 특별한 것이어야 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 P41

"아니요, 엄마. 진심이에요. 사랑이 첫째지만, 영광과 명예가 바로 다음이고, 그다음은 재미예요. 그래요, 재미요. 나는 새로운 것, 웃거나 울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해요. 지루한 건 절대 못 참아요." - P43

"물론이에요. 목사님은 바로 이렇게 덧붙였던 것 같아요. 기본 원칙이 있는 남자라고, 그건 더한 거예요. 하지만 나는, 나는 그런게 없어요. 엄마, 그래서 괴롭고 불안해요. 그이는 상냥하고 너그럽지만, 나는 그이가 무서워요." - P47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실패하는지 아세요? 오로지 정 때문이랍니다. - P50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애는 말은 하고 싶어하지만 속마음을 명확하게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아요. 많은 것을 혼자 속으로 해결하지요. 수다스러우면서도 폐쇄적이라고 할 만큼 내성적인 아이예요. 두 가지가 묘하게 섞여 있다니까요." - P52

"아, 부인, 젊음을 폄하하지 마세요. 젊다는 건 결점이 있어도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늙었다는 건 미덕이 있어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노년은 몰라도 청춘을 논할 자격은 없지요. 저는 한 번도 젊었던 적이 없거든요. 저 같은 사람은 청춘이 없답니다. 그것이 제일 슬픈 점이지요. 진정한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숙녀가 당황할까 두려워 춤 한번 신청 못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어느새 늙는 거예요. 불쌍하고 허무한 인생이지요." - P87

기스휘블러는 바로 사랑을 고백하고 시드 혹은 캄페아도르가 되어 목숨을 내놓고 그녀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가슴이 벅차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 벌떡 일어나 모자를 찾았는데 다행히 바로 찾아 머리에 쓰고는 에피의 손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춘 다음 한 마디도 더 안 하고 서둘러 가버렸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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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2-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 급이라구요??? 오오

새파랑 2021-12-17 23:59   좋아요 3 | URL
같은 급이라기 보다는 3대 불륜(?) 소설이라고 어디서 본거 같아요 ^^ 어떤 분의 서재인지는 까먹었어요 😅

페크pek0501 2021-12-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7쪽. 허무한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 보는 게 좋겠어요.
하고 나면 해 봤다는 경험이란 재산이라도 가지니까 말이죠. 경험을 통해 분명 얻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새파랑 2021-12-19 16:41   좋아요 1 | URL
역시 책보다는 경험하는게 더 교훈이 되는게 맞는거 같아요. 그 과정이 좀 고난일 수도 있지만^^

서니데이 2021-12-19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쁜 책이네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 요즘은 양장본이 나오지 않는데? 하고 찾아보니까 2010년에 나온 책이었어요. 근데, 이번에 처음 나온 책 같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19 16:4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우주점 갔다가 가져온 책이에요 ㅋ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일이 좀 있어서 흐름이 끈겼어요 😅
 


˝당신과 함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그 살아 있는 대답이니까. 신 그 자신과 함께 신의 존재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것처럼.˝


갑자기 사강의 책이 읽고 싶어서 <마음의 파수꾼>을 선택했다. 이번달에 이미 사강의 책을 한권 읽어서 안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런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는 사강밖에 없다고.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래도 <마음의 파수꾼>에서 다루는 사랑은 다소 특이한 형태다. 플라토닉 사랑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도로시)을 괴롭히는 사람은 모두 없애버리는 한 남자(루이스)의 사랑. 그런데 한 남자(루이스)는 그녀(도로시)와 사랑을 나누는 다른 남자(폴)는 지켜준다. 왜냐면 다른 남자(폴)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녀(도로시)가 슬퍼할 걸 알기 때문에.


-------------------

40대 중반의 시나리오 작가인 ˝도로시˝는 그녀를 좋아하는 40대 금발의 미남 ˝폴˝과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그를 괜찮다고 생각은 하지만 확 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리이브 도중 한 남지가 갑자기 차에 뛰어들고, ˝폴˝은 사람을 치지는 않았지만 차는 전복된다. 다행이 ˝도로시˝와 ˝폴˝은 다치지 않았지만, 차에 뛰어든 남자는 파편을 맞고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얼까?

[그는 저 멀리에 보이는, 검은색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집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아마도 죽어가고 있을 그 청년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길 위에 홀로 남겨졌다. 갑자기 그 청년이 눈을 뜨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P.18



차에 뛰어든 남자의 이름은 20대로 보이는 ˝루이스˝였고, 그는 사고 당시 LSD를 먹고 환각상태에서 뛰어든 것이었다.  ˝도로시˝는 잘생기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루이스˝에게 왠지 모를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되고, 그녀는 ˝루이스˝를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치료하게 한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를 ˝폴˝은 못마땅해 한다. 아들뻘이긴 하지만 외간 남자와 한집에서 산다는건 누가봐도 이상하지만, 사강이 쓰니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낮의 아름다움, 밤의 혼란, 알코올과 쾌락이 선사하는 현기증,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 일이 가져다주는 흥분, 그리고 건강. 또한 잠이 베개 위에, 죽음의 자세 속에 우리를 다시 묶어두기 전에 각자의 앞에 놓인, 자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 거대한 낮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생생하게 일깨우는 믿을 수 없는 그 행복을.]  P.74



˝루이스˝ 역시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 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도로시˝에게 사랑을 느끼며 그녀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원하는 사랑은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 그는 그녀가 ˝폴˝과 외박을 해도 결코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를 힘들게 했던, 그녀를 함부로 대했던 사람들에게 깊은 증오심을 가진다.

----‐---------------------
˝그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서 벌 받은 거죠. 인생은 그런 거예요.˝

˝너 유치하구나. 하지만 고맙게도 인생은 너처럼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

˝인생은 유치할 수 있어요.˝
----‐---------------------  P.50



잘생기 외모 덕분에 신인 배우로 데뷔하게 된 ˝루이스˝, 많은 여배우들이 그에게 접근하지만 그는 오직 ˝도로시˝에게만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와 한집에 살면서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 그녀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알게 되고, 갑자기 그녀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이 하나 하나씩 사고로 죽게 된다. 쳐음에 그녀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불현듯 이 사고를 일으킨게 ˝루이스˝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되고, 그에게 진실을 물어본다. 하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죽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증거가 전혀 없거든요. 그들은 당신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P.113



어떻게 보면 살인자이지만, ˝도로시˝가 적의를 가지고 말한 사실 때문에 살인을 하게 된 ˝루이스˝, 과연 그녀와 그의 기이한 동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루이스가 내 손에 자기 머리를 얹었다. 손가락 사이로 뜨뜻미지근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섯 달 전 인적 없는 길에서 이글거리는 불빛을 받으며 이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을 때, 이것과 똑같은 피가 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을 때 왜 아무런 예감을 느끼지 못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루이스를 그곳에 버려두고 도망치거나 그가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했다.]  P.162




책을 읽으면서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화 하기에 적당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놀랍게도 외국이 아닌 이 작품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한국 영화가 있었다~!


이 책에는 온갖 사악한 것들이 등장한다. 술, 마약, 살인, 불륜, 배신, 비이성적인 사랑 등. 하지만 내용이 어둡지 않고, 오히려 사강 특유의 문체와 시적인 문장 때문에 아름답게 읽혀진다. 그리고 ˝도로시˝를 둘러싼 ˝루이스˝와 ˝폴˝의 기이한 삼각관계는 작가인 ˝사강˝이 꿈꾸는 연애 판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에게 무조건 헌신하는 남자와 이성적으로 매력적인 남자와의 공존.


<마음의 파수꾼>은 사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이었고, 사강이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강의 첫 작품으로 접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작품이지만, 그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이번에 읽은 <마음의 파수꾼>이 내가 읽은 사강의 여섯번째 작품인데 다른 사강책도 빨리 읽어야 겠다.

PS.  혹시 사강 작품을 안읽어 보셨다면 <슬픔이여 안녕>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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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17 1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강도 꾸준히 읽고 계시네요
새파랑님 리스펙 !

새파랑 2021-12-17 13:03   좋아요 4 | URL
이상하게 전작의 욕구가 생깁니다 😆

그레이스 2021-12-17 13:22   좋아요 4 | URL
이제는 습관성 전작읽기의 경지에 !

scott 2021-12-17 1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강! 21세기 읽어도 문장이 세련 되었죠!! 새파랑님은 책 독파수꾼 ㅎㅎㅎ 담번 책은 하루키옹!🖐^^

햇살과함께 2021-12-17 12:53   좋아요 6 | URL
하루키옹은 너무 다작하셔서 새파랑님 독파하시려면 힘드실 듯^^ 저는 브람스.. 만 읽었는데 슬픔이여 읽고 싶네요!!

새파랑 2021-12-17 13:05   좋아요 5 | URL
책 파수꾼은 스콧님 아닌가요? ㅋ 사강 문장은 정말 세련된거 같아요 ^^ 하루키도 다시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하는데....

새파랑 2021-12-17 13:06   좋아요 6 | URL
제가 하루키옹의 장편들은 다 두번씩 읽어봤어요 ^^ 이번에 다시 전작하면 세번째? 😅 저의 원래 원탑 작가는 하루키였습니다 ^^
슬픔이여 안녕 괜찮아요~!!

햇살과함께 2021-12-17 18:53   좋아요 2 | URL
오호 대단하십니다~!!

청아 2021-12-17 13: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그렇고 사강은 실제로 연하남과 플라토닉한 사랑을 해봤나봐요ㅎ ‘시몽‘에 대한 느낌이 참 좋았는데,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12-17 14:17   좋아요 4 | URL
사강은 연하든 연상이든 모두한테 인기도 많았을거 같아요. 역시 ... 세개 찍는 미미님은 책잘알~!!

행복한책읽기 2021-12-17 14: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서재의 달인 축축축. 님 당근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지요. <읽으면 무조건 쓴다> 를 실천하는 진정한 독서꾼. 그 실천력 진정 본받고 싶어요.^^ 사강의 이 글은 나중에 읽을게욤~~~

새파랑 2021-12-17 14:42   좋아요 4 | URL
<읽으면 무조건 쓴다> 이게 괜찮더라구요ㅋ 리뷰를 쓰니까 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더 높아지는거 같아요 ^^
책읽기님도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2-17 14: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 사강, 소세키, 필립 로스, 졸라~~전작 읽기 도전!(또 있는겨?)
거기에다 도스토옙스키, 하루키는 이미 전작 읽기 마쳤고~~
페넬로페, 이럴 시간없어!
빨리 책 읽어^^
새파랑님, 언제나 존경합니다♡♡

새파랑 2021-12-17 15:32   좋아요 6 | URL
이 다선 작가의 작품만 읽겠습니다. 이제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다 읽고 구매해야할거 같아요 😅
페넬로페님은 쉬엄쉬엄 읽으셔도 됩니다. 페넬로페님이 존경하는 만큼 ×2로 제가 더 존경합니다 ^^

바람돌이 2021-12-17 14: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슬픔이여 안녕이 안맞으면 사강이 저랑 안맞는거 맞을까요? ㅠ.ㅠ

새파랑 2021-12-17 15:33   좋아요 5 | URL
그 책이 안맞으시면 다른 책들도 안맞을거 같아요 🤔 원래 맞는 작가가 있고 안맞는 작가가 있는거 같아요. 다 좋을수는 없으니~!!

구단씨 2021-12-17 14: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강의 책을 다 읽은 건 아닌데요. 저는 쉽지 않더라고요.
인생이 담긴 이야기에 빠져들기는 해도, 한 사람의 삶을 다 이해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 ^^

새파랑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2-17 15:50   좋아요 5 | URL
사강 책도 호불호가 갈리는거 같아요. 전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입이 잘 되더라구요. 만나본적은 없지마 ^^ 감사합니다~!! 구단씨님도 다시 한번 달인 축하드려요~!!

coolcat329 2021-12-17 15: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강은 브람스만 읽으면 된다하고 접은 작가인데 ㅋㅋ 책이 참 많네요. 슬픔이여 안녕 추천하시나요? 갈등갈등~~읽어보겠습니다!

새파랑 2021-12-17 16:03   좋아요 5 | URL
쿨캣님은 저랑 좋아하시는 책 스타일이 비슷하셔서 괜찮을거 같은데요? ^^ 읽고 좋으셨으면 합니다~!!

stella.K 2021-12-17 16: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엇, 동명 영화가 있었군요.
저도 찾아 봐야겠어요.
정말 이 작품은 영화화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사강 작품 하나 읽은 게 있는데 사춘기 소녀가 읽기엔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이내 못 읽고 있었네요.
저도 기회되면 함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서재의 달인 축하합니다.
알라딘 출근의 달인 같은 거 있으면 저도 순위 안에 들었을 텐데
선물도 약간 후져서 안되도 별로 섭섭한 건 없네요.
미안함다. 이거 남 좋은 일에 예의는 아닌 것 같은데
솔직한 게 병이라면 병이죠.ㅋㅋ

새파랑 2021-12-17 16:06   좋아요 5 | URL
영화 주인공이 배우겸 가수 김민종님 이더라구요 ㅋ 제가 영화는 워낙 약해서 😅 축하 감사합니다 ^^ 근데 서재의 달인이 중요한가요. 즐겁게 책읽는게 더 중요하죠~!!

mini74 2021-12-17 16:5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인생 유치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제가 유치해서 ㅠㅠ 사강은 왠지 글을 참 쉽게 쓸거 같아요. 그냥 막 쓰는데 문장에 빛이 파박. ! ㅎㅎㅎ 새파랑님 알라딘에서 전작 하면 작가이름 적힌 뱃지 달아주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ㅎㅎ

새파랑 2021-12-17 17:08   좋아요 7 | URL
저도 유치합니다 ^^ 저도 사강처럼 빛이나는 리뷰를 쓰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포기입니다~!!

stella.K 2021-12-17 17:37   좋아요 5 | URL
여기 유치 하나 더 추가요!
저 유치 작렬입니다.ㅋㅋㅋ

새파랑 2021-12-17 17:43   좋아요 5 | URL
유치한 사람 적어도 세분은 있군요 ^^

모나리자 2021-12-17 16: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새파랑님~
그 누구보다도 더 진정한 달인이세요~^^ㅎㅎ

새파랑 2021-12-17 17:09   좋아요 6 | URL
모나리자님 감사합니다 ^^ 제가 북플에서라도 달인 소리를 들으니 기쁘네요~!!

초란공 2021-12-17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의 달인 축하와 리스펙 드립니다^^

새파랑 2021-12-17 23:55   좋아요 3 | URL
리스펙까지는 제가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 초란공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독서괭 2021-12-17 2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잉 저는 <슬픔이여 안녕>이 그냥그랬어서, 이거 그냥그랬으면 사강이 안 맞는 걸까요, 다른 분께 물었더니 그럴 것 같다고 하셔서, 별로 읽어볼 생각이 없었는데 <마음의 심연>과 <마음의 파수꾼>은 재미있어 보여서 갈등되네요.

새파랑 2021-12-17 23:58   좋아요 3 | URL
마음의 심연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어요 ^^ 독서괭님은 매운맛 소설이 더 잘맞는거 같아요~!!

han22598 2021-12-18 0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강을 좋아합니다. ㅎㅎㅎ [슬픔이여 안녕] 읽어야겠어요 ㅋㅋ

새파랑님 서재 달인 축하드려요. 너무 예상되는 결과지만 말이죠 ㅎㅎ

새파랑 2021-12-18 08:55   좋아요 2 | URL
제가 북플의 독보적 미션을 열심히 해서 그런거 같아요 ^^ 감사합니다~! 우울할때 슬픔이여 안녕을 읽어보세요~!!

ilovebooks 2021-12-18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새파랑님.
저도 어서 읽어야 할텐데....
너무 기대중입니다.

새파랑 2021-12-18 16:38   좋아요 1 | URL
아이러브북스님 감사합니다 ^^ 저는 사강의 책들은 다 좋았어요~!!

희선 2021-12-19 0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야기를 보다보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다르면서 비슷한 느낌... 도로시를 괴롭히는 사람을 죽이다니, 도로시는 그걸 알면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의 파수꾼은 루이스일까요 도로시 마음을 지키고 싶은...


희선

새파랑 2021-12-19 10:35   좋아요 1 | URL
마음의 파수꾼은 ˝루이스˝가 맞는거 같아요. 좀 비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은 사랑 이겠죠? 브람스랑 비슷한 분위기가 있긴 있어요^^

페크pek0501 2021-12-19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강의 작품 제목이 다 좋네요. 사람의 맘을 끄는 제목들이에요.^^

새파랑 2021-12-19 16:50   좋아요 1 | URL
프랑스 작가들이 제목을 잘 짓는것 같아요 ^^ 뭔가 마음에 확 들어요~!!
 

내용이 많이 특이하긴 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내 이름은 도로시 시모어다. 마흔다섯 살이고, 이목구비에는 피로의 흔적이 약간 엿보인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그렇게 되는 것을 전혀 막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P9

그는 저 멀리에 보이는, 검은색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집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는 아마도 죽어가고 있을 그 청년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길 위에 홀로 남겨졌다. 갑자기 그 청년이 눈을 뜨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 P18

"당신도 알겠지만, 난 돌이킬 수 없어요. 나는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요."

"사람은 뭐든 돌이킬 수 있는 법이지."

"아뇨, 당신과 나 사이에는 인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당신도 그걸 느낄 거예요. 당신은 그걸 알아야 해요. 그걸 알지 않으면 안 돼요." - P35

"그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서 벌 받은 거죠. 인생은 그런 거예요."

"너 유치하구나. 하지만 고맙게도 인생은 너처럼 그렇게 유치하지 않아."

"인생은 유치할 수 있어요." - P50

낮의 아름다움, 밤의 혼란, 알코올과 쾌락이 선사하는 현기증,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 일이 가져다주는 흥분, 그리고 건강. 또한 잠이 베개 위에, 죽음의 자세 속에 우리를 다시 묶어두기 전에 각자의 앞에 놓인, 자신에게 주어진 그 모든 거대한 낮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생생하게 일깨우는 믿을 수 없는 그 행복을. - P74

그녀는 지난 오 년 동안 프랭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심지어 그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오후 시간이 갑자기 비었거나 새 애인이 그녀의 감정적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 거라고 추측했다. - P90

"당신과 함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그 살아 있는 대답이니까. 신 그 자신과 함께 신의 존재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것처럼." - P99

"루이스…… 네가 그들을 죽인 거 아니지, 그렇지?"

"누구요?"

"모두 말이야. 프랭크, 볼튼, 그리고 루엘라."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증거가 전혀 없거든요. 그들은 당신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 P113

1. 내 허락 없이는 절대로 아무도 죽이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2. LSD 복용을 끊는다.

3. 이 집에서 나가 혼자서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 P124

"당신이 알지 모르지만, 폴이 죽든 살든 내겐 아무 상관 없어."

"그렇다면 왜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폴을 구한 거야?"

"당신은 그를 좋아하고, 그가 죽으면 힘들어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만약 폴이 내 애인이 아니었다면 넌 가만히 앉아 서 그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을 거라는 뜻이야?"

"네." - P144

"이보세요, 난 사람들이 자기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난처한 일이죠.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와 함께 사는지, 무엇을 해서 사는지, 누구와 함께 자는지, 그들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죠. 아무튼, 다들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르는 부분이 조금은 있어야 편안하죠, 안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 P154

루이스가 내 손에 자기 머리를 얹었다. 손가락 사이로 뜨뜻미지근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섯 달 전 인적 없는 길에서 이글거리는 불빛을 받으며 이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았을 때, 이것과 똑같은 피가 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을 때 왜 아무런 예감을 느끼지 못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루이스를 그곳에 버려두고 도망치거나 그가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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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9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재밌나 보군요. 제가 읽었던 사강의 소설은 좀 싱거웠어요. 그 뒤로 안 읽게 되더군요.^^

새파랑 2021-12-19 16:53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쎈(?)걸 좋아하시는군요 ㅋ 그럼 이 책도 별로이실거 같아요 ㅎㅎ
 
빛 속으로 - 한국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 평생을 방랑자로 산 작가 김사량의 작품집
김사량 지음, 김석희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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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보니 모든것이 자신을 슬프게 할 씨앗이 아니었던가˝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영화를 볼때면 항상 생각하는게 있다. ‘과연 내가 저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는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을까? 아니면 그냥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살았을까?


시간이 흐른 후에야 누구나 쉽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말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건 그때 그 시절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녹색광선에서 여섯번째로 출판된 책 <빛 속으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작가인 ˝김사량˝이, 일본어로 쓴 단편을 모은 작품이다. 솔직히 ˝김사량˝ 작가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1914년 태어난 그는 평양에서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쿄제대에 입학했으며,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을 쓰지만, 한때는 일본을 위한 글을 쓰기도 하였으며, 이후 중국에 있는 항일근거지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해방 후 그는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가게 되고 6.25. 전쟁때 북한의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1950년에 사망한다.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친일 이력에다가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가게되어, 우리나라와 북한 어디에도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잊혀졌던 작가였던 ˝김사량˝.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저항작가로 다시 알려지게 되면서 그의 작품은 주목받게 된다.


이 작품에 실려있는 단편 <빛 속으로>, <천마>, <풀이 깊다>를 읽어보면 일제강점기 시대에 저항하는 모습에 더하여,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1.

표제작인 <빛 속으로>에세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주요 테마는 이름. 됴쿄국제대학 학생인 ˝남˝이라는 이름의 주인공 ˝나˝는 빈민촌의 S 협회에서 이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를 ˝남 선생님˝이 아닌 일본식 이름 ˝미나미 선생님˝ 이라고 부른다. ˝나˝ 역시 이걸 고치려고 하지 않고 ˝미나미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내버려 둔다. 오히려 조선인의 이름을 감추면서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그곳에서 살아가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러한 것에 대한 가책과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조선인이라고 하면, 저런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기분 속에는 애정 이외에 나쁜 의미의 호기심이랄까, 아무튼 다른 감정이 앞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감추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모두가 그런 식으로 나를 불렀을 뿐이에요.]  P.22



이후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 ˝야마다 하루오˝를 만난다. 그 아이는 ˝나˝를 볼때마다 ˝조센징˝이라고 놀려대고, 조선인을 증오하며,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아이였다. 처음에 ˝나는˝ 그를 일본인 아이라고 알았지만, 이후 그 아이의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어머니는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고 조선인을 싫어하며, 어머니는 자신이 조선인임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야마다 하루오˝에게 ˝나˝는 연민을 느끼고,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아이와 가까워 질수록 나는 왠지 모를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한 줄기 빛을 보게 된다.

----------------
˝선생님, 나는 선생님 이름을 알아.˝

˝그래? 말해봐.˝

˝남 선생님이지?˝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는 내 손에 자기 옆구리에 끼고 있던 웃옷을 내던지고 달려 내려갔다.
나도 문득 구원받은 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쓰러질 듯 타다닥 하고 그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  P.68



2.

두번째 작품인 <천마>는 경성을 배경으로, 일본인 관료를 등에 엎고 온갖 기행을 일삼는 작가 ˝현룡˝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준 낮은 외국어와 얕은 지식을 앞세워서 깨어있는 작가 행세를 하는 ˝현룡˝, 하지만 그의 만행을 더이상 봐줄수 없었던 일본인 관료˝오무라˝는 그에게 절로 유배를 가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절에 너무나 들어가기 싫었던 그는 일본에서 우연히 알게된 ˝다나카˝라는 작가가 경성에 방문하여 관료 ˝오무라˝를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작가 ˝다나카˝를 찾아가 그가 절에 안들어가도록 힘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일본인 앞에서 조선인을 욕하며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천룡˝을 보면서 작가인 ˝다나카˝는 그의 모습을 조선의 대표적인 ‘인텔리‘로 보게된다. 결국 설득은 실패하고, 그는 자신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라고 외치고 다니면서 약간은 미쳐버리게 된다.

[일본인을 만났을 때는 일종의 비굴함으로 조선인의 험담을 줄줄이 늘어놓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리하여 비로소 자신도 일본인과 동급이라고 믿는 그였다. 드디어 현룡은 불같은 열정으로 타올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나는 이런 구제할 길 없는 민족성을 생각하면 슬퍼서 견딜 수가 없다네. 다나카, 이보게 자네, 내 기분을 알겠나?˝]  P.120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일본인 앞에서 굽신거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천룡˝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인텔리‘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고 있다.



3.

세번째 작품인 <풀이 깊다>는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식민지의 이중언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정책 중 하나인 ‘색의 장려(백색 옷의 착용 금지)‘를  위해 산민들에게 일본어로 연설하는 군수(주인공의 작은아버지), 그리고 이를 조선어로 통역하 는 코풀이 선생님(주인공의 중학교 은사)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프기만 하다.


이러한 어이없는 상황을 지켜보던 주인공 의대생 ˝박인식˝은 이후 흰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먹물을 뿌리는 폭력성을 목격하게 되고,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조국의 비통함을 체감한다. 이후 그는 화전민들의 치료와 야학을 위해 산으로 들어간다. 일본의 폭력성을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살아야 했던 화전민의 모습은 마치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의 안타까움과 겹쳐보였다.

[방화는 쫓겨 들어가는 그들이 이 세상에 퍼붓는 일종의 저주일까? 군청에서는 자기 관할 내에서 만큼은 화전민들을 살게 할 수 없다며 사방에서 화전민을 쫓아내기만 하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산속 깊이, 산속 깊이.]  P.175




일제강점기를 살아가야 했던, 그리고 ‘적의 언어‘인 일본어로 글을 썼던 작가 ˝김사량˝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 책의 해설에도 나와있지만 책을 읽고나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소설인 <문맹>이 떠올랐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때 일본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저항문학 이겠지만,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주는 것 역시도 저항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간 사람들에게 위로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Ps 1. 표제작인 <빛 속으로>는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2. 이로써 녹색광선에서 출판한 여섯권의 책을 다 읽었다. 곧 일곱번째 책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 책도 빨리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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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07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1-07 19:16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요 2022년도 잘 부탁드려요 ^^

thkang1001 2022-01-07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07 19:16   좋아요 3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감 2022-01-07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당선 축하해요 ^^

새파랑 2022-01-08 00:18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1-07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새파랑 2022-01-08 00:18   좋아요 2 | URL
축하를 또 받네요~!!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초란공 2022-01-07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적의 언어로 글을 쓴 크리스토프도.... 그렇군요.
정체성이라는 주제가 선명하네요.

새파랑 2022-01-08 00:20   좋아요 1 | URL
초란공님 이 책 좋아하실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독서 응원합니다~!!

러블리땡 2022-01-08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새파랑 2022-01-08 00:20   좋아요 2 | URL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 러블리땡님 주말독서도 화이팅 입니다~!!

페넬로페 2022-01-08 0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녹색광선 출판사 찐사랑의 보답같아요. 당연한 리뷰 당선입니다.
저도 하나씩 관심 가져 볼께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1-08 07:52   좋아요 4 | URL
또 감사합니다~!! 제가 한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합니다 ^^

희선 2022-01-08 0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김사량 작가를 사랑할지도 모르겠네요 좋아하는 작가에서 한사람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1-08 07:53   좋아요 2 | URL
ㅋ 사랑까지는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는 맞습니다~!! 희선님 주말 잘 보내세요 ^^

bookholic 2022-01-08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정성스러운 글은 이달의 당선작 첫손에 꼽을 만합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1-10 06:03   좋아요 1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 이번달에도 함께 열독 하시죠~!!

하나의책장 2022-01-10 0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에는 새파랑님이 빠질 순 없죠!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굿밤되세요♡

새파랑 2022-01-10 06:04   좋아요 1 | URL
하나님 감사합니다 ^^ 새벽에 봤네요 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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