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골의 글은 재미있다. 그리고 카자크는 호전적이어도 너무 호전적이네 ㅋ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 P10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 P18

"성모님! 이 두 아들을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얘들아! 이 어미를 잊지 말아다오. 한마디라도 좋으니 소식을 보내다오!" - P25

"총대장, 어떻소! 자포로제 친구들도 나설 때가 되지 않았소?"
"갈 데가 있어야지."
총대장은 입에서 담뱃대를 빼고 옆으로 침을 뱉고 나서 대답했다.
"어떻게 갈 데가 없다고 하나요? 터키 지방이나 타타르 지방으로 나갈 수 있지 않소."
"터키도 안 되고 타타르도 안 되오.‘
총대장은 다시 담뱃대를 입에 물며 냉담하게 대답했다.
"왜 안 된단 말이오?"
"그렇지 않소. 우리가 술탄(터키의 왕)에게 평화를 약속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마호메트교도 아니오! 하느님도 성경에서 마호메트교도들을 치라고 명령하잖소." - P53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 P83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 P112

"먼저 손가락으로 저를 부르시더니, ‘얀켈‘ 하고 말하기에 제가 ‘안드리 나리님!‘ 하고 대답하니, ‘얀켈! 아버님께 전해라, 형님께 전해라, 자포로제 사람들에게 전해라, 카자크들에게 전해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라. 이제 나에겐 아버지도 아버지가 아니고, 형도 형이 아니고, 친구도 친구가 아니다. 난 그들과 싸울 것이며, 모든 사람들과 싸울 것이다!" - P124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 P205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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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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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2 마음에 와닿는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이다. "지혜는 이성 속에 있는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다."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한번 읽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작품. 언젠가 마음이 어지러울때 다시 꺼내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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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13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5별! 진짭니까? 오......

새파랑 2022-12-14 07:38   좋아요 1 | URL
아 아닌가요? ㅋ 이 책은 감히 제가 이해를 하기는 힘들었지만 뭔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yamoo 2022-12-14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는 갠적으론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지드는 에세이가 훨씬 좋았던 기억이..^^;;

새파랑 2022-12-14 19:4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ㅋ 이 책도 크게 재미로 읽지는 않고 철학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

scott 2022-12-15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좁은문, 전원 교향곡 읽고 지드의 글에 감동 받아
지상의 양식 까지 꿀꺽,

당시 저에게 정말 좋은 책, 마음의 양식 이였습니다 ^^

새파랑 2022-12-15 08:48   좋아요 2 | URL
역시 중띵때부터 문학의 달인 스콧님~!! 제가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긴 했지만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희선 2022-12-15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지드는 오래전에 좁은문만 봤어요 예전에 읽어서 거의 잊어버렸는데, 좁은문을 생각하면 독일인의 사랑이 떠오르기도 해요


희선

새파랑 2022-12-15 08:49   좋아요 2 | URL
희선님도 앙드레지드 팬이시군요 ^^ 저도 다른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독서괭 2022-12-15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읽다 지루해서 얼마 못 읽었던 기억이 ^^;; 집 어딘가에 있을텐데 언젠가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12-15 08:50   좋아요 1 | URL
앗 ㅋ 역시 독서괭님은 쎈(?) 작품을 좋아하시는군요 ^^

저는 이 책을 기차에서 읽어서 그런지 읽기는 잘 읽혔습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12-15 19:38   좋아요 2 | URL
이야 ㅋ 그게 벌써 나왔나요? ㅋ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2-12-16 0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2022년에 책읽고 쓰기 그리고 걷기 즐겁게 하셨지요 다음해에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기분 좋게 살면 저절로 건강은 따라올지도...


희선

새파랑 2022-12-16 07:53   좋아요 2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ㅋ 저도 댓글 달고 그래야 하는데 여유가 안나네요 ㅜㅜ 전 아직 목표권수 150권을 못채워서 부지런히 읽어야 합니다 😅
 
친구들과의 대화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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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1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가 누구인지
몇 번이고 다시 정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노멀 피플>로 유명한 샐리 루니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올해의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고 부커상 후보에도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작품이 그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노멀 피플>과 비슷하긴 한데, 막 재미있지도 않고 인물들의 행동도 공감되지 않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주요인물을 살펴보면,

1. 프랜시스(여) : 1인칭 주인공, 공산주의자
2. 보비(여) : 동성애자, 프랜시스의 과거 연인이자 현재는 친구
3. 멀리사(여) : 사진작가, 닉의 아내
4. 닉(남) : 배우, 멀리사의 남편


프랜시스와 보비는 시낭송 공연을 하는 친구사이인데, 어느날 작가인 멀리사를 알게 되고 셋은 친하게 된다. 보비는 멀리사에게 사랑을 느끼고 멀리사 역시 보비에게 호감을 갖는다. 이렇게 두사람이 가까워진데 대한 반작용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프랜시스는 닉과 가까워진다.



결국 네 사람은 사각관계가 된다. 다른점이 있다면 관계 초반에 보비와 멀리사의 관계는 공식(?)적인것처럼 보이지만 프랜시스와 닉의 관계는 둘만의 비밀로 유지된다.

[나는 닉과 함께하기 위해서 모두에게, 멀리사에게, 심지어는 보비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 내 행동을 동정해 줄 사람 하나 남겨 두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베개에 얼굴을 꾹 눌렀다. 나는 전날 밤을, 닉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말해 주었던 때를,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인정해. 내가 생각했다.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넌 그래서 상처를 받은 거야.] P.185



마지막에 가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자의든 타의든 간에 밝혀지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재회를 암시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프랜시스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심리변화를 읽는것 말고는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프랜시스도 공감이 안가고, 보비는 더 공감이 안갔다. 차라리 대외적으로 행복한 부부관계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멀리사와 아내의 외도를 알면서도 떠날수 없는 닉의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사람과 사물 들이 움직이면서 모호한 계층에 따라 자리를 잡고 내가 지금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체와 개념의 복잡한 네트워크, 어떤 것들은 직접 겪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항상 분석적인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 와서 날 데려가요. 내가 말했다.] P.432



그런데 책을 읽는 목적이 꼭 공감하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개인적으론 책을 읽는 목적은 간접체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강추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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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13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뷔작이라니
공감은 덜 가고, 재미있다니^^ 일단 새파랑님의 추천을 기억 서랍 속에 쏘옥!

새파랑 2022-12-13 07:42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다 읽었어요 ㅋ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계속 읽게 되긴 합니다~!!

희선 2022-12-13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 제목은 몇 번 본 적 있어요 여러 사람 사이가 나와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이 많지요 공감하지 못해도 그런 사람도 있지 해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13 07:44   좋아요 1 | URL
그렇죠. 요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ㅋ 근데 20대 초반?의 주인공 심리변화를 공감하기는 힘들더라구요. 저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

물감 2022-12-13 0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재밌게 읽는 새파랑님의 보기 힘든 비평이... 이 책 저도 집에 있는데 큰일이네요ㅎㅎㅎ

새파랑 2022-12-13 07:46   좋아요 2 | URL
앗 ㅋ 저도 나름 별 셋 준 작품들이 있습니다 ㅋ 그래도 허접하더라도 리뷰는 남겨야 해서 급하게 썼어요. 아마 물감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청아 2022-12-13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솔직한 리뷰 재밌어요ㅎㅎ 사각관계라니! 얼마전 뉴스에서도 불륜커플의 배우자들이 만났다가 눈이맞았는데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생각납니다ㅎ

새파랑 2022-12-13 11:15   좋아요 1 | URL
아일랜드식 불륜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ㅋ 좀 가벼운 책을 읽어보자고 선택했는데 만족합니다 ^^ 요새 시간이 없어서 리뷰를 너무 날림으로 쓰는거 같아요 ㅜㅜ
 

한권의 멋진 철학책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은 한번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닌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대의 시선 속에 있을 뿐 바라보이는 사물 속에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 P21

그대가 ‘확연한 지식으로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은 여러 세기 동안 써먹힐 때까지 그대와는 확연히 분리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것에 그리도 집착하는 것인가? - P21

욕망하는 것은 득이 되고 또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도 득이 된다―왜냐하면 욕망은 그렇게 함으로써 증가되니까. 내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나니, 나타나엘이여, 욕망의 대상의 늘 거짓될 뿐인 소유보다는 매번 욕망 그 자체가 나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느니라. - P21

나타나엘이여, 내 그대에게 열정을 가르쳐주리라. 만약 내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을 알았다면 나는 그것들을 그대에게 말해 주었을 것을, 다른 것은 말고, 오직 그것들만을. - P26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 P39

나타나엘이여, 결코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에서 유별난 새로움을 포착하라. 그리고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달게 된다는 것을 알라.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 P45

오, 봄이여! 한 해밖에 살지 못하는 초목들은 그들의 가냘픈 꽃을 더욱 서둘러 피우는구나. 인간에게 봄은 일생동안 한 번밖에 없다. 어떤 기쁨의 추억이 새롭게 찾아오는 행복일 수는 없다. - P59

모든 형태는 지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같은 존재로 나타날 뿐이다. 각각의 존재를 통하여 형태는 계속되다가 다음에는 그 존재를 포기한다. 나의 영혼이여! 어떠한 사상에도 얽매이지 말라. 어느 사상이든 난바다의 바람에 던져버려라. 바람은 네게서 그것을 걷어내 가리라. 너 자신이 사상을 하늘에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 P74

도대체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밤이 지나가면 새로운 아침이 태어난다는 것을 저 새들은 모른단 말인가? 영영 잠들어 버리게 될까 봐 겁나는 것일까? 하루 저녁에 사랑을 바닥내자는 것인가? 마치 앞으로는 끝없는 밤 속에서 살아야 된다는 듯이. 늦은 봄의 짧은 밤이여! 아! 여름 새벽이 그들을 깨워줄 때의 그 즐거움. 그래서 다음 날 저녁이 되면 그들은 자다가 영영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조금 덜해질 만큼만 그들의 잠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 P173

이따금 나는 과거 속에서 한 무리의 추억들을 찾아 그것으로 마침내 이야기를 꾸며보려고 하지만 거기서 나는 내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고 나의 삶은 그것을 넘쳐난다. 나는 항상 새로운 순간 속에서만 즉시 살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른바 마음을 가다듬어 명상에 잠긴다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구속이다. 나는 이미 ‘고독‘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나의 내면 속에 홀로 있다는 은 아무도 아닌 것이 된다는 뜻이다. 나의 내면은 존재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나는 도처(到處)에서가 아니면 내 집에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언제나 욕망이 나를 거기서 몰아낸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도 나에게는 행복의 잔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주 조그만 물방울이라도, 그것이 눈물 한 방울일지라도, 나의 손을 적셔주면 곧 나에게는 더 귀중한 현실이 된다. - P185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밤들이 있다. 커다란 기대들이 있었다―흔히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는 기대들이ㅡ사지는 피로하고 마치 사랑으로 인하여 휘어진 듯한데 청해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침대 위에서. 그리하여 때로는 육체의 쾌락을 초월하여 더욱 깊이 숨겨진 제2의 쾌락 같은 것을 찾으려고도 했다. - P191

그 별은 반드시 택해야 하는 것을 스스로 원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숙명적이라고 여겨지는 그 길이 각각의 별에게는 그가 선호하는 길이지요. 저마다의 길은 완전한 의지에 따른 것이니까요. 어떤 눈부신 사랑이 별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선택이 법칙을 확정하게 되니 우리는 그 법칙에 좌우됩니다. 우리는 도망갈 길이 없어요. - P200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하지 말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말하지 말고-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면 글로 쓰지 말라. 너 자신의 내면 이외의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리고 초조하게 혹은 참을성을 가지고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 - P202

인생이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지혜는 이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는 것이다. 아! 나는 오늘날까지 너무 조심스럽게 살았다. 새로운 법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법 없이 살아야 한다. 오, 해방이여! 오, 자유여! 나의 욕망이 다다를 수 있는 곳까지 나는 가리라. 오, 내가 사랑하는 그대, 함께 가자꾸나, 그곳까지 그대를 데리고 가리라, 그대가 더욱 멀리 갈 수 있도록. - P214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그날부터. - P216

고통의 끝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왜 기쁨의 끝에 오는 아픔보다 더 크지 못한 것인가? 그 까닭은, 슬플 때는 그 슬픔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생각하지만, 행복에 잠겨 있을 때는 그 행복 덕분에 면하게 되는 고통들을 조금도 머리에 떠올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행복하다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다. - P219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가득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 죽음이란 끔찍한 거야. 그런 사람에게 종교는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지. "걱정하지 마라. 진짜는 저쪽 세상에서 시작인거야. 넌 거기 가서 보상을 받게 돼." 그러나 살아야 할 곳은 바로 여기 ‘이승’인 것이다. - P286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도. 이승의 삶을 위안해 주고 이 삶의 가난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어떤 다른 삶, 미래의 삶이 아니다. 받아들이지 말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말라.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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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역시 유럽의 문화란~~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가 누구인지
몇 번이고 다시 정해야 한다.


프랭크 오하라 - P1

음, 전동성애자예요. 보비가 말했다. 프랜시스는 공산주의자고요. - P15

보비는 내 말에 웃기만 했다. 나는 보통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과 그러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았지만 보비와 있을 때는 분간이 안 됐다. 보비는 항상 완전한 진심도, 완전한 장난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보비가 하는 이상한 말들을 선(禪)의 자세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 P21

응, 침묵이 유머러스하더라. - P29

진짜 작가와 화가는 자신이 만든 추한 산물을 영원히 응시해야만 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 너무 추하다는 사실도 싫었지만 얼마나 추한지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도 싫었다. 내가 이 지론을 설명하자 필립은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마, 넌 진짜 작가야 하고 말할 뿐이었다.주할 용기가 없는 것도 싫었다. 내가 이 지론을 설명하자 필립은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마, 넌 진짜 작가야 하고 말할 뿐이었다. - P39

어차피 테네시 윌리엄스 안 좋아한대, 자연스럽지 않아서. - P50

어떤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뭐든지 유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이었다면 느낌이 참 이상해. 닉이 말했다. 세상에, 이 사람이 나한테서 뭘 봤을까? 싶지. - P58

나는 닉과 함께하기 위해서 모두에게, 멀리사에게, 심지어는 보비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 내 행동을 동정해 줄 사람 하나 남겨 두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베개에 얼굴을 꾹 눌렀다. 나는 전날 밤을, 닉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말해 주었던 때를,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인정해. 내가 생각했다.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넌 그래서 상처를 받은 거야. - P185

나는 왜 보비에게는 아빠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는데 닉에게는 할 수 있었는지 자문했다. 닉이 똑똑하고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때가 많았지만, 그건 보비에게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닉의 공감은 무조건적이어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응원하지만 보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닉이 나를 나쁘게 판단하는 것보다 보비가 나를 나쁘게 판단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닉은 내 생각에 설득력이 없을 때에도, 내 진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기꺼이 들어 주었다. - P266

아무도 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기다림은 점차 기다림 같지 않아졌고 그 자체가 인생 같았다. 일어나기를 계속 기다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 기다리는 동안 정신을 딴 데 쏟으려고 다른 일만 하는 것이 인생 같았다. 나는 일자리에 지원하고 세미나에출석했다. 세상은 계속 흘러갔다. - P388

우리가 잘 안 될 걸 알았어야 했어요.
우리 둘 다 항상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닉이 말했다.
내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 난 몰랐어요.
음. 하지만 관계가 잘된다>는 게 무슨 뜻이지?
닉이말했다. 전통적인 관계가 될 수는 없었잖아. - P429

정말로 몸이 움직이질 않았지. 어쨌든, 그때 어떤 기분이
었느냐면, 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온몸이 완전히 마비된 것 같았어. 지금 통화도 아주 비슷해. 너에게 내 차가 어디 있는지 말하면 난 여길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마음을 바꿀지 모르니까 그냥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있잖아, 난 아직도 당신한테 언제든지 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충동이 있어. 넌 내가 슈퍼마켓에서 아무것도 안 샀다는 걸 눈치챘을 거야. - P432

나는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사람과 사물 들이 움직이면서 모호한 계층에 따라 자리를 잡고 내가 지금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체와 개념의 복잡한 네트워크, 어떤 것들은 직접 겪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항상 분석적인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 와서 날 데려가요. 내가 말했다. - P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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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10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세번째 작품도 비슷 합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12-11 09:01   좋아요 1 | URL
헛ㄷ ㅋ 노멀피플 보다는 별로였습니다 ㅜㅜ 주말에 금방 읽기는 좋은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