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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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의 배우만 연극을 하는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하나의 무대일 수도 있고,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항상 솔직하게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자주 연극을 해야 하고, 그렇게 보면 우리 모두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본 모습만을 그대로 드러내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필립 로스˝ 작품 <전락>의 주인공 ˝액슬러˝는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살고 싶어하는 남자‘로 노년의 연극배우 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연기하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치료를 위해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더이상 그를 돌봐줄 수 없었던 아내 ˝빅토리아˝는 그를 떠나고, 그는 정신병원에서 ˝시블˝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시블˝은 그녀의 남편이 어린 딸에게 성추행 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게 일종의 연기, 아주 엉터리인 연기처럼 보였다. 무너져내리는 인물을 연기할 때 거기엔 체계와 질서가 있다. 그러나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지켜보는 건, 자신의 종말을 연기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이다.]  P.14


˝액슬러˝는 ˝시블˝의 고통에 찬 대화를 귀기울여서 듣게 되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그녀의 요구에도 이해심을 보여준다  물론, 청부살인을 수락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한사람은 정신병원에 자진해서 입원을 했고, 또 한사람은  자살을 시도했다. 과연 그 둘은 앞으로 자신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후 정신병원을 나온 ˝액슬러˝는 그의 절친한 친구의 딸인 ˝페긴˝과 연인이 된다. ˝엑슬러˝는 65살, ˝페긴˝은 40살, 사랑에 있어서 나이차이가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액슬러˝는 쿨하게 받아들인 반면 ˝페긴˝은 자신의 부모에게 둘 사이를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부모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둘 사이는 부모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페긴˝의 성적 취향 때문에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동성애자 였던 ˝페긴˝은 ˝액슬러˝를 만나고 난 후 이성애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성적 취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와 해어지게 된다. 어떻게든 ˝페긴˝과 함께하려고 그녀의 성적 취향을 맞춰주기 위해 연극했던 ˝액슬러˝는 결국 버림받게 되고 극심한 충격에 빠진다.

노년의 나이에 그에게 찾아왔던 자극적인 사랑은 결국 비참하게 끝나고, 그는 연극에서도 삶에서도 깊은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그렇게 그는 하루종일,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주저앉아 산탄총의 방어쇠를 당길 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 상황이 바뀌면, 액슬러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 관계를 끝내버릴 수 있는 더 강한 위치에 올라서고 나는 너무 우유부단해서 이 관계를 지금 끊어버리지 못한 탓에 힘없는 위치로 떨어지겠지. 그리고 그녀가 강해지고 내가 약해졌을 때 가해질 타격을 나는 견뎌내지 못하겠지. ]  P.73


이후 그는 자살을 시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시블˝이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남편을 살해하여 고통을 벗어나게된 사건을 떠올리게 되고, ‘그녀가 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린다.

마침내 연극에서 자살을 연기하는 것과 실제 삶에서 자살을 연기하는 것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는 연극과도 같았던 자신의 인생을 자살로 끝내게 된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의 마지막 대사를 유서로 남겨놓고 말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단지 연극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맥베스를 어떻게 연기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때만큼이나 알 수 없었다. 스물다섯 살 어린 연인에게 버림받은 늙은 연인 역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 캐럴이 수화기를 들고 있는 동안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거야말로 이 배역을 연기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P.146

[사건의 진상은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가 총으로 쏘았다는 것이다.]    P.150



얼마전에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전락>과 제목은 같았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었던 ˝필립 로스˝의 <전락>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직업으로서의 연극이든, 인생으로서의 연극이든,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어떻게든 수행한 연극배우의 마지막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제목 그대로 삶과 사랑에 실패한 연극배우의 전락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이야기 자체는 매우 자극적이고 흥미로웠지만 뭔가 내가 이해를 못한 기분이 든다. ˝필립 로스˝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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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7 18: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새파랑 2021-09-27 18:46   좋아요 4 | URL
😆어제 읽었는데 리뷰를 늦게 썼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27 1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 역시 묵직하네요^^
인생에 대해 좀 서글퍼지는 느낌도 듭니다. 인생을 잘 살아가기가 참 힘이 드는것 같아요.
전락이라는 제목이 압축적이네요^^

새파랑 2021-09-27 18:51   좋아요 5 | URL
책은 얇습니다 ^^ 전락이라는 단어 어감이 좋아요 ㅋ 이야기는 재미있고 많이 자극적(?) 입니다. 깜놀했어요🙄

그레이스 2021-09-27 19: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까뮈의 전락을 또 쓰셨나 했더니 필립 로스네요. 혹시 같은 제목 찾아읽기는 아니시죠 ㅋㅋ
(농담)
존경스럽습니다
열정독서!

새파랑 2021-09-27 20:29   좋아요 2 | URL
열정도서 좋네요 😆 저번에 필립 로스의 <전락>도 있다는 답글을 봐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청아 2021-09-27 2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필립로스는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조금 난해해 보이네요?
저도 인생이 연극과 닮았다고 보는데 배우들은 연극속에서 또 연기를 해야하니 참 아이러니한 직업같아요. 이건 저도 찜해둔 책! 이제 소설을 읽어야겠습니다 얏호!ㅎㅎ🤭

Falstaff 2021-09-27 20:32   좋아요 3 | URL
하나도 난해하지 않습니다. 코딱지 만큼도 쫄 필요 없습니다. 걍 읽어버리세요. ㅋㅋ
미국의 목가 추천입니다. 역시 핵심으로 쳐들어가야.....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9-27 20:34   좋아요 2 | URL
미미님 드디어 책 다 읽으셨군요~!! 축하축하입니다 ㅋ 스콧님 말씀이 이 책보다는 다른 책을 먼저 추천해주셨는데 제가 보관함에 담아놓겠습니다 😄

책이 안읽히는건 아닌데 리뷰 쓰는게 난해하다는 😅

청아 2021-09-27 20:38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오호! 이것도 핵심으로 쳐들어가는 책이군요?! 그럼 저도 빠른시일내 읽어보겠습니다ㅎㅎ👍

청아 2021-09-27 20:39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감사해요ㅎㅎ😆저는 이제 마음껏 소설의 세계로 빠져보렵니다. 유후!ㅎㅎ

새파랑 2021-09-27 20:42   좋아요 4 | URL
목로주점도 그렇고 미국의 목가도 그렇고 ‘목‘ 이 들어가야 핵심이군요~ 😁

mini74 2021-09-27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네메시스 읽고있어요 ㅎㅎ 짧아서 다 읽어갑니다. 이 책도 읽고싶어요 !!! 새파랑님 ~~

새파랑 2021-09-27 20:35   좋아요 4 | URL
네메시스도 짧군요! 가끔 짧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이 책 좀 쎄요 ^^

붕붕툐툐 2021-09-27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 필립 로스 읽으셨네용!! 제 기억엔 첨이신 거 같은데 맞나용? 저도 필립 로스 읽어야지 하는지가 오래되어서 괜히 반갑~ㅎㅎ

새파랑 2021-09-27 23:25   좋아요 3 | URL
역시 기억렵 갑 툐툐님~! 처음읽었는데 앞으로 자주 찾을거 같아요 ^^

독서괭 2021-09-27 2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필립로스 저도 도전해보려고 <에브리맨> 중고로 사놨는데 얇더라고요. 얇은 책이 많다니 얼른 시도해봐야겠네요 ㅎㅎ

새파랑 2021-09-27 23:26   좋아요 4 | URL
그 책 추천하시더라구요 ㅎㅎ 책은 금방금방 읽히더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희선 2021-09-28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늘 다른 사람을 연기하던 사람이 자신은 대체 누군가 하는 생각을 한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책인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기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을 하다보면 자신이 누군지 생각할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나이를 먹고 연기를 못하게 되는 사람이 나오는군요 그런 일도 참 힘들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28 06:35   좋아요 3 | URL
배우로 살아가는것도 쉽지는 않은거 같아요. 계속 연기하다보면 자신을 잃어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coolcat329 2021-09-28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어보니 정말 액슬러라는 사람 이해하기가 힘든거같아요. 저는 에브리맨 읽어봤는데 지금 보니 두 소설의 공통점이 한 때 잘 나가던 남자가 늙어서 삶의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점이네요. ㅎ
원제목은 the humbling은 겸손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겸손과 액슬러의 자살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ㅎ 저도 기억해뒀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

새파랑 2021-09-28 21:20   좋아요 2 | URL
와 원제는 못봤는데 ㅎㅎ 쿨캣님 예리하심~!! 제가 아직 필립로스 작품은 한편밖에 안읽어봐서 판단이 안되나, 더 읽어보고 공통점을 찾아봐야 겠어요 😅
 

이책을 읽으니 읽고싶은 책들이 많이 생기네요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사춘기 시절의 내게 베르테르는 지루했고 짝사랑의 슬픔만 보였다면, 지금의 내게 베르테르는 그 아픔이 책 바깥으로 넘쳐흘러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베르테르의 심리를 따라가다 나조차 허우적댔다. 읽는 이의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이 책은, 지금 현재 고통에 휘청거리는 영혼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피해야 할 책이다. - P102

<어바웃 어 보이>

"난 너만 있으면 돼"라는 말은 드라마나 영화에도 흔히 등장하는 단골 대사다. 그런데 정말 너만 있으면 될까? ‘너만 있으면 되는 그 삶에서 만약 너가 없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105

<연민, 초조한 마음>

그래, 이거였다. 누군가가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맺는 관계, 나는 사양이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나라는 사람 그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시작해야 한다. 단지 내가 불쌍하다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내가 불쌍하다고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내가 불쌍하게 보이는 것도 싫지만, 단지 불쌍하다는 이유로 내 옆에 머문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다.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불쌍하다는 이유로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준 걸 상대가 알게 된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겠는가, 그 관계에 어떤 신뢰가 쌓일 수 있단 말인가. - P118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모든 일에는 항상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것을 놓치면 안된다. - P130

<한눈팔기>

물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짐작해주거나 알아주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특별한 사람인지,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을 짐작해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상대에게 내 입장을 설명하지 않은 채 나를 잘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원망하는 것도 잘못된 일 아닌가. - P158

<곰스크로 가는 기차>

참 이상하다. 현재를 버리고 꿈을 좇는 영화를 볼 때,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에서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 져버리다니! 그래, 지금 내 삶도 나쁜 삶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내가 만든 삶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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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1-09-2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들이 많은 것 같아 다음 읽을 위시리스트에 저도 지금 메모해봅니다😍

새파랑 2021-09-27 11:36   좋아요 1 | URL
북플 셀럽 다락방님의 명저 입니다 ^^

다락방 2021-09-27 11:39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런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새파랑 님. ㅎㅎ

새파랑 2021-09-27 11:47   좋아요 0 | URL
나중에 세번째 책 내시면 친필사인본 좀 😆

이책 읽다보면 정제된(?)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ㅎㅎ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이처럼 완벽하게 죽음을 앞둔 사람의 감정을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열한번째로 선택한 책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재독인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너무 좋았다.


도대체 ˝톨스토이˝는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본 걸까? 경험해보지 않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까지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이야기는 고등법원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알리는 신문기사로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대해 계산하며, 그의 죽음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삶의 즐거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마치 자신들과 죽음은 별개라는 듯이. 단지 죽은 것은 ˝이반 일리치˝이지 자신은 아니라는 듯이.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P.8


이후 어떻게 ˝이반 일리치˝가 살아왔고, 어떻게 고등판사 까지 올라갔으며, 어떻게 결혼을 했고, 어떻게 가족과 사이가 멀어졌으며, 어떻게 불행하게 죽어갔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과 고통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죽음, 그래, 죽음, 저들은 아무도 몰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날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아. 그냥 놀 따름이야. 저들도 똑같아, 똑같이 죽게 될 거라고, 멍청이들. 내가 조금 먼저 가고, 저들은 조금 늦게 갈 뿐, 결국엔 다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저렇게 좋을까, 짐승 같은 것들. ]  P.70


자신은 점점 고통속에서 죽어가지만 아무도 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쓸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분노를 느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에 빠지게 되고,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럴 수는 없어, 인생이 이토록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었단 말이야? 만약 인생이 정말 그토록 역겹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지?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해야 하지? 아니야, 뭔가가 잘못됐어.]  P.105


결국 그는 오랜 투병 끝에 가족들에게 모진 말을 하게 되고, 가족들 역시 점점 그에 대한 감정이 무뎌지게 된다. 하인인 ˝게라심˝을 제외한 누구하나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는 결국 죽음에 가깝게 다가간다.

[˝죽음은 끝났어. 더 이상 죽음은 없어.˝]  P.121



그가 괴로웠던 것은 어쩌면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이 직접적으로 접하는 마지막 경험이고, 그 이전에는 간접적으로만 접하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맞는 타인의 고통, 괴로움, 두려움에 대해서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가족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 대해 슬퍼할수도 있고, 공감할 수는 있다. 어쩌면 ˝이반 일리치˝가 마지막 순간에 필요했던 건 ‘병자 성사‘가 아니라 그의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잊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위로‘ 였을지도 모른다.



PS 1. 이렇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한번째 읽기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아홉권인데, 이중 이미 읽은 책은 6권 이고, 처음 읽게 되는 책은 3권이다.(지킬 박사와 하이드, 타임머신,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지금까지 읽은 책들 : 11권

MIDNIGHT(7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6호 병동, 이반 일리치의 죽음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


PS 2.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니, 아직 안읽은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읽은 톨스토의 작품들 : 6편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부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지 무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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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6 23: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새파랑 2021-09-26 23:45   좋아요 4 | URL
ㅋ저도 1등을 해야 하는데 😅

scott 2021-09-27 00:19   좋아요 4 | URL
그동안 새파랑님 묵직한 장편 중편작을 읽으셨으니
어린시절,소년시절,청년시절 작품 추천합니다

픽션이지만 톨스토이의 스무살 이전의 자전적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새파랑 2021-09-27 00:26   좋아요 2 | URL
다음 읽어볼 책을 찾아봐야 겠어요 ㅋ 제가 초기 작품을 별로 읽지 않은것 같아요 ^^
(사실 구분을 못하고 있어요 ㅎㅎ)

대장정 2021-09-26 23: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기도 그럼 2등. ✌^^**

대장정 2021-09-26 23: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꾸준히 읽고 계시네요.👍👍 저는 잘 모셔두고 있어욥ㅡㅠㅠ

새파랑 2021-09-26 23:47   좋아요 5 | URL
한주에 한권씩은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
대장정님은 아마 대부분 읽으셨을거 같은데 저는 이 세트 읽을때마다 좋은거 같아요 👍

대장정 2021-09-27 08:33   좋아요 5 | URL
🤗 아녜요. 문학은 사놓기만하고 안 읽은게 훠~~~얼씬 많아요. 이거도 마찬가집니다.ㅎㅎ산도 타야하고, 부지런히 읽자 생각만하고 있어요.

새파랑 2021-09-27 00:09   좋아요 5 | URL
전 문학(소설) 일색이라 😅 저도 대장정님 처럼 산도 타고 다양한 분야 책을 언젠가는 읽어보겠습니다 😆

청아 2021-09-26 23: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책 읽는대로 열심히 따라갈께요!✊ 러시아는 톨스토이도 있고 도스토옙스키도 있고 푸쉬킨도 있고 레르몬토프도 있고..차이콥스키를 비롯한 음악가들에 사상가들...헥헥 너무 많이가진 부러운 나라네용! 굿밤되세요.😊

새파랑 2021-09-27 00:10   좋아요 6 | URL
러시아는 천연가스도 많고 보드카도 맛있고 ^^ 미미님은 맘만 먹으면 순식간에 다 읽으실거 같아요. 괜히 기계가 아님 😆

scott 2021-09-27 00:17   좋아요 6 | URL
동감 합니다 🖐
미미님 한 번 시작 하시면
러시아 문학 작품 산맥을 정복 하실 겁니다
이미 솔제니친도 정복 하셨음 ^ㅅ^

청아 2021-09-27 00:31   좋아요 5 | URL
♡.♡ 너무 높지만 도전 !🖐

페넬로페 2021-09-27 09:32   좋아요 3 | URL
정말요.
러시아 작가들은 다들 대단한 것 같아요. 추위와 보드카의 힘일까요 ㅎㅎ

청아 2021-09-27 09: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저도 더울 때보다 서늘할 때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 같긴해요!

새파랑 2021-09-27 09:51   좋아요 1 | URL
거기에 보드카 까지 인가요? 😆 미미님은 사시사철 독서기계임~~

mini74 2021-09-27 00: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 너무나 묘사가 잘 되어 감정이입이ㅠㅠ고독하고 외로운 길 ~ 새파랑님 벌써 11권 ㅠㅠ 주변에 너무 모범생들만 있는 느낌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27 00:29   좋아요 5 | URL
미니님이 1등 모범생이신데요 😄 이 책 읽으니까 좀 우울해지네요 ㅜㅜ 올해안에는 다 읽어야지요 ^^

독서괭 2021-09-27 0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반일리치 읽은 이후 가끔 생각납니다^^ 새파랑님 리뷰 덕에 오늘도 생각했네요. 진심어린 위로가 필요하다는 따스한 말씀이 저에게 위로가 됩니다.

새파랑 2021-09-27 00:51   좋아요 4 | URL
제가 독서괭님에게 위로가 되었다니 뿌듯하네요~!! 진심은 어떻게든 전달되는거 같아요 ^^ 한주의 시작 힘내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1-09-27 01: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죽는다는 걸 생각해도 자기 일이 아니면 그걸 다 알 수는 없을 거예요 죽을 때는 다 혼자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이반 일리치 외로웠겠습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산 사람은 살아가는 힘 희망 그런 걸 느낄 테니... 이반 일리치가 잘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다른 사람이 죽음을 모르는 걸 아쉽게 여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27 06:45   좋아요 5 | URL
죽어가는 사람의 심적 고통이 너무 잘 나타나 있어요. 그 외로움이란...평소에 좀 다정다감 했다면 안그랬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붕붕툐툐 2021-09-27 08: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로 앞 그레이스님 리뷰와 일맥상통하네요~ 오늘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겠네요~ 저도 톨스토이 작품 읽어야하는데, 생각만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새파랑님 러시아 문학의 대부가 되실 듯합니다!!

그레이스 2021-09-27 08:04   좋아요 4 | URL
앗 저를 언급하셔서 들어와보니 새파랑님 페이퍼네요.
‘메멘토 모리‘하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이반일리치의 죽음> 짧지만 선이 굵고 무거운 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새파랑 2021-09-27 08:24   좋아요 4 | URL
주말에 읽은 작품들이 다 무거운 내용의 책들이었어요 😅

툐툐님 톨스토이 작품 읽고있어요 피드가 나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09-27 09: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에 대해 너무나도 훌륭하게 서술된 작품인듯 해요.
마지막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넘 좋았어요.
열린책들 시리즈 차곡차곡 읽고 계시네요^^

새파랑 2021-09-27 09:19   좋아요 5 | URL
톨스토이와 도선생님은 정말 사람이 아닌거 같아요 ㅎㅎ 이 책을 볼때면 좀 슬퍼요 🥺 페넬로페님도 같이 읽어요 ^^

하나의책장 2021-09-27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살 때, 읽었던 에니메이션 전집 중 한 권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는데, 그 때 다른 동화책들과는 달리 느낀 점의 깊이감이 달라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의 작품들을 많이 챙겨봤던 것 같아요! 새파랑님이 읽으신 책들, 다 읽었던 책들이라 반갑네요😊 오랜만에 재독해야 할까봐요👉👈❣

새파랑 2021-09-27 11:37   좋아요 2 | URL
와우 다 읽으셨군요 역시~!! 톨스토이의 작품은 정말 깊이가 있는거 같아요. 재독 응원 합니다 😆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한번째로 읽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과연 이 작품만큼 죽음을 잘 묘사한 책이 있을까? 읽을때마다 놀라게 되는 톨스토이의 통찰력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P8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들은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으레 그렇듯이 죽은 것은 자기가 아닌 그 사람이라는 데에서 모종의 기쁨을 느꼈다. - P1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 P23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는 그렇게 파멸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고 불쌍히 여겨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만 했다.

(죽음은 홀로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 P64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건 맹장 문제도 아니고 신장 문제도 아니야. 이건 삶, 그리고……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자꾸만 도망가고 있어. 나는 그걸 붙잡아 둘 수가 없어. 그래, 뭣 하러 나를 속여? 나만 빼고 모두들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남은 시간이 몇 주냐, 며칠이냐, 그것만이 문제야. 어쩌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어. 빛이 있었지만 이제 캄캄한 어둠뿐이야. 나도 여기 있었지만, 곧 그리로 가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숨이 멎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 P7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 그래, 죽음, 저들은 아무도 몰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날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아. 그냥 놀 따름이야. 저들도 똑같아, 똑같이 죽게 될 거라고, 멍청이들. 내가 조금 먼저 가고, 저들은 조금 늦게 갈 뿐, 결국엔 다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저렇게 좋을까, 짐승 같은 것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 P7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서재로 돌아가 자리에 누웠다. 그는 또다시 죽음과 단둘이 남겨졌다. 죽음과 마주 보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차갑게 식어 가는 자신을 느낄 뿐이었다. - P78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젊은 육신이 있는 대로 드러나게 차려입은 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병든 몸뚱이 때문에 괴로워하는데 딸은 싱싱한 몸뚱이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젊고 건강하고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딸은 행복을 방해하는 질병, 죽음,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 P97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럴 수는 없어, 인생이 이토록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었단 말이야? 만약 인생이 정말 그토록 역겹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지?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해야 하지? 아니야, 뭔가가 잘못됐어.



- P105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은 끝났어.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더 이상 죽음은 없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도중에 멈추더니 온몸을 쭉 뻗었다. 그렇게 그는 죽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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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마음이었다면 잊을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그 사람에게만큼은 처음부터 은혜에 보답할 만한 사랑이 생겨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북플의 ˝소세키˝ 열풍에 힘입어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를 읽었다. 이 작품은 90퍼센트 ˝소세키˝의 자서전과 같은 작품이다. 어떻게 그가 성장했는지, 어떻게 그가 인간관계에서 아픔을 겪었는지, 어떻게 그가 작가가 되었는지가 너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 읽고 해설을 읽으니 그의 성장배경이 책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을 있는 그대로 써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에르노˝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을 읽을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약간 방향(?)이 다른 충격이긴 하지만.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일본에서 학자로 살아가는 주인공 ˝겐조˝, 그는 학문과 독서에만 매달리지만, 가정에는 무관심하고 지나치게 가부장적이며, 부유하지도 않고 물질적인 욕심도 없으며,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냉소적이다. 특히 아내인 ˝오스미˝와의 심리적인 간극은 그의 정신적 동요를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그의 냉소적인 성격 형성에는 어린시절 그를 둘러싼 친부와 양부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그의 친부는 막내아들 ˝겐조˝를 ˝시마다˝라는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고, ˝겐조˝는 ˝시마다˝의 집안에서 곱게 자란다. 하지만 ˝겐조˝는 자라면서 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양부의 예정이 결코 순수한 목적만을 가진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부부는 겐조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그 애정 속에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있었다. 돈의 힘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첩으로 둔 사람이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는 것처럼 시마다 부부는 애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겐조의 환심을 얻기 위해 친절을 보였다. 그들은 그 불순함 때문에 벌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들은 그사실을 알지 못했다.]  P.114


그러던 어느날 양부인 ˝시마다˝는 바람이 나서 양모와 이혼하게 되고, 결국 친부에게로 파양되게 된다. 버려지고, 버려져서 다시 생가로 돌아왔지만, 이러한 과정은 그에게 큰 상처였음이 틀림없다.

이후 ˝겐조˝는 결혼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돌아온 이후 평범하고 가난한 학자의 삶을 살아가나, 우연히 만난 그의 양부 ˝시마다˝와 그의 귀국을 알게 된 양모 ˝오쓰네˝는 자신들의 궁핍과 어린시절 자신들이 키워준 핑계로 ˝겐조˝에게 금전을 요구한다. 그들 눈에는 유학을 마치고 온 ˝겐조˝가 많이 부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학자인 ˝겐조˝는 그들에게 줄 돈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 때문인지, 연민 때문인지 그들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한다.

[˝집요하든 남자답지 못하는 사실은 사실이야. 설령 사실을 지워버린다 해도 감정마저 없애버릴 수는 없으니까. 그때의 내 감정은 아직 살아 있어. 지금도 살아서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내가 없애더라도 하늘이 부활시키니까 어쩔 수 없어.˝]  P.272


버릴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에게 달라붙는 양부의 모습에서 ˝겐조˝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결국 돈이 없던 ˝겐조˝는 글을 써서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고 글을 쓰게 되고, 이렇게 번 돈을 양부인 ˝시마다˝에게 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향후 그가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되고, 그는 향후 일본의 대문호가 된다~!!)

[˝이 세상에 진짜로 끝나는 일이란 거의 없다고, 일단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하니까 남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야.˝]  P.278



지금까지 ˝소세키˝의 작품은 이 책을 포함해서 5권을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느껴지는게 그의 작품은 참 잘 읽힌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재미도 있고, 여운도 많이 남고.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걸까? 그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s. 왜 제목이 <한눈팔기>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가 학자의 길을 놔두고 돈을 벌기 위해 잠깐 소설을 쓰는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건가? 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이후 그는 일본의 대문호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한눈팔기‘는 대 성공 이었던 걸로. 가끔은 우리에게도 ‘한눈팔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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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26 20: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의 삶에서 보이는군요. 새파랑님 이번엔 소세키 깨기인가요 ㅎㅎ 저도 이 책 읽고싶어요. 찜 *^^*

새파랑 2021-09-26 20:16   좋아요 4 | URL
다양한 경험을 해야 글도 잘 쓰는거 같아요 ㅋ 저는 그래서 글을 못쓰는 걸로 😅 제가 소세키 책도 한번 다 읽어 보겠습니다 ^^

청아 2021-09-26 2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새파랑님 추측이 맞는 것 같아요. 양부는 어쩌면 의도치않게 소세키가 대문호가 되게끔 몰아간 걸 수도 있군요. 역시 인생 새옹지마. 불행도 어쩔땐 마음먹기에 달린것 같습니다. 그의 인생이 증명하네요! 소름...한눈팔 꺼리를 좀 찾아봐야겠습니다ㅎㅎ

새파랑 2021-09-26 20:53   좋아요 4 | URL
원래 인생이라는게 한눈팔다가 어떻게 잘 풀리고 그러는거 아닐까요? 😆 미미님은 한눈팔기에는 읽으시는 책이 워낙 많으셔서 😅

그레이스 2021-09-26 21: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한눈팔기를 안읽었으므로 새파랑님의 소세키 읽기를 응원하는 댓글만 답니다~^^

새파랑 2021-09-26 22:04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은 순서대로 읽는거 같아요 ㅋ 전 일단 사논 책 먼저 읽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9-26 2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한눈팔기는 어디일까 궁금합니다! 저는 소세키 책이 안 읽혔던 기억이 있어서 선뜻 다시 시작은 안되지만, 현암사 전집은 제 취향~😍

새파랑 2021-09-26 22:05   좋아요 2 | URL
저의 한눈팔기는 책? 😆 툐툐님의 한눈팔기는 명상과 등산일듯 ^^

scott 2021-09-26 22:12   좋아요 1 | URL
툐툐님 한 눈 팔기는
요기 우리들 서재방 ㅋㅋㅋ

새파랑 2021-09-26 22:24   좋아요 0 | URL
스콧님은 한눈팔새 없이 오직 책과 클래식과 브런치~!!

막시무스 2021-09-26 2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혹시 소세키 전작하신려는 건가요?ㅎ 한 작가 깊이 읽기 대단하시네요!

scott 2021-09-26 21:32   좋아요 3 | URL
하신다에 한표 .🖐 ^ㅅ^

새파랑 2021-09-26 22:06   좋아요 2 | URL
그냥 냅다 읽는 거지 깊이는 제로 입니다 😅

페넬로페 2021-09-26 2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작가가 어린시절 그런 이유로 불행을 겪은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그래서 더 감수성이 뛰어나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것 같아요.
소세키의 문, 다음으로 읽을 예정입니다.

새파랑 2021-09-26 22:11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이랑 그레이스님이랑 같이 소세키 읽기에 제가 동참한거 같아요 ^^ 전 지금 산시로랑 한눈팔기 두권 가지고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ㅎㅎ 소세키의 감수성 너무 부러워요 ^^

scott 2021-09-26 2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작품에 빠지지 않는 [돈]의 문제!

이작품 백년전의 작품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죠.
지금 읽어도 전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

새파랑님 다음주 부터 다시 희곡 읽기 시작 하신다에
한눈!🤲

새파랑 2021-09-26 22:25   좋아요 1 | URL
희곡 ㅜㅜ 이번주 희곡을 못읽었네요 ㅠㅠ 내일은 일단 희곡 읽기로 ^^

오거서 2021-09-26 2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눈팔기는 생물학의 돌연변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공하면 대대손손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만 실패하면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고요. 자연이 평온해 보여도 생명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 받는 환경.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성공한 인류는 변화를 꾀하는 유전자를 남긴 것 같고 후손인 우리들은 매일 한눈팔기를 시도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요. ^^

새파랑 2021-09-26 22:27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의 한눈팔기는 왠지 심오하게 다가오네요 😅
한눈팔기 = 변화추구 라고 보면 되겠죠?? 좋은 방향의 한눈팔기는 좋은 걸로~!!

오거서 2021-09-26 22:45   좋아요 2 | URL
저가 철학적 기초가 부족한 편이라서 심오까지는 아니구요. 한눈팔기가 본능 같은 느낌 아니면 생존 기술 같다는 것을 좀 그럴 듯하게 표현해 본 거에요 ㅎ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9-27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눈팔기가 아주 안 좋은 건 아니겠지요 소세키 부모는 나이가 많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로 생각했다고도 하더군요 나중에 부모라는 거 알고 놀랐다고 하던데... 친척이라 해도 부모가 아닌 사람과 사는 건 별로 안 좋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27 06:43   좋아요 0 | URL
해설을 보니 자식이 많아서 입양을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친부모의 애정도 그렇게 없었던거 같고. 어떻게 보면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