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이처럼 완벽하게 죽음을 앞둔 사람의 감정을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열한번째로 선택한 책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재독인 작품인데, 다시 읽어도 너무 좋았다.
도대체 ˝톨스토이˝는 인간의 감정을 어디까지 본 걸까? 경험해보지 않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까지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이야기는 고등법원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알리는 신문기사로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대해 계산하며, 그의 죽음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삶의 즐거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마치 자신들과 죽음은 별개라는 듯이. 단지 죽은 것은 ˝이반 일리치˝이지 자신은 아니라는 듯이.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P.8
이후 어떻게 ˝이반 일리치˝가 살아왔고, 어떻게 고등판사 까지 올라갔으며, 어떻게 결혼을 했고, 어떻게 가족과 사이가 멀어졌으며, 어떻게 불행하게 죽어갔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과 고통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죽음, 그래, 죽음, 저들은 아무도 몰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날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아. 그냥 놀 따름이야. 저들도 똑같아, 똑같이 죽게 될 거라고, 멍청이들. 내가 조금 먼저 가고, 저들은 조금 늦게 갈 뿐, 결국엔 다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저렇게 좋을까, 짐승 같은 것들. ] P.70
자신은 점점 고통속에서 죽어가지만 아무도 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쓸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분노를 느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에 빠지게 되고,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럴 수는 없어, 인생이 이토록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었단 말이야? 만약 인생이 정말 그토록 역겹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지?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해야 하지? 아니야, 뭔가가 잘못됐어.] P.105
결국 그는 오랜 투병 끝에 가족들에게 모진 말을 하게 되고, 가족들 역시 점점 그에 대한 감정이 무뎌지게 된다. 하인인 ˝게라심˝을 제외한 누구하나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는 결국 죽음에 가깝게 다가간다.
[˝죽음은 끝났어. 더 이상 죽음은 없어.˝] P.121
그가 괴로웠던 것은 어쩌면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이 직접적으로 접하는 마지막 경험이고, 그 이전에는 간접적으로만 접하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맞는 타인의 고통, 괴로움, 두려움에 대해서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가족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 대해 슬퍼할수도 있고, 공감할 수는 있다. 어쩌면 ˝이반 일리치˝가 마지막 순간에 필요했던 건 ‘병자 성사‘가 아니라 그의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잊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위로‘ 였을지도 모른다.
PS 1. 이렇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한번째 읽기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아홉권인데, 이중 이미 읽은 책은 6권 이고, 처음 읽게 되는 책은 3권이다.(지킬 박사와 하이드, 타임머신,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지금까지 읽은 책들 : 11권
MIDNIGHT(7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6호 병동, 이반 일리치의 죽음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
PS 2.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보니, 아직 안읽은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읽은 톨스토의 작품들 : 6편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부활,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지 무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