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내가 읽은 책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라는 책으로, ‘녹색광선‘이라는 신생 출판사에서 나온 첫번째 책이다. 이 출판사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숨겨져 있는 유명한 단편들을 표지가 아주 멋진 양장본으로 출판하는 곳으로 이제 6편을 출판했는데, 이 작품을 포함하여 내가 그동안 읽은 책은 5편이다. 나름 우수 고객이었다.
솔직히 ˝발자크˝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는 봤지만, 그의 작품은 단 한편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해서 읽게 되었다. 수록된 작품은 <영생의 묘약>, <미지의 걸작> 두편이었다.
1. <인생의 묘약>
바람둥이로 널리 알려진 ˝돈 후안˝을 통해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엄청난 재산의 상속자이자 유희를 즐기는 그는 어느 겨율밤에도 연회를 배풀고 있엇다. 겉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아버지의 장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돈 후안˝은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아버지에로 간다.
육십살에 얻은 아들을 너무나 믿고 사랑했던 아버지 ˝바르톨로메오˝는 죽기 직전에 자신이 예전에 구했던 ‘영생수‘를 아들에게 건네게 되고, 자신이 숨을 거두자 마자 ‘영생수‘로 자신의 몸을 닦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은 다시 태어날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들은 진심을 들어내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물이 아주 조금밖에 없는데요.˝
그리고 아버지는 죽는다. 그리고 ˝돈 후안˝은 약간의 갈등을 하지만, ˝영생수˝를 아버지에게 쓰지 않고, 나중에 자신이 쓰기 위해 다시 숨겨두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돈 후안˝에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의 아들 ˝펠리페˝에게 ˝영생수˝를 주면서 똑같은 부탁을 한다. 다른점이 있다면 아버지와는 다르게 좀더 간절하고 치밀하게 부탁을 한다.
˝돈 후안˝은 죽고, 아들 ˝펠리페˝는 아버지의 뜻어 따라 ‘영생수‘를 그의 몸에 바르기 시작한다. 먼저 얼굴을 닦고, 오른팔을 닦는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팔이 살아나서 ˝펠리페˝의 목을 조르게 되고, 놀란 ˝펠리페˝는 ‘영생수‘가 들어있는 병을 떨어뜨리게 되고, 소리를 치며 기절하게 된다.
이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고, 사람들은 얼굴과 오른팔이 살아 움직이는 ˝돈 후안˝의 부활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를 기적이라고 여기고, 수도원장은 신성한 예식을 거행하도록 지시한다. 영생을 원했지만, 완벽하게 부활하지 못한 그는 축복의 말들로 예식이 거행되는 동안 수도원장을 향해 저주의 말들을 퍼붓는다.
˝성인이 악마로 변했네˝ 수도원장이 말하자 마자 ˝돈 후안˝의 머리가 떨어져 나와 수도원장의 머리를 물어 뜯는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바보 같은 놈. 자, 말해보시지, 신이 있다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는 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 후의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더욱 유한한 우리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나 혼자만 영생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타락했던 인간이 영생을 얻는다고 해서 갑자기 성인으로 바뀌게 될까? 어쩌면 영생은 영원한 고통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망의 허무함을 잘 나타낸 작품이었다.
2. <미지의 걸작>
이 책의 표제작인 미지의 걸작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작을 완성하고자 하는 화가 ˝프렌호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미 대가로서 명성이 자자하였고, 미술 이론에 대해 해박했던 ˝프렌 호퍼˝를 우연히 만난 젊은 예술 지망생 ˝푸생˝은 그로부터 예술에 대해 다음같은 말을 듣게 된다.
˝예술의 임무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네. 자네는 비루한 모방자가 아니라 시인이야!˝
하지만 완전무결한 여인을 그린 자신의 작품 ‘미지의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지만 ˝프렌호퍼˝는 자신의 걸작을 마무리 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현실에서 ‘완전무결한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 자신의 그림이 제대로 현실을 표현했는지 알지 못했기 떄문이었다.
젊은 예술 지망생 ˝푸생˝은 자신의 연인이자 자신만의 미술 모델인 ˝질레트˝가 바로 ˝프렌호프˝가 찾던 ‘완전무결한 여인‘임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프렌호퍼˝의 모델로 포즈를 취하기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푸생˝이 바라는 건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여인 ˝질레트˝를 모델로 내세움과 동시에, ˝프렌호포˝의 ‘미지의 걸작‘을 보여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둘은 옥신각신한 끝에 ˝질레트˝가 ˝프렌호퍼˝의 모델이 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질레트˝는 더이상 ˝푸생˝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녀 역시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 사랑은 신비로운 것이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만 생명을 얻지. 누구든 친구에게조차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바로 여기 있어!‘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되지] P.117
자신이 그린 여인의 그림인 ‘미지의 걸작‘과 사랑에 빠져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프렌호퍼˝는 ˝질레트˝를 본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게 되고, ˝푸생˝의 제안을 맏아들이게 된다.(그녀가 모델이 되고, 대신 ‘미지의 걸작‘을 보여달라는 것)
결국 ˝질레트˝는 ˝프렌호포˝ 앞에서 포즈를 취하게 되고, ˝프렌호퍼˝는 자신이 그린 여인의 초상화인 ‘미지의 걸작‘이 완벽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푸생˝을 안으로 불러들여 그의 걸작인 ‘미지의 걸작‘을 보여주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프렌호퍼˝는 이를 결코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과연 ˝푸생˝은 자신의 연인을 모델로 보여주면서 까지 보고싶었던 ‘미지의 걸작‘을 본 가치를 얻을 수 있었을까??
˝프렌호퍼˝의 ‘미지의 걸작‘을 본 순간 ˝푸생˝은 깨닫게 된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그린건 그림이 아니라 신념이었다.
사실 <미지의 걸작>을 읽으면서 나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그림이 마지막에 등장할 거라 기대했었으나, 그것은 그림이 아니라 한편의 시였다.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 현실과 예술의 차이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현실을 단지 그대로 옮기는게 예술이라면 예술보다 현실이 더 값어치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발자크˝가 쓴 두 편의 단편은 모두 독자에게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영생의 덧없음과 예술의 난해함을 잘 표현한 작품들. 읽다보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는 많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미지의 걸작>은 단어 그대로 ‘미지의 걸작‘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남겨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보다는 현실에 가치를 더 두는게 의미가 있는 거라고 이해하였다.미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Ps. 내가 읽은 녹색광선 책의 추천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감정의 혼란 : 츠바이크 / 100점
2. 눈보라 : 푸쉬킨 / 99 점
3.행복의 나락 : 피츠제럴드 / 98점
3.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 드라스 / 98점
3. 미지의 걸작 : 발자크 / 98점
결론은 다 좋았다는 거다. 앞으로도 녹색광선에서 출판하는 책은 다 읽어봐야 겠다. <빛 속으로>도 꼭 읽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