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 편지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단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과 편지를 주제로 한 책이라면 재미 없을수가 없다. 시작부터 반칙이다.


한 사람과 만남도 없이 20년간 편지를 주고 받는게 과연 가능할까?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실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국의 뉴욕에 사는 "헬렌 허프"는 우연히 광고를 보고 절판 서적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마크스 서점'에 구매를 희망하는 책 목록을 동봉하여 편지를 보내게 된다. '마크스 서점'의 주소는 '영국 련던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이 책의 제목이다.


까다로운 고객인 "헬렌 허프"의 요구사항에 대해 '마크스 서점'의 "프랭크 도엘"은 뭐든지 적극 구해주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 "헬렌 허프"는 서점 사람들에게 영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음식들을 선물로 보내게 되며, 본격적으로 유대감이 형성된 "헬렌 허프"와 '마크스 서점'간의 교류가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고 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서점의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P.46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공통된 관심사는 바로 책이었고, 편지속에 그 마음을 담아 공간을 초월하는 유대감을 형성했던 그들은 무려 20년간 관계를 유지한다. "헬렌 허프"는 꼭 체링크로스에 가보고 싶었지만 삶에 치여서, 경제적 여력이 안되어서 런던 방문을 미룰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1968년 12월, 20여년간 그녀와 주로 편지를 주고 받던 "프랭크 도엘"이 세상을 떠나게 되고, 결국 20여년간 이어진 그들의 편지 서신은 중단되게 된다. 그들을 이어주던 '책'을 더이상 주문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렌 허프"에게 '마크스 서점'은 가보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소중했던 곳이었고 그곳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기에 그와 주고 받은 편지들을 출판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체링크로스 84번지>라는 책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P.145


말보다 편지가 좋은 이유는 아마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 있으면서 언제나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이어준 그들의 인연은 20여년이나 이어졌지만 결국 멈출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추억은 이렇게 책으로 남아 후대의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그들의 인연은 결코 끝난게 아니다. 북플에 글을 쓰는 것도 왠지 이 책에서 펼쳐지는 유대감 형성과 비슷한것 같다. 여기에도 책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열심히 오랫동안 유지해야 겠다. 노력하면 안되는건 없으니까.



Ps. 갑자기 생각난 제목이 '편지'인 노래 두곡 소개해 드리고 싶다~!!

(김광진의 '편지' 처럼 너무 유명하거나, '우울한 편지', '이등병의 편지', '나에게 쓰는 편지' 등과 같이 다른 수식어가 붙은 노래는 제외하고)


편지 : 김동률
https://youtu.be/o1axQfKy3zg
며칠을 망설이다 끄적인 종이 위엔
말 없는 세월이 흘러라

편지 : 브로콜리 너마저
https://youtu.be/2pkgzPih1Oo
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어디가 아프진 않니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1-09 21: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

오랫동안 잊었던 그 누군가에게서 불현듯 날아든 편지엔
여태껏 속으로만 사랑해왔었다고 이제는 날 놓아주겠다고
생각은 꼬릴 물어 기억의 저편을 더듬고 물밀 듯 적시는 서러움만
오 나를 사랑한 사람 또 내가 사랑한 사람
뭘 위해 우린 이토록 힘들게 사랑을 하고 아파했는지
며칠을 망설이다 끄적인 종이 위엔 말 없는 세월이 흘러라
사랑은 달되 쓰고 인생은 덧없이 흐르고 쓸쓸히 남겨진 추억들만
오 나를 사랑한 사람 또 내가 사랑한 사람
뭘 위해 우린 이토록 힘들게 사랑을 하고 아파했는지
며칠을 망설이다 끄적인 종이 위엔 말 없는 세월이 흘러라



새파랑님 오른🖐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알라딘 담달 새파랑님 포스팅 모조리 뽑아 달롸!(๑>؂•̀๑)✌

새파랑 2021-11-09 21:06   좋아요 6 | URL
스콧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

새파랑 2021-11-09 22:10   좋아요 5 | URL
김동률 편지 너무 좋아요 ㅜㅜ 고띵때 씨디 스크래지 나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

초딩 2021-11-09 2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만나지 않고 20년간의 서신이라
그 세월의 길이가 아름답습니다 :-)
좋은 저녁 되세요~

새파랑 2021-11-09 22:05   좋아요 5 | URL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까 더 감동적이었어요. 이렇게 잔잔한 이야기도 좋더라구요^^

청아 2021-11-09 2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 리뷰로도 감동이 전달되어지네요^^ 저도 찜! ‘이 리뷰 무조건 당선이다‘ 또 예측합니다👍ㅎㅎ(지난번 맞췄음)

새파랑 2021-11-09 22:06   좋아요 5 | URL
미미님 이책 좋아하실거 같아요 ㅋ 읽다가 저녁을 못먹었습니다 😅 손이아파서 짧게 써서 당선은 힘들듯 해요 ㅎㅎ

붕붕툐툐 2021-11-09 23:08   좋아요 4 | URL
저도 미미님 따라 찜!!ㅎㅎ

Falstaff 2021-11-09 21:2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채링크로스, 하니까 왜 찰스 디킨스의 작품인 줄 알았을까요?
에휴. 그나마 다행입니다. 디킨스면 또 샀을 거 아녜요. ㅎㅎㅎ

새파랑 2021-11-09 22:07   좋아요 5 | URL
제가 아직 찰스 디킨스를 안읽어봐서요 ㅜㅜ 읽어봐야 하는데 ㅋ 영국은 거리 이름도 멋집니다~!

mini74 2021-11-09 21: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편지로 이어지는 마음과 모르는 사람에 대한 선의. 스콧님 리뷰도 좋았고 새파랑님 리뷰도 좋고 ㅎㅎ 어머 이건 꼭 읽어야돼 ! 인가요 ㅎㅎ 브로콜리 너마저 넘 좋아요 편지도 좋고~ 유자차 들을 계절인가요 ㅎㅎ

새파랑 2021-11-09 22:09   좋아요 5 | URL
오늘 산책 하면서 브로콜리 1집 다시 정주행 하고 왔습니다~!! 스콧님 리뷰는 꼭 읽어야됩니다~!!

페넬로페 2021-11-09 22: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가 넘 정감있어 그런지 몰라도 체링크로스라는 지역의 이름도 참 좋네요.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우정이 20년간 이어진다는 것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이제 다른 이름 하나 생기신것 같습니다~~
왼손의 달인♡♡♡

새파랑 2021-11-09 22:56   좋아요 6 | URL
왼손으로 쓰다보니 왼손도 아파지는거 같아요 😅 이책 정감있어요. 영국사람들이 정이 넘치는거 같아요 ㅋ

독서괭 2021-11-09 22: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 자체는 좋은데 등장하는 책들이 거의 국내 번역이 안 되어 있었던가 찾기가 어려워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새파랑님 리뷰 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항상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함께 떠오르는데, <건지~>가 좀더 좋았어요.

새파랑 2021-11-09 22:54   좋아요 5 | URL
읽다보니까 스티븐스도 나오고 제인오스틴도 나오고 버지니아 울프도 나오고 헤밍웨이도 나와서 소소하게 재미있었어요 ㅋ 책 목록에는 정말 읽어본게 없긴 하더라구요 😅 <건지~> 요건 다락방님 책에서 봤었는데 더 좋다니 읽어봐야 겠군요~!!

다락방 2021-11-10 07:28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강추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11-10 07:29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읽어보셨나요? -새벽 세시 홍보단 드림.

새파랑 2021-11-10 08:50   좋아요 1 | URL
세벽 세시는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몇달전에 구매했었는데, 너무 달달할거 같아서 못읽고 있습니다 😅 책상 바로 앞에 있어요^^

그레이스 2021-11-09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편지 두세개씩 쉬면서 읽어요~
기분 좋은 책!
저도 건지감자껍질파이 좋았어요

새파랑 2021-11-09 23:40   좋아요 3 | URL
책 제목을 보니까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 두세개씩 읽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저도 이 책 옆에 두고 계속 읽어보고 싶어요 ^^

희선 2021-11-10 0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이 편지를 나눈 이야기라고 해서 봤어요 얇은 책이지만 좋았습니다 편지 이야기 좋지요 거기에 책이 있다면 더 좋을지도... 하지만 저는 편지에 책 이야기는 안 써요 왜 그런지 모르겠군요 제가 쓴 것과 비슷한 말을 쓸 것 같아서... 좀 웃기지요 제가 편지 써도 제가 읽고 쓴 글 안 보는 사람도 있는데...


희선

새파랑 2021-11-10 08:52   좋아요 2 | URL
그냥 편지만 주고 받았다면 그렇게 오래 유지되기 힘들었을텐데, 책이라는 매개체가 있다보니 20년동안 유지 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러블리땡 2021-11-10 0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랑 편지 소재는 진짜 반칙 맞네요 끌려서 바로 장바구니 넣었습니다ㅎㅎ 😆

새파랑 2021-11-10 08:59   좋아요 1 | URL
이 책 양장에다 표지도 멋지고 내용도 좋아서 마음에 드실거라 생각됩니다 ^^

라로 2021-11-10 0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을 15년 정도 전에 읽었었는데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

새파랑 2021-11-10 09:00   좋아요 1 | URL
와 15 년전~!! 전 그때 왜 이런 책을 안읽었는지 후회되네요 ㅜㅜ

다락방 2021-11-10 0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채링크로스 읽고 런던 가서 서점 들러봐야지 했더니 그 자리는 이제 맥도날드였나 다른 가게로 바뀌었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그 자리가 맞는데 싶어 근처 서점에 들어가 물었더니 어 니가 말한 서점 알아, 근데 그건 없어졌어! 하더라고요. 어찌나 서운하던지..
저는 이 책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이 책 선물은 실패한 적이 없어요.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이 책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어요. 탕웨이 주연의 <북 오브 러브> 인데 영화가 너무 후져요 ㅠㅠ

유부만두 2021-11-10 07:13   좋아요 2 | URL
아… 그 영화 저도 봤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10 07:28   좋아요 2 | URL
망작이에요 망작. 탕웨이 데려다가 그리고 채링크로스 가져다가 그 따위로 만들다니.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1-10 07:3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어처구니! ㅋㅋㅋㅋ 남주도 우웩이었고요.

새파랑 2021-11-10 08:57   좋아요 1 | URL
ㅋ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왔는데 맥도날드가 맞습니다~!! 런던까지 가서 찾아보신 다락방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북플 셀럽~!!

탕웨이 너무 매력적인데 영화는 영 아닌가 보네요 😅

coolcat329 2021-11-10 09:20   좋아요 2 | URL
와 대단하셔요. 직접 찾아갔는데 없어졌다니 정말 속상하셨겠어요.ㅠ
탕웨이 영화도 있군요. 에휴

다락방 2021-11-10 09:51   좋아요 2 | URL
탕웨이 영화에는 이 책이 그냥 등장할 뿐이고 영화 자체는 정말 별로에요. 별론데 상영시간도 길어요.-.-

채링크로스 서점도 가보고 노팅힐에 나온 서점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다 찾을 수 없더라고요. 너무 오래전의 일인것 같아요. 노팅힐 영화도 진짜 좋은데 말입니다. 크..

coolcat329 2021-11-10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영화로 봤어요~안소니 홉킨스가 프랭크로 나와요~

새파랑 2021-11-10 09:19   좋아요 1 | URL
제가 영화는 완전 취약해서 ㅋ 영화로 만들기에도 좋을거 같아요. 왠지 그려집니다 ^^

파랑새 2021-11-13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연하게 <북 오브 러브>를 보고는 이 책을 샀어요. 다음에 영국에 가면 꼭 가보고싶었는데~~
맥도날드 햄버그라도 하나 먹고 와야겠네요.

책은 취미가 아닙니다. 생활입니다.ㅋㅋ

새파랑 2021-11-13 12:13   좋아요 0 | URL
파랑새님 반갑습니다~! 제 아이디랑 쌍둥이 아이디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맞습니다. 책은 생활~!! 생필품~!!

양준모 2021-11-13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고있었던 책을 여기서 찾았네요~이번에는 잊어버리기전에 사서 읽어야 겠네요~^^

새파랑 2021-11-13 21:33   좋아요 0 | URL
와우~ 제가 그래도 양준모 님이 잊고 있었던 책을 떠올리게 했다니 보람이 있군요~!! 이 책 양장도 멋지더라구요 ^^

2021-11-1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번 알라딘에서 오는 메일을 통해 조용히 보고 갔던 사람입니다. 새파랑님 덕분에 방금 저도 모르게 책을 구매했네요 좋은 책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1-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과 편지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은데, 이 책은 특히 더 좋았다.


부인께서 원하시는 해즐릿의 수필 세 편은 논서치 출판사에서 간행한 산문선집에 들어 있고, 스티븐슨은 젊은이를 위하여에서 찾았습니다. 두 권 모 두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서적 우편으로 보내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하게 귀하께 도착하리라 믿으며, 또한 귀하께서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청구서는 책과 동봉합니다. - P10

저희는 모두 당신 편지를 좋아하고, 어떻게 생긴 분인지 상상해보곤 해요. 저는 당신이 젊고 아주 세련되고 총명할 거라고 생각해요. 마틴 씨는 당신이 멋진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지만 좀 학구적으로 생겼을 거라고 그래요. 사진 한 장 보내주시지 않겠어요? 한 장 있었으면 좋겠어요. - P25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고 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서점의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 P46

마침내 제가 (소설을 싫어하는 이 제가) 제인 오스틴에 착수하여 오만과 편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에 즐거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제 책으로 하나 구해주실 때까지 도서관에 돌려 주지 않으렵니다. - P83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으로는 불공평하다고 봐요. 제가 보낸 것은 일주일이면 싹 먹어치우고 설날이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제가 받은 것은 죽는 날까지 간직했다가 누군가 그것을 아껴줄 이에게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잖아요. 저는 앞으로 태어날 애서가들을 위하여 최고의 구절들마다 연필로 살그머니 표시를 남겨둘 생각이에요. - P91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던의 설교문을 모태로 태어났다. 인용문은 이 설교문의 한 구절이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 무릇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어라. 한 줌 흙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지며, 작은 곳 하나가 그리 되어도, 그대 벗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어라. 그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축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알고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어다.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기에 - P94

어느 비 내리는 일요일에 한 젊은 친구에게 오만과 편견을 소개해줬더니, 제인 오스틴한테 푹 빠져버리더군요. 할로윈 즈음해서 이 친구 생일인데, 오스틴 책을 좀 구해주시겠어요? 전집이 있다면 가격을 알려주세요. 비싸면 친구 남편더러 절반을 내게 하고 제가 절반을 내려고요. - P140

그이가 너무나 그리워요. 하루하루가 참 즐거웠거든요. 그이는 늘 책에 관한 것을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려고 애썼지요. 제 아이들은 멋진 숙녀가 되었고, 이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아마도 저처럼 홀로된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있겠죠? 횡설수설을 용서하세요. - P144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담과 그림자 말들의 흐름 8
김민영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여덟번째 작품. 제목과 크게 연관있는 글들은 아니었지만, 진솔하고 담백하게 쓰여진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타인의 삶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것 같다. 차분하게 읽기 좋은 책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1-11-09 1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 타인]이 주는 위로는 혼자가 아니라는 따스함을 주는 것 같아요. 새파랑님의 평도 차분해서 좋아요😄 행복한 가을 오후 되세요~~

새파랑 2021-11-09 11:59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 제가 쓴 것처럼 차분한 책이었어요. 왠지 공통점도 있는거 같구요~!!

scott 2021-11-09 13: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이라면 책 음악 광활한 우주점 북플 ^ㅇ^

새파랑 2021-11-09 14:52   좋아요 6 | URL
이 책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야기가 나와서 좋았어요 ㅋ 농담도 좋아함 ^^

mini74 2021-11-09 15: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일상을 읽으면 어머 나도 그런데 하는 맛이 있는거 같아요. *^^* 직장인에겐 유난히 길다는 화요일 잘 버티고 계신지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1-11-09 17:05   좋아요 4 | URL
음 화요일은 시간이 잘 안가네요 😅 이게 바로 에세이 읽는 즐거움 같아요~!

오늘도 맑음 2021-11-09 15: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찌하면 이렇게 다독을 하실 수 있는지요.....
댓글을 읽어보니 손가락으로 입원도 하신것 같던데요ㅠㅠ 저라면 징징거렸을 텐데ㅠㅠ 오히려 다른 손 기능이 좋아졌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멘탈 갑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멘탈도 파랑~!! 새파랑님 파이팅~!!!

새파랑 2021-11-09 17:06   좋아요 5 | URL
벽돌책을 피하면 가능합니다 ^^ 당분간은 얇은 책 위주로 독서 하려구요 ㅋ 긍정 하나만 믿고 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1-09 1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손은 좀 어떠세요.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손이 아파도 책읽는 것은 계속하시는 걸 보면 평소 부지런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차가워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11-09 20:11   좋아요 4 | URL
손은 당분간 가망없을듯 합니다 😅 부지런하기 보다는 무모한거 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1-09 2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독서열정을 정말로 존경합니다. 출판사나 시리즈별로, 또한 작가별로 계속 읽으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새파랑 2021-11-09 20:45   좋아요 3 | URL
제가 시리즈로 읽는걸 좋아해서 😅 그래서 모으는것도 좋아해요 ㅋ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여덟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가의 담담한 글이 왠지 나와 닮은것 같아 공감이 되었다.


연애가 무엇인지 대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하긴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는.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한편에 남아 있는 몇 개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고 싫고 부끄럽고 서운하고 미안하고 고마웠던 장면들. 그 파편과 조각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놓으면 과연 연애를 정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 P27

정리하자면, 농담은 서로를 가깝게 만들기도,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농담의 본질은 거리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상황 사이의 거리. 각자가 가진 마음의 모서리에 서로 긁히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또는 조금 더 윤활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서로를 매끄럽게 매만지는 거리. - P29

다수의 삶에 소속될 때 누릴 수 있는 편안함과 혼자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충족감 사이에서 나는 늘 이리저리 헤매었다. 아마 그 둘 사이 어느 한 곳에 우리 각자의 자리가 있을 것이었고, 스스로가 선택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후회하거나 타협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 P42

낮의 바다는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밤의 바다는 삶을 삼킬 것 같았다. - P47

입 밖으로 꺼낸 말보다 속으로 감춘 말이 언제나 더 많다. 늘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보다는 무슨 말을 하지 않았는지가 항상 더 중요하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는 수많은 의미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 P7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1-11-09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2쪽이면서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따지는지라...ㅋ

새파랑 2021-11-09 17:07   좋아요 1 | URL
말들의 흐름 시리즈가 좀 비싸긴 한데 막상 양장이랑 종이질 보면 괜찮더라구요 ^^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만약에 타임 머신이 있다면 당신은 언제로 떠나고 싶나요?


영국 작가 "하버트 조지 웰스"의 데뷔작인 <타임 머신>을 '열린책들 35주년 Midnight 세트' 의 마지막으로 읽었다. 그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는데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타임머신>은 시간 여행을 대중화 시킨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언제나 처음이 힘든 건데 이런 작품을 쓴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야 이런 시간 여행에 대한 소설과 영화가 많기 때문에 지금 시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크게 특별할게 없겠지만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895년임을 염두해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할 수 없겠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시간여행자"라고 불리는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발명하여 80만년 후의 새계를 탐험한 후 현재 세계로 복귀하여 그때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우리가(아니 나만 그런건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미래가 더 발달하고 진화한게 아니라, 오히려 미래는 더 퇴화하고 문명이 파괴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인 "하버트 조지 웰스"는 현재와 같은 세계가 지속된다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경고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타임머신을 개발한 "시간여행자"는 두번째 시간여행을 떠나고 나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아니 돌아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여행을 떠난 그곳이 너무 좋았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보다 더 이상할지 모를 두 번째 이야기를 기다렸고, 그가 가져올 표본과 사진을 기다렸다. 아니, 어쩌면 나는 평생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간여행자는 3년 전에 사라졌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   P.170



만약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미래보다는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싶다. 아니면 200년전의 러시아?



PS 1 . 역시 나는 SF 하고는 잘 안맞는 것 같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PS 2 .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네번째 읽기 끝이며, Midnight 세트 10권을 드디어 완독했다. 올해 안에 남은 Noon 세트 6권을 읽어야 겠다.

남은 6권 : 동물농장(읽은 책), 어린왕자(읽은 책), 벨켄 이야기(읽은 책), 자기만의 방(읽은 책), 백야(읽은 책),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유일하게 안읽은 책)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11-08 21: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새파랑님 왼🖐리뷰에 영광의 메달을 줘야 함 ^ㅅ^

새파랑 2021-11-08 21:37   좋아요 6 | URL
왼손 리뷰여서 줄거리는 생략😅

페넬로페 2021-11-08 22:01   좋아요 6 | URL
동의합니다^^👏👏

페넬로페 2021-11-08 22: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나온 시기가 놀랍네요~~
저는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인생을 다시 리셋하고 싶어요^^
저도 noon시리즈 빨리 읽어야하는데 마음만 급해요 ㅎㅎ

새파랑 2021-11-08 22:28   좋아요 6 | URL
저랑 같이 읽어 나가시죠~!! 가방속에 동물농장 집어넣었습니다 ^^

저는 중딩때로 가고 싶어요~!!

scott 2021-11-08 2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타임머쉰 타고 이백년전 러시아로 가신다면 도끼옹 속기사 🖐 로 강추 합니다 !

새파랑 2021-11-08 22:29   좋아요 5 | URL
가게 된다면 속기사에다가

도선생님께 도박하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ㅋ 소질이 없으시다고 ㅎㅎ

붕붕툐툐 2021-11-08 23:59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은 도끼선생님 속기사에서 방금 짤리셨습니다.

새파랑 2021-11-09 00:03   좋아요 2 | URL
헉~ 과거를 벌써 다녀오셨군요 🙄

서니데이 2021-11-08 2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세트에 <타임머신>이 있군요.
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갈 지 고민해봐야겠어요.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11-08 22:30   좋아요 6 | URL
세트를 보니 <타임머신>이 가장 두껍네요 ^^ 불가능하지만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네요~!!

mini74 2021-11-08 22: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 왼손투혼 대단 👍

새파랑 2021-11-08 22:31   좋아요 5 | URL
왼손이어서 오타 가득~!! 독서대 없이는 책읽기가 힘드네요 ㅋ

그레이스 2021-11-08 2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

새파랑 2021-11-08 23:46   좋아요 5 | URL
영화도 역시 있군요~!! 80만년 후의 인류를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하네요 ㅋ 글로 봤을때는 스머프? 가 떠올랐어요 ^^

그레이스 2021-11-09 06:40   좋아요 3 | URL
스머프^^

새파랑 2021-11-09 07:05   좋아요 2 | URL
제가 상상력이 좀 짧아서 😅

독서괭 2021-11-08 23: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왼손 투혼 안타깝고 존경스럽네요! 저는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보다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어찌 되는가 하는 시간여행 패러독스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흥미진진~
완독 축하드려요. 저는 눈세트 자기만의방 끝냈는데 얼른 리뷰 써야겠어요. 다음 작품은 도끼옹의 백야 챙겨뒀습니다^^

새파랑 2021-11-08 23:47   좋아요 6 | URL
백야 초강추 입니다~!! 저도 곧 눈세트에 올인 하겠습니다 ^^ 저도 미래보다는 과거파~!!

막시무스 2021-11-08 23: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ㅎ 타임머신이 디스토피아의 미래라는 점에 깜놀요!

새파랑 2021-11-09 00:05   좋아요 4 | URL
디스토피아가 어두운 미래 맞죠? ㅎㅎ 갑자기 제가 모르는 말을 쓴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 얇아서 금방 읽었어요 ㅋ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11-09 0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진짜 처음 쓴 사람 천재 인증!
저는 미래로 가고 싶어용~ 저 퇴직식에 딱 가서 아~ 고생 많았다 이제 놀자아~~~~ 이러구 싶음~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1-09 00:06   좋아요 5 | URL
툐툐님은 과거 2천년전 티벳으로 가셔서 명상말씀을 남겨주셔야 합니다~!

희선 2021-11-09 00: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있어서 그 뒤 시간여행 소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때 벌써 인류가 그렇게 하면 안 좋은 앞날이 기다린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을 테니, 지금은 더 빨리 바뀌지만... 여전히 세상은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군요 이대로 가면 안 될 텐데... 가끔 그런 게 걱정됩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09 07:08   좋아요 5 | URL
저는 그래도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고 있습니다 ㅋ언제나 답을 찾겠죠 ^^ 대단한 작품이 맞는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11-09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오래 전에 보았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더라는.

타임머신을 쓴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일어날 일들을 바꿀
수 없었다는 게 맹점이 아니
었나 싶습니다.

새파랑 2021-11-09 20:43   좋아요 2 | URL
영화가 충격적이었군요~!! 과거로 돌아가면 현재를 바꿀수 없을까요? 😅 역시 작가들의 상상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