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라니.


"가령 당신이 달나라에 살았다고 칩시다." 스타브로긴은 상대의 말은 듣지도 않고 가로막더니 자기 생각을 계속 얘기했다. "그리고 당신이 그곳에서 온갖 웃기고 추잡한 짓거리를 했다고 칩시다. 그곳에서 천년 동안 영원히, 달나라 전체를 향해 당신을 비웃고 당신의 이름에 침을 뱉으리라는 것을 당신은 여기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달을 올려다봅니다. 당신이 거기서 무슨 짓을 저질렀든, 그곳 사람들이 천년 동안 당신에게 침을 밸든 여기 있는 당신에게 무슨 상관입니까, 안 그렇습니까?‘ - P58

모든 것이, 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불행한 겁니다. 오직 그 때문이죠. 이게 전부, 전부입니다! 알기만 한다면, 그는 지금 당장 이 순간 행복해질 겁니다. - P61

"왜 모두,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단가를 나에게서 기대하는 겁니까? 왜 아무도 참지 않는 것을 나는 참아야 한단 말입니까, 왜 아무도 견딜 수 없는 그런 짐을 기꺼이 짚어져야 합니까?" - P149

"그놈이 사람들이 있는 데서, 또 내가 있는 데서 정부는 일부러 민중에게 보드카를 잔뜩 마시게 하여 민중을 짐승처럼 만들고 그로써 폭동을 방지하려 한다고 주장할 때는 도무지 관용을 베풀 수가 없어. 모두가 있는 데서 이런 애기를 들어야 하다니, 내 역할도 좀 생각해 줘." - P190

사건을 미리 일러 두는 차원에서 한 가지 지적하자면, 율리야 미하일로브나의 자만심과 공명십이아니었더라면 이 고약한 작자들이 우리 도시에서 한바방 못된 짓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일에 관한 한 그녀는 많은 점에서 책임이 있다! - P197

"내가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데, 만약 내가 자살한다면, 즉 당신들이 여기서 무슨 사고를 치고 범인을 찾고 있을 때 내가 갑자기 권총으로 자살하고 그 모든 짓은 내가 한 것이라고 유서를 남기면 당신들에게는 일 년 내내 혐의를 두지 않을 테니까 말이오." - P294

"왜, 왜 싫다는 겁니까? 두려워서요? 내가 당신을 붙잡은건 당신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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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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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0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치 소설. 극단적 사상이란게 얼마나 위험하고 허무한 건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작품.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개성이 뚜렷하고 소란스러우며, 과장된 행동과 말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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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01-30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리뷰를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인데ㅠㅠ 악령 저도 얼마전에 완독했는데 결국 리뷰 쓰는 것은 포기했습니다ㅎㅎ 새파랑님 소설 리뷰 많이 써주세요^^*

새파랑 2025-01-31 06:52   좋아요 1 | URL
저 이제 1권 읽었다는 ㅋ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리뷰쓰기 힘들거 같아요~!! 연휴때 논다고 제대로 독서생활을 못했습니다 ㅜㅜ
 
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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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09 역시 윌라캐더라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작품. 루시도, 서베스천도, 해리도 조금만 솔직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모두의 비극으로 끝나긴 하지만, 어차피 그런게 인생 아니겠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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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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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08 츠바이크가 독자에게 건네는 인생에 대한 조언들. 돈에 초연하고, 힘든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으며, 섣불리 단정짓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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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버젼으로 다시 읽는 악령. 이념에 대한 광기가 낯설지 않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다.

그녀는 이십이 년 동안 혹시 조그만 티끝이라도 묻을까봐 노심초사하며 그를 지켜 주고 유모처럼 보살폈으며, 시인과 학자, 시민적인 활동가로서의 그의 명성에 신경을 쓰느라 몇 날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기도 했다. 그녀는 그를 고안해 냈고, 직접 나서서 자신의 고안물을 실제로 믿어 버렸다. 그는 그녀의 어떤 몽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에게 정말로 많은 것을, 가끔 노예와 같은 복종까지 요구했다. - P24

사실 그녀는스타브로기나라는 자신의 이름을 그의 이름으로,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것일지라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 쪽에서는 그저 여자의 유희였을 뿐, 그러니까 어떤 굉장한 여자에게는 그토록 자연스러운, 여자의 무의식적 욕구가 발현된 것이었을
뿐이리라. 하긴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여자의 마음은 오늘날까지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 P32

그는 어떤 강한 이념에 충격을 받으면 그자리에서 단번에 짓눌려 버리는, 가끔은 아에 영원히 그렇게
되는 저 이상적인 러시아인 중 하나였다. 그들은 그 이념을 물리칠 힘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저 열정적으로 믿을 뿐이며, 그들의 삶 전체가 그들을 덮쳐 눌러 이미 반쯤은 완전히 압살해 버린 돌 밑에서 최후의 경련을 일으키듯 그렇게 흘러간다. - P53

물론 사과를 받아 주시겠죠.... 정말이지,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져서... 바보짓을 - P78

당연히 저는 광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린 건 절대 있을 수 없으니까요!(확고하고 도도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상하고 특별한 뭔가, 어떤 사상의 전환이라든가 어떤 특수한 관점에 경도된다든가 할 수는 있었겠지요. - P169

"삶은 고통이고 삶은 공포며 인간은 불행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왔지요. 삶은 지금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지며 여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겁니다. 지금 인간은 아직 그 인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인간, 행복하고 오만한 인간이 나타날 겁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신이 될 겁니다. 그런데 원래의 그 신은 아닐 테죠." - P196

자살한 용기가 있는 사람, 그가 신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단 한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 P197

하지만 모두 그것 때문이 아니었어요. 모두 공포를 안고 행한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요. 오직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만이 그 즉시 신이 되는 겁니다. - P197

"여기에는 중오도 있습니다." 그는 일 분 정도 침묵하다가 말했다. "러시아가 어떻게든 갑자기 개혁된다면, 심지어 그들의 방식대로 된다면, 또 러시아가 어떻게든 갑자기 한량없이 부유하고 행복해진다면 저들이야말로 제일 먼저 끔찍이도 불행해질 겁니다. 그때는 그들이 증오할 인간도, 침을 밸어 줄 인간도, 조롱할 것도 없어지니까요! 여기에는 오직 러시아에 대한 끝없는 짐승 같은 증오만, 유기체를 좀먹는 증오만 있을 뿐이죠. 여기에는 환히 보이는 웃음 밑으로 홀러나오는 눈물 중 세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눈물이란 결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루시에서 이 보이지 않는 눈물에 대한 말보다 더 사기 같은 말은 결코 없었어요!" - P233

인간이 오직 영혼의 고결함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까요? - P296

내 생각으로는, 가령 벌겋게 달궈진 쇠막대를 거머쥔 다음 자신의 견고함을 측정해 보려는 목적으로 그것을 손안에 꽉 움켜쥐고 십 초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이겨 내고 결국은 그것을 정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생각으로는, 니콜라이 프세볼로도비치가 지금 이 십 초간 견더 낸 것과 비숫한 뭔가를 참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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